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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려타곤(懶驢 坤) 28-1
천하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여자, 그래서 천하제일미인이라 불리는 그 여자는 밤하늘에 별이 총총 떠 있는 늦은 밤인데도 홀로 후원에 만든 연못 위의 정자에 앉아 금을 타고 있었다.
낮고 잔잔한 선율이 고요한 밤하늘을 가르고 있는 가운데 방수련은 혼자 금을 타면서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북해로 떠난 동생이 무사한지, 취하와 취앵이 무사히 동생 소구를 만날 수 있는지, 운룡회의 무리들이 백초당을 공격하는 일이 없는지----, 그녀는 많은 것이 걱정되었다. 칠호라는 자가 지금 이곳을 공격한다면 그자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방수련뿐이었지만, 방수련은 그자를 혼자 상대해서 이기고 백초당을 지킬 수 있는지 자신할 수 없었다.
방수련이 그렇게 심란한 마음을 금을 타면서 달래고 있는 동안에 오대세가의 인물들은 그들에게 배달된 한통의 서찰로 인해 한자리에 모여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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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세가의 가주 여러분에게 고합니다.
당신들이 진정 중원의 무림인이라면 당장 백초당과 청방의 인연을 끊어야 할 것입니다.
땅은 여진족이 세운 청에 넘어갔다 해도 이 땅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무림마저 외세에 넘겨줄 생각이 아니라면 당장 청방에서 탈퇴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미 소문들 들었을 것입니다. 북쪽에서는 빙궁이, 남쪽에서는 남해검문이, 그리고 서쪽에서는 소뢰음사라 불리는 단체가 이 땅의 무림을 지배하려 한다는 소문을---.
그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이미 세 방향으로 뜻 있는 무림인들이 모여 길을 떠난 뒤에 우리는 뒤늦게 한가지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북해의 지배자라 불리는 빙궁이 이미 백초당이라는 이름으로 중원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과 동맹의 관계를 맺은 청방이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단체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빙궁이 만든 백초당에서 만든 단체가 아닙니까? 그리고 청방은 현재의 중원 무림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빙궁은 청방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중원의 무림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저희 오인은 통탄을 금치 못하고 이렇게 오대세가의 가주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중원의 무림을 이끌어 가던 천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오대세가가 빙궁과 같은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은 중원의 무림을 배신하는 행위일 것입니다. 여러분이 진정 중원의 무림인이라면 지금 당장 청방에서 탈퇴하고 청방을 중원에서 몰아내는 일에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당장 청방에서 탈퇴하고 중원의 무림인들이 모여 미래를 의논하는 군산으로 오셔서 저희와 힘을 합치길 바랍니다.
무당 장문 임지한 배상
화산 장문 공 덕 배상
종남 장문 남 명 배상
곤륜 장문 진하정 배상
아미 장문 무 정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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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배달된 서찰의 끝에는 오대세가의 가주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다섯 명의 서명이 들어가 있었다.
"이 서찰에 들어간 말이 사실일까요?"
사천 당문의 가주인 당 백호가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하고, 다른 네 사람을 둘러보며 의견을 구했다.
"여러분들은 청방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오? 청방에서 탈퇴하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을 게요. 그리고---."
악씨세가의 가주가 턱밑으로 길게 자란 검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중원에 퍼진 소문이 거짓된 것이라는 걸 여러분들도 이미 모두 아시리라 믿소. 우리의 적은 청방이 아니라 운룡회라는 것 또한--, 여기 서찰을 보낸 자들 중에 몇은 운룡회의 운룡이라 불리는 자들이 섞여 있소. 이미 운룡회에 대한 조사는 모두 끝낸 상태고, 예전에 황산에 마교의 총타가 있을 때 그곳에 모여 있던 자들이 운룡회의 운룡이 되었다는 것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잠시 말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보던 악씨 세가의 가주 악불범은 목이 타는지 찻잔을 입에 가져가 한 모금 마신 다음 다시 말문을 이어갔다.
"대부분의 중원의 무림인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에, 우리 오대세가가 계속 청방에 남아 있으면 같은 중원인들로부터 배척받게 된다는 것 또한 변할 수 없는 사실이오."
남궁 세가의 가주 남궁진호가 조금은 짜증이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요?"
"청방이 빙궁의 변신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무림 문파 간의 일에 개입한 적이 있습니까? 이 서찰에 담긴 내용은 억지가 많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서찰에 따라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또 뭐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당백호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당 가주, 잠시 진정하고 내 말을 잘 들어보시오. 이건 우리에게 아주 황금 같은 기화란 말이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던 나머지 네 명의 가주들은 눈을 깜박이며 악불범을 의문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백초당과 청방의 모든 재산과 세력이 우리의 손에 굴러 떨어질 절호의 기회란 말이오. 우리가 머리만 잘 쓰면 운룡회의 무리도 망하고, 백초당도 청방도 사라지고 강호에 오직 오대세가만이 남을 기회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요?"
"지금 백초당에 머물고 있는 고수는 방수련 그 여자 아이 뿐이오. 그녀의 무공이 아무리 높다해도 우리가 사방을 지켜주지 않는 한 백초당에 머물고 있는 모두를 지켜 줄 능력은 없소. 현재 백초당의 머리 역할을 하는 신기서생만 사라진다면 백초당과 청방의 모든 것을 우리가 흡수할 수 있소. 방종구가 깨어나 있다면 이런 계획은 아예 성사될 리가 없겠지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자는 지하에 잠들어 있는 상태라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오. 칠호라는 자가 무공이 높다지만 그자 역시 우리 다섯의 협공은 두려워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소. 우리가 할 일은 운룡회의 무리가 백초당을 공격해서 머리를 자를 기회를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군산으로 가야만 하오. 운룡회의 무리가 꾸미는 음모를 폭로하고 군산에 있는 운룡회를 처치하기만 하면 우리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두 개의 조직이 모두 무너질 것이오.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은 방소구와 칠호뿐이오. 그들은 서로를 상대하기 바빠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도 못할 테니---. 더군다나 이 따위 편지 한 장만 달랑 보내서 우리를 이용해 먹으려드는 세 어린아이를 가만 놔둔다는 것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
악불범의 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머지 네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운룡회의 운룡이 누구누구인지 그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들 자신 밖에 없었다. 이것은 틀림없이 기회였다.
설사 일이 잘못된다해도 가문에 피해가 갈 일이 없었다. 그들이 자리를 비우기에 충분한 이유가 그들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산으로 떠납시다."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고 그들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묘강을 떠나 중원으로 돌아온 칠호는 개봉에 잠입해 있는 상태였다.
'환혼경의 조각이 인도하는 데로 움직였는데 설마 백초당이 있는 개봉으로 오게 될 줄이야.'
마교의 성녀가 환생한 인간이 백초당에 살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한 칠호였다. 그래서 백초당에 잠입해서 환생한 성녀가 누구인지 알아낼 기회만을 엿보고 있는 칠호였지만 기회는 쉽사리 오지 않았다. 그가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방소구는 비록 없지만 자신에 못지 않은 능력을 지닌 자들이 셋이나 머무르고 있었다. 게다가 개봉의 사방에 포진하고 있는 무림 세가들--,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오대 세가의 가주들 다섯이 그중 어딘가에 모두 모여서 칠호가 나타날 때만을 노리고 있었다.
자신의 한계를 늘 정확하게 파악하고 행동하는 칠호였다.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했다.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칠호는 신중하게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하늘 위로 울려 퍼지는 낮고 잔잔한 금음(琴音)을 들으면서 칠호는 백초당을 계속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주 강하게 느껴졌던 두 여자가 며칠 전 백초당을 떠나면서 이제 백초당에 머물고 있는 자들 중에 칠호를 상대할만한 고수는 하나밖에 느껴지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도 칠호는 백초당 안으로 들어가 보는 일을 망설이고 있었다. 백초당 근처에 오대세가의 가주들이 머물고 있으니 자신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자들이 몰려올 테고, 한꺼번에 절정고수를 여섯이나 상대하는 일은 칠호로서도 벅찬 일이었다. 무림 세가라는 이름이 붙는 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칠호는 잘 알고 있었다. 몇 백년의 세월에 걸쳐 무림에서 세가라 불리며 존속한다는 것은 그 정도의 힘과 저력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세가의 가주들 하나면 일파의 장문인 이상의 실력을 지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고, 그런 절정 고수들 다섯에 꾀나 강한 고수(高手) 하나가 백초당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었다. 살수(殺手) 출신인 칠호가 가장 잘 하는 일은 참고 기다리는 일이었고, 그는 완벽한 한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백초당이 멀리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숨어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칠호는 깊은 새벽인데도 여전히 곳곳에 불이 밝혀져 있는 백초당의 건물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음악 소리가 끊긴 것을 보니 그 여자가 잠을 자는 모양이군. 그 여자가 성녀의 환생일까?'
다시 한번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환혼경의 조각을 쓰다듬으면서 칠호는 고민에 잠겼다.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환혼경의 조각이 가리키는 장소가 백초당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또 하루의 밤이 지나 붉은 태양이 산 위로 솟아올라 날은 밝아오고, 숨어서 백초당을 바라보고 있는 칠호의 눈에 다섯 명의 노인이 백초당의 문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들어왔다.
'오대세가의 가주들이로군. 저들이 무슨 일로 이른 아침부터 저곳으로 들어오는 것이지? 내가 여기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건가?'
칠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마교의 무공을 얻기 전에도 은신술에 있어서 천하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신하던 칠호였다. 도망치고 숨는 재간에 있어서 칠호를 따라 올 사람은 천하에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오대세가의 가주들이 무공이 강하다해도 자신을 발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저들이 무슨 일로---?'
칠호는 궁금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움직일 때가 아니었다. 숨은 장소에서 꼼짝도 안하고 칠호는 계속 백초당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신기서생 정옥과 방수련이 마주 앉아 있는 식탁 위로 하녀들이 음식들을 날라 오고 두 사람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방주님, 오대세가의 가주들이 방주님을 만나려고 오셨습니다."
백초당의 총관 염철의 쉰 목소리가 방 밖에서 들려오면서 두 사람만의 시간을 방해했다.
젓가락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부부는 우울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른 아침부터 그들이 무슨 일일까요?"
"모르겠소. 만나보면 알겠지."
방수련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 신기서생은 고개를 돌려 문 밖에 서 있는 총관을 향해 소리쳤다.
"그분들도 아직 아침을 드시지 않았을 테니 이리로 모시게!"
식탁 주위로 다섯 개의 의자가 더 놓이고, 잠시 뒤 오대세가의 가주들도 식탁 앞에 앉게 되었다.
"일단 식사부터 하시지요. 이른 아침이라 다들 아침을 거르셨을 테니---."
정옥의 말처럼 식사도 거르고 백초당으로 찾아온 다섯의 노인들은 젓가락을 집어들면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자네에게 보여 줄 것이 있다네."
식사를 하다말고 남궁 진호가 군산에서 오대세가로 보낸 한 통의 서찰을 정옥에게 넘겨주고, 정옥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서찰을 읽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없이 음식만 먹고 있는 다섯 명의 노인을 바라보다 질문했다.
"그래서 어쩔 작정이십니까?"
"거기 서찰에 서명을 한 다섯 명 중 세 명이 운룡회의 운룡이지. 이대로 그들의 의도대로 군산에서의 일이 진행되게 놔둘 수는 없는 일이야."
암기와 독으로 유명한 당문의 당 백호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결코 청방에서 탈퇴할 생각이 없으니 안심하게. 그리고--, 중원에서 뿌리를 내린 우리 가문들이 중원의 적이 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니, 우리는 군산으로 갈 생각이네."
당백호의 말을 이어 악불범이 말을 이었다.
"저들의 의도대로 하게 놔두면 중원 전체가 우리의 적이 될 것이니 이 일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네. 우리는 군산으로 가서 일을 벌이고 있는 세 명의 운룡을 처치할 생각이네."
잔잔한 어조로 말하고 있지만 은은히 분노가 잔뜩 어려 있는 악불범의 말을 듣고, 정옥은 더욱 표정이 어두워진 채 말이 없는 아내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첫댓글 즐감하고 갑니다.
즐독하였늡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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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로즈데이~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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