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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고 나서 기회가 주어 지면 언제든지 사용하려고 현영은 항상 흥분제를 지갑 한쪽에 숨겨서 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의외로 빨리 왔다.
현수가 퇴원하고 두 주일 후 토요일.
자기의 실수로 입원했던 현수의 퇴원을 축하하자는 현영의 제의를 그동안 미루어 오다가 오늘 집으로 가는 도중 신산리에서 가볍게 저녁을 먹자는 현수의 요구로 현영과 현수와 희수가 같이 집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시내 다방에서 만나 차 한 잔씩하고 막 의정부행 버스를 타러 가는데 ROTC 본부에서 전화가 현수에게 왔다.
어제 측정한 체력 단련 성적표 중 현수 것이 없다고 와서 확인하라는 것이다. 할 수 없이 현수는 학교로 들어가게 되고 기왕에 집에 가기로 한 것이니 집으로 가 신산리에서 자기가 저녁을 사겠다는 현영의 제안으로 현영과 회수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전 같이 현영이 끈적거리고 있으면 희수가 현영과 같이 버스 타는 것을 삼갔겠지만 숙영을 희수에게 소개하고 난 후부터는 현영의 희수를 대하는 행동이 쿨하여 진 것 같아 희수는 별 경계심 없이 같이 버스를 탔다.
희수와 둘이 되자 현영은 자기의 계획을 실천해 볼 찬스로 생각했다.
의정부에 도착하여 버스를 바꾸어 타기 위해 의정부 시외 터미널도 가야 했다.
서울서 신산리로 직접 가는 버스가 없기 때문이다.
터미널로 가는 도중 현영이 벽에 붙은 영화 포스터를 보더니 희수에게 영화 구경을 하자고 제의했다.
전부터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는데 마침 의정부 극장에서 한다며.
지난번 현수가 병원에 있을 때 현영의 청을 못 들어주어 미안하게 생각하고 또 그날 현영이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고 술집에 들렸다가 싸웠다는 소리를 듣고 더 미안해하던 희수는 그 제의를 거절할 수 없어 따라갔다.
영화 상영시간이 채 20분도 안 남았다.
영화관에서 음료수 캔 두 개와 팝콘을 사가지고 들어가며 기회가 되면 사용하려고 화장실에 들려 흥분제를 지갑에서 꺼내 손이 잘 닿는 호주머니에 넣었다.
영화관에서 자리를 찾아 앉자 희수가
“시간이 아직 남았죠? 나도 아주 화장실을 다녀와야겠어요.” 하고 나간다.
기회가 온 것이다.
희수가 화장실로 사라지자 현영은 다른 사람들이 눈치 못 채게 호주머니 속에서 약봉지를 푸려 한 손으로 약을 쥐고 음료수 캔을 들고 마시는 척하다가 물건을 떨어뜨린 것처럼 하며 의자 밑으로 몸을 숙이고 음료수 캔에 약을 넣었고 희수의 캔과 슬쩍 바꾸어 놓고는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희수는 화장실에 다녀와서 자리에 앉는다.
그런 희수를 현영이 바라보고 미소를 짓는다.
영화가 시작되고 팝콘을 먹던 희수는 목이 말라 음료수를 한 모음 마신다. 잠시 후 목이 칼칼해지며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낀 희수는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음료수를 몇 모음 더 먹는다.
그러자 몸은 점점 달아오르고 흥분이 되면서 자꾸만 현영이에게 자신이 다가가고 현영의 손을 잡고 싶고 현영에게 키스하고 싶고 현영에게 안기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구름처럼 일어나며 얼굴이 달아오른다.
얼굴이 붉어진 희수를 보고 희수의 변화를 알아차린 현영은 희수의 손을 잡고 어디가 아프냐며 걱정하는 척하다 희수의 상태가 더 심해지자
“갑자기 몸이 많이 아픈냐?”고 묻는다.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현상이 창피하여 희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몸이 안 좋으면 나가자”며 현영이 희수를 데리고 나온다.
밖으로 나오며 희수는 자기의 이상해지는 마음을 참으려고 인내심을 발휘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가슴이 뛰고 몸이 떨리며 흥분만 더 되어 간다.
마침내 희수는 거의 정신을 못 차리고 현영에게 매달리며 주위 사람들이 있건 없건 현영의 머리를 잡고 키스를 하려다 또 답답한지 옷을 벗으려고 난리를 피운다.
그런 희수를 간신히 말미면서 데리고 가까스로 영화관을 나온 현영은 마침 영화관 건너편에 있는 여관으로 들어갔다.
길을 건너는 동안에도 희수는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희수가 정신병자로 착각할 정도로 희수의 몸부림이 심해져 현영은 할 수 없이 희수를 안았다.
성적 욕구가 점점 심해지는 희수는 현영의 품에 안기자 목에 두 손을 감고 입술은 자꾸 현영의 입을 찾는다.
사전 지식이 없는 현영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흥분제를 음료수에 넣은 결과 과민 반응이 나온 것이다.
그런 희수를 간신히 달래어 여관방에 들어가 현영이 희수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해서 두려운 생각에 품에서 희수를 떼어 놓으려 하자 희수는 안 떨어지려고 하며 현영에게 달려들어 옷을 벗기고 자기 옷도 쥐어 뜨는 것같이 벗는다.
현영이 더럭 겁이 날 정도이다.
스스로 옷을 벗은 희수는 현영의 몸 위로 쓰러지며 열심히 현영의 몸을 탐닉한다.
의도적이었던 현영은 희수의 행동에 같이 흥분하여 기꺼운 마음으로 희수를 맞아드려 벌거벗은 미끈한 두 육체가 뱀이 똬리를 틀 듯 엉키어 괴성을 지르며 하체를 파도처럼 움직이며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기에 여념이 없다.
심한 격랑과 아랫도리가 파과 되는 전율 같은 통쾌감을 느끼고도 한참을 엉기어 있던 두 사람이 나누어졌다.
두 사람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희수의 아래에는 희멀건 용액에 섞어 선홍색의 맑은 피가 흐른다.
격랑이 지나고 한참을 눈을 감고 누어서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희수가 눈물을 삼키며 일어나더니 후다닥 욕탕으로 들어가서 물을 틀어 놓고 막혔던 울음보를 터트린다.
내가 어째 한낮에 그것도 현영과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어째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현영이 무슨 술책을 부린 것이 틀림없다.
나는 이제 어찌해야 하는가.
19년을 간직해온 자기의 순결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빼앗기다니.
내가 똑똑하지 못하고 정숙하지 못해 현영의 술수에 놀아나다니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가?
왜 진작 현영을 떨쳐버리지 못해 오늘 이런 꼴을 당했는가?
내가 좀 더 강단이 있었으면 현영을 떼어 버렸을 텐데
영섭이 군에서 돌아오면 어떻게 얼굴을 본단 말인가?
영섭을 생각하자 정조를 잃어 챙피하단 생각보다 이제 영섭을 어떻게 대 할까 하는 생각이 희수를 더 괴롭힌다.
그리고 진작 현영과 헤어져 멀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마음이 구름처럼 일었으나 이제는 모두 소용없는 것이다.
희수와 관계를 맺고 흐뭇한 마음에 누워있던 현영은 희수가 오랫동안 욕탕에서 안 나오자 걱정이 되어 욕탕 문을 열어 보았으나 문이 잠겨있다.
“희수야 나와, 내가 잘못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너를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도록 내가 너를 사랑한다.”
그러나 욕탕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희수야! 이제, 그만 나와. 내가 이렇게 빌게. 그리고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도 알잖아.”
화장실 문틈에 대고 이렇게 빌고 있던 현영은
희수가 갑자기 문을 열고 나오는 바람에 열리는 문에 머리를 맞아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는다.
욕탕을 나온 희수는 현영을 노려보다가 힘없이 허물어지며
“야비한 사람.”
하고 한마디 하고는 다시 눈물을 흘린다.
“희수야! 울지 마라. 아까도 말했지만 너를 너무 사랑하기에 이렇게 해서라도 너를 갖고 싶었어.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너를 책임질게. 우리 내일이라도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리자. 평생 너만을 사랑할 거야.”
희수는 아무 말 없이 주섬주섬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온다.
현영도 희수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희수는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탔다.
현영도 할 수 없이 희수를 따라 버스를 탔다.
서울에서 전철을 바꾸어 타고 친척 집에 올 때까지 현영이 희수의 마음을 위로하려고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희수는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없다.
희수를 데려다주고 하숙집으로 오며 현영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면서도 나하고 몸을 섞었으니 이제 내 친구라고 생각하는 영섭이에게는 못 갈 것이고 그러면 희수를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혼자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서울에 와서도 희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아니 아무 생각도 하기가 싫다.
현영이 미운 생각이 들수록 영섭이 야속한 생각이 든다.
영섭과 계속 연락이 되었더라면 현영의 술수에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으리라 또 현영도 자기를 그렇게 쉽게 여기지 않고, 자기도 현영을 더 경계했으리라는 생각이 계속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걱정이 되는 것은 영섭이 돌아왔을 때 영섭을 어떻게 대하냐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영섭이 제일 친하게 생각하는 현영이에게 몸을 허락했으니, 그것이 강제적이던, 자발적이던.
그런 일이 있고 나서 현영은 의기양양하여 거의 매일 희수를 찾아왔다.
희수가 이제 피할 수 없이 자기의 애인 됐다는 회심의 미소를 띠며.
처음에 희수는 현영을 피하여 전화가 와도 찾아와도 안 만났다.
그러나 그럴수록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현영은 더 끈질기게 찾아왔고, 그리고 자기를 만나주지 않으면 자기들의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을 한다.
‘요즘 세상에 정조가 중요하냐 마음이 문제지’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시골에서 자란 희수는 아직도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조 관념이 강했고 현영도 이점을 노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현영의 협박에 못 이겨 정말 현영이 현영과 그렇게 된 일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현영과 영섭의 친구들 입을 통해 영섭의 귀에 들어갈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서 처음에 현영을 한두 번 만나게 되더니 나중에는 자연 횟수가 늘어났다.
현영은 희수를 데리고 다니며 의도적으로 희수를 자기 친구들에게 애인이라고 소개한다.
이것도 처음에는 희수가 반대하며 친구들에게 그렇게 소개하면 안 만나겠다고 했지만, 현영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사람의 습관이란 이상한 것이어서 회수가 거듭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희수도 자연스럽게 받아 드려지게 됐다.
이렇게 된 것에는 영섭에게서 소식이 두절 된 것도 한몫했지만.
현수의 눈에도 희수와 현영의 관계가 이상해진 것 같다.
희수를 대하는 현영의 태도는 더 당당해진 것 같고 희수는 현영에게 무슨 잘못을 저지른 사람 같이 저 자세이다.
그래서 현수가 둘의 관계가 전 같지 않다고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면 현영은 빙그레 웃기만 하고 희수는 얼굴을 붉히며 현수를 외면한다.
그러는 두 사람을 보며 현수는 머리를 외로 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친척 오빠지만 희수가 현수에게 어떻게 그 일을 말하겠는가.
이후로 현영은 완전히 희수의 애인으로 자처하였고 현영의 방식으로 희수를 대하며 자주 선물을 사주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여행도 데리고 다니며 희수를 극진히 위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처음에는 현영의 협박으로 현영을 어쩔 수 없이 쫓아다니던 희수도 마음이 매몰차지 못하여선지 현영의 정성에 감동하며 조금씩 현영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되면서 둘의 사이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곤 둘이 가끔 여행지에서 또는 현영의 하숙집에서 몸을 섞는 일도 있었다.
한번 허물어진 성은 언제든지 점령이 가능한 것인가 보다.
이제 희수는 누가 보아도 현영의 여인이다.
다음 해 3월 현수와 현영은 소위로 임관이 되어 군에 들어갔다. 광주에서 훈련을 마친 현영은 운 좋게도 서부전선으로 배속받아 문산 근처의 00사단 공병대 소대장으로 배속을 받았다.
그래서 주말이면 서울로 외출이 가능하여 군에 입대하고 광주에서 훈련을 받는 기간과 자대에서 자리를 잡는 기간을 합쳐 약 4개월여 후에는 주말이면 서울에 외출하여 희수를 만날 수 있었고 그러면서 두 사람은 나름대로 애정을 키웠다.
현영의 생각 같아서는 희수와 결혼하여 살림을 차리고 싶지만 이제 대학 2학년인 희수와 지금 결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희수와 희수네 집은 물론 자기 집에서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해 9월 가까워 오면서 희수는 다시 고민에 빠진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영섭이 제대하여 올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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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구리 천리향님!
무혈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보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