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어도 차를 못사는 시대입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인한 부품·원자재 공급난이 뒤따르면서 신차 출고 지연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인기 차종은 계약 후 실제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1년이 넘게 시간이 걸리는 상황입니다. .
그래서일까요? 최근 자동차 리스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리스·렌트 시장은 연평균 11%씩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국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역시 14% 수준에 달합니다. 특히 2030 세대의 리스·렌트 비중은 2015년 16.2%에서 지난해 31.9%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자동차 리스는 소비자가 리스회사가 구매한 차량을 정해진 시간만큼 빌린 뒤 이용료를 내는 서비스입니다. 월별 이용료를 내고 원하는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자동차 금융상품인데요. 약속한 기간이 끝나면 자동차의 잔존가치를 살핀 후 자동차를 인수할지 반납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사는 대신 리스를 이용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세법상 자산에 포함되므로 구매와 동시에 매년 재산세가 부과됩니다. 반면 자동차 리스의 경우 자동차의 명의 자체가 리스회사로 돼있어 개인 명의의 재산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초기비용도 적게 듭니다. 차를 사면 취등록세와 부대비용 등을 필수적으로 내야 하지만 리스 서비스엔 수수료나 부대비용이 월 이용료에 모두 포함돼 있다 보니 따로 신경써야 할 지출은 없습니다.
법인의 경우 절세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리스 자동차의 월 이용료 및 감가상각비가 필요경비에 해당하기 때문인데요. 운행기록부를 작성했다면 차량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공제됩니다. 설령 운행기록부 작성을 누락했더라도 최대 1500만원(감가상각비 800만원)까지 비용처리가 가능합니다.
나아가 렌터카 업체에서 빌린 차량은 번호판에 ‘하’ ‘허’ ‘호’ 등의 기호가 적혀 있어 렌터카 여부가 겉으로 드러나지만 리스 자동차는 일반 번호판을 사용하기에 마치 '내 차' 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도 고객 유인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자동차 리스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리스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고 자동차를 반환하는 소비자는 높은 위약금을 물어야 합니다. 대다수의 리스업체가 중도해지 수수료율을 25~40%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자신 소유의 차량이 아니므로 소비자는 차량 도색이나 라이트 변경 등의 구조 변경, 즉 튜닝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구조를 변경했다면 리스한 자동차를 반납할 때 반드시 원래 상태로 돌려놔야 합니다.
리스 자동차는 원하는 만큼 타기도 어렵습니다. 자동차 리스 계약서에는 약정 주행거리가 명시돼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주행거리에 제한을 걸어두지 않으면 차량의 감가상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리스업체는 대부분 은행이나 캐피탈 업체 등 금융회사이기에 리스계약을 맺는 순간 고객의 부채로 인식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자동차 리스 업체들은 '반값으로 원하던 자동차를 탈 수 있다' '월 이용료가 매우 저렴하다'는 등의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하곤 하는데요. 실제 소비자가 지출해야 하는 돈은 업체의 홍보문구와는 정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와 같은 자동차 리스 업체의 과장광고에 대한 소비자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자동차 리스 사기도 조심해야 합니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 해당 회사가 믿을 만한 곳인지, 계약서의 주요 내용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금융회사 리스 계약서의 보증금 또는 선납금 항목에 이미 지급한 금액이 확실히 기재돼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계약 후에는 리스 계약 만료 시까지 계약서나 입금증 등 증빙자료를 반드시 보관해둬야 추후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증가하는 리스 사기…현명하게 대처하려면
최근 자동차 리스 관련 사기사건이 급증한 탓에 소비자들의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데요.
지난 5월 청주에서 자동차 리스 업체를 운영하며 피해자 1000여 명으로부터 200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가로챈 리스업자들이 경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절반 가격에 고급 수입차를 탈 수 있다며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3월엔 52명의 피해자 명의로 장기 리스 계약을 체결한 뒤 넘겨받은 차량을 정상 렌터카인 것처럼 속여 다른 이들에게 다시 렌트한 사기 일당이 구속됐습니다. 이 '돌려막기' 수법의 피해액은 무려 230억원에 달했는데요.
자동차 리스 사기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 한해 자동차 리스 관련 상담 건수는 603건으로 전년의 440건에 비해 40%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자동차 리스 사기 종류는 무척 다양합니다. 먼저 선납금을 보증금처럼 속이는 경우입니다. 계약 체결 당시에는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인 것처럼 설명을 해놓고 실제로는 선납금에 해당한다는 약정을 넣는 식입니다.
리스 계약서 사이에 고객 명의의 대출서류를 몰래 넣는 대출사기 방식을 취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이외에도 자동차 리스에 필요하다며 면허증 및 카드 정보를 요구하는 보이스피싱이나 계좌번호 조작 등도 리스 사기로서 보고된 바 있습니다.
가장 많은 리스 사기는 보증금을 납부하면 이용료를 일부 지원하겠다며 이면계약을 체결하게끔 만드는 방식인데요. 보증금을 내면 매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곤 보증금을 몰래 가로채는 겁니다.
이런 유형의 사기는 리스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나 소비자를 중개하는 자동차 리스 지원업체를 가장해 자동차 리스 소비자를 모집하는 형태로 이뤄지는데요. 신용 조회를 하고 이용료 견적을 제시하며 소비자를 안심시키고는 보증금 선납을 유도합니다. 이때 일정 금액을 내면 금융회사에 지급하는 리스 이용료의 일부를 지원해준다는 말로 소비자를 유혹하죠.
이 말에 속아넘어간 소비자는 보증금을 지불하고 이용료의 일부를 지원받겠다는 이면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요. 사기 일당은 처음 2~3개월 간은 약속한 지원금을 제공해 소비자에게 신뢰를 심어줍니다. 그러다 갑자기 지원을 중단하고 잠적하는데요. 이런 사기수법에 당한 소비자들은 거액의 보증금을 일시에 날리게 되는 것은 물론 리스 계약에 따른 이용료를 계속 지불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자동차 리스업체는 금융기관이기에 여신전문금융사로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등록을 해야 하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자본시장법) 등의 적용을 받습니다. 그러나 자칭 자동차 리스 중개업체는 금융기관으로 분류되지 않아 사전에 적발해내기도 어렵습니다.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선 금융회사의 제휴업체 여부를 불문하고 이면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이미 자동차 리스 계약에서 사기를 당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앞선 설명처럼 금융회사가 아닌 자와 작성한 이면계약은 금융회사에 보상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결국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리스 중개인 등 이면계약의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요.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서 재산상의 이익을 얻을 경우에 적용되는 범죄입니다. 고객에게 매월 리스료를 지원하겠다고 거짓말을 한 후 보증금만 가로채는 행위는 명백한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다만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잠적한다면 법적 대응 절차가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피해 사실을 인지한 즉시 경찰에 이를 알리고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