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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에 던져 악살을 낸다.
그리고 담배를 던져 버리고 차에 올라탄다.
시동을 걸고 기어를 넣는 승우.
그 때, 창문을 두드리는 그림자.
돌아보는 승우.
창 밖에는 60대의 늙은 환경미화원이 서서 창 내려 보라는 손짓을 한다.
창을 내리는 승우.
미화원: (승우가 버린 꽁초를 손에 들고 보이며) 이렇게 좋은 차타고 다니시면서 이러시면 보기 안 좋아요. 하…….
오늘 참 여러 가지네……. 하는 느낌이 되는 승우.
미화원: (미소하며) 꽁초 버려서 쓰레기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낙엽에 불붙으면, 큰 불도 되거든요. 앞으로 좀 주의해 주세요.
대답 없이 차를 출발시키는 승우.
등 뒤에서 미화원이 소리치는 것이 들린다.
미화원: (E) 자식 같은 젊은이라서 말한 거니까 언짢아하지 마요.
승우의 한 쪽 입 꼬리가 비틀려 올라간다.
차를 유턴시키는 승우.
라이트를 끈다.
앞 유리창을 통해 저만치 앞에서 낙엽을 쓸고 있는 미화원이 보인다.
서서히 액셀을 밟는 승우의 발.
급하게 올라가는 계기판의 RPM.
무심히 돌아보는 미화원.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퉁 차에 받히는 미화원의 몸뚱이.
백미러로 도로에 널브러진 미화원을 확인하는 승우,
승우: 천하게 살아도 목숨 귀한 줄은 알아야지, 영감. 분수를 모르니까 이렇게 되잖아.
차를 출발시키려다가 멈칫하는 승우.
앞에서부터 놀란 얼굴로 비틀비틀 다가오는 할머니 한 명이 보인다. 공공 근로자용 조끼를 입고 있다.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다가오며 영감……. 영감……. 라고 말하는 듯하다.
쫓아오던 할머니, 어느 순간 놀란다.
그리고 급하게 뒤 돌아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이 급격하게 가까워지더니 화면을 덮어오며 쿵 엄청난 충격음.
그대로 할머니의 몸뚱이는 사라져 버리고 텅 빈 도로 멀리로 사라지는 차 소리가 들린다.
화면 넓어지면 미화원과 할머니의 시체가 뒹구는 도로가 보인다.
씬 23. 서울지검 입구/아침.
출근하는 철중.
입구를 지키는 경찰들의 경례에 인사하면서도 골이 울리지 않게 조심하는 자세가 다소 우스꽝스럽다.
고개 숙이다 멈칫하는 철중.
그의 시선 속으로 민원실 앞 의자에 앉아있는 효준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꼿꼿하고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시선을 가리며 불쑥 끼어드는 얼굴, 강석신 수사관.
강석신: 뭐하십니까?
철중: (고개 휙 들며) 어?
그러다가 골이 크게 흔들려 찡그리는 철중.
강석신, 오토바이 헬멧을 옆구리에 끼며 점잖게
강석신: 왜 아직도 절 보면 아침마다 놀라시는 겁니까?
철중: (머리 꾹꾹 누르며) 목소리랑 오토바이 헬맷이랑……. 결정적으로 니 나이가 스물다섯 이란 거랑……. 도무지 조화가 안 되거든.
석신: 검사님이 검사님이라는 거랑, (손들어 보이며 철중 흉내 내고) 하이 만큼 부조화 스럽습니까?
이 자식이……. 하는 느낌으로 보는 철중.
씩 웃으며 보는 석신.
그 때, 두 사람 앞으로 다다다다 뛰어나오는 젊은 조 검사.
조 검사, 철중 미처 보지 못하고 달려가며 양복상의 단추를 채워 입는다.
조 검사: 선생님.
조 검사를 따라 시선 돌리는 철중.
보면, 효준에게 달려가 인사드리는 조 검사.
그 깍듯함이 눈에 뜨일 만큼 정중하고, 인사를 받는 효준의 당당함도 인상적이다.
cut to
"그냥 시켜 먹지. 뭘 굳이 나가 하루에 한 번은 콧김을 쐬야죠. 뭐 먹지? 등등 떠들면서 현관으로 나오는 철중, 강석신, 박 계장 등 철중네 방 사람들.
그러다가 멈칫하는 철중.
효준이 아침과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다. 고집스럽고 화가 난 모습이다.
cut to
퇴근하는 모습으로 나오는 철중.
그 때 로비 저쪽에서 다소 크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억누르려 하지만 뭔가 삐져나오는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효준: (V. O) 내가 아닌 걸 그렇다고 말할 사람인가! 내가 자네한테 그렇게 밖에 안 뵈는 게야?
돌아보는 철중.
젊은 조 검사가 민망한 듯한 표정으로 서있고 효준은 노기에 부들부들 떨고 있다.
씬 24. 조 검사 집무실/밤.
피곤한 표정으로 일하고 있는 앞 신의 젊은 조 검사.
일 하다가 신경질이 나는 듯 볼펜을 탁 내려놓는데 들어오는 철중.
철중: (음료 캔 하나를 책상에 내려놓으며)뒤 골 땡길 땐 파 보든가, 완전히 접어버리든 가 해야지. 볼펜한테 신경질 낸다고 해결이 되나
조 검사: 예?
빤히 보는 철중.
알아들은 듯한 조 검사.
조 검사: 보셨어요?
철중: 누군데? 아버님 친구 분? 당숙?
조 검사: 아뇨…….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요……. 선생님이 이사로 계시는 재단……. 이사장이 1년 전에 교통사고 당해서 혼수상탠데 그걸 재조사 해달라구요.
철중: 교통사고?
조 검사: 오토바이랑 엮인 뺑소니 사고였는데……. 포인트는 그게 아니구 그 동생이 지금 이 사장 대행을 하는데, 선생님 주장은 그 동생이 조작한 사고였을 거라는 거죠.
철중: 그렇게 생각하실 이유가 있나?
조 검사: 젊은 이사장 하는 사업이 맘에 안 드시니까……. 거기 요새 급진 개혁하는 데거든요. 아무려면 친형인데 학교 이사장 자리 놓고 그렇게까지 했겠어요? 근데 왜요?
철중: (슥 일어서며) 아니 뭐 그냥.
조 검사: (일어서며) 그냥이 어딨어요, 그냥이. 선배님 또 뭐 꺼리 있나 싶어서 오셨죠. (철중 팔을 잡으며) 가세요. 밥이나 사 주세요.
철중: (팔을 빼며) 밥을 내가 왜 사?
조 검사: 왜긴요. 기분 꿀꿀한 후배한테 딱 걸리신 거죠.
철중: 됐어.
조 검사 손을 피해서 문으로 나가는 철중.
에이……. 하는 느낌이 되는 조 검사.
철중: (멈칫 돌아보며) 조 검사 고등학교.
조 검사: 명선 나왔죠.
철중: (잠시 보다가) 밥 먹자.
조 검사, 의아한 얼굴.
씬 25. 고급 한정식 식당 앞/밤.
유리문 안으로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있는 조 검사가 보이고 조 검사, 억울한 표정으로 문 밖을 힐끔 거린다.
문 앞에서 담배
듯) 아.. 정말 빠르신가 보군요.. 그럼 오늘도 축지법으로 오신 겁니까?
육봉스님
77번 버스 타고 왔습니다.
진행자
예... 아무래도 우리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는 많은 설명보다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길 원하실 겁니다... 놀라운 신체능력의 현장! 파괴의 장입니다!...
무대에 엄청난 통나무가 들어온다. 이를 보며 자신들도 모르게 긴장하는 상환과 의진. 육봉 스님, 무대에 준비된 두꺼운 통나무의 격파시범을 보이려 호흡을 가다듬는다. 눈을 가늘게 뜨며 숨을 멈춘 상태로 들어가는 기합!!! 상환이 집중해서 살펴본다. 엄청난 기운...!!! "이얍!!!" 통나무를 향해 내리치는 육봉 스님의 손날! 퍽!... 고요한 실내... 긴장하는 사람들... 멀쩡한 통나무... 눈을 돌리는 의진. 당황한 육봉과 설운.
진행자
아하, 역시 방송국이란 곳이 이렇게 산으로 들로 수련하러 다니시는 분들께는 좀 긴장되는 장소죠? 여러분 응원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방청객과 진행자, 긴장이 풀리며 다시 격려의 박수를 친다. 다시 정중하게 인사하는 육봉 스님...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기합에 들어간다. 두 번째 격파! 여전히 꿈쩍도 안 하는 통나무. 무안해진 진행자와 썰렁한 객석. 어이가 없는 상환. 머리를 쥐어뜯는 PD...
진행자
하하하... 지금 이런 기술은 매우 어렵고 위험하기 때문에 이렇게 평생 수련을 하신 분들도 쉽게 격파하기가 힘든 거죠. (통나무로 다가가 직접 내리치려는 듯) 보시다시피 이게 일반인들은 그냥 내리치기도 힘든 겁니다 이게...
진행자가 힘을 주어 내리치자 금이 쩍 가며 두 동강이 나는 통나무. 자신도 놀라는 진행자... 놀라는 사람들... 한심하게 이들을 바라보는 상환.
42. 거리 - 실외/밤
전자상점 앞에서 유심히 방송을 보고 있는 흑운... 텔레비전 안에는 설운이 경공 시범을 보인다며 형광등 위를 올라갔다가 형광등을 다 깨뜨리는 장면이 흐르고 있다. 이를 유심히 살펴보는 흑운.
43. 무운의 도장 - 실내/밤
상환과 의진이 무운 도사의 도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심각한 자세로 명상을 하며 상환과 의진을 맞이하는 무운. 의진, 방해 될 새라 조심조심 하는데, 무운이 눈을 감은 채 말문을 연다.
무운
강호에 들어오는 길은 여러 갈래일지 모르나 무림은 하나다.
웬 알 수 없는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뻘줌히 서있는 상환에게 앉으라는 제스쳐를 취하는 의진. 못마땅한 표정으로 도장 바닥에 앉는 상환. 상환을 마주 앉혀놓고 무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무운
무릇 모든 일의 경계는 그 마음가짐에서부터 출발하는 것. 예전에 백호 선생은 속리산을 떠나며 "도가 사람을 멀리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도를 멀리한 것이요, 산이 세속을 떠난 것이 아니라 세속이 산을 떠난 것"이라 하셨다...
상환
(쩌억 하품하며) 오늘 하루 종일 얘한테서 그런 얘기만 들었어요. 뭐 보여준다고 그래서 따라갔더니만, 쌩 코메디나 하고 말이야. 아저씨들 진짜 도사들 맞아요? 마루치네 아라치네 하면 뭘 좀 그럴 듯 한 걸 가르쳐 줘야지...
무운.
흐흠... 기특한 놈... 니가 바로 수련에 들어가길 원하는 구나. 의진아 이놈 좀 잡아라. 몸부터 펴야겠다.
상환
뭐야? 왜 이래?...
무운과 의진이 자신의 몸을 잡자 눈이 동그레지는 상환. "으헙!" 기합과 함께 상환의 다리를 사정없이 찢어버리는 무운. "으아아악!!!"
44. 지하터널 안 - 실내/밤
지하터널을 걷고 있는 자운. 전기공이 걸어갔던 궤적을 따라 이동한다. 흑운을 가두었던 진의 장소에 다다른다. 바닥 위에 놓인 쇠징을 집어드는 자운의 심각한 얼굴.
45. 무운의 도장 - 실내/낮
밥상에 앉아있는 상환과 의진, 그리고 무운. 상환의 팔에는 자전거 타이어가 묶여져 있다.
상환
아니 이러고 어떻게 밥을 먹어요?
무운
도 닦는 건 공부한다는 거야. 공부라는 게 등 따숩고 배부르면 공부가 되냐? 자기가 절실해야 배우는 거야.
상환
아니 그럼 왜 아저씨하고...
무운
야, 너는 명색이 도 닦겠다고 제 발로 찾아온 놈이 사부한테 아저씨가 뭐냐? 아저씨가. 아무리 그냥 넘길라고 해도 기본이 안 돼 있어 기본이... 너 학교 어디까지 나왔어?
부글부글 끓지만 꾹 참고 수저를 드는 상환. 벌벌벌 떨리는 손. 음식이 제대로 입에 들어올 리가 없다.
46. 도장 화장실 - 실내/낮
어정어정한 자세로 급하게 화장실에 들어와 바지 내리고 변기에 앉는 상환. 담배에 불을 붙인다. 이때 밖에서 들리는 소리-
의진
너 담배 피냐?
상환
(후다닥 담배를 끄며) 담배는 무슨 담배, 큰일날라구...
1
상환이 급하게 담배 불을 끄자마자 화장실 칸막이 위로 고개를 쑥 내미는 의진. 화들짝 놀라는 상환.
았어. 부끄러운 짓이야
해리: 내 신념이 뭔가 물어보게 밀트
밀트: 자네 신념이 뭔가 해리
해리: 해리는 신념이 없다 밀트
밀트: 역시 돌았어. 신념이 없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해리: 해결할 길도 없고. 저 아래밖에는!! (그는 벤치로 가면서 난간 쪽을 가리킨다.)
밀트: (해리를 자기 쪽으로 돌리며) 이봐 정신 차리게 자. 진정해 진정하구 자네 심정 알겠네! 말하는 소리도 알아듣겠고 그러나 해리 생각하면 인연이란 게 묘한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자네가 저 끔찍한 짓을 막 시도하려는 찰라 바로 그 찰라 내가 이곳을 지나치게 된 것 말일세.
해리: (천공을 가리키며) 하늘의 뜻이란 말인가?
밀트: (두 손을 쳐들고) 아니 그렇다는 건 아니 구! 그런 얘기는 아니었다. 구! (손가락으로 저으며) 그렇지만 세상에는 과학으론 설명할 수 없는 것도 있지 않은가 말이야.
해리: 자넨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갑자기 전신에 오는 마비 근육이 굳어져……. (대사 도중에서 몸이 판자처럼 굳어지며 앞으로 넘어진다. 밀트가 간신히 잡아 세우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흔든다.)
밀트: 해리!! 왜 그래? 해리, 맙소사 (그는 해리를 잡고 한 바퀴 돌리며 뛴다. 도니 해리의 굳은 몸체가 다시 시계 바늘처럼 돌아간다.) 사람 살려!! (해리에게) 여보게 말 좀 해봐, 해리!!
해리: 바로 이 증세일세.
밀트: (모래 상자에 앉으며) 사람 놀라게 하는군. 정말 돌았나 왜 병원에 가든지 전문 의사나…….
해리: (고개를 젓고) 내 병은 내가 알지 밀트. 내 삶에 대한 의욕상실증이야. 왜 움직이나 왜 움직여 뭘 움직여 움직여서 뭐해 하고 반문해 본다네. 그러자 바로 그렇게 돼. 밀트 그 뿐이야. 어떤 때는……. 어떤 땐 보이질 않아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려 완전히……. (손을 들고 장님 행세를 위태롭게. 무대 끝으로 간다.) 밀트, 밀트. 어디 있나? 아직 여기 있나?
밀트: (벌떡 일어나 가까스로 그를 잡아끈다.) 여기야, 해리 바로 여기 있어.
해리: (밀트 얼굴을 할퀴는 듯 뒤로 허우적거리며) 나 좀 도와줘 밀트 벤 취로 데려다 줘.
밀트: 저 이리 이리 해리 주의해. 자, 자, 여기에 (그들은 벤 취에 앉는다.)
해리: (침착하게) 고맙네, 밀트
밀트: 또 도와줄 일은
해리: 없어 이제 괜찮아 바로 이 증세일세.
밀트: 거묘한데
해리: 왜 봐. 난 내 자신을 반문해 본다네. 봐서 뭘 해? (밀트 옷깃을 붙잡고) 왜 밀트 왜?
밀트: 몰라 해리 나도 모르겠어. (빠져 나오자 넥타이를 고쳐 매는 등)
해리: 그러면 눈이 멀고 보이질 않아 모든 게 저절로 그렇게 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밀트: 그러나 무슨 방법이 있을 텐데.
해리: (귀에다 손을 대고 귀머거리 시늉으로 크게) 뭐라고 밀트?
밀트: 그러고 '무슨 방법이 있을 텐데' 라고 그랬어.
해리: 들리지가 않아. 밀트 좀 천천히 말하게 입술 움직임을 보고 알게스리
밀트: (천천히 크게 또박또박 말한다.) "무슨 방법이 있을 텐데"라고 말했단 말이야.
해리: (불쑥. 침착하게) 이제 들려 역시……. 바로 이 증세일세. 발작 증세의 하나야. 듣는 자체가 고통이거든. 「왜 들어. 뭘 들어. 들어서 뭐해」 난 내 자신 반문해 본다네. 왜 들어.
밀트: 희한하군. 정말 믿기 어려운데
해리: 그렇다 구 난 인간문화재라니까……. (그는 크게 입만 벙긋거리며 벙어리 시늉을 한다.)
밀트: (점점 더 혼동되어) 해리? 그게 말을 하는 건가? 해리 안 들려 말을 해 말을……. (해리는 재킷 주머니에서 연필과 노트를 꺼내 무엇을 갈겨쓴다.) 맙소사 또 발작이군. 알았어. 안데 두 그것 좀 줘봐. (해리에게서 연필과 종이를 뺏어 쓰기 시작한다.) 친애하는 해리 어떤 일을 당해도 한 가지 주의할……. (해리가 밀트 손에서 연필을 뺏는다. 밀트가 다시 뺏는다.) 마저 쓰게 해주게. (다시 쓰기 시작한다.)
해리: 들리네. 밀트
밀트: 들려
해리: 바로 이 증세일세. 이럴 땐 말은 못해도 들을 수는 있어 왜 말을 해? 내 자신 반문한다네. 말이 무슨 의미가 있어 빈 깡통 속에 물을 넣고 흔드는 것보다 나은 게 뭐야.
밀트: (종이와 노트를 주머니에 넣으며) 난 더 할 말이 없군.
해리: 무슨 말을 하겠나. 소리를 질러 봐도 소용없어 끝장을 보게 놔두게나. (말하는 동안 주머니에서 줄을 꺼내 매듭 진 쪽은 목에 걸고 다른 끝은 십자로 된 가로등 가지에 던져 걸고 내려온 자락을 잡아당기며 목을 달라 매려고 한다.)
밀트: (일어서며) 안 돼!! 안 돼!! 해리!! 내 말 좀 듣게 (그의 손을 치며) 놔!! 이거 놓지 못해!! (해리는 가로등 밑으로 풀썩 떨어져 기운 없이 앉아있다. 그는 가로등에 걸린 줄을 빼려고 밧줄을 잡아 흔든다.)
해리: (목에서 줄을 빼며 비웃듯이) 아하……. 밀트!!
밀트: (줄을 합쳐서 감으며) 해리!! 자, 날 봐 그리고 반문해 보게 왜 한 친구는 이렇게 우뚝 서있고 난 땅에 떨어졌나? 반문해봐 (휴지통으로 간다.) 우리는 같이 출발했잖니!! 자네는 유산을 받았어. 나보다 한발 앞서서 뛴 셈이지 내겐 단지 이 두 손 그리고 재빠른 눈치뿐이었어 남이 잘 때도 일하고 남이 포기한 것을 해냈지 (그는 휴지통으로 벨벧 칼라의 오버를 쳐든다. 단추가 채워져 있다. 그는 밧줄로 칼라를 매어 자루같이 만든다.) 근면과 자신, 용기와 인내로서 마침내 출세를 한 거네.
해리: (일어나며) 내가 유산을 받았다 구? 덕분에 조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 정말 지옥이었어. 지옥!!
밀트: (오버를 땅에 떨어뜨리고) 하!! 우리 집에서 단 두 주일만 살아봤더라면 지옥이니 뭐니 그런 소린 못할걸.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고양이와 개 같은 앙숙이었어. 옆에서 들리는 건 부모들의 말다툼 「싫으면 썩 나가 꺼져버려」아빠가 소리 지른다 날 나가라고? 표독스럽게 화가 난 엄마는 그 아이의 나무인형을 뺏어 아빠에게 던진다. 아빠는 피하고 나무 인형은 벽에 부딪쳐 박살이 나고 그 애는 유일한 사랑이었던 인형 조각 옆에 풀썩 주저앉아 소리 없이 훌쩍거린다.
해리: (오른쪽으로 가서 밀트 쪽으로 획 돌아선다.) 맞아본 적 있나?
밀트: (강조하며) 있지.
해리: 무엇으로?
밀트: 혁대, 막대기, 스팀뚜껑
해리: 쇠사슬은?
밀트: 얼마나 굵은 것
해리: 이 만한 것
밀트: (패배감 떨어져 가다가 돌아선다.) 아침 메뉴는?
해리: 아침?
밀트: 우리 집은 아침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했어. 더럽고 비굴한 가난. 난 신발이 없어서 여덟 살 때까지 학교를 못 갔어. 정말이야 다행이 아래층집 아이가 아이스크림 트럭에 치었기에 신발을 얻어 신을 수 있었지만 너무 작아서 걸을 수가 있어야지 학교에 갔더니 날 불구자 반에 넣더군.
해리: 우리 조부모들은 날 내쫓고 문을 잠그기 일쑤였어. 내 얼굴이 아버지 닮았다고 말이야 눈이 퍼붓는 겨울날 학교에서 돌아와 굳게 닫힌 문을 조그만 언 손으로 두드리며 소리치는 날보고 조부모들은 유리창 너머로 내다보며 웃고 있었어. 상상해 보게. 비쩍 마른 어린애가 눈보라 속에서 얇고 헤진 저고리에 종이 모자를 쓰고 문을 열어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을 "문 좀 열어주세요 네? 문 좀 요"
밀트: 이걸 상상해봐. 밤이 깊었다. 바람이 몹시 불고 영양실조에 걸린 애가 불 꺼진 석유스토브 옆에 앉아 저녁에 감춰뒀던 빵 부스러기를 나무인형 말에다 먹이고 있다.
해리: 우유는?
밀트: 집에서?
해리: 물 삼분의 이에다 우유 삼분의 일을 탄 우유 한잔.
밀트: 커피 찌꺼기야 난.
해리: 설탕을 쳐서겠지!
밀트: 천만에 그냥 먹는 거야 보리죽 마냥 쫘 악…….
해리: (패배감 떨어져 가다가 갑자기 돌아서며) 자네 어머니가 키스해준 적 있나.
밀트: 딱 한번 그것도 잘 때 몰래 했다가 맞아 죽을 뻔했어!
해리: 됐어 나보다는 낫군. 단 한번도 (고개를 젓는다.)
밀트: 패배감 왔다 갔다 하다 도넛 한 봉지 사주더니 열일곱 일 때까지 크리스마스만 되면 도넛!
밀트: 배부른 불평일세. 나는 선물이라고는
해리: (외친다.) 그것도 계피 도넛을……. 얼마나 매운지 알아?
밀트: 억지를 부리고 있어 자넨. 고난과 고통의 연속 속에서 난 중책을 맡아 연구하는 중요 인물이 됐어 (오버를 집어 그 속에 포도주 병과 잡지책을 넣는다. 쓰레기통에서 알몸뚱이 인형을 주어 보이다가 오버 속에 넣는다. 애기 요강을 휴지통에서 주워 손바닥에 올려놓고 돌려 본 후 오버 속에 넣는다.) 잘 듣게 해리. 성공처럼 사람을 빛나게 하는 건 없어. (죠 등장. 휴지통을 뒤져 쓰레기를 골라 가지고 온 부대에 담아 갖고 나간다.)
해리: 관심이 없다쟎아 밀트 내겐 좀 더 다른 세계관이 필요해. 인생의 목적, 삶의 이해 내겐 그런 것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오른편 길가로 간다.) 입에 넣은 것은 모두 시어버리고 손에 대는 것마다 먼지로 변하니 마치 내가 세상 밑창에 서 있는 기분일세. 가라앉기만 하면 죽는 거야 (그는 길가에 앉는다.)
밀트: (오버를 땅에 놓고 그에게로 간다.) 믿을 수 없어 학창시절에는 그렇게도 활발하고 잘 웃고 떠들던 자네가 (그의 뒤에 쭈그리고 앉아 어깨를 붙잡고 먼 곳을 가리킨다.) 생각나나 해리 생각나? 노랗고 붉은 유니폼을 입고 축구장을 입장할 때 자네는 바른쪽, 나는 왼쪽에 서서 여대생 밴드를 인솔했지! (밀트 노래한다.) 싸움터로 나가는 우리의 용사들아 주저 말고 전진하라 승리는 우리 것 깃발을 드높이 가슴을 쫙 펴고 횃불을 높이 들라 찬란한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만세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해리: 그만해! 자네 말대로 학창시절에는 달랐어. 내 자신이, 세상만사가, 별들과 태양이……. 생각나나. 밀트? 반 아이들이 날 뭐라 구 불렀나?
밀트: 토스트 스프.
해리: 아니 그거 말구.
밀트: 도스트예프스키.
해리: 그래 도스트예프스키. 부푼 가슴에 얼마나 열심히였나. 의과에다 희랍어 항상 책에 코를 박고 노트를 하고 계획을 짜고 설계, 새 아이디어와 새 분야를 조사하고……. (난간으로 달려가다 넘어진다.) 끝장을…….
밀트: 해리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봐! (해리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생명을 그렇게 싸게 취급하다니 그건 죄악이야, 죄악! 야! 덤벼, 덤벼! 사내한테는 배짱이 있어야지. 삶은 배짱이라 구. 해리! 사랑을 해!
해리: 사랑?
밀트: 인간적인 사랑. 옛 동창생에 대한 사랑. 그리고 여자…….
해리: 여자? 내가 뭐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온 줄 알아?
밀트: 뭐 때문에?
해리: 난 살수 없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야.
밀트: 아니 왜 그런 소릴 해. 근사한 짝을 만나기도 전에.
해리: 만나면?
밀트: 몰라?
해리: 내가 어떻게 알아?
밀트: 정말 몰라?
해리: (고개를 저으며 침통하게) 한 번도 없었어.
밀트: 아 해리, 해리 이때까지 살면서 사랑을 안 해봤어……. 그러구두 살았다구 해 (모래상자에 발을 디디고 서서) 그건 인생에 대한 모욕이야.
해리: (가로등에 오른쪽으로 나가는 길에 재킷을 집는다.) 사랑 그것에 대해 많이도 읽고 많이도 들었지 그러나 어디 있나 밀트 지구를 두 바퀴나 돌아 다녔어도 못 봤어 (재킷을 벤 취에 놓는다.)
밀트: (그에게로 가며) 정말 눈이 멀었군. 해리 멀었어. 그래 사랑의 힘이 없이 어찌 살아간단 말이야? 그건 인생에 대한 모독이라 구
해리: 그럼 자네는 아는 모양이군.
밀트: 물론이지 알 구 말 구 내 인생관을 물어보게 해리.
해리: 자네 인생관은 뭔가. 밀트?
밀트: 밀트의 인생관은 사랑이야.
해리: 사랑?
밀트: 사랑!!
해리: 만일 나도 기회만 있었다면…….
밀트: 물론이지 산다는 자체가 기회이거든. 우리가 이렇게 난 것도 기회……. 내 자넬 도와주지. 해리 좋은 여자를 만날 걸세 허허……. 두고 보세. 머지않아 자넨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감사할테니.
해리: 난 도저히 그런 일은 (그에게서 돌아서서) 인생, 별, 태양…….
밀트: 사랑
해리: 난……. (그는 갑자기 전주 모양 굳어져서 뒤로 넘어간다. 밀트가 잡고 넘어지지 않게 버틴다.)
밀트: 해리!! 해리!! 또 발작이야? (밀트는 벤치에 앉아서 해리의 굳은 몸체를 버티고 있다.) 아이고, 맙소사 해리……. 사랑을 하게 (그의 귀에다 소리친다.) 사랑!!
해리: (몸이 누그러지며 밀트 다리 사이로 빠져나온다.) 알겠어. 밀트 통했어 정말이야 (일어나며) 그 사랑이란 말을 듣자마자 내 몸 속에서 뭔가 녹자마자 갑자기 느껴지는데
밀트: (일어서며) 그것 봐 내가 뭐라 했나 기회를 잡게 기회.
해리: (신나게) 사랑의 기회.
밀트: 그렇지?
해리: 내가 큰 손해 볼 건 없겠지.
밀트: 없지.
해리: (난간을 가리키며) 그렇지만 원할 때 언제든지.
밀트: (그의 손짓을 흉내 내며) 물론이지 풍덩.
해리: 좋아 밀트.
밀트: (재킷을 들고 와서 해리에게 입히고 단추를 낀다.) 이제야 내 동창답군 자, 약속하게…….
해리: 하지.
밀트: 어리석은 짓 안 하기로
해리: (벤치에 앉는다.) 안 해.
밀트: 좋았어, 좋았어. (그 옆에 앉는다.) 세상에 사랑 같은 마술은 없다네. 해리 인생을 서로 계약하는 것 같거든 모든 걸 바꿔 놓구 시궁창에서라도 폴짝 구름위로 뛰어 오르지 난 말이지 난 결혼 당시보다 요즘 와서 점점 뜨거워지거든
해리: 자네……. 설마
밀트: 맞았어. 그런데 여편네가 이혼을 해 줘야지 (일어선다.) 기막히게 좋은 여자지 하지만 애처가면 무슨 소용이야 사랑이 없으면 남는 게 없어 스릴도 없고 흥분도 새 맛도 없구……. 봐 이 사진을 (명함판 사진을 꺼넨다.)
해리: 자네 부인인가?
밀트: 아냐, 아냐 새로 결혼하려는 여자야 린다라고 아무리 봐도 우아하고 동양적이야 아름답지 그 눈을 봐. 그 입을, 처녀성이 넘치는 관능미를. 아 자넨 내가 이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를 거야. 잠시라도 떨어지면 못 견디겠어. 이것이 바로 사랑의 고통이라는 거야.
해리: 왜 이혼을 안 하나?
밀트: 자넨 여자가 어떤지 몰라 "해" 하면 "안 해" 하고 "안 해" 하면 "해" 하고 그러니 내가 무슨 수로 그걸 해 내겠나 해리 날 보게 내가 가장 행복해 보이지 실은 가장 불행해 오 린다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해리: 왜 이러나 밀트.
밀트: (해리 팔을 어깨에 얹은 채 오른편으로 간다.) 자넨 사랑의 고통이 어떤 건지 상상도 못하네. 한 직장에 있으면서 서로 말도 못 건네고 쳐다보지도 못하고 (둘이 같이 왼쪽으로 간다. 해리가 이제 밀트의 어깨를 토닥거린다.) 만나기 위해 뒷골목으로 버스 주차장으로 시끄러운 바로 방황이니 그 심경이 어떤 건지 알겠나? 다른 여자 같았으면 난 벌써 차 버렸을 거야 그러나 요건……. 아 미칠 것 만 같다 (해리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해리: (그를 위로하며) 그렇게 실망할 게 뭐야 왜 자넨…….
밀트: (고개를 번쩍 쳐든다.) 해볼 대로 다 해봤어 다!! 그러나 이혼은 안 해줄 걸세 (비탄에 빠져 해리로부터 돌아선다.) 엘렌이 이혼을 하자고 해야만 일은 끝나는데 절대로 안 돼 (해리에게로 온다 해리는 거부하는 시늉으로 두 손을 쳐들고 벤 취 쪽으로 가서 앉는다. 밀트가 벤 취로 따라가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손을 잡는다.) 해리 나의 친구야 나의 옛 동창이여 (해리 손을 앞뒤로 잡아당기며) 싸움터로 나가는 우리 모교 총아들아 지체 없이…….
해리: (손을 빼며 밀트를 중단시킨다.) 아 안 될 말이야 안 돼 바라지도 말아
밀트: 자네 생명을 구해준 대가가 고작 이건가? 은혜를 생각해봐 단지 그 여자를 만나만 봐 달라는 거야 그냥 보기만
해리: 안 된다니까
밀트: (공손히) 도스토예프스키
해리: 소용없어 단념하라 구
밀트: 알겠어, 알겠어. 억지로 되는 일은 아니지 (재킷을 벗어 개키드니 벤 취 위에 놓고 알코브 왼편 난간으로 달려가 뛰어오른다.)
해리: (뒤 따라 달려간다. 그의 다리를 잡고) 밀트 왜 이러나 밀트?
밀트: 날 놓게!!
해리: 바보 같은 짓 작작하게
밀트: 한 여자와 살면서 다른 여자를 좋아하니 이젠 지쳐서 살수가 있나……. 내가 무쇠로 만든 사람인 줄 알아?
해리: 농담 그만하고 자.
밀트: 농담이라 구? 이래 두? (그는 혁대에 붙은 가죽 칼집에서 흉측하게 큰칼을 빼낸다 해리는 겁에 질려 춤추듯 뒷걸음질 친다.) 내가 오늘밤 이 외진 곳에 왜 왔는지 알겠어
해리: 응? 아니……. 설마
밀트: (난간에서 뛰어내리며) 엘렌이 나타날 걸세 알겠나? 내 처가, 자네 마음을 정하게. 만나주겠지.
해리: 안 돼 못 믿겠어. 그런 비겁하고 흉측, 자네 정말로 그 길로…….
밀트: 그럼 그렇고말고
해리: 아서 제발 그런 생각은 말아.
밀트: 그 여자야 나야 둘 중의 하나야 이 이상 참을 수가 없네. 자 날 놓게……. (그는 난간으로 치닫는다 해리가 그를 붙잡는다. 서로 씨름을 한다.)
해리: 안 돼 밀트! 밀트! 무슨 짓이야? (그는 밀트를 다리 위에 쓰러뜨린다.)
해리: 그럼 사랑은 어쩔 셈인가?
밀트: 사랑?
해리: 사랑. 조금 전까지 엮어대던 것 말일세. (그들은 선다.)
밀트: 인다!
해리: 그래 바로 린다말야.
밀트: 해리 만나게 제발.
해리: 린다를?
밀트: 아니, 아니 엘렌말야.
해리: 바보 같은 짓 안 하겠다 구 약속하나?
밀트: 하고말고. 그럼.
해리: 그리고 그……. (하고 칼은 뽑는 시늉을 한다.)
밀트: 이것은 염려 말게.
해리: 그럼 이리 (해리는 칼을 받아 갑자기 무의식적으로 돌아가면서 모래상자에 던진다. 칼이 꽂히며 빠르게 진동한다. 해리가 칼을 던진 것 같지만 사실은 기계장치를 써서 모래상자 속에서 다른 칼이 튀어나도록 할 수 있다. 해리는 자기 솜씨에 놀라서 뒤에 있는 밀트에게 넘어진다.)
밀트: (경이에 차서 모래상자 속에 꽂힌 칼을 보면서) 만나만 보게 해리 둘이서 잘 어울릴 거야 엘렌은 독서가야 책이란 책은 모조리 읽고 그림도 잘 그리고 기타도 치지.
해리: (밀트에게 재킷을 입히고 단추를 낀다.) 클래식이야 디스코야?
밀트: 뭐?
해리: 난 디스코야
밀트: 디스코고 뭐고 간에 엘렌은 잘 춰 일류야.
해리: 내 만나지 그러나 그뿐일세.
밀트: 아무렴 그뿐.
해리: 약속을 잊지 말게.
밀트: 결코 (엘렌의 발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들리지……. 엘렌이야 여기서 기다리게 내 데려올 테니까 (해리를 알코브 왼쪽으로 데려간다.) 여길 떠나면 안 되네 (밀트는 오른편으로 가서 등장하는 엘렌을 맞는다. 그녀는 밍크코트에 같은 색의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었다 악어가죽 핸드백과 구두 검은색의 스카프를 쓰고 색안경을 썼다 창 가리개로 만든 삼피트되는 그라프를 나무 곽 속에 말아 두었고 해리는 잽싸게 난간에 기대어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여보 꽤 늦었소. 걱정이 되잖아!! (그는 엘렌의 스카프와 색안경을 벗겨서 벤 취 위에 놓는다.) 당신이 깜짝 놀랄 일이 생겼어. 글쎄 옛 친구 해리와 딱 마주쳤지 뭐야 그 친구의 얘기를 말하든 것 생각나지? 응, 응? (그녀의 오바 단추를 끄르고 블라우스를 고쳐 입힌다. 꿇어앉아 스커트 밑으로 손을 넣어 속치마를 잡아당긴다.) 학교 때 한방을 쓰던 친구야 내 인사시킬게 여보. 그 사람 아주 좋은 친구라 구 당신과 금방 가까워질 거야 (그녀의 가슴 윗 주머니에서 빗을 꺼내 미용사 같은 재빠르고 꼼꼼한 솜씨를 과장하며 머리를 빗기고 후까지를 넣는다 말을 잇기 전에 한 동안 계속한다.)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보여줘야지 (그는 만족해서 콧노래를 한다 머리 단장이 끝나자 지갑에서 분첩을 꺼낸다 더 잘 보이도록 그녀를 가로등 밑으로 데려가서 얼굴을 뒤로 재 낀다 립스틱을 바른 후 휴지로 찍어내고 윗 주머니에서 꺼낸 루주솔로 뺨에다 연지를 바른다.) 정말 의외였어. 당신을 기다리려고 여기 오니까 바로 저기 저 난간에 기대있지 않겠오 내가 저 친구 얘기하던 거 기억나지? 학교 땐 수재였어 도스토예프스키라 불렀지 굉장한 녀석이야 아 기타를 기막히게 치고 그런데 지금은 변했어 너무 시련을 겪어서 골병이 들었대 그러니까 저 사람한테는 격려가 필요해 삶의 근본인 사랑이라는 거 말이야 참 혹시 발작을 일으켜도 놀래지 마오. 곧장 뻗거든 가엾은 친구 (그는 그녀 입 밑에 댄다. 그녀는 주저 없이 걷다가 침을 뱉는다. 밀트는 그녀 위에 서서 힘차게 마스카라에다 솔을 부 빈다 얼굴을 앞쪽으로 기울려 놓고 속눈썹을 칠한다.) 여기를 더 엑센트를 넣어야지. 당신의 그 신비스러운 눈에 깊고 동양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야, 기막히게 예쁜데? (마스카라를 지갑에 넣고 향수병을 꺼내 그녀에게 뿌린다.) 어디 봐 황홀한데 정말 미인이야 (향수병을 넣고 그녀 손을 잡는다.) 자 갑시다. 내가 소개…….
엘렌: (손을 뺀다. 화를 참으며) 안가요!!
밀트: 왜 기다리고 있는데도…….
엘렌: 기다리라지.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스카프와 색안경을 지갑에 넣고 벤 취 오른쪽 옆으로 놓는다.)
밀트: (난처하여) 여보…….
엘렌: 할 말은 몇 분도 안 걸려요 그리고 마지막이 구요 당신 어제는 다섯 시에나 집에 들어왔죠.
밀트: 여보 내가 말했잖아. 사무실에 붙잡혀 있었다고. 업자들이 온데다가 부장이 퇴근을 안 하니 어떻게 나만…….
엘렌: (날카롭게) 여보
밀트: 정말이야 엘렌.
엘렌: 거짓말 아니란 걸 증명한다고 내 마음이 풀리는 게 아니니 그렇다고 쳐 둡시다. 당신이 집에 없는 동안 이걸 만들었어요. (그녀는 그라프를 가로등에 건다.) 설명해 드리죠. (그라프를 끝까지 잡아당기고,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이 검은 수직선은 우리의 오 년 간의 결혼 생활을 달수로 풀이한 것이고, 이 푸른 수직선은 한 달을 일주일식으로 나눈 것 이예요. 자, 이 붉은 평행선이 푸른 수직선과 만나는 곳이 우리의 부분관계를 나타내요.
밀트: (몸으로 그래프를 가리킨다.) 여보, 이게 무슨 짓이야!……. (창피해서 주위를 둘러본다.) 이런 건 나중에 이야기하자 구.
엘렌: 항상 나중으로 미루죠. 하지만 지금은 안 돼요. 계속 할 테니 양해 허우. 당신도 이 그라프에서 보다시피 결혼 초에는 붉은 평행선이 푸른 수직선을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일주일에도 열네 번, 열다섯 번씩이 그러다가 점점 뜸해져서 결혼 후 십 팔 개월 째부터는 거의 없다 싶이 돼있지 않아요 마지막 칠월 이십 삼일 당신 누이 결혼 날이고 그 후론 한 번도 없어요. 할 말은 다했어요 (그녀는 그라프를 힘껏 끌어당겼다 놓으니 그라프는 깨끗이 각 속에 말려 들어간다 그라프를 가로등에서 내린다.) (그라프를 흔들어 보이며) 여기, 여기
밀트: (일어선다 팔을 벌리고 웃으며) 앉아 엘렌 그래도 당신 날 좋아는 하고 있지?
엘렌: (아직도 성이 나서) 좋고 싫고 가 문제야? 그런 케케묵은 소리 작작해요.
밀트: 음 (그에게서 그라프를 뺏으며) 정 이렇게 나온다면 한 가지 묻겠는데…….
엘렌: 말씀하시구려. 막진 않을 테니.
밀트: (승리한 듯) 맞았어. 나도 동감이야 자 그럼 우리가 이혼을 하기 전에 내.
엘렌: 이혼은 안 해요.
밀트: 안 해?
엘렌: 잘못만 고쳐나가면 되는데 왜 이혼을 해요?
밀트: 우리 문화인답게 행동합시다.
엘렌: 내가 하고 싶은 소리예요.
밀트: 좋았어. (정중하게) 여보, 저기 내 친구를 만나 보겠소?
엘렌: (딱딱하게) 아내의 의무란 말이죠?
밀트: 저분은 내 친구니까 정중히 대할 것과 그에게 베푸는 호의는 곧 내게 베푸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엘렌: 알고 있어요.
밀트: 됐어 더 할말은…….
엘렌: 없어요,
밀트: 좋아, 여기까지는 서로 합의 된 거지 (그라프를 무대 뒤쪽 벤 취에 놓고 해리에게로 간다.) 해리! 해리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이. (해리를 팔로 안고 엘렌에게로 데려온다.) 자, 해리 엘렌이야 그러고 해리구 (그들은 서로 멍하니 쳐다본다.) 엘렌 맨빌이고 해리 벌린이야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자 중간에 서서 두 사람 어깨에 팔을 얹는다. 빠르게 양쪽을 번갈아 본다. 그들을 끌어안으며) 가장 친한 동창생……. 가장 친한 마누나……. 이렇게 만나게 되길 몇 년이나 기다렸늘지……. (양쪽을 본다 두 사람은 꼼짝 안 한다.) 그럼 난 실례하겠어 (가운데서 빠져 나와 왼편으로 걷기 시작한다 멈춘다 해리의 팔을 잡고 왼편으로 끌어내어) 쉬 해리……. 여보게, 저어 집에서 돈을 안 가지고 나왔는데 오늘 오 불만 꿔주겠나?
해리: (구겨진 지폐 몇 장을 꺼내 한 장을 주면서) 이거면 되겠나?
밀트: 됐어, 됐어 그럼 이따가……. (호주머니에 돈을 넣는다.) 해리, 좋은 여잔데 몹시 시달렸다네. 이해해 보도록 해보게나. 서로 좋아질 거야 내 장담하지……. (코트를 집어 퇴장해 버린다. 어색한 침묵이 오래 계속된다. 엘렌은 오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한가치 물고 불을 붙인 다음 가로등 앞쪽에 기대선다 해리는 샤쓰 단추를 까고 재킷 주머니에서 기성 넥타이를 꺼내어 칼라에 멘다. 조심스럽게 재킷 단추를 끼고 바지를 턴다. 단장을 마치자 엘렌의 오른쪽으로 가서 한 손으로 가로등을 잡는다.) (죠 등장. 휴지통을 뒤져 쓰레기를 골라 지고 온 푸대에 담아 갖고 나간다.)
해리: 클레식입니까, 플레밍 코입니까?
엘렌: 플라밍고
해리: 내두요 (플라밍고 노래 몇 절을 부른다. 반응이 없다. 잠시 침묵. 해리는 객석 쪽으로 가리킨다.) 저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죠
엘렌: (쳐다 도안보고 자신의 고민에 빠져서) 알아요.
해리: 언제고 한번 가보고 싶군요.
엘렌: 싫어요.
해리: 싫어요.
엘렌: 싫어요.
해리: 싫을 수도 있지 (넥타이를 빼고 다시 주머니에 넣고 칼라의 재킷 단추를 끄르고 벤 취로 돌아가 앉는다. 침묵. 해리는 하늘을 쳐다본다.)
해리: 별이 하나 첫 별이군. 너무 희미해서 잘 안 보이는데 샛별 밝은 별 제일 먼저 나온 별 내 소원님의 소원……. (엘렌에게) 소원이 있으면 저 별에 말해 보시지
엘렌: 내 소원님의 소원 (한숨) 진작 동성연애나 할 걸.
해리: (담배를 끄고 발로 비빈다.) 진정해요 그렇게라도 해서 남자 행세를 하면 이런 비굴감은 느끼지 않을 테니 까요 (다시 가로등에 기댄다.)
해리: 그 노릇이 그렇게 간단치는 않을걸……. 첫째 여자 짝을 독점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엘렌: (침통하게) 간단하죠. 거짓과 위선만 앞세우면
해리: 둘째 요즘 이발 값이 대체 얼만 지나 아시오?
엘렌: 얼마든 문제가 아녜요. 이런 고민만 안 한다면 얼마든 무엇이든 지불하겠어요. (손을 들어 가로등을 움켜잡는다.)
해리: 지금 나 하구 같이 있고 싶지 않으면 안 있어도 괜찮아요. 내 밀트가 오거든 먼저 가더라. 구 전해줄게.
엘렌: 딴 할 일이 없는 걸요.
해리: 나도 마찬가지요 (침묵. 엘렌은 하늘을 쳐다보며 한 손으로 가로등을 짚고 한발을 기둥에 버틴 채 기대섰다. 그녀는 낮고 구슬픈 목소리로 처음에는 적게 거의 혼자 부르듯이 그러나 점점 감정을 넣어 노래 부른다. 벤 취에 앉아 몸 둘 바를 모르는 해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노래한다.)
엘렌: 사랑의 그림자가 내 가슴에서 지네 사랑은 나의 인생을 처음부터 울리나니…….
해리: 알고 있어 밀트가 얘기하더군.
엘렌: 울면서 호소해도 사랑은 날 비웃기만 하고…….
해리: 잘 해결 될 거요.
엘렌: (노래한다.) 왜 오셨나요? 왜 계셨나요?
해리: 그 친구와는 인내심이 필요하오.
엘렌: (오버를 열며 노래한다.) 왜 날 꼬였나요. 그저 데리고 놀려구 아 사랑 사랑 사랑 가슴에는 상처뿐이리
해리: (한숨을 쉬며 어깨를 추렸다 내린다.) 글쎄……. 그렇게 끝날 수도 있지.
엘렌: (눈에서 눈물을 닦는다.) 미안해요 오늘밤은 내 정신이 아닌가 봐요.
해리: 사과하지 말아요.
엘렌: (가로등을 떠나 주위를 둘러본다.) 밤공기가 좋군요.
해리: 비가 올 것도 같고…….
엘렌: (무대 앞쪽으로 가서 객석을 내다본다.) 저기가 얼마나 멀까요?
해리: 상당히 멀죠.
엘렌: 전 물이 무서워요. 수영을 못하니까 그러나 오늘밤은……. 달빛도 아름답게 비치고……. 뛰어들고 싶어요.
해리: 그런 말 아예 마세요.
엘렌: (다리 밑을 보며) 내 생활이 어땠는지 왜 이 모양이 됐는지 아세요? 세 살 때 부모들이 별거한 후 난 6개월씩 각각 마치 천덕꾸러기 괴나리봇짐 같이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았어요.
해리: 우리 부모는 아예 날 조부모에게 맡겨 버렸으니 사 오 년 만에 한 번씩이나 만났을까 지옥이었어. 엘렌, 지옥!
엘렌: 나보다 더 나쁠 순 없을 거예요 해리
해리: 나쁘다마다. 엘렌 더하다마다.
엘렌: 알코올 중독자하고 살아본 일이 있나요?
해리: 바로 우리 조부께서…….
엘렌: 손을 떨었어요?
해리: (흉내 내며) 떨었지.
엘렌: 그런 정도가 아니에요 종류가 달라요.
해리: 후레자식이란 소리를 들어봤소?
엘렌: 내겐 생일을 차려준 사람 두 없었어요.
해리: 생일? 난 소집영장이 나올 때까지 생일이 언젠지 몰랐소.
엘렌: 강간을 당할 뻔 한 적은 없죠?
해리: (심각하게) 그거야…….
엘렌: 겨우 열다섯 살 때 두 청년이……. 발버둥 치며 고함을 지르지 않았던들……. 겨우 열다섯 살에…….
해리: 어디지?
엘렌: 뭐가 요?
해리: 두 청년이 나타난 것이…….
엘렌: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충격적으로) 퀸즈의 으슥한 교외 버스정류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해리: (열렬히) 여자가 돼서 그런 으슥한 데는 왜 가 (엘렌은 해리에게로 간다.)
엘렌: 난 외로웠어요 해리! 난 항상 외로 왔어요. (해리는 무대 뒤쪽으로 가서 난간을 따라 오른 편으로 걷기 시작한다. 엘렌은 그의 소매를 붙잡고 따라간다.) 얘기 상대도 없었고 한곳에 오래 있질 못하니 친구 사귈 겨를도 없고 자기 세계로 빠져서는 책을 읽고 환상이나 하다 보니……. 나이보다 훨씬 숙성해 버렸죠. 절로 인생에 눈이 뜬 셈이죠. (엘렌이 쉴 새 없이 얘기를 하는 동안 그들은 무대 밖으로 퇴장했다가 다시 등장하여 알코브 왼쪽으로 간다.) 난 아주 냉정하고 타산적인 성격이에요. 날카롭게 파고드는 집중력과 빈틈없는 기억력을 남자들은 두려워했죠. 나와는 토론하기를 피하고 가까이 하기마저 꺼려했어요. 남성의 우월성을 위험했으나 배척 당한 셈이죠. 엘렌은 해리를 멈추게 하고 무대 앞쪽으로 온다.) 질문하나 해보세요.
해리: 1994년 빌 클린턴의 중간선거 결과는?
엘렌: 1994년 중간 선거에서 빌 클린턴이 이끄는 공화당은 민주당에게 대 으로 패배. 공화당이 이긴 주는…….
해리: (고개를 끄덕이며 엘렌과 악수를 한다.) 정말 반가웠소. 엘렌 난 저 꼭 가야 할 때가……. 밀트 오거든…….
엘렌: 제발 해리 있어줘요 가지 마세요. (그를 말린 후 다시 그와 함께 난간을 따라 오른쪽으로 거닌다.) 그래도 난 여자예요 사랑을 받고 싶고 애기도 갖고 싶고 중류의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고 싶어요. 해리는 뒤로 돌아 지친 듯 왼편으로 가서 난간에 기댄다. 엘렌 그런 줄 모르고 계속 오른쪽 끝까지 간다.) 모든 여성들이 되풀이하는 지겨운 일들을 그러나 상반되는……. (해리가 함께 없는 것을 의식하자 돌아서 그의 뒤를 쫓아가 함께 되자 계속한다.) 이 두 가지 성격을 어떻게 연결할 수가 있어야 조? 왜 고등교육을 받았을까요? 이렇게 부수적인 존재로 살 바에야 애당초 교육이 무슨 소용이에요?
해리: (화가 나서 모래상자로 가 앉는다.) 이젠 신념도 잃고 기력도 잃고…….
엘렌: (오른쪽으로 가서 벤 취에 앉는다.) 이젠 신념도 잃고 기력도 잃고…….
해리: 사랑은?
엘렌: 사랑?
해리: 사랑은 하면 되잖소?
엘렌: 글쎄요. 꼭 한번 해보긴 했지만
해리: 한번이면 족하지 남들은 한 번도 못하는데…….
엘렌: 여자를 몰라서 그래요. 애당초 사랑을 모르고 있던 여자가 덜 불행한 거예요 꿈! 여자에겐 현실보다 꿈이 더 필요해요. 그러나 사랑을 하게 되고 마침내 그것이 천하고 비꼬인 감정이 되어 비열과 증오로 변하는 순간 여자는 파멸이에요. 꿈을 잃고……. (이를 갈며) 동물이 되죠. 할퀴고 물어뜯는 복수심에 찬 작은 독종으로……. 자 이것 봐요 해리 자 이거 봐요! (그녀는 오버 안쪽에서 빵 자르는 긴 칼을 꺼내며 일어선다. 해리는 그녀 손에 쥔 칼에서 모래상자에 꽃 힌 칼로 눈길을 옮긴다.) 내가 왜 이것을 가지고 온지 아세요?
해리: 아니…….
엘렌: (왼편으로 가서 표독스럽게 허공을 찌른다.) 그래요 밀트 맨빌을! 이걸로 단번에 (해리는 일어나서 무대 뒤쪽으로 엘렌 오른편에 간다. 그녀는 그에게로 돌아선다.) 내게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알고 있어 (엘렌은 다시 왼편으로 돌아서며 공중을 찌른다.) 이제 더 못 참아요. 끝장을 낼 테야!
해리: 엘렌 진정해요. 그 친구는 그럴 가치도 없는…….
엘렌: (칼을 쥔 채 돌아섰기 때문에 해리는 찔릴까봐 펄쩍 뒤로 물러난다.) 내게 남는 게 뭐야? 난 쉽게 친구를 사귀지도 못해요 다시 시작할 수도 없고 오직 남은 길은 오직……. (칼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다리위로 쳐든다.) 이 길이야! (해리는 그녀 팔목을 양손으로 잡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