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래 전의 일인데 1996년 11월 24일에 시작해서 1998년 5월 31일에 종영이 된 KBS대하 드라마의 제목이 '용의 눈물'이었습니다. 최고 시청율이 49%, 평균 시청율이 20% 정도였던 이 드라마는 159부작으로 조선의 건국초기를 실감나게 보여준 명품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사극을 좋아하지 않아서 제대로 본 것은 몇 번이 안 되지만 이 드라마가 나온 뒤에 대통령에 출마하는 사람들을 소위 '잠룡'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동양에서는 황제를 상징하는 짐승이 용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왕이었기 때문에 봉황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지만 왕이 앉는 의자가 용상, 왕이 입는 옷이 곤룡포 등으로 용과 관계된 명칭을 많이 사용합니다.
요즘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가까워짐에 따라 개나 걸이나 다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고 그들을 잠룡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잠룡'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아직 하늘에 오르지 못하고 물속에 숨어 있는 용'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되겠다고 떠드는 사람들은 이미 '잠룡'이 아닙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을 많이 하면서 개헌을 해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인지 그 말이 쏙 들어간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 자꾸 '잠룡, 잠룡'하는데 이것은 정말 구태입니다. 대통령을 용에 비유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이미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한 사람은 사전적 정의로 볼 때, '잠룡'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다 할 사람으로 보이는 소위 몇몇 '잠룡'들을 보면서, 정말 용이 있다면 이 황당한 현실에 눈물을 흘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그렇게도 '잠룡'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진짜 '잠룡'이라 아직 드러내지 않는 것일까요?
나라가 걱정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