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아는 바가 있다 해서
스스로 뽐내며 남을 깔본다면
장님이 촛불을 들고 걷는 것 같아
남은 비춰 주지만 자신은 밝히지 못한다
(법구경)
중국 당나라 때 편찬된 조당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이발(李勃)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평소 만 권이 넘을 만큼 많은 책을 읽어 사람들이 부르는 별명이 이만권(李萬券)으로 통했다.
이만권과 백시랑(白侍郎)이 함께 여산의 업종사 귀종지상(歸宗智常) 선사를 찾아가 물었다.
"경전에 ‘수미산(須彌山)에다 겨자씨를 넣고 겨자씨에다 수미산을 넣는다’고 하였는데, 수미산에다 겨자씨를 넣는 것은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지만 겨자씨에다 수미산을 넣는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닙니까?”
이에 지상선사가 되물었다. 공(公)께서는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무슨 재주가 있어서 출세를 하셨는지요?"
이만권이 화를 내며 대답하였다. "선사께서는 제가 책 만 권을 읽고 출세한 줄을 어찌 모르십니까?"
선사가 말하였다. "공은 어찌하여 거짓말을 하시오?”
이만권이 대답했다. “제가 언제 거짓말을 했습니까?”
“공의 몸뚱이가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몸속 어디에 책 만 권을 두셨습니까?"
이만권이 이 말에 크게 느낀바 있어 즉시 절하며 감사의 예를 올리고 지상선사를 스승으로 모셨다.
수미산은 불교의 세계관에 나오는 세계의 중심산입니다. 세상은 아홉 산과 여덟 바다가 겹쳐져 있는데, 가장 높은 산이 바로 수미산으로서 아주 넓은 것을 의미하고, 반대로 아주 작은 것을 의미할 때는 겨자씨를 비유합니다.
지상선사는 '수미산을 겨자씨 속에 넣기는 쉽지만 겨자씨를 수미산 속에 넣기는 매우 어렵다'는 의미를 문자로만 이해하려 하는 이발에게 그 의미를 바로 보라고 경책하신 것입니다.
시공간 속에서 우리의 삶은 찰라이며 겨자씨 같은 극미한 존재지만 극대와 극미의 세계는 하나로 통합니다. 능소 능대의 멋진 인생이 되소서!
백운경한 선사는 노래합니다. "노란 국화와 비취색 대나무는 남의 것이 아니고,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은 먼지가 아니다. 세상의 만물 모두가 우리 집 물건이므로 손에 닿은 대로 집어 사용한다."
계룡산인 장곡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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