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에서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하더니 잔뜩 흐린 날.
멀리 수묵화 같은 멋진 산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아 섭섭한 날.
어제 계획한 바에 의하면 오늘 아침은 이 지역 특색음식인 문어국밥을 한번 먹어보자고 했지요.
처음엔 거진읍에 있는 해물칼국수 또는 해물장칼국수를 먹기로 했다가
문어국밥이 엄청 인기가 좋고 리뷰도 많아 그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어요.
오전 8시 20분 경,
자동차로 20분 달려 도착한 베짱이 문어국밥.
건물에 베짱이 그림도 있고
바로 앞쪽은 요런 풍경.
날이 흐려도 이렇게 풍경이 멋지니...
푸슬푸슬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집니다.
문어국밥을 먹고 등대쪽으로 산책을 해도 좋을 듯해요.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려서 그건 생략.
건물의 3층으로 올라갔어요.
2층은 대기실. 대기실까지 있는 걸 보니 손님이 엄청 많기는 한가 봐요.
아침인데도 손님이 몇 팀 있기는 하네요.
그런데 음식 가격이 장난이 아니네요.
문어국밥 한 그릇이 15,000원, 문어전은 14,000원.
얼마나 맛있기에 국밥 한 그릇이 15,000원이나 할까요?
창가에 자리 잡고 음식을 기다립니다.
드디어 나왔어요.
밑반찬은 딱 사진에 나온 것이 끝!
숙주에 문어가 살짝 덮여 있네요.
처음에는 문어를 건져 양념장에 찍어 먹었어요.
그 다음엔 국물,
또 그 다음엔 숙주,
마지막엔 섞어서 후루룩...
SNS에 맛 평가도 좋고, 리뷰도 많아 믿고 찾아왔는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실망했어요.
가격 대비 맛은 그럭저럭...
국물이 시원한 것도 아니고, 건더기는 딱 숙주뿐이라 건져먹을 게 없고.
문어 삶은 국물은 약간 씁쓸한 맛도 나고...
헐, 이게 15,000원이라고?
저는 그닥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고성에 왔으니 경험으로 먹어본 것으로 만족하렵니다.
문어전이 나왔는데....
숙주에 문어 잘게 썰어 넣고 계란을 풀어 부친 건데 이것도 그닥...
모두 실망했지만 뷰 값이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내일 오전11시 체크아웃이지만, 길이 막힐 걸 생각해 오전 8시에 체크아웃하기로 했어요.
오후3시까지 글 쓰다가 거진항에 나가서 집에 갖고 갈 해산물을 사기로 했지요.
규희쌤은 계획했던 시놉을 어찌됐든 마무리하셨다 하고
경옥쌤은 자료 찾고 스토리 구상을 하시고 드디어 1챕터를 시작하셨다고 하고
저는 대강 짜온 시놉에 살을 붙이는 작업을 두 챕터 정도 마쳤고...
이로써 우리가 하려고 했던 일은 성공적으로 마친 듯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여행하고, 맛집 가고, 글쓰고.
1석3조의 성과를 거뒀으니까요.
오후 3시 우리는 거진항으로 나갔습니다.
수산물시장이 오후 5시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서둘러 나갔지요.
눈비가 섞여 오니까 밖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은 일찍 철수하셨고,
실내로 들어가 사고 싶은 것들을 구매했습니다.
규희쌤은 문어- 문어를 사면 먹기 좋게 삶아서 포장해 주십니다.
경옥쌤은 회와 반건조 가자미와 홍게 - 홍게도 먹기 좋게 삶아주십니다.
저는 문어와 반건조 가자미...
문어를 삶아주는 곳,
적합한 시간에 맞춰 먹기 좋게 삶아서 지금 물기를 빼는 중.(오른쪽 것이 규희쌤이 사신 2kg짜리 문어)
제가 산 2kg 약간 안 되는 문어는 지금 삶아지고 있는 중...
또 저녁에 먹을 백고동인지 백골뱅이인지도 삶아지고 있는 중...
집에 돌아와 셀카로 사진 한 장 찍고.
(의외로 같이 찍은 사진이 없네요.)
후다다닥....
규희쌤이 사신 문어 중에서 다리 두 개 썰고
백골뱅이인지, 백소라인지 접시에 놓고
막걸리도 놓고
정말정말 맛있게 먹었네요.
문어, 정말 맛있었어요.(이곳 고성에서 잡힌 문어)
소라는 빼먹는 게 고난도.
뱅뱅 돌려 빼서 먹으니 싱싱해서 그런지 비리지도 않고 맛있었어요.
요건, 남은 소라에 상추 넣고 무친 거예요.
보기에도 참 먹음직스럽지요?
진짜로 맛있습니다.
배불러서 못 먹었답니다.
여기에 밥 비벼 드신 분도 계셨어요.
이제는 마지막 정리하기!
내일 아침 일찍 떠나야 하기에 빌린 집 정리하고, 갖고온 음식재료 정리하고, 각자 짐 싸기!
음식물쓰레기와 재활용품도 내놓고 자동차에 일부 짐도 실으려고 나갔더니
으악~~~
눈이 소복히 쌓였어요.
에구, 큰일났네요.
내일 떠나야 하는데....
일단 자동차 앞유리 눈부터 치우고
경옥쌤은 돗자리, 저는 담요를 덮어놨어요.
6박7일동안 강원도 고성에서 지낸 타향살이....
처음 해보는 경험이어서 새로웠고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은 멋진 경험입니다.
첫댓글 저도 덕분에 고성살이 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일주일간 애쓰셨어요.
선생님들 덕분에 행복한 일주일살이였어요
눈이 많이 와서 집 갈 걱정 때문인지, 네 시에 깬 뒤
잠이 안오네요. 이제 세찬 바다소리도 슬슬 질리고
편안한 내 집 생각 나네요. ㅎㅎ
집이 최고죠^^
경옥쌤,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애썼어요.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즐거운 여행기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좋은 분들과 같이 가니 뭐든 잘 맞네요ㅡ
책상이 없어서 화장대, 다탁 등으로 대신한 게 가장 불편하고 힘들었지요. 하지만 그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변화도 좋지만 늘 있던 것들, 익숙한 나의 자리, 내 일상의 소중함도 깨닫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어요.
마지막날 먹은 백골뱅이하고 문어에 소주는 너무 환상적!
아무튼 두 분 덕에 나는 호강하고 글쓰고 맛집 탐방까지 굿굿!
오늘부터 시놉 정리하여 25일 출판사 보내면 되니까 일주일간의 글감옥 생활은 아주 성공적이었음^^
성공적이라고 하시니 다행이네요. 저는 원래부터 슬슬 하려고 했는데 가보니 욕심이 나더라구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