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문명권의 순환과 인류의 당면과제
인류의 문화사(文化史)를 돌이켜보면 고대의 문명은 열대권 문명(熟帶圈文明)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고대 문명의 발상지는 열대권이었다는 것입니다. 마야문명, 잉카문명, 이집트문명,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도문명, 중국의 황하문명 등 고대 문명의 발상지는 모두 아열대권 내지는 열대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명권이 이동해 가는데, 어디로 이동해 가느냐 하면 양대문명권(凉帶文明圈)으로 이동해 갑니다. 지금 20세기의 문명이 바로 이 양대문명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서 문명이 열대권에서 시작해서 양대권으로 이동해 가느냐? 자연의 섭리를 살펴보면 봄-여름-가을-겨울의 순으로 순환하고, 하루를 두고 살펴봐도 아침-낮-저녁-밤의 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류 문명의 시작도 아침문명(봄문명)으로 시작해서 대낮의 문명(여름문명)을 거치고 저녁문명(가을문명)을 거쳐 밤문명(겨울문명)으로 가야 할 텐데, 왜 여름철 대낮의 열대권문명에서 시작해서 가을철의 양대문명으로 옮겨 가느냐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인간 시조의 타락 때문이었습니다. 인간 조상의 타락으로 인해서 말 못 할 곡절을 겪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이 야만인으로 떨어지면서 원시인이 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럼으로 말미암아 인간 조상들은 열대지방에서부터 원시적인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애당초 봄절기의 온대문명에서부터 시작했어야 할 텐데, 열대문명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다음에는 가을절기의 양대문명권에 속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가을절기의 양대문명(凉帶文明:西洋文明)이 끝나면 다음엔 어떤 문명이 오느냐 하면, 겨울절기의 한대문명(寒帶文明)이 옵니다. 그래서 20세기의 양대문명권에 이미 시베리아의 북풍 설한의 한대문명권, 다시 말해서 공산주의의 입김이 세차게 몰아쳐 와 양대문명이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이 양대문명권에서 하나의 이상적인 본체의 열매가 맺혀져 인류의 문화를 새롭게 창조해 내고, 새 역사 출발에 있어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불행하게도 열매 없이 문화권으로서의 종국(終局)을 맞을 때가 왔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 20세기 양대문명(凉帶文明) 속에서 하나의 열매가 맺혀졌더라면, 그것이 하나의 새로운 생명의 씨앗으로 남아져 아무리 추운 겨울 속에서도 오히려 보다 더 강인한 생명력과 힘을 길러 가지고, 겨울이 지난 후 새봄에는 하나의 생명의 싹으로 돋아나 온대문명권(溫帶文明圈)의 꽃을 피울 수 있을 테지만, 오늘날 자유세계의 양대문명권은 그 어떤 열매하나 맺을 수 있는 결실의 내용 없이, 오히려 북풍 설한의 모진 공산주의의 입바람과 채찍 밑에서 기진맥진하여 이제 최후의 종말을 예고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 20세기의 전 인류 앞에 최우선적인 당면과제로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바로 공산주의의 극복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양대문명권의 위기 앞에서 고대로부터 인류가 추구해 나온 진정한 봄의 문명, 곧 온대문명권은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이냐? 본래 인류가 바라왔던 이상적 본체(理想的本體)의 씨앗으로부터 시작하는 봄의 문명, 다시 말하면 하나님이 이상했던 자연동산 가운데서 소생적(蘇生的)인 봄의 새싹기를 거쳐 여름철의 무성한 성숙기(成熟期)를 통해 스스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가을철의 완숙기(完熟期)에서 인류와 하나님이 본래부터 추구하고 바라온 이상적인 봄의 문명을 우리는 과연 어디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냐? 이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198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