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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런 시시한 일에, 자신의 일도 아니고, 그저 타인의 무사를 통해서가 아니면, 그런 식으로 웃을 수 없다.
언젠가 중얼거렸던 말.
내가 웃고 있어주는 쪽이 기쁘다, 라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런 말을 했었다.
「————————」
돌아버리겠다.
그걸로, 정말로 미쳐버릴 것 같이 되어서,
「시로……!?」
있는 힘껏, 세이버를 끌어안고 있었다.
「시, 시로……! 가, 가가갑자기 무슨……!」
안겨진 채로, 내 몸을 떼어내려고 발버둥친다.
그걸 무시하고, 한층 강하게 세이버를 끌어안았다.
「윽———! 시로, 그만두세요……!
무슨 작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장난에도 정도가 있습니다……!」
거부해 오는 팔.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목소리가, 들릴 것 같냐.
「시로, 적당히————!」
세이버의 팔이 올라가서, 내 머리를 때리려고 한다.
거기에.
「———이제 됐어. 됐으니까, 자신을 위해서, 웃어야지」
최대한의 마음을 담아서, 짜내듯이 입 밖에 냈다.
「에—————시, 로……?」
그녀가 어째서 주저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저, 쌓인 것을 토해낼 뿐이다.
「———그런, 어째서」
……그녀가 성배에 구애되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납득 따위 할 수 없다.
나는 세이버가 인간다운 즐거움을 알아주었으면 하고, 모른다면, 그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두를 위해 계속 싸워왔다면.
행복하게 만든 사람들 분만큼, 너는 행복해져도 되니까.
「당신이, 울고 있는, 건가요————」
「————————윽」
듣고서, 눈이 젖어 있는 것을 알아챘다.
슬프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분할 뿐이다.
타인을 위해서 밖에 웃을 수 없는 세이버가 분해서, 너무나도 열 받아서, 머리가 맛이 갔을 뿐인 것————
「……세이버. 이제 충분한 거 아니냐. 너는 노력했잖아. 혼자서도 끝까지 싸웠잖아.
그렇다면———세이버가 행복해지지 않는다니 그런 건 잘못이야.
너는 훌륭히 맹세를 지켰어. 그렇다면, 이대로 알트리아로 돌아가도 괜찮을 거야」
「무————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아직도,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당신은」
「아아, 계속 말할거야……! 그런 건, 반해버렸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네가 생각을 바꿀 때까지, 절대로 포기 따위 하지 않을 거야……!」
소리지르고, 날뛰는 세이버를 억누르듯 끌어안는다.
「아————」
……떨쳐내려고 하는 세이버의 힘이, 약하다.
그녀는 내 팔 안에서 몸을 오그라들게 하고, 도망치듯이 시선을 돌렸다.
「……시로. 절 곤란하게 하지 말았으면 해요.
……아무리 마스터라고는 해도, 이런 일을 당하는 건, 불쾌합니다」
「세이버가 싫다고 하면 금방 떨어질 거야.
……나는 좋다고 제대로 말했어. 세이버가 나는 안 된다고 한다면, 이대로 손을 놓을게」
「윽…………」
세이버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얼굴을 숙이고, 내 시선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시로는 비겁해요. 제 과거를 알고, 제 안에 몇 번이고 들어왔어요. 제 대답 같은 건 당신은 알고 있을 텐데, 어째서———그렇게까지, 저한테 상관하는 건가요.
……제가. 어느 정도의 죄를 쌓아왔는지, 당신은 봐 왔을 터인데」
———그래, 봐 왔다.
왕의 이름 아래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고, 많은 적을 죽여왔던 것을.
그걸 못 본 척할 생각도, 없었던 일로 할 생각도 없다.
그래도, 그걸 알고도 더욱, 알트리아라고 하는 소녀가, 행복해졌으면 한다.
「———그게 어쨌다는 거야. 이 감정이 뭔지는 몰라. 나는 그저, 세이버를 이대로 둘 수 없을 뿐이야.
세이버는 웃어 줘. 나는 더, 주욱 세이버와 함께 있고 싶어」
어린애 같은 일방적인 고백.
세이버는 고개를 숙인 채로 입술을 깨문 뒤.
「……제 대답은 변하지 않습니다. 왕의 맹세는 깰 수 없어요.
어울리지 않았다고는 해도, 저는 왕으로서 나라를 맡았습니다.
그 책무를 다하지 못했는데도, 이런……이런 자유는, 용납되지 않아요」
그날밤 마지막 전투를 위해서 마력회복을 위해 또다시 세이버와 마음이 이어졌다.
그때만큼은 자신을 왕이아닌 여자로써 대해준것같았다.
「……마력의 보충은 완료했습니다. 이것으로, 내일부터 당신의 서번트로서 싸울 수 있어요」
「세이버」
「……지금은 그것뿐입니다, 시로. 제 역할은 당신의 몸을 지켜내고, 성배를 손에 넣는 것. 싸움을 끝낼 때까지, 그 이외의 것 따위 생각할 수 없어요」
「————그건」
「……그렇죠, 시로. 그럴 것이, 당신은」
「이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 싸운다고 결심한 거니까」
긴장한 목소리가 어둠에 울린다.
「………………」
그것은, 반론할 방도가 없는 한 마디였다.
우리들의 문제를 어떻게든 하고 싶으면, 그 전에, 이 싸움을 끝내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세이버를 노리는 그 남자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세이버를 지키고 뭐고 없다.
————하지만.
그 영웅왕을 쓰러뜨릴 수단이, 우리들에게는 있다는 건가.
「————————」
「————————」
……서로 입을 다문 채로, 아주 고요한 어둠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완연히 지친 몸이 휴식을 원해서, 눈꺼풀이 무거워졌을 때.
「————에?」
꾸욱, 하고, 손바닥에 전해지는 감촉이 있었다.
「세이버……?」
「……네. 생각하는 건 내일로 하죠, 시로.
내일이 되면 좋은 생각이 떠오를지도 모르고, 게다가」
———지금은, 이렇게 잠들고 싶다, 라고.
손바닥을 맞대고, 그녀는 말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었어」
「……네, 잘 자요, 시로. ……눈을 뜨면, 이전의 우리들로 돌아가죠」
바로 가까이에, 손을 뻗으면 끌어안을 수 있는 거리에서, 얼굴 마주 대고 눈꺼풀을 닫는다.
……마지막으로 눈에 비친 세이버는, 따뜻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것이 한때의, 이 밤에만 보여주는 약함이라도 상관없다.
지금은, 잡은 손바닥의 감촉이 따스하다.
그것만으로, 지금은 그것만으로 너무나도 충분해서, 아주 만족한 잠에 빠진다.
————싸움의 끝.
모든 것이 끝난 뒤, 이 손은, 잡은 채로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어떤지도, 알지 못한 채로.
눈을 뜨자, 해는 완전히 떠 있었다.
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은 어두워서, 방은 어두침침하다.
아직 어젯밤이 계속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어서, 붕, 하고 기세 좋게 머리를 흔들었다.
「……밖은 흐린 건가. 어쩐지 눈이 안 떠지더라」
잠이 부족했던 몸은, 방이 어둡자 좋아라고 충분히 수면을 취한 듯 하다.
보아하니 시계는 오후 1시를 지나고 있다.
이렇게까지 늦게까지 자면, 이미 늦잠 레벨이 아니다.
「세이버, 깨 있냐……?」
「————————————」
대답은 없다.
세이버는 내 옆에서, 약간 등을 굽히고 잠들어 있었다.
이쪽은 잠기운만 없어지면 눈을 뜨지만, 세이버에게는 마력의 회복도 있다. 지금까지의 수면시간으로 볼 때, 저녁 때가 될 때까지 일어나지 않겠지.
세이버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해서 방을 나왔다.
지금은 무리하게 깨울 필요는 없겠지.
승부는 밤이 되고 나서다.
랜서건 길가메쉬건, 해가 떠 있는 동안에 나타나는 일은 없겠지.
「…………」
그러니,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랜서는 어쨌든, 길가메쉬는 반드시 오늘밤도 나타난다.
떠날 때에 보인 그 살기와, 녀석의 성격으로 보건대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어떻게 하지.
무한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숫자의 보구를 가지고 있고, 그 중의 하나는 세이버의 엑스칼리버조차 웃돌고 있다.
예를 들면, 분명히 버서커는 쓰러뜨리는 게 곤란한 강적이었지만, 비록 열세이긴 했어도 싸움은 됐었다.
서서히 눌려가는 상황에서, 역전의 가능성을 찾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녀석은 다르다.
지금의 우리들의 능력으로는 싸움조차 되지 못한다.
그 에아라고 하는 보구를 정면에서 저쪽이 쓰면, 그것만으로 전멸이다.
「————수를 생각해야지. 일몰까지 시간이 없다」
혼자서 고민하고 있어도 출구는 없다.
나에게도 세이버에게도 토오사카에게도 대항책이 없다고 한다면, 남은 건————
「……교회. 감독인 그 라면, 무언가」
현상을 타개할 대책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영웅왕 길가메쉬.
저번 성배전쟁의 생존자인 그 서번트에 관해서, 코토미네 키레는 어떠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었다.
우리들은 대항책을 찾아내지 못했지만, 그 신부라면, 이미 어떠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덕길을 올라간다.
하늘은 회색 구름에 덮여 있었다.
「————————」
……언덕 위에는, 교회 밖에 없었다.
사람 모습은 없고, 새의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슴푸레하게 어두운 하늘 탓인가.
그것은 신성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불길한 것으로 보였다.
비유한다면 처형장.
저 긴 언덕을 올라와, 이 넓은 광장을 넘어서, 신 앞에 죄를 고발 당하고 지옥에 떨어진다.
「뭐야. 사실이니 비유가 아니잖아, 그거」
원래부터 교회는 사람이 죽는 곳이다.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지만, 동시에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곳이기도 하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로 말하면, 여기 정도로 죽음에 잠긴 장소도 없겠지.
「————————」
바람이 차다.
옷깃을 조이고, 교회 계단을 올라갔다.
「코토미네, 할 말이 있어서 왔다」
예배당에 발을 들여놓는다.
광장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사람의 모습이 없다.
「————코토미네?」
또 안에 있는 걸까.
의자 사이를 지나서, 제단으로 걸어간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마른 소리가 예배당에 메아리 친다.
소리가 울리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는지, 겨우 한 사람의 발소리가, 무서울 정도로 공간을 점해 간다.
「……코토미네. 없냐」
목소리를 낮춰서 신부의 이름을 부른다.
……이상한 이야기다.
사람을 부른다면 큰 목소리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는 안에 있을 테니까, 큰 목소리가 아니면 들리지 않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발소리도 작게, 기척도 억누르면서 나아가고 있었다.
……이 예배당이 너무나도 엄숙하기 때문인가.
자신의 존재를 뚜렷이 한 그 순간, 무언가 잘 모르는 것에 둘러싸여, 신을 더럽힌 죄인지 뭔지로 목을 베여버릴 것 같은————
예배당을 지나서 안뜰로 나왔다.
「……분명히, 코토미네의 방은————」
발소리를 죽이면서 통로를 지난다.
교회의 내부는 복잡해서, 코토미네의 방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한 번 뿐인 기억은 애매해서, 솔직히, 도달하지 못할 거라고 자신도 알고 있었다.
「————————」
무언가,
호흡을 가다듬는다.
목은 칼칼하게 말라서, 숨 쉬기 괴롭다.
어째서,
통로는 차가운데도, 이마에는 땀이 난다.
목소리를 죽이고, 전신으로 주위의 기척을 찾는다.
이렇게나,
……이유를 모르겠다.
왜 목소리를 죽이고 걷고 있는 건지, 왜 이렇게나 심장이 동요하는 건지. 왜——
여기서, 싫은 예감 따위 느끼고 있는 건지.
「————————」
머릿속에서는, 아까부터 같은 말이 루프하고 있다.
돌아가. 돌아가. 돌아가. 돌아가.
코토미네는 없어. 그렇다면 여기에 볼일은 없어. 혼자니까 집에 돌아가. 네 선택은 틀렸어. 네 행동은 틀렸어. 돌아가. 돌아가. 돌아가. 돌아가. 너를 위한 거야. 여기에는, 교회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집에 돌아가————!
「윽————, 하————」
기분이 나쁘다.
구역질이 난다.
이럴 때, 자신의 오한은 올바르다.
“몸의 위험”을 눈치채는 감각은, 반쪽 짜리 마술사치고는 훌륭하다.
그래서, 발이 멈추지 않는다.
심박수를 올려가는 심장을 억누르면서, 코토미네의 방을 찾는다.
그리고, 그 어둠에 맞부딪쳤다.
「————지하…………?」
어둠 속에 보인 것은 계단이었다.
벽과 벽 사이, 건물의 그늘에 들어가 있어서, 보통 때라면 못 보고 지나쳐버릴 우묵한 곳에, 좁고 좁은 계단이 있다.
「————————」
내려가서는 안 된다.
내기해도 좋다.
거기에 코토미네는 없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
거기에 시체 따위 없다.
거기에 시체 따위 없다.
거기에 시체 따위 없다.
거기에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된다————!
「————윽」
목줄기가 경련한다.
나는 그 어둠에, 발을 들여놓았다.
돌로 만들어진 방이었다.
불은 꺼져 있는데도, 방 그 자체가 생물처럼, 어슴푸레한 인광(燐光)을 띄고 있다.
「———지하……성당……?」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성당에는 먼지나 곰팡이 등의 더럽혀짐이 없다.
……어느 정도 깊이인 걸까.
내려온 계단을 올려다 본다.
계단은 벽에 붙어서 만들어져 있고, 빙글 호를 그리고 있었다.
딱 반달을 그리고 있는 건지, 정면 심볼의 바로 위———높이로 치면 10미터 정도 위치에, 내려온 계단 입구가 보였다.
「————————」
불빛이 없기 때문인가.
완만하게 호를 그리며 지상과 지하를 잇는 계단은, 이 성당을 기어 다니는 지네나 다른 어떤 것을 연상시킨다.
「…………응?」
그리고, 그 문을 알아챘다.
계단 아래.
정면의 심볼. 그 정반대 벽에, 검은 어둠이 뚫려 있다————
끌리듯이, 그 어둠에 다가갔다.
입구 같은 것을 넘어, 그 실내로 발을 옮긴다.
젖어 있는 건가.
바닥은 질퍽한 감촉이라, 굉장히 걷기 힘들다.
이전에, 학교에서 수영장 청소를 했을 때와 비슷하다.
물이끼가 바닥 가득히 껴 있어서, 걸을 때마다, 복사뼈까지 썩어 들어가는 듯한 감각.
「————————윽」
들여놓은 발이 멈춘다.
바닥이 기분 나쁜 것에 겁을 먹은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강한 자극성 있는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무의식 중에 코를 막는다.
냄새는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영속적인 것인 듯 하다.
……비린내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화약도 아니다.
이건———포르말린, 일까.
그렇다고 하면 취해버릴 정도의 약품 냄새가, 이 방에는 진흙처럼 침전되어 있다————
「————————」
지하에 발을 옮긴 시점에서, 감각 따위 진작에 마비되어 있었다.
긴장도 오한도, 이미 느끼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심장은 2배로 부풀어오른 것처럼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고,
손발의 감각은 산산이 부서져갈 것 같을 정도로 꾸물거리고 있다.
그리고, 가장 최악인 것은.
이 어둠에, 눈이 익숙해져 버렸다는 것이었다.
———어둠이 엷어진다.
똑, 하고 어디선가 물방울이 떨어진다.
그것이 개막의 신호였는지.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그것이, 한 순간에, 망막에 새겨졌다.
「아———————————————————————」
그것은.
어딘가 본 기억이 있는, 살아서 보는 지옥이었다.
시체가 있다.
시체가 있다.
시체가 있다.
시체가 있다.
전후좌우 온갖 곳에 시체가 있다.
자욱이 낀 죽음의 냄새를, 몇 겹이나 되는 약 냄새가 빈틈없이 덮어버린다.
물방울 소리는 링겔 소리였다.
똑똑 하고 떨어지는 물은, 시체들의 입술에 전해지고 있다.
칠칠치 못하게 열린 입은 물방울을 받고, 벌써 몇 년이나 그런 상태겠지, 입술은 불고, 썩고, 그 중에는 턱 살이 썩어 문드러진 것까지 있었다.
「아————————아」
거짓말이야, 라고 생각했다.
이런 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을 속일 수 없다.
그런 건, 첫눈에 눈치챘다.
이 정도 망해가 있는데도.
여기에는, 죽은 사람 같은 건 한 명도 없다는 것에.
「————————————살아, 있어」
살아있었다.
시체로밖에 보이지 않은 그것들, 과거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던 그것들은, 지금도, 어엿이 살아있었다.
……옛날, 어디선가 본 뉴스를 생각해 낸다.
그건 고래 이야기였다.
고래에 삼켜지고 1개월 간 살아남은 남자 이야기다.
그 엄청 큰 생물은, 그 크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엄청 큰 소화기관을 가지고 있다.
걸작인 것은, 그게 2개 있다는 것.
첫 번째 위는, 삼킨 물고기를 보존하기 위한 밥통.
그 다음에 있는 게 위장으로, 밥주머니에 모아둔 대량의 생물을 소화하는 진짜.
그래서, 고래한테 먹힌 남자는, 전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산소가 희박하고 비린내 나고 따뜻한 고기주머니 속에서, 천천히 몸이 녹아가면서도 1개월 살아났다던가 뭐라던가.
물고기 시체가 산처럼 쌓여있는 속, 옷도 털도 녹으면서 1개월, 언제 위장으로 보내질지 알 수 없는 두근두근 속의 1개월이다.
그래서, 어딘가의 어부들이 고래를 해치우고, 안에 든 걸 해체하고 있었더니 위장에서 우주인 같이 매끈매끈하고 물컹물컹한 인간이 튀어나와서 놀랐다던가 하는 이야기.
———아아.
그것도 비참한 이야기지만, 이쪽도 지지 않는다.
「——————————, 아」
어떻게 살아있는 것인가.
시체는 그 어느 것이나 다 기형으로, 너무나도, 사람으로서의 결손이 많았다.
손발이 없다.
잘린 것,
말단에서부터 부패해서 뼈만을 남기고 있는 것,
으깨져서 돌바닥 사이에 떨어진 것,
벽에 박혀서 벌레들의 모판이 된 것.
그 경위는 어떻든, 그들에게는 몸통과 머리 밖에 존재하지 않았고, 그것조차도 고목처럼 너덜너덜했다.
「————————————」
이유를 조사할 필요도 없다.
시체는, 저 관에 먹히고 있다.
어떤 시스템인지는 알 수 없다.
시체는 관에 용접되어, 관은 시체로부터 양분을 빨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생명의 흐름.
마력, 아니 혼에 가까운 것을 관은 착취하고 있다.
조금씩조금씩.
기생한 것을 죽이지 않도록, 기생한 것을 살리지 않도록.
……흐느껴 우는 듯한 바람 소리.
그건 시체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비명인 듯 하다.
그들의 목은 이미 퇴화되어, 목소리를 낼 정도의 기능은 없다. 그건 이미, 살아 남는 것만을 위한 기관으로 영락(零落)해 있다.
그래도, 시체는 울부짖고 있었다.
모기 우는 소리로, 힘껏 절규를 계속 지른다.
———아픔과 불안인지.
살아있으면서도 몸을 씹히면서, 조금씩 자신의 형태를 잃어가는 것에 견디지 못하고, 그들은 단말마를 계속 지르고 있다.
「██████████」
소리가 났다.
바로 앞의 관이 허덕인다.
덜렁, 하고.
목을 이쪽으로 기울이는 바람에, 안구가 밖으로 흘러 떨어진다.
그래도———그것은, 나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
불어터진 입술이, 미미하게 흔들린다.
그것은, 소리가 나지 않는 목소리로,
여기는 어디
하고 물어왔다.
「————————————————」
소리지르기 일보직전.
아니, 소리치는 것조차, 이미 할 수 없다.
여기는 어디.
아파도 아니고, 구해줘도 아니고, 그것은, 왜 자신이 이런 곳에 있는지 모르겠다, 라고 물어왔다.
요컨대, 그건가.
저 애는, 정신이 들어보니 저렇게 돼 있었던 건가.
평범하게 살아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잠들어서, 눈을 떠 보니 이런 곳에서 허덕이고 있다.
손발은 이미 없고, 저런 관에 수납되어,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단부터 썩어서————이런 건 악몽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질문.
「——————————」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이 광경에도, 이 참상에도.
다만, 어째서.
낯설지, 않은 걸까.
본 적도 없는데, 시체의 얼굴은 어느 것이나 낯설지 않았다.
처음 보는데.
알 리도 없는 상대인데.
자신과는 관계 없는 인간인데, 어째서.
모두, 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내가 알고 있는 것처럼)
바라봐 오는 것인가————
「아————————아, 아———」
그것과, 의문은 또 하나 있다.
단지 우연인 것인가, 그것이 공통점인 것인가, 제물은 그렇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 시체는, 전부 같은 나이의 어린애인 것인가————
————그러자.
「이야————잘 와 줬다, 에미야 시로」
돌연.
등뒤에서, 친한 친구에게 인사를 하는 것처럼, 턱, 하고 두 어깨가 두들겨졌다.
「————————!」
너무나도 놀라서 몸이 경직되고, 돌아보는 것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등뒤에 선 남자가 누구인지는 볼 필요도 없었다.
코토미네 키레.
이 교회의 신부, 눈앞의 지옥을 만든 남자,
그리고————지금, 가장 만나서는 안 되는 악마.
「정말 운이 없군. 슬슬 네가 올 때쯤이라고 생각해서, 식사 준비를 하러 간 게 안 좋았군.
그, 저번에는 변변한 대접도 못 했잖나?
내 나름대로 신경을 썼는데, 엇갈려 버렸나」
「————————」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두 어깨에 묵직하게, 신부의 손이 놓여있다.
「하지만 불법침입은 탐탁지 않은걸. 그런 걸 하면, 보지 않아도 좋을 걸 봐 버릴 처지에 빠지지.
예를 들면, 그래. 서로의 관계를 백지로 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진실을 보게 된다던가」
신부의 목소리는, 들은 적도 없을 정도로 즐거움이 느껴졌다.
등뒤에 서서, 내 두 어깨에 손을 놓은 코토미네 키레는, 틀림없이 웃고 있다.
「————————」
그래서.
그것이, 비할 수 없을 만큼 무서웠다.
「왜 그러나, 에미야 시로. 이야기를 하러 온 거지, 아무 말 않고 있으면 의미가 없다. 맥빠지는걸. 그 정도로 이 광경이 기괴한가」
신부는 친근한 목소리로, 인간미가 없는 말을 입에 담았다.
이 남자는, 이 광경을 앞에 두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는 건가.
「으————————」
이것이 기괴한가 라니, 그런 건 말할 것도 없을 텐데————!
「뭐야, 그거 차가운걸. 너에게 있어서는 불쾌해도,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는 것이 정이잖나.
애초에, 그들과 너는 형제 같은 거다. 네가 그런 태도여서야, 그들도 보답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에?」
지금.
이 남자는, 즐겁게 무슨 말을, 입에 담았나.
「————너. 지금, 뭐라고」
「이 시체들과 너는 동료였다, 라고 말한 거다.
모양은 어떻든, 너희들은 그 지옥에서 생환한 자들이다. 혈육의 이어짐은 없어도, 그 인연은 형제의 인연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그래. 낯익다고 생각한 건, 그런 이유인가.
이건 10년 전의 사건의 연장선이고,
여기는, 그 병실의 연장선이었다.
————머리가 돈다.
집도 부모도 잃은 아이들.
입양해 줄 곳을 찾을 때까지 고아원에 맡겨진다는 이야기.
그 전에 나는 에미야 키리츠구에게 맡겨졌고, 그 뒤,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몰랐다.
아는 것도 피하고 있었다.
고아원은 언덕 위에 있는 교회이고, 그럴 생각이 있으면 언제라도 어떻게 지내는지 보러 갈 수 있었다.
그래도 발을 옮기는 건 주저됐다.
입양 받은 자신이, 입양해 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과 만나는 건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만나는 건 거리에서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나서, 당연하게 이야기를 하고, 불 따위 일은 극복해 있다.
그런 재회를 기대하면서, 좁은 도시니까 언젠가는 얼굴을 마주할 일도 있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으면서————어째서 지금까지, 단 한 명과도 만나지 않았던 것인가.
「————————코토, 미네」
「그렇다, 에미야 시로. 에미야 키리츠구가 맡아주지 않았다면, 너도 그들의 일원이 되었겠지.
알겠나? 너는 또 혼자서만 살아남은 거다. 주위에 있는 누구나가 평등하게 죽어가는데도, 너만이 조화를 어지럽히고 살아남았다. 어떤가. 자기 자신도, 대단한 불평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나」
———고동이 돌아온다.
얼어 있던 몸이, 한 순간에 해동된다.
「아니, 나는 책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의 그건 기쁘지. 에미야 시로의 살아남는 재능은 대단한 것이다. 실제로, 나도 네가 마지막까지 남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
그렇기에———마지막엔, 이렇게 형제들에게 재회시켜 준 거다」
「——————너」
「너는 정말로 운이 좋아. 여기는 오늘을 끝으로 닫을 예정이었는데, 아슬아슬하게 때에 맞췄군.
———지금까지 10년간. 서번트의 먹이로 쓰기 위해서 그들을 계속 살려뒀지만, 그것도 끝이다. 시작했을 때 정도의 짙은 고통의 적출은 기대할 수 없고, 이미 먹이가 필요하지도 않지. 남은 건 너와, 네 서번트를 처치하는 것뿐이니까 말이지」
「————너 이 자식………………!!!!!」
그 말로, 모든 책망을 날려버렸다.
굳어져 있던 몸을 움직인다.
두 어깨에 놓여있던 팔을 뿌리치고, 앞으로 뛰어서 물러난 뒤, 곧바로 신부에게로 돈다————!
「코토미네, 네가————!」
충분한 거리를 두고 대치한다.
순간.
무언가, 뒤에서부터, 강한 충격을 받았다.
「아………………으?」
……이상하다.
숨을 쉴 수 없다.
가슴에서 날카로운 뿔이 돋아 있다.
뿔은, 아무리 봐도 창끝이었다.
……이상한 이야기다.
대체 어떤 속임수로, 내 가슴에서 창 같은 게, 나, 오————
「아아, 그러고 보니 말을 안 했었군.
다시 소개하지. 그가, 내 서번트다」
「————, ————」
뒤로 돌아본다.
거기에는
내 가슴을 꿰고 있는, 푸른 창병의 모습이 있었다.
가슴에 박혀 있던 창이 뽑힌다.
동시에.
뇌수를 완전히 태우는 것 같은, 격렬한 고통이 여기저기 돌아 다닌다.
「아————커, 고…………!」
……바닥이 새빨갛게 되어 간다.
물이끼로 미끈미끈한 지면에 쓰러져 있다.
일어나려고 팔을 세우지만, 자신의 몸이 너무 무거워서 들어올릴 수 없었다.
……움직일 수 없다.
굳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인간으로서 활동하는 데에, 필요한 것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기———! 윽, 하————!」
출혈에 의한 의식의 상실보다도, 가슴의 아픔 쪽이 강하다.
기절 따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죽음에 이르는 상처는 몇 번인가 입었다.
그것들은 전부 통각조차 마비시키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치명상인데도, 너무나도 아픔이 리얼하다.
「학———아, 하, 윽, 으————!」
시계(視界)가 고장 났다.
아픔에 의해 의식이 새하얗게 된 그 순간, 다음 아픔으로 눈이 뜨인다.
손발의 감각이 없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
있는 것은 토기(吐氣)와 아픔과, 차라리, 이대로 사라져 버리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유혹뿐————
「죽이지는 않았겠지, 랜서. 그래서야 지금까지 남겨두고 있었던 보람이 없어」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눈은, 뜨여 있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명령은 지킨다. 비록, 그게 무진장 싫은 거라도 말이지」
감정을 억누른 랜서의 목소리.
그것도, 지금은 잘 들리지 않는다.
「좋아. 그럼 준비를 하자, 랜서. 마스터의 궁지는 서번트에게도 전해지지. 세이버가 도착할 때까지, 대략 30분 정도일까」
「코토미네. 이 꼬마, 그 때까지 못 버텨. 죽게 두고 싶지 않다면 지혈 정도는 해 둬라」
「필요 없다. 죽는다면 그래도 상관없어」
……의식이 멀어진다.
고통은 드디어 뇌의 허용량을 넘어서, 실신하는 것을 허용해준다.
「윽, 아————!」
그걸, 가슴의 상처를 도려내는 걸로, 막았다.
———아픔이 도진다.
사라지는 도중이던 의식이, 또 작열의 세계로 돌아온다.
죽고 싶다.
이런 아픔이 계속된다면 바로 죽고 싶다.
그런 건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여기서 의식을 잃으면, 이제 눈을 뜨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미,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조차 생각해낼 수 없다.
그저 새하얀, 새카맣게 타버릴 것 같은 아픔 속에서 부유하고 있을 뿐인 생각이 든다.
「하————세이, 버————」
그래도, 이를 악물고 아픔에 견디며, 반쯤 사라진 의식을 억눌렀다.
———여기서 끝날 수는 없다.
이렇게 간단히, 스스로 리타이어하는 것 따위 할 수 없다.
아직 다하지 못한 약속이 있다.
그 녀석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에미야 시로는, 이런 곳에서, 사라질 수는 없을 터————
눈을 뜨니 시로의 모습은 없었다.
늦은 점심 식사 준비라도 하고 있나 하고 거실에 향했지만, 시로의 모습은커녕 점심 식사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또 혼자서 나다니고. 외출할 거라면 말을 하라고 했는데, 어째서 시로는 사람 말을 안 들을까」
혼자서 중얼거리고, 툇마루에 앉는다.
「……정말. 혼자서 나다니는 게 좋은 건 알겠지만, 이래서야 협력하고 있는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무료하게 발을 흔든다.
그것도 어느덧 질려서, 생각에 빠진 듯이 시선을 들었다.
하늘은 온통 회색이었다.
천개(天蓋) 같은 구름은 천천히 흐르고 있고, 먼 하늘에는 틈이 보였다.
이걸 보니, 밤이 되면 개겠지.
별이 보이게 된다면, 내일 일을 점쳐야지.
옛날, 자신의 전속 마술사에게 배운 점성술을, 그녀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길이 올바른가, 같은 딱딱한 것에만 쓰고 있었지만, 오늘 밤 정도는, 특정 인물의 내일을 점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것도, 가능하면 빛나는 내일을.
몰려드는 위험을 알아두어, 가장 좋은 길을 걷게 하는 것이다.
그녀가 걱정하는 상대는 여하튼 위태해서, 그 정도는 하지 않으면 안심하고 잠들 수 없다.
「———자. 문제는 이 도시에서 관측할 수 있는 별의 위치인데」
생각해보니, 이 날까지 밤하늘을 올려다본 적은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우선해야 할 것은 성배전쟁에 이기는 것이며, 누군가를 위해 별을 읽는 것 따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답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다.
그래도, 그걸 알면서도 별을 읽으려고, 밤의 장막을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리고 있다.
……정말, 무서울 정도의 심경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지.
이래서야 마치, 이야기에나 나오는 사랑에 빠진 소녀가 아닌가 하고 쓴웃음 지으며, 먼 하늘을 계속 바라본다.
「아, 세이버. 시로가 어디 갔는지 몰라?」
「——————!」
하고.
당돌하게, 토오사카 린이 나타났다.
「리, 린……!」
벌떡, 하고 태엽인형처럼 일어난다.
「뭐, 뭐죠, 저는 딱히, 시로에게 항복한 건 아닙니다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주장한다.
「어라? 혹시 방해한 거야?」
빙긋, 하고 짓궂게 웃는 린.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는 것도 있지만, 에미야 시로와 세이버의 반응은 좌우간 알기 쉽다.
타인의 일에 대해서만 감이 좋은 그녀는, 둘이 여러 가지로 사건 연발이었던 것 정도는 꿰뚫어보고 있다.
그렇기에, 물론, 어젯밤에 있었던 일도 살짝 눈치채고 있다.
아니, 아침에 일어나서 가 봤을 때 둘은 같은 이불 안에 들어가 있었으니, 눈치채고 뭐고 없지만.
「——뭐, 놀리는 건 나중으로 해 두고. 진짜로 시로 몰라? 이리야의 열이 올라있는 것 같으니까, 좀 도와줬으면 하고 생각하는데」
「이리야스필이……? 그녀의 용태는 진정된 거 아니었나요?」
「……그게 아무래도 말야. 시로한테는 아무 말 안 했지만, 그 애 슬슬 한계야. 성배전쟁이라는 의식이 끝나지 않는 한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해. 그 애의 용량은 파격적이지만, 그래도 이미 꽉 차 있는 거야.
지금은 아직 간신히 용량이 약간 비어 있으니까, 덤으로 붙은 기능이 작동하고 있어. 하지만, 꽉 차 버리면 제일 불필요한 “인간으로서의 기능”을 버릴 수 밖에 없어. 이리야스필은 말야, 성배전쟁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부서져가게 만들어져 있는 거야」
지긋지긋하게 린은 이야기하지만, 세이버에게는 그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아, 괜찮아, 지금 그건 일부러 못 알아듣게 말한 거니까. 이리야에 대한 건 미뤄두자. 그것보다 랜서에 대한 건데. 그 녀석의 마스터, 누군지 알았는데」
「! 랜서의 마스터가 판명된 건가요?」
「응, 뭐……알았다고 할까,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할까.
실은 말야, 랜서의 마스터는 마술협회에서 파견된 밖에서 온 마스터야. 그 자체는 이미 알고 있었고, 좀 전에 그 녀석의 집을 보고 왔는데……」
「린. 그런 위험한 일은 피해야 합니다. 적의 진지가 어디 있는지 알았다면, 저에게 말해주면 되죠」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 하지만 말야, 밖에서 상황을 살펴봤더니 아무래도 이상한 거야. 그래서, 아무래도 거길 비우고 있는 것 같아서 안에 들어가 봤더니, 있었던 건 핏자국이랑, 령주가 없어진 왼팔뿐이었어.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팔은 베인 거겠지만, 그 출혈량으론 생존은 절망적이겠지……랜서의 마스터는, 진작에 죽어 있었던 거야」
「———? 그럼 랜서는 이미 없는 건가요? 10일전, 시로를 습격한 뒤에 다른 서번트에게 쓰러졌다고……?」
「……그렇다면 좋겠지만 말야. 혈흔은 더 전의 것이었어. 이거,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겠어……?」
「———서번트를 쓰러뜨리지 않고, 먼저 마스터를 쓰러뜨렸다.
그리고 마스터로부터 한쪽 팔……령주를 빼앗고, 랜서와 계약한 마스터가 있다, 라는 건가요?
그렇지만————」
「남아있는 마스터는 나랑 시로 뿐이잖아. 하지만 랜서는 아직 남아있어.
그렇다는 건, 마스터가 아닌 마술사가 령주를 빼앗아서 마스터가 되었다는 건데……세이버, 그런 거 가능한 거야?」
「아뇨. 령주의 이식은 마스터나 서번트, 그 어느 쪽에 의한 것뿐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마술사라고 해도, 령주를 빼앗아봐야 마스터는 될 수 없어요」
「……그래. 그럼 또 하나. 마스터라는 건 말야, 성배가 사라져서 없어져도 령주가 남아있고, 거기에, 서번트만 남아있으면 언제까지고 마스터야?」
「에……그, 그렇군요. 린의 말대로예요. 령주와 서번트만 남아있으면, 성배전쟁이 끝났다고 해도, 그 마술사는 마스터로서의 권리를————」
린의 질문의 의도를 눈치채고, 세이버는 말을 삼킨다.
「그럼, 린은……랜서의 마스터를 죽이고, 랜서와 재계약한 것은, 그」
「……그래. 그 이외엔 없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면 랜서의 행동에도 납득이 가는 거야.
그 녀석말야, 다른 서번트의 상황을 살피는 게 역할 같았잖아. 싸우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게 되는데도, 그 녀석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도 않고 다른 서번트에게 시비 걸고 다녔었어.
그건 요컨대, 그 녀석은 첩보 전문이었다는 거잖아」
「———동감입니다. 저와 싸웠을 때도, 그는 마지막까지 싸우지 않았어요. 보구를 쓴 이상, 본 상대는 쓰러뜨리는 것이 우리들의 정석인데도」
「그래. 그러니까 랜서의 마스터에게는, 또 한 명 서번트가 있었던 거야. 랜서에게 적의 정체를 탐지하게 해 놓고, 그 뒤에 정체불명의 전투전용 서번트를 대전시켜. 이건 필승법이잖아.
……뭐, 랜서 입장에서는 정말 괴로웠겠지만. 6명의 서번트 전원과 싸우고, 그 수법을 알아낸 뒤에 주인에게로 돌아가야 하는걸.
6명 전부와 무승부라니, 어떤 의미로 터무니 없는 녀석인 거야, 그 녀석」
린은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긴다.
그 무거운 표정에 영향을 받은 것인가.
「————————」
이유도 없이, 세이버는 한기를 느꼈다.
이미 죽어 있었던 랜서의 마스터.
그 정도의 영령을 첩보활동에만 쓰는, 정체불명의 마스터.
……그리고 생각대로, 남은 서번트는 자신과 랜서 뿐이 되었다.
그런 상대가 적이라고 한다면, 비록 대낮이라고 해도 시로를 혼자 놔두는 건 위험하지 않은가.
지금까지, 적은 복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다른 쓰러뜨려야 할 상대가 없다.
앞으로 1명, 자신과 시로를 쓰러뜨릴 뿐인 상황이라면, 적은 지금까지처럼 “규정대로”인 싸움 따위 지키지 않는 것은 아닌가————
「린. 시로는 어디에 갔는지, 모르는 건가요」
한 번 생각해버리면, 그 뒤는 이제 멈추지 않았다.
시로를 혼자 둘 수는 없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그녀의 마스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져있을 지도 모르는 것이다.
「……에? ……응—, 글쎄. 모르니까 물은 거지만, 어쩌면 키레한테 간 걸까. 그 녀석, 요전에도 키레한테 상담하러 갔었고」
「그 교회에————?」
「응? 뭐야, 세이버, 무서운 얼굴 하고. 코토미네 교회에 원한 품은 거라도 있어?」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 교회는, 결코 성스러운 장소 따위가 아니다.
죽음의 정체, 공기가 정체되어 있다는 점으로 보면, 저 류도사와 동격이다.
그런 곳에 시로가 혼자 있는 것인가, 하고 후회한 순간.
그녀의 뇌리에, 여기가 아닌 영상이 떠올랐다.
「————————」
———허공을 노려본다.
방향은 단 한 곳, 언덕 위에 치솟은 코토미네 교회.
여유 따위 없다.
뜰에 뛰쳐나온 세이버는 그대로 뜰을 달려, 담 위로 뛰어올랐다.
「자, 잠깐, 세이버! 갑자기 뭐야……!?」
「———교회로 향합니다. 뒷일은 맡길게요, 린」
달려오는 린에게 돌아보지도 않고, 담에서 도약한다.
한 순간에 달려나간 소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탄환 같았다.
「————」
한번이라도 멈춰서지 않고,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이 장소까지 도달했다.
본 자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녀의 모습은 돌풍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겠지.
그 돌풍은, 이미 은과 청의 갑주로 싸여 있다.
언덕을 다 올라와서, 목표하는 적지를 시계에 넣은 그 순간, 세이버는 무장하고 있었다.
「————————」
그녀에게 무장할 생각 따위 없었다.
갑옷을 두르는 것은 교회에 들어간 뒤라고 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브레이크가 듣지 않았다.
교회를 시계에 넣은 그 순간, 이성이 백열하여 전신을 무장하고 있었다.
———가슴이 뜨겁다.
아까부터 밀려 올라오는 구역질은, 결코 그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녀의 마스터로부터 전해오는 오한이며, 이미 절망적일 정도의 죽음의 냄새였다.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따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에미야 시로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것도 유예 따위 전혀 없다.
1초 뒤에는 절명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처.
그 아픔과 오한은, 이제 와선 참아낼 수 없는 구역질이 되어 그녀의 전신을 돌아 다니고 있다.
그것은 에미야 시로가 받고 있는 고통의 몇 천분의 1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구역질을 참아낼 수 없었다.
즉, 그녀의 마스터는 그 정도의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이다.
……살아나지 못한다.
이것만은, 설령 신의 속도로 달려가더라도 제 때에 맞출 수 없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그는 숨이 끊어지고, 자신은 눈앞에서 마스터를 잃게 되는 건 아닐까————
그 광경을 상상한 순간, 그녀의 이성은 깨끗이 사라졌다.
지금은 그저 전력으로 주인의 곁에 달려갈 뿐.
신의 속도로도 늦는다면, 신의 도리를 베어 없앨 뿐.
그리고 마침 사정 좋게도, 적지는 신의 집이요, 상대는 그 사도였다.
「——————————」
분노를 억누른 눈동자가 교회를 꿰뚫는다.
굳게 닫혀져 있던 문은 날아가고, 예배당에 돌입했다.
의자 따위 보이지 않는다. 길을 무시하고 예배당을 가로질러, 안뜰을 넘어,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달려나간다.
———그 뒤에 남겨진 것은, 엉터리 같이 파괴된 교회의 벽이나 바닥이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그녀도 그렇게까지 난폭하지는 않다.
문은 냉정하게 열 작정이었고, 땅을 차는 발에 그렇게까지 마력을 담은 기억은 없다.
그저, 그게 제어되지 않았을 뿐인 것.
계단을 굴러 떨어지듯이 통과해서, 지하성당에 도달한다.
———죽음의 기척이 가깝다.
그리고, 시계에 그것을 인식하고, 분노는 한도를 넘어버렸다.
자신에 대한 분노와, 그것을 한 적에 대한 분노.
「———여어. 미안하지만 거기까지다, 세이버」
막아서는 창병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손발에 준 힘은 최고조에 달해서, 아무래도, 힘조절 따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녀의 주인은,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안쪽 방.
살아있는 시체가 안치된 방의 한가운데에, 엎어져서 쓰러져 있다.
……그 아래는 붉은 피로 젖어서, 필사적으로 허덕이는 호흡은, 이 성당에까지 닿고 있었다.
————아아, 살아있다.
그렇게 안도한 반면, 저 정도의 상처를 입고, 지금까지 방치시켜버린 것인가 하고 몸을 떤다.
「시로————————」
안쪽 방으로 내딛는 세이버.
하지만, 방 안에는 문지기가 있다.
장창을 등뒤에 들고, 푸른 창병은 대담한 시선으로 세이버를 응시하고 있었다.
「여어. 미안하지만 거기까지다, 세이버」
「——————」
목소리 따위 들리지 않는다.
때문에,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윽……! 너 이 자식, 갑자기 안 가리고 덤비기냐……!」
매도하면서, 받아낸 것은 역시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세이버의 기습을 창으로 막은 랜서는, 그 위력을 다 죽이지 못하고 벽 근처까지 후퇴해 있었다.
「————————」
하지만, 그걸로 방해꾼은 물러났다.
지금은 랜서의 상대를 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그녀는 1초라도 빨리, 죽음에 직면한 주인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핫, 그렇게 꼬마가 소중하냐.
그건 상관없다만———그렇다면 더욱, 나를 내버려 둘 수는 없다구, 세이버?」
안쪽 방으로 향하는 세이버의 발이 멈춘다.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랜서」
「아니, 뭐. 그 녀석 가슴에 바람구멍을 내 준 건 난데 말이지, 실은 이게 두 번째란 말야. 이전엔 확실히 죽여줬는데도 살아나서 기어 다녔으니까, 이번엔 좀 신경 써서 “찔러” 줬거든」
「네놈———시로에게 게이볼그를 쓴 거냐……!」
「안심하라구, 심장은 비껴서 찔러줬어. 하지만 저주는 그대로라구.
———세이버, 네놈도 역시 이 창의 저주는 알고 있겠지. 인과를 역전시키는 “원인의 창” . 이 녀석의 저주를 받은 자는, 어지간한 행운이 없는 한 운명을 바꿀 수가 없지」
「뭐 단순히 말하자면, 기 불가에 의해 난 상처는 낫지를 않지.
저주를 받은 건 결코 회복할 수 없고, 죽음에 이를 때까지 상처를 짊어지게 된다구. ———이 세상에, 이 창이 있는 한은 말이지」
그것으로, 그곳의 공기는 일변했다.
주인 이외에는 아무것도 용납하지 않던 그녀의 눈동자에, 간신히 이지의 빛이 돌아온다.
「———흥, 겨우 이해했나. 거기 꼬마를 살리고 싶은 거지? 그럼 우선, 나와 결판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구」
짐승 같은 랜서의 살기가, 세이버의 영향권 안으로 침입한다.
랜서가 진심으로 전력을 다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허나————
「제정신입니까, 랜서. 이 좁은 실내에서, 창병인 당신이 검사인 나와 싸운다고요? 그러한 우고(愚考), 당신의 생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지금이라면 눈감아 주겠습니다. 그 창을 놓고 떠나세요.
이런 본의 아닌 싸움에서, 당신의 목을 취할 생각은 없어요」
「그거야말로 어리석은 생각 아냐? 대체 어느 구석 영령이 자기 파트너를 놓고 간다는 거냐.
나는 딱히 거래를 하기 위해 그 녀석을 찌른 게 아냐.
———나는 말이지, 너와 칼부림을 하기 위해서 여기에 있는 거다」
그 말에 거짓은 없다.
랜서에게는 둘을 살려서 돌려보낼 생각 따위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것이 최초이며 최후의 “전력을 다한” 싸움인 것이다.
랜서의 바람은 성배 따위가 아니다.
그의 바람은, 그저 영웅으로서 어울리는 싸움뿐.
그런 단순한, 서번트라면 당연히 이뤄져야 할 바람이, 그에게는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기에———이 기회, 아마도 마지막이 될 이 순간을 놓칠 생각은 미진도 없다.
그것이 비록, 그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불리한 상황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 창, 몸과 함께 힘으로 끊어 버릴 뿐」
세이버는 풍왕결계를 겨누고, 푸른 기사와 마주한다.
「잘 말했다. 깨끗이 불자면 말이지, 네놈이 마지막에 남아줘서 기쁘군, 세이버……!」
랜서의 창이 섬광이 되어 내뿜어진다.
거기에 정면에서 맞서는 세이버.
리매치는, 서로 필살의 일격으로써 개시되었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하아, 하아, 아————」
이제, 자신의 호흡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람을 새카맣게 태울 정도의 열병에라도 걸린 건가, 머리 속은 진작에 녹아서, 귀에서 흘러나와 버린 것 같다.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하————하아, 아, 하아, 하, 아————」
이상해져 있다. 이미 뇌는 없는데도, 몸은 아픔을 계속 호소하고, 텅 빈 머리는 고지식하게 그걸 받아들이고 있다.
『구해줘 구해줘 구해줘 구해줘』
「아————하하, 아, 하아, 하, 하————」
공동(空洞)인 것은 머리만이 아니다.
위도 심장도 소재는 불명.
참아낼 수 없는 구역질, 토할 것 따위는 남아 있지 않고, 구역질은 끝없이 늘어간다.
그 무한순환에, 이를 악물고 계속 버틴다.
……의식은 버틸 수 있다. 자신만의 아픔이라면, 자신만이 참아내면 될 뿐. 그런 거라면, 문제는 없다.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하————아, 아, 하아, 하, 아————」
그러니, 문제는 이 목소리였다.
들리는 것은 자신의 호흡뿐이고, 머리 속은 텅 빈지 오래인데, 목소리는 계속 울려온다.
그것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생각할 것까지도 없었다.
『아프다구 아프다구 아프다구 아프다구』
「하————아아, 하아, 아, 아————」
미쳐버릴 것 같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깊게 도려내진다.
무섭지는 않다.
나에게는, 그저, 속죄할 방법이 너무 부족했다.
『있잖아 있잖아 있잖아 있잖아』
「아아———아, 하아, 하아, 아———」
아무리 구조를 요청해 와도, 아무리 구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나는 구하는 것 따위 할 수 없다.
부르는 건 그만둬 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아무리 청해 와도, 응해줄 수 없을 뿐.
———그러니까.
이대로 계속되면, 분명 미쳐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되돌려줘 되돌려줘 되돌려줘 되돌려줘』
「윽———……하아, 아, 아, 윽————!」
아무리 청해 와도, 끄덕일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다못해 끝내주는 것뿐이다.
살아가게 되어 있는 시체라고 하는 모순을, 올바르게 되돌릴 뿐.
이 지옥을 만들어낸 원인에게, 속죄를 시킬 뿐.
나에게는.
슬픈 일, 비참한 죽음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한계.
정의의 사자라는 것은, 일어난 일을 효율 좋게 처리할 뿐인 존재다.
……그렇게 말했던 것은 누구였던가.
그걸 부정한 자신에게, 이렇게 궁지에 몰려 있다.
솔직히, 도망치고 싶었다.
나에게는 그들에게 보상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 목소리를 들을 뿐이고, 이뤄줄 수 있는 기적 따위 가지고 있지 않다.
정의의 사자 따위 그런 것이라고, 내뱉은 그 녀석을 부정할 힘도 없다.
……그렇다면, 만일.
혹시 그들을 구해줄 수 있는 “기적”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것을, 쓸 것인가————
「———왔나. 자, 눈을 떠라, 에미야 시로. 네 서번트가 찾아왔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리 바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하지만, 그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
……시계가 흐릿해진다.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다.
있는 것은 그저, 도움을 원하는 그들의 목소리와, 이미 시체가 되어 있는, 그들의 모습뿐이었다.
「……흠. 잘 하고 있지만, 역시 세이버에게는 당해내지 못하나. 어차피 앞으로 서번트 1인분은 필요한 거지. 그게 세이버든 랜서든 상관없지만———그 전에, 선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이 남자의 목소리는 내 머리에 울려오는 걸까.
「자, 네 차례다. 조금만 앞으로 갈까, 에미야 시로」
———머리가 들린다.
남자는 내 머리를 잡고, 질질 끌고 간다.
———그걸로, 등뒤의 인간이 무엇인지 느꼈다.
남자는, 검은 오탁(汚濁)을 삼킨 상태였다.
심장은 검고,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에 싸여있다.
검은 오탁은 외계로부터 뻗어 있어서, 남자를 징계하는 쇠사슬 같기도 했다.
「————————」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분명한 것은 하나뿐.
남자———코토미네 키레는, 에미 로와 마찬가지였다.
녀석의 몸에는 심한 치명상이 있고, 그것을,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보충하고 있다.
에미야 시로가 세이버의 힘으로 상처를 치유하듯이,
코토미네 키레는, 시체에 가까운 육체를, 검은 오탁에 의해 유지하고 있다—————
「거기까지다, 세이버. 자신의 주인을 구하고 싶다면, 그 검을 집어넣어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시계는 여전히 몽롱하고, 얼굴을 드는 것조차 할 수 없다.
「랜서도 물러나라. 본시 우리들은 성배를 구하는 동지가 아닌가. 그렇게 무턱대고 목숨 걸고 싸우는 것 따위 하는 게 아니지. 세이버가 이 남자를 넘겨받으러 왔을 뿐이라면, 기쁘게 넘겨주지」
음울한 웃음소리.
「———그걸 믿으라고 하는 건가요. 랜서의 마스터를 죽이고, 지금 또 나의 마스터를 그 손으로 죽이려고 하는, 당신의 말을 믿으라고」
……그 상대는 누구인가.
목소리 자체는 들리지 않긴 하지만, 그 소리는, 몽롱한 의식 속에서, 방울처럼 울려온다.
「믿어라. 나는 너희들과 싸울 생각은 없다. 뜻하지 않게 이런 모양이 되어버렸지만, 너희들이 성배를 얻으려고 한다면 방해는 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내 역할은 성배의 주인을 가려내는 것이다. 여기까지 남은 너희들에게는 너무나도 충분할 정도로 자격이 있다. 그렇기에————원한다면, 지금 여기서 성배를 줘도 괜찮은데」
「———! 여기에 성배가 있다고 하는 건가, 네놈은」
「있고 말고. 성배는 어디에라도 있다.
성배라고 하는 것은, 본래 형태가 없는 그릇이다. 언제, 어디서, 무엇에 불러내지는가에 의해 완성도가 변하지만, 불러낼 뿐이라면 이 에도 자격은 있지」
「물론, 서번트가 1명 남게 되지 않으면 성배는 미완성이지만, 그 완성도로도 대개의 소원은 이룰 수 있겠지. 그것으로 만족이 가지 않는다면, 그 때에 비로소 최후의 싸움을 시작하면 된다.
아니, 나는 그다지 기분이 내키지 않지만, 너희들이 원한다면 함께 해 주지. 결판을 내는 건 그 때 해도 괜찮지 않겠나, 랜서」
「……괜찮지 않다.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할 필요는 없다구. 결판을 낼 거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잖나」
「이 상황에서 말이냐? 실내에서는 너한테는 불리할 거고, 세이버도 역시 주인이 신경 쓰여서 싸울 수 없겠지. 이래서야 너에게 있어서 만족이 가는 싸움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데」
찍, 하고 침을 뱉는 소리.
마지못해서, 그 남자는 끄덕인 듯 하다.
「……좋아, 그럼 하나만 물어보자. 성배라는 건 뭐냐. 그건 남은 게 한 명이 되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는 거 아니었냐. 우리들을 부른 녀석들은, 처음부터 사기 쳤다는 건가?」
「아니, 사실이기는 하다. 성배는 서번트가 1명 남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성배가 깃드는 그릇은 다른 이야기지.
그건 처음부터 형태 있는 것으로서 준비되어, 성배소환의 그 때까지 힘을 흘려 넣어져 간다」
「남은 서번트가 앞으로 2명뿐이라는 상황이라면, 이미 성배로서의 힘을 가지기 시작하고 있겠지.
그렇지, 세이버? 너도 역시 저번에 마지막까지 남은 서번트다. 이 토지에 소환되는 “성배”가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거 아니냐?」
「————————」
「그래, 성배는 항상 여기에 있으며, 제물의 피로 찰 때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건 허무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나. 꼭 1명 남을 때까지 놀아날 필요는 없다. 너희들의 “소망”을 이루는 것만이라면, 지금 상태로도 가능하겠지.
그렇다면, 여기서 의미 없는 살생을 할 필요도 없지 않나」
「……그렇군. 분명히 네놈의 하는 말은 옳다.
허나, 그렇다고 하면 네놈은 뭐냐. 네놈의 목적은, 성배를 손에 넣는 것이 아닌 건가」
「나는 선정이라고 했잖나. 합당한 인간이 있다면, 기쁘게 성배는 양보하겠다.
그러기 위해서————우선은 네 말을 듣고 싶은 거다, 에미야 시로」
몸이 움직인다.
뒤에서 머리를 잡혀서, 몸이 들어올려진 건가.
아프, 다.
가슴의 상처가 벌어진다.
고통으로, 겨우 기능하고 있던 시계가 순백으로 돌아간다.
「네놈————!」
「걱정하지 마라. 그저 대답을 들을 뿐이지.
성배는 구하는 자에게만 응답한다. 자신의 마스터가 성배에 합당한지 어떤지, 너 역시 흥미는 있겠지」
「———그건, 헛수고다. 시로는 성배를 원하지 않아. 나의 마스터는, 너와 같은 비열한 놈이 아니다」
「아아, 이 남자는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
———하지만 그건 본심은 아니겠지. 모든 인간에게 어둠이 있는 것처럼, 이 남자에게도 그림자는 있다.
예를 들면, 그래. 10년 전 그 날, 이 소년은 정말로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았나. 그 앞에 있는 것을, 잊는 것을 통하여 뿌리치고 있는 건 아닌가」
————.
기다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이 녀석.
10년 전에 난 불 따위 관계 없다.
그런 걸 해도 의미가 없다.
그 앞에 있는 것 따위, 있을 리가 없다.
「그 상처를 절개한다. 자아———참회의 시간이다, 에미야 시로」
벌떡, 하고 몸이 젖혀진다.
목 뒤에 전류가 흘러 든 것처럼, 의식이 뒤집힌다.
———사라지는 의식과, 교대로 붉은 영상이 찾아온다.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 그만둬그만둬그만둬………………!!!!
그런 건, 정말로 의미는 없다.
이제 와서———이제 와서 다시 떠올려봐야, 누가 구원 받는 것도 아니니까————!
모두 죽었다.
모두 죽어 있었다.
불꽃 속, 방황하고 있었던 것은 자신 뿐.
집들은 불타고, 와해 밑에는 시커멓게 탄 도마뱀 같은 시체가 있고, 여기저기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아파 아파 아파 아파』
혼자서 걸었다.
도움을 원하며, 누구라도 좋으니까 구해주었으면 해서, 눈도 안 돌리고 계속 걸었다.
————그만둬.
그 동안.
어째서,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자신에게,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만둬.
『구해줘 구해줘 구해줘 구해줘』
그래, 알고 있었다.
모를 리가 없었다……!
그 속을 걸었던 것이다.
아파, 하고 흐느껴 우는 목소리도 무시하고,
꺼내 줘, 하는 미친 목소리도 무시하고,
죽고 싶지 않아, 라는 절규도 무시하고,
이 아이도 같이 데려가 주었으면 한다는 어머니의 애원도 무시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죽어가는 눈동자조차 무시하고, 그저, 그저 자신만이 도움을 찾아 계속 걸었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시체 따위 보는 것도 질렸다.
괴로워하며 죽어가는 인간 따위 보는 것도 질렸다.
어차피 자신은 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슨 짓을 해도 모두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멈춰서는 것도 하지 않았다.
—————그만둬.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그렇게까지 한 이상, 1초라도 오래 살아있지 않으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손쓸 방법도 없이 죽은 인간이 있다면.
손쓸 방법이 있는 한, 자신은 살아있지 않으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꺾일 것 같았다.
눈물을 참으면서 출구를 찾아 돌아다녔다.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살아있는 것이 괴로웠다.
미안해요, 하고.
사과해버리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알고 있었으니까, 사과만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자신의, 유일한 성의라고 믿고 계속 걸었다.
—————그만둬.
『아프다구 아프다구 아프다구 아프다구』
……그리하여, 소망대로, 혼자만 살았다.
병실에 있던 것은 화재가 일어난 주위의 집, 불똥이 튀어 불이 번져서 불행을 당한 집의 아이들이다.
알고 싶지는 않았는데, 흰옷을 입은 남자가 가르쳐주었다.
그 지구에서.
살아있었던 건, 너뿐이라고.
—————이제, 그만둬.
괴로워하며 죽은 사람들도 봤다.
그것과 비슷할 정도로, 슬퍼하고 있었던 사람들도 봤다.
큰 건물에서, 죽어버린 사람들의 장례식이 거행되었기 때문이다.
온갖 슬픔, 죽은 자에의 미련.
그 전부를.
—————됐으니까, 그만 둬 줘.
『있잖아 있잖아 있잖아 있잖아』
자신은,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럴 것이 그렇지 않은가.
그 정도의 인간이 도움을 바라고도, 누구 하나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그 소원을 이뤄줄 수 있었던 내가, 그들의 죽음을 짊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얼굴을 들고 있을 수 없었다.
———그 이상.
『돌려보내줘 돌려보내줘 돌려보내줘 돌려보내줘』
그래서 필사적으로 키리츠구의 뒤를 쫓았다.
하지 못했던 것을 위해서, 구하지 못했던 것을 위해서, “누군가를 구한다” 라고 하는 정의의 사자를 동경했다.
자신이었던 것 따위,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를 무시할 때마다 깎여 가서, 흔적도 안 남아 있었다.
텅 비어버린 마음으로,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용서 받지 못한다고.
————그 이상은.
『제발 제발 제발 제발……!』
구하지 않았던, 많은 죽음에게서 배웠다.
……그 그림자에서, 없어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죽어간 사람들 대신에, 가슴을 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것 따위 생각해낼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 이전의 기억을 닫아버렸다.
누구보다도 상냥했던 누군가.
누구보다도 가까운 곳에 있었던, 부모였던 사람들의 기억.
그것을 생각해내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자신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하고, 굳게 굳게 뚜껑을 닫았다.
———열지 마.
그것은 괴로운 것이 아니다.
에미야 키리츠구가 받아줘서, 에미야 시로는 행복했다.
그러니, 이제————
「———그것을.
잘못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건가?」
그 창문을, 열지 말라고 하잖아————!
「윽————!」
아픔.
가슴에 벌어진 상처의 고통으로, 현실로 끌려 돌아왔다.
「하————아, 으————!」
구역질이 멈추질 않는다.
손발은 저리고, 머리는 끓어오를 정도로 뜨겁다.
호흡은 꼴사납게 툭툭 끊어지고,
『되돌려줘 되돌려줘 되돌려줘 되돌려줘』
그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하————쿨, 럭…………!」
……피를 토했다.
몸이 죽어가고 있는 건지, 그 목소리에 견뎌낼 수 없는 건지.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막아도 막을 수 없다.
아픈 건 안에 난 상처다.
그 기억이 있는 한 계속 아파하고, 부어올라, 낫는 일 따위 있을 수 없다.
「————————」
환각인가.
한 순간, 있을 리가 없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윽————, 크————」
그렇다면, 참아야지.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이라도 할 것 같냐.
비록 환각이라도 그 녀석이 있다면————괜찮다고, 가슴을, 펴지 않으면————
「———깊은 상처다. 이래서야, 낫지 않는 채여선 괴롭겠지. 에미야 시로. 너는, 그대로 일생을 끝내서는 안 된다」
신부의 목소리.
그건 녀석답지 않은, 자비에 가득 찬 목소리였다.
「너는 성배 따위 필요 없다고 했지.
……하지만 어떠냐. 만약에, 10년 전에 일어난 일을 다시 해서 고칠 수 있다면, 너는 성배를 원하지 않을까.
그 사건으로 잃어버린 것 전부를 구원하는 것이다.
그 사고를 없애고, 에미야 키리츠구 따위와 관계되지 않고,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너 자신을 구원하는, 유일한 방법인 게 아닐까」
10년 전 사건을 다시 해……?
누구 하나 구하지 않고 살아남은 자신을 다시 고쳐?
아니 애초에, 그런 꼴을 당하지 않도록, 누구 하나 죽지 않도록, 그 지옥을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어째서, 그런」
머리를 흔들어 떨쳐낸다.
가열된 머리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된 사고로, 그 광경을 부정한다.
자신의 약함에 침을 뱉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프다구 아프다구 아프다구 아프다구』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픔에 견뎌내는 손가락이, 질퍽, 하고 습한 바닥에 닿는다.
……구해줘, 라고.
죽어있을 터인 그들은, 입을 모아, 그 날로 놀아가고 싶다고 소원하고 있다.
「————————」
……그래. 너희들에게는 미치지도 못하겠지만, 나도, 그걸 꿈꾸지 않았던 건 아냐.
키리츠구에게 맡겨진 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불탄 들에 발을 옮겨서, 계속 경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장소에 가서, 있지도 않은 현관을 열고,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걸어서, 모습 없는 어머니에게 웃음을 보냈다.
……그날 전으로 돌아가서.
전부 다 악몽이었다고, 그렇게 눈이 뜨이는 날을 계속 기다렸다.
그것도 이뤄지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였지만.
누구도 상처 입지 않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던 세계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건 얼마나————
「자아, 대답해라. 네가 바란다면, 성배를 주마」
성배를 관리하는 신부가 말한다.
『되돌려줘 되돌려줘 되돌려줘 되돌려줘』
내가 원하면, 이 목소리도 사라진다.
자신과 같은 고아들. 조금 운명이 달랐더라면, 나도 그렇게 되었을 죽은 자의 바다.
그렇다면 생각할 것도 없다.
생각할 것도, 없는, 데.
「———필요 없어. 그런 건, 바랄 수 없다」
똑바로 사(者)를 보고.
이를 악물고, 부정했다.
———그것이 대답이다.
성배가 무엇이든지 변함없다.
죽은 자를 다시 살리는 것도, 과거를 바꾸는 것도, 그런 건 바랄 수 없다.
「……그래. 다시 해서 고치는 것 따위, 할 수 없어.
죽은 자는 살아나지 않아. 일어난 일도 되돌릴 수 없어. 그런 이상한 소망 따위, 가질 수 없어」
볼이 뜨겁다.
그런 기적 따위 있을 수 없다고 입에 담을 때마다, 그저 분해서 눈물이 넘쳤다.
그런, 마땅한 행복을 바라는 “기적”은, 어째서, 사람에게는 힘에 겨운 걸까, 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성배다. 모든 만물이, 네 원하는 대로 된다」
신부는 말한다.
하지만, 그런 말에는 끄덕일 수 없다.
비록 과거를 고칠 수 있다고 해도———그래도, 일어난 일을 되돌려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거짓이 된다.
그 눈물도.
그 아픔도.
그 기억도.
———가슴을 도려낸, 그, 현실의 차가움도.
괴로워하면서 죽어간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이 있었다.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긴 나날을 지내온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도, 전부 없었던 일로 해 버리면, 대체 그것들은 어디로 가면 좋다는 건가.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현실은 뒤집히지 않는다.
그 아픔과 무게를 안고서 나아가는 것이, 잃어버린 것을 남긴다는 게 아닌가.
……사람은 언젠가 죽고, 죽음은 그것만으로도 슬프다.
하지만, 남는 것은 아픔뿐일 리가 없다.
죽음은 슬프고, 동시에, 빛나기까지 하는 추억을 남기고 간다.
내가 그들의 죽음에 묶여있는 것처럼.
내가, 에미야 키리츠구라고 하는 인간의 추억에 지켜지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추억은 기초가 되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을 바꿔 가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비록 그것이.
언젠가는, 잊혀져 버리는 기억이라고 해도.
「———그 길이. 지금까지의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고 있어」
「———그러냐. 즉, 너는」
「성배 따위 필요 없다. 나는———내버려 두고 온 것들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자신을 굽힐 수 없어」
아픔을 견뎌내며 고했다.
사라져, 쓰러질 것 같은 의식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간신히 지면에 웅크린다.
거기서, 겨우 알아챘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목소리는, 이제 울리지 않는다.
……지금 그 대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마지막까지 나에게 원망하는 말을 남기지 않고, 눈을 감아준 것이, 슬프다고 하면 슬펐다.
————그것이.
그녀의 마스터가 낸, 상처투성이인 대답이었다.
「————————」
아까까지 전신을 지배하고 있던 분노는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말을 잃고, 그저 자신의 주인을 바라보고 있다.
“———그 길이.
지금까지의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고 있어”
피투성이인 몸으로.
제대로 눈도 보이지 않고, 호흡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채로.
흐르는 눈물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내버려 두고 온 것들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자신을 굽힐 수 없어”
자신이 짓밟아온 것들 전부에게 머리를 숙이고, 그래도, 그는 길을 굽히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
시계가 일그러진다.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그의 과거를 알고 있었다.
에미야 시로가 세이버의 과거를 공유했던 것처럼, 그녀도 그의 과거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드시 끄덕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끄덕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당신의 탓이 아니라고.
에미야 시로가 등에 져야 할 것이 아니라고, 들리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도, 그는 부정했다.
아무리 괴로운 과거라도.
그것은, 절대로 고칠 수 없는 것이라고.
「————————」
흔들, 하고 몸이 쓰러지려고 한다.
……그 말이, 지금은 너무나도 무겁다.
자신에게 맹세를 하고, 그 달성에 모든 것을 건다.
그런 모습이 비슷하다, 라고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자만이었다.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은 자신뿐.
비슷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저 소년의 마음은 강하고.
그의 말을 부정할 뿐이었던 자신이야말로, 그 길을 잘못 택하고 있었다————
「———자신의 구원이 아니라, 자신의 소원을 택했는가」
신부는 소년에게서 손을 뗀다.
그는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소년을 내려다본 뒤, 이미 흥미는 다 없어졌다고, 그 옆을 지나갔다.
「———그럼, 너는 어떠냐, 세이버.
애숭이는 성배 따위 필요 없다고 하는데. 하지만 너는 다르지 않은가. 네 목적은 성배에 의한 세계의 죄로부터의 구원이다. 설마 영령인 너까지, 애숭이 같은 이기심을 내세우지는 않겠지?」
그 물음에, 그녀의 이성은 흔들렸다.
신부는 성배를 양보하겠다고 한다.
그 목적, 이뤄야 할 소원이 있다면, 성배를 넘기겠다고.
「그———그, 건」
거부할 이유 따위 없다.
그것만을 위하여 싸워 왔다.
그것만을 위하여 서번트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시로가 무슨 말을 하던지, 나에게는 관계 없다.
성배가 손에 들어온다면, 나는————
「그럼 교환조건이다.
세이버. 네 목적을 위해, 그 손으로 자신의 마스터를 죽여라. 그 때에 성배를 주지」
———나는,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결심했으니까.
「에————————?」
그것은, 너무나도 예상 밖의 말이었다.
솔직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도 좋다.
신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안에는, 그런 선택지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왜 그러나? 망설일 건 없지 않나. 지금 저 애송이라면, 죽었다는 걸 알아채기도 전에 죽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미 살아날 수 없는 목숨이다. 여기서 네가 저승길을 열어주는 것도 자비가 아닐까」
신부가 길을 연다.
그녀의 앞에는, 지하묘지로 이어지는 문과,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있다.
「아————아」
빨려들 듯이 걷는다.
신부의 옆을 지나, 습한 실내로 들어간다.
「————————」
……실내는 지옥이었다.
이 안에서 괴로워서 뒹굴며, 자신의 어둠을 보고서도,
여전히————그는, 신부의 말을 거절했다.
「————————」
검에 손을 댄다.
발 밑에는, 괴롭게 호흡을 하는, 그녀의 주인이 쓰러져 있다.
「————————」
길었던 여행의 끝.
스스로를 대가로 소원한 성배.
그것이, 그저 검을 내려치는 것만으로 이루어진다.
원래부터, 마스터와 서번트는 성배를 손에 넣는 것만을 위한 협력관계다.
첫댓글 역시 시로 횽님은 H씬 덮는데는 뭔가가 있어염 (-_-)
ㅋㅋ h씬을 바라시는분은 이글추천안합니다^^애당초 이글들은 모두페이트라는 게임을알게하기위함과동시에 쾌략을위해 만든것이기에 모두가 볼수있을정도의 글만올리고있죠^^나름 원작을 잘구사했다구생각합니다만,역시 h가없으니 흥미를끌기엔 힘들듯....
그리고 이건 PS2로 나온 [Realta Nua] 라서 H씬이 ㅇ벗죠 ㅋㅋ(아닌가?)
뭐,h씬때연령은 높게쳐도 15세로 봅니다 원작을 모두가 플레이하자는 의미인듯해요
정말 안타까운 능력이군
음,,,,어떤능력을 말씀하시는지....설마, 저의포장능력을 말씀하시는거라면,당연 EX랭크급 보구되시겠습니다^^
정말로 마력회복을 위해 '마음이 이어졌다'라고 그대로 나온게 맞나요? 마음만 잇진 않았을텐데..;;
ㅋㅋ 넘깊게파고들지말아주삼 그래도 모두보실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