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사랑하는 부모님께
이곳 원주도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서울도 많이 추워졌지요? 요즘 어머니께서 어지러움증도 많고 허리도 안 좋아지셨다고 하는데 걱정입니다.
장남으로서 곁에서 지켜드리지 못해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버지도 잘 계시죠? 지난 26일에는 불편한 다리를 이끄시고 창원까지 오셔서 응원을 해주셨는데 몸살이나 나지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참 아버지! 서울에 있는 병원에 어머니 건강검진을 신청해놓았습니다.
11월1일인데 아버지가 꼭 모시고 가셨으면 합니다.
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워낙 TG는 오고 싶었던 팀이었고 전창진 감독님과 허재 코치님 모두 잘해주십니다.
제가 맡은 것은 훈련 나갈 때 수건을 챙기는 정도라 합숙생활도 힘든 것은 없습니다.
얼마 전에는 NBA에서 19년이나 선수생활을 한 제임스 에드워드라는 분이 팀에 합류해 개인지도를 해주고 있어 공격능력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사실 LG와의 데뷔전이 부담이 됐었는데 그런대로 제 몫을 한 것 같아 마음이 편합니다.
경기 중에 실수했을 때 “괜찮아 임마.잘 하고 있어!”라는 허재 코치님의 격려도 도움이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큰 관심을 받으며 프로에서 뛸 수 있는것도 부모님 덕분입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아버지의 다리가 불편했고,어머니도 흔히 ‘곱사등이’라 불리는 증세를 안고 있었지만 저는 그것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남들처럼 잘 먹지도 못해 앓아누울 때도 많아 짜증을 부리기도 했지만 그건 다 철 없을 때 일이죠. 부산에서 살 때 제 키에 비해 방이 작아 대각선으로 누워자고 지냈던 것도 지금은 다 즐거운 추억입니다.
어머니는 제가 고등학교 때 193㎝의 키에 몸무게가 70㎏ 정도 나가자 “못 먹여서 그런거다”며 눈물을 훔쳤지만 전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농구신발 하나 제대로 사주지 못했다며 지금도 미안해하시는데 이제 그러지 마십시오.
어머니,아버지!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두 분 몰래 눈물도 참 많이 흘렸습니다.
아버지가 지난 97년 불편한 몸으로 부산 신발공장에서 일하면서 푼돈을 받으시다가 그나마도 일자리를 잃어 시름에 빠지셨을 때는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얼마 전에는 집에 갔다가 주무시는 아버지의 흰머리카락을 보고 어찌나 눈물이 북받쳐 오르던지…. 부산에 쭉 사시다가 3년 전부터 서울생활을 하시느라 많이 힘드시죠? 아는 이웃분들도 없어 적적하실 겁니다.
가뜩이나 몸도 불편하신데 전세로 살고 있는 사당동 집이 작아 답답하시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지금보다 더 큰 집으로 두 분을 모시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제 꿈이라는 거 아세요? 제가 이렇게 크는 동안 늘 같은 자리에서 저에게 큰 힘이 돼주신 두 분이 이제부터 아들 덕을 보실 차례입니다.
올시즌 정말 열심히 해서 신인왕은 물론이고 MVP까지 받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물론 팀우승도 이뤄낼거고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어머니!찬바람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늘 조심하세요.
10월29일 원주에서 주성이가.
<추신>향란(21·185㎝·흥국생명 배구단 센터)이가 오늘도 경기에서 졌다면서요? 벌써 두 경기째 지고 있네요. 경북 구미까지 응원을 가셨는데 많이 속상하셨죠? 어깨가 축 처져 있을 향란이에게 오늘은 힘내라고 이 오빠가 연락 한 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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