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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황녀님의 오라버니>
제국 에노필레스는 라펠시온 대륙의 정 중앙에 위치한 내륙국가로서, 분열된 동, 서 대륙을 잘 조율하여 계속된 태평성대를 누려왔다. 현 황제 테르반 펠레스 2세의 근 20년간의 탁월한 외교 능력과 치정으로 안이나, 밖이나 두루 평화로웠다. 아주 안락하여 해이해지지도, 그렇다고 너무 긴장시켜 마음을 편히 하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긴장과 안락이 존재하는 그런 평화. 그것이 자칫 뒤떨어질 수도 있는 제국 발전의 끈을 놓치지 않게 했다. 신황神皇, 혹은 성황聖皇- 신이 내린 황제, 혹은 성스러운 황제. 더 바랄 것 없는 백성들이 황제를 칭송하여 그렇게 불렀다. 이미 대륙에서는 유명한, 황제를 전혀 닮지 않은 두 황녀에 대한 시각도 여느 귀족들과는 달라서 첫째 황녀는 '봄의 황녀'로, 둘째 황녀는 '은빛 황녀'로 부르며 아낌없이 사랑해 주었다.
그러나, 아무리 태양이 높이 솟아 있어도 그 빛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꼭 있기 마련이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 보이는 황가에도 백성들이 꺼리는 얼룩이 있었다.
황태자- 이르젠 트페리샨 S. 펠레스. 다음 대의 황제로, 제국을 지금보다 더 환하게 비춰주어야 하는 미래의 태양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황제의 세 자식들 중 유일하게 황금을 녹여낸 듯 순수한 금발에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태자는, 안타깝게도 성정만은 황제를 닮지 않은 듯 백성들보다는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것이 더 우선순위였다. 일 내팽겨치고 놀러가기 일쑤에, 의무를 다하라고 묶어놓으니 황제의 위를 이을 황태자의 몸으로 가출을 감행해 돌아오지 않은지 어언 세달. 의무를 저버린 황태자를 성토하는 여타 다른 귀족들의 목소리는 높아져만 가고, 홀로 산더미 같은 업무를 책임져야하는(+아리 경) 황제와 루시아르 황후의 근심은 깊어져만 가고.
그래서 그에게 붙은 별칭은 '망나니 황태자'였다. 이제 갓 스물. 아직 철이 덜 들었겠거니, 할 수도 있겠지만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황족이 되지 못함을 비웃는 별칭이다. 태자에 관한 소문은 다양했다. 예쁘장한 시골 처녀들을 건드려 벌써 애가 여럿이란, 결코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소문부터 해서 적국에 포로로 잡혔다느니, 사실은 비밀리에 몬스터를 토벌하러 갔다가 그대로 비명횡사 했다느니- 소문이란 대개 그렇듯이, 믿을 수 없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법이니까.
"흠, 상쾌한 바람이군."
다행이도 세달동안 돌아오지 않은 황태자는 무사했다. 손으로 살살 털어내면 먼지가 폴폴 날릴 것 같은 후줄근한, 황태자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꼬질꼬질한 여행복을 걸친 채로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시원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옷차림이 아무리 평범해도 태생부터 고귀한 신분은 숨길 수 없는 듯 햇살에 반사된 금발은 찬란했고 푸른 두 눈엔 총기가 가득했다.
"황도까지는 앞으로 3일."
그가 있는 곳은 험하기로 소문난 에레토넨 산맥의 중턱이었다. 잘 훈련받은 기사들도 빠져 나오려면 10일 이상 걸린다는 그곳을 무슨 수로 3일 안에 빠져나온다는 것일까. 알 수 없다. 그런 황태자를 지켜보던 남자는 금방이라도 덮칠 준비를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나, 둘, 셋, 휙- 막 땅을 박차려던 그 순간.
산 특유의 선선한 바람이 급작스럽게 회오리 바람으로 변해 황태자가 서 있던 곳을 휩쓸었다. 바람이 잠잠해진 후, 황태자는 간 곳이 없고- 오직 아직 떨어질 시기가 아닌데도 떨어진 새파란 나뭇잎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황궁의 아침은 평화롭다. 황제가 솔선수범해 실시한 조경사업으로 곳곳에 우거진 나무들 위로 올라앉은 새들이 저마다 지저귀며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고, 싱그러운 바람은 열린 창문 사이로 몰래 숨어들어 늦잠을 잘지도 모르는 황궁 사람들을 깨워줬다. 여전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은 주홍빛을 내는 태양이 조각조각 떠오르고 있었다. 아직은 누군가가 일어나기에 이른 시각, 깨어난 이보다 잠든 이가 더 많은 황궁은 조용했다.
"하앗!"
…조용하지 않은 곳이 한 군데 있었다.
자연이 어우러진 황궁들 중에서도 유독 꽃들이 많이 피어 '화원의 궁'이라고 불리는 1황녀의 처소, 로르네프에는 이른 아침부터 우렁찬 기합소리가 울렸다. 들어오는 입구에까지 흐드러지게 피었던 꽃들을 옮겨 만든 조그마한 운동장이었다. 다른 곳에서 모래를 공수해오지 않고 비옥한 흑토를 고스란히 깔아 만든 운동장에는 결이 좋아 불어오는 바람에 보석처럼 흩날리는 레드와인 빛 머리를 높이 올려 묶은 소녀가 완벽한 자세로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휙- 한번 내리그을 때마다 갈라지는 허공. 꽤 오랜 시간동안 휘두른 듯 발이 디디고 있는 곳이 푹 파여 있었지만 소녀의 단아한 이마에는 땀방울 조차 맺히지 않았다. 빠르게 세로로, 가로로 휘두를 때마다 조금씩 달싹이는 입술이 검을 몇번이나 휘둘렀는지 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정말로 소녀의 입이 일자로 굳게 다물려짐과 동시에 쉴새없이 허공을 가르던 목검도 멈췄다.
"1000, 끝."
라온제나 세르틴데 A. 에노필레아- 로르네프의 주인인 제국의 1황녀는 엄청난 숫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이미 환하게 밝아있는 동쪽 하늘을 향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 점점 단축되고 있다. 처음 아르카센이 소녀에게 가로베기 1000번, 세로베기 1000번 도합 2000번을 시켰을 때에는 채 끝내지도 못하고 나동그라졌었다. 한 동작만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그동안 자신이 해 온 훈련은 정말 어린애 장난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안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두를 끝내고서도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상쾌하다. 라나는 눈을 감고 싱그러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들이킨 공기와 함께 불현듯 잊고 있던 사실도 떠올랐다. 아르카센은 소녀의 훈련에 딱 한번 함께하고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보고 있다고 열심히 하거나, 보고 있지 않다고 대충 하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이런 성과를 이뤄 낸 것이지만 의아했다.
일주일간의 공백-. 라나는 고개를 내려 오른손에 감겨 있는 붕대를 보았다. 지독하게도 오래 가는 상처다. 일주일 전 쏟아진 편지 세례에 답장을 모두 끝마치고, 이층 테라스에서 뛰어내려 탈출한 다음 엘로디를 만나 어찌어찌 변장해 듀르한 저택에 메이드로 잠입한 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그를 만나고 난 다음부터의 기억이 없다. 단지 알고 있는 건 손바닥의 상처는 그날의 외출로 생긴 것이라는 것과 아르카센이 자신을 데리고 황궁에 돌아왔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다는-.
"요즘 들어 기억에 허점이 많아졌단 말이야."
그 중얼거림 그대로다. 불과 한달 전에 있었던 제하센 후작의 암살 건도 가물가물 잘 떠오르지 않았다. 속이 빈 썩은 나무로 집을 지은 듯 어떠한 시점 이전의 기억들은 불안정했다. 어느 순간은 기억나다가도, 그것을 떠올린 다음부터는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라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헤집었다.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던 머리카락이 꽉 졸라 묶은 고무줄 사이로 빠져나와 순식간에 산발이 되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누군가가 작정하고 지우개로 기억들을 아무렇게나 문질러 닦은 것 같다. 뭔가 중요한, 아주 중요한 사실들의 상실감이 자꾸만 찝찝한 기분이 들게 한다.
하루가 지날수록 흐릿해지는 어떠한 시점 이전의 기억들. 잘 낫지 않는 상처. 황궁으로 돌아온 뒤 잠에 빠져서 깨어나지 못했던 일주일. 도대체 그것들의 연관성이 뭘까? 눈이 욱신거릴 정도로 붕대를 뚫어져라 보지만 명쾌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라나는 조그만 한숨을 내쉬며 고민은 잠시 덮어두기로 했다.
어쨌든 아침- 또 다른 시작이다.
"하아아아-"
로르네프 궁에 소속된 한 어린 시녀는 뒤를 흘낏거리며 들으란 듯이 커다란 한숨을 쉬었다. 시녀의 뒤에는 요 근래 들어서 모든 레이디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자신의 주인으로 인해 결코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된 남자가 묵묵히 시녀를 따르고 있었다. 아르카센 F. 듀르한. 깐깐하기로 유명했던 선대 듀르한 공작의 머나먼 방계 친척이자 새로운 듀르한 공작, 그리고 대륙에 몇 없는 마검사에 모든 기사들의 꿈인 글라디올러스의 기사단장인 남자. 시녀는 그를 주인에게로 안내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이지 완벽한 남자가 아닐 수 없다. 어린 시녀는 다시한번 동경의 눈초리로 그를 힐끔 살폈다. 한갓 시녀에 불과한 자신을 존중해주는 태도에, 황녀전하의 체면을 위해 바로 황녀전하를 알현하러 가도 될 것을 적절한 절차까지 거치는 것으로 보아 사려도 깊다. 환상적인 외모만 해도 덜 익은 연심에 불이 붙었는데 거기다 사소한 배려까지 더해지니 그만이 세상의 유일한 남자인 것만 같았다.
"다 온것 같습니다만."
"…아, 아아? 죄, 죄송합니다!"
어린 시녀의 귀여운 실수에도 아르카센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기에 급급한 시녀는 재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던 문 앞에 서서 큰 소리로 고했다.
"아르카센 F. 듀르한 공작께서 알현을 요청하십니다, 황녀전하!"
"……."
"저, 전하? 듀르한 공작께서 알현을 요청하십니다!"
"……."
안에서는 묵묵부답. 시녀는 완전히 울상을 지으며 아르카센을 올려다보았다. 당연히 1황녀는 집무실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쪽으로 안내한건데, 감감 무소식이니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언제나 황녀전하의 옆을 지키는 마키님이라도 계셨으면 좋을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린 시녀는 발만 동동 굴렀다. 공작각하를 이대로 돌려 보낸다면, 경을 쳐도 크게 칠 테다.
"돌아가보십시오. 먼저 들어가 전하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러시겠어요?"
"예,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아뇨, 아니에요!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즐거운 시간? 어쩐지 묘한 울림을 담고 있는 말을 내뱉어버렸다. 정작 아르카센 본인은 상관하지 않았지만 혼자 또다시 얼굴을 빨갛게 붉힌 시녀는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르카센이 문 저편으로 사라질 때까지 빨개진 얼굴을 추스르지 못했다.
그 때 라나는 집무실 바로 옆방인 서고에서 한창 책을 뒤지는 중이었다. 소녀는 마냥 검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철학같은 다소 따분할 수도 있는 책들을 즐겨보곤 했다. 한동안은 이것저것 일들이 많아 한 번 책을 잡으면 다 볼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는 성격에 볼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마침 일정이 깨끗하게 비워진 상태라 마음놓고 책을 볼 수 있었다. 항상 곁에 시립해 있는 마키는 라나가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주방장에게 간식을 부탁하러 간 상태였다.
라나의 서고에는 황립 도서관에는 없는 진기한 서적들이 많았다. 그리고 두께도 엄청났다. 보통 책 열권을 합쳐 놓아야 겨우 한 권 분량이 될까 말까한 책들이 수두룩 했다.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어 빨리 읽는 데에는 이골이 난 라나라도, '대륙 역사의 총체적 서술'이라는 제목부터 따분한 책을 읽으려면 몇일 밤낮을 새야 할 지도 몰랐다. 게다가 그 시리즈가 무려 여덟 권이나 된다. 라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읽을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그냥 도로 책을 집어넣었다. 서고에 있는 책들은 마법사들이 모두 경량화 마법을 걸어두어 크기와 두께에 비해서는 가벼웠지만, 그래도 '대륙 역사의 총체적 서술'은 무거웠나보다. 손에서 미끄러진 책이 쾅, 하는 엄청난 소리를 내며 아래로 떨어졌다.
"켁! 콜록, 콜록콜록! 으으, 너희들 요 몇일 새에 정말로 꼬질해졌구나."
뽀얀 먼지가 호흡기관을 통해 폐에 스며들어 격한 기침을 만들어낸다. 라나는 손을 휘저어 시야를 가린 먼지들을 몰아냈다. 허리를 숙여 바닥을 바라보니 '대륙 역사의 총체적 서술'-이하 대총서라하겠다-이 떨어지면서 쌓아져있는 책들을 건드린 듯 엉망이 되어있었다. 나직한 한숨을 내쉰 라나는 올라앉아있던 사다리에서 사뿐히 뛰어내렸다. 책들을 스트라이크로 쓰러뜨려버린 '대총서'를 한쪽으로 치우자 먼지가 한 겹 덮여있는 책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음, 그러고보니 청소할 때가 다가온 것 같은데."
자동 청소를 해주는 마법이 걸려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손으로 하느니만 못하다. 그래서 라나는 한달에 한두번씩은 꼭 직접 물걸레를 들고 청소를 해주고는 했다. 물론 그 청소가 시녀들이 모두 힘을 합해도 일주일은 잡아먹는 대청소라는 게 문제지만, 그렇지 않으면 귀한 책들이 상해버리니 어쩔 수 없다. 마키가 오면 물걸레를 준비해 달라고 해야지. 책들을 탁탁 털어내고 가지런히 쌓으며 중얼거리는 라나의 눈에 순간 이채가 서렸다.
"어?"
새까만 책-. 소녀의 손에 들린 것은 먼지가 하나도 묻지 않은 깨끗한 새책과도 같아보이는 조그마한 소책자였다. 제목조차 없다. 이런 책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불빛에 비춰봐도 제목이 드러나지 않자 라나는 정리하려던 책을 한쪽에 놓아두고는 책을 펼쳐보려 했다.
"어디 계십니까, 황녀전하."
"…앗, 잠시만 기다려요!"
그 순간 아르카센의 부름이 들려오지만 않았다면 분명 책을 펼쳐 그 안에 있는 내용을 읽었을 것이다. 라나는 잠에서 깨어난 듯 화들짝 몸을 일으키고는 손에 들린 책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 서둘러 집무실로 향했다.
탁. 문이 닫히고, 라나가 들어옴으로써 잠시 밝아졌던 서고가 다시 어둠에 휩싸이자 남겨진 까만 책은 사이한 푸른 빛을 발했다.
"고귀한 태양의 따님이시자 저의 주군께 경의를, 라온제나 황녀전하."
"아리 경은 그런 격식 안 차려도 된다니까요. 그나저나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벽에서 툭 튀어나온 자신을 보고서도 놀라지 않는다. 이 남자는. 라나는 속으로 작은 웃음을 지었다. 엘로디조차 벽에 숨겨진 비밀문으로 나오면 깜짝깜짝 놀라고는 했었는데. 나를 너무 많이 알아버렸어. 하지만 상관없다. 아르카센이라면, 아리 경 이라면 가면에 가려진 황녀의 모습보다 진짜 라온제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아르카센은 그렇지 않은지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사실은 아리 경 이라는 호칭에 찌푸린 것이다- 저벅. 큰 걸음으로 단숨에 라나 가까이까지 다가왔다. 무방비한 모습으로 미소를 짓고 있던 라나는 깜짝 놀랐다. 조용히 넘어가는 줄 알았더니 잔소리?
"어어- 그러니까 여기는 내 서고…"
"먼지가 묻었습니다."
큰 손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라나는 말도 채 끝맺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가까이 다가서자 자신의 머리 꼭대기가 그의 가슴팍에까지밖에 닿지 않는다. 처음이다. 라나는 그가 손을 떼고 물러서자 큰 숨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들이켰다. 어리고, 작다 해도 자신은 일국의 황녀- 가끔 아버지나 오빠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긴 했어도 남에게 아이 취급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고개를 들자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흑요석 같은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라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아아, 그래. 남이 아니야! 피의 맹약까지 했다구. 피를 나눴단 건 혈연과도 같은 거잖아? 친오빠와 비슷한 개념일 뿐이야. 훨씬 어른답지만, 그렇지만. 어쨌든 그런-두근 거림의 종류가 아니야! 숱하게 자기암시를 걸자 마음이 좀 진정된다. 라나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아이다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고마워요. 서고정리를 하다가 책이 떨어져 먼지가 날리는 바람에… 아, 무슨 일로 왔다고 했죠?"
얼굴 표정은 완벽한데 말투는 그렇지 않다. 이건 완전히 가면을 쓴 라온제나의 모습이잖아! 라나는 속으로 절규했다. 그냥 평소처럼 틱틱거릴 걸.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하는 데에만 애썼다. 그러나, 아르카센은 그도 신경쓰지 않았다.
"오늘부터 제왕학을 배우게 될 겁니다, 전하."
"뭐?!?!"
그리고 라나도 덕분에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제왕학을 배우게 될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내가 왜 그 따분한 걸 배우는데!!!!!!!!!"
생소한 두근거림에 얼굴이 빨개지던 소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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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호, 안녕하세요 > <
새 챕터, 황녀님의 오라버니 시작합니다!!
이번 챕터부터는 묶어서 못 올리고
한편씩 따로 떼서 올려야 할 것 같아요.....()
흑흑 이제 비축분이 얼마 안 남았군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첫댓글 헤에.. 제가 처음인겁니까? 이거, 기쁜데요? 쿡쿡. 아아, 무사히 연재만 해주신다면야.. 한 편씩 연재해 주셔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디, 연재 중단만 하지 말아주십시오. 쿡쿡. 황태자의 눈에 비친 총기에 살짝(?) 기대해보며.. 쿡쿡.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태자전하는... 일단 불쌍하신 분이라는 것만 알려드릴게요 ㅠ.ㅠ! 늘 코멘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 기대할게요~
넵 >< 늘 코멘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
헤/// 오늘도 멋있는 아리경♥ 잘 보고 가요ㅋㅋ 건필하세요ㅋㅋ
늘 멋있는 아리경♡ ㅋ,ㅋ 좋아해주시고 늘 코멘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 <
너무멋있어요~ㅋㅋ담편기대할게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