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교육감을 둔 서울시 경기도 등 교육청들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따라 외고와 자사고(자율형사립고)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강남 8학군 부활'을 야기하고, 강남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육 격차와 서열화를 없애자는 취지의 정책이 엉뚱하게 강남구 서초구 목동 등 이른바 '교육특구' 쏠림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구 소재 한 자사고 교장은 "자사고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낙후된 지역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강남 외 지역에서도 강남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가 깔려 있었다"며 "입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강남 지역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이들 학군으로 학부모가 대거 이사해 과거 강남 8학군이 재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전국 36개 광역 단위 선발 자사고 중 올해 서울대 합격자 배출이 많은 7개 학교 중 6곳이 서울 강남·서초·양천구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6개 학교(휘문고·세화고·현대고·중동고·세화여고·양정고)의 서울대 합격자는 121명(57%)으로 서울 22개 지역 단위 자사고 전체 서울대 합격생(211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자사고와 외고 등 일반고 전환 시) 학생들 수준별 교육 니즈를 충족시키기 힘들고, 수능 절대평가와 내신성취평가제(절대평가)까지 맞물릴 경우 사교육 의존이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며 "명문학교와 학원가가 몰려 있는 지역이 부활하는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8학군 선호 현상이 부동산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일반 명문고와 학원가가 밀집해 있는 강남권 선호도가 높아지며 주택 매매 가격과 전셋값이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며 "판교와 마포 일대에도 신흥 명문고가 생겨나면 이 지역 부동산시장도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교육환경과 아파트 전세 가격 관계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08~2010년 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1225단지 대상 조사 결과, 서울대 합격생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해당 지역 전셋값이 197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교 입시를 고려하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혼란에 빠졌다.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이 모씨(44)는 "갑작스러운 외고·자사고 폐지 방침에 어떻게 해야할지 굉장히 혼란스럽다"며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꼼꼼히 준비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와중에도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외고·자사고 폐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28일 외고와 자사고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 2015년 운영성과 평가 당시 기준 점수 미달로 재평가가 예정돼 있는 서울외고 장훈고 경문고 세화여고 등 4개교의 재지정 여부도 밝힐 계획이다. 교육계에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외고와 자사고 폐지에 강한 의지가 있는 만큼 재지정 무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자사고인 울산 성신고는 2018년까지 일반고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학부모들은 교장 퇴진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첫댓글 지금도 유명 외고 자사고 근처 집값 장난 아닌데...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