제2의 도약을 꿈꾸는 ‘해운대를 사랑하는 모임’
INTERVIEW <해운대를 사랑하는 모임> 이무성 회장
제22회 장산제가 오는 10월 24일 장산 정상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다. 행사 취소가 결정되기 전인 지난 9월 22일 장산제에 한창인 ‘해운대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해사모’) 이무성 회장을 만나 장산제의 개요와 앞으로의 해사모 활동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최근에 해운대로 이사 온 사람들은 생소할 것 같은데 장산제에 대해 설명바랍니다.
해운대 신시가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1990년대 말 신시가지에는 교통, 환경, 학교 배정 등 많은 문제들이 생겼으며, 이를 해결하겠다며 시민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단체들 간에 서로 중복된 이슈를 갖고 딴 목소리를 내기도 하여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시가지 현안 문제들에 대해 공동 대처하기 위한 상징적인 사업으로 해사모에서 장산제를 장산 정상에서 같이 열 것을 제안했습니다.
1999년 10월 25일 해사모(대표 장선덕), 신시가지를 가꾸는 모임(대표 김천혜), 장산보존회(대표 오건환)가 공동 주최하는 ‘제1회 장산제’가 낮 12시부터 해운대 장산 정상 일대에서 열렸습니다. 첫 행사 때는 민간인 통제구역인 장산 정상에서 가진 행사라서 행사 주최 측 관계자 30여 명의 출입만 허용해 참가한 일반 시민 3백여 명은 되돌아가야만 했습니다.
2회 장산제부터는 장산 군부대를 이용할 차량의 사전 접수를 받는 등 세심한 준비를 거쳐 무난하게 장산 정상에서 장산제가 거행되었습니다. 장산 보존과 해운대 주민들의 안녕을 비는 장산제는 장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철망에 가려 정상을 멀찍이 바라만 보았던 주민들로선 장산 정상에 설 수 있는 장산제가 더없이 기다려지는 날이었습니다.
2011년 9월 7일 해운대구청 회의실에서 ‘해운대 장산 꼭대기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발족식이 있었습니다. 범시민운동본부에는 많은 부산의 NGO들이 모여 “군이 점유하고 있는 장산 정상은 군 당국과 행정기관, 정치권에서 개방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9월 31일에는 ‘해사모’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장산 정상 개방을 요구하는 100만 서명운동>과 제15회 장산제를 맞이하여 행사 후 장산 정상에서 <장산 꼭대기 철조망 인간 띠 잇기 행사> 등으로 장산 정상 개방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미군이 철수한 정상은 개방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고 지역 언론에서도 힘을 보탰지만 국방부는 시설 보안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등을 이유로 개방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2014년 제16회 장산제부터는 장산 정상 아래 헬기장에서 열려 장산제를 통해 1년 중 단 하루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기회마저 날아가 버리자 모두들 허탈한 마음이 되었고 이후 정상 개방 운동도 시들해졌습니다.
●이번 장산제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지난 7월 14일 <해운대라이프>에서 장산 정상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줄 것을 제안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에 해사모와 좌동지역발전협의회(회장 서시호)에서 주민서명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는데, 서명운동 이틀 전인 8월 13일 해운대구청에서 장산 정상 개방 소식을 전했습니다. 해운대구청이 군부대와 협의하여 장산 정상을 내년부터 시민들에게 개방한다는 것입니다.
해사모는 장산제를 처음부터 주관해온 단체로서 오랜 시민의 숙원이었던 정상 개방을 축하하고 정상 개방을 계기로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자 합니다. 금년엔 코로나19로 해운대구청과 협의 끝에 장산제를 취소하기로 하였습니다. 내년부터는 장산 정상에서 열릴 것입니다.
●새롭게 회장을 맡았는데 해사모의 활동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해사모는 초창기에 ‘동백섬 군부대 철수 시민운동’과 ‘벽면식의 달맞이 재개발안을 탑상식 건축’으로 제안하여 관철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근래 들어서는 별다른 활동이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뜻하지 않게 회장을 맡았지만, 해사모가 해운대를 아우르는 거의 유일한 시민단체로 남은 이상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선 회원 명단을 정리하고 새 회원도 모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운대라이프에서 신해운대역 뒤 국군병원 폐쇄에 따른 시민 환수와 활용, 송정과 신해운대역 간 부대 내 통과 교통도로 개설 등 다양한 제안을 하던데 구청에서 나서기 껄끄러운 문제들에 대해 해사모에서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해운대라이프>에서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정리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