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6개의 클라비어 소곡' 그가 말년에 작곡한 일련의 피아노 소품들은 '인터메초', '카프리치오', '랩소디'의 제목을 가지면서

[아스팔트정글]

https://youtu.be/UgmMHtRV_c0?si=4By3pugxaGWmEIST

Hélène Grimaud Plays Brahms Six Pieces Op. 118

브람스의 아주 비밀스러운 느낌은 평생에 걸쳐 리트를 통해 표현되었다. 브람스는 리트라는 장르에서 자신의 고통, 기쁨, 희망, 체념, 자연과 인류애로의 도피와 같은 정신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브람스가 말년에 작곡한 피아노 작품 Op, 116(7개의 환상곡), Op. 117(3개의 간주곡), Op. 118(6개의 소곡) 그리고 리트 Op. 105, 106, 107은 이러한 관점에서 관찰될 수 있다. 그의 실내악 작품은 리트와 교향곡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내적으로 긴장감이 팽배했던 시절에 작곡된 실내악 작품(Op. 34 혹은 Op. 51의 1번)은 드라마틱하고 매우 개인적 성격을 지닌 반면, 훗날의 작품(Op. 108, 111, 114, 115)은 매우 서정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브람스는 어느 날 친구에게,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의 교유에서 행복한 듯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결코 혼자서 웃을 수 없었노라'고 토로한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생활에 동참하고자하는 그의 희망은 브람스로 하여금 많은 가정음악을 작곡하게 하였다. 18곡으로 구성된 피아노 연탄(聯彈)곡 '사랑의 리트'(Op. 52a)과 가곡집 '찌고이너 리트'(Op. 103)가 여기에 속한다.

고전적 낭만주의자 : 요하네스 브람스

19세기 후반기에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음악가중의 한사람,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는 1833년 5월 7일 독일의 북쪽에 위치한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함부르크는 우아하면서도 활기차며 문화도시로서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한자도시'(Hansastadt)로서 독립적인 지위를 누렸던 함부르크는 독일문화 못지 않게 불란서 문화에도 가까웠으며 브람스는 이처럼 문화적으로 개방적인 환경에서 성장하게 된다.

브람스의 음악적 재능은 이른 나이 때부터 보여졌다. 브람스는 우선 더블베이스 연주자로 활동하던 아버지에게서 음악을 배웠다. 그리고 곧 코쎌(O. Cossel: 1813-1865)에게서 피아노 교육을 받으며 10살 때 이미 공개연주회에 모습을 보였다. 브람스의 작곡적 재능을 발견한 코쎌은 자신의 스승이자 함부르크에서 가장 높은 지명도를 지녔던 마르크센(E. Marxsen: 1806-1887)에게 브람스의 음악이론 교육을 부탁하였다. 베토벤의 친구였던 이그나쯔 폰 자이프리트(Ignaz von Seyfried)의 제자였던 마르크센은 브람스에게 베토벤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졌으며 자신의 작곡기법을 전수하였다.

브람스는 바하와 베토벤을 비롯한 빈 고전주의 작곡가들뿐만 아니라 탈베르크나 앙뤼 헤르쯔 같은 동시대의 피아노 대가들의 작품도 연마하였고, 13세 때부터는 함부르크의 작은 술집 등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집안의 생계를 도왔다. 브람스가 17세가 되던 해인 1850년 3월 중순 경, 슈만 부부가 함부르크에 연주 차 방문했을 때 브람스는 자신이 작곡한 작품을 슈만 부부가 묶었던 호텔로 보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개봉되지도 않은 채 되돌려지고 말았다. 어린 브람스는 크게 실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만은 여전히 그의 우상이었다.

20세가 되던 해, 브람스는 헝가리 출신의 망명 바이올린리스트 레메니(Rem nyi)를 알게되어 반주자로서 그와 함께 연주 여행을 하였다. 브람스는 레메니를 통해 바이마르의 리스트와 하노버의 궁정 악장이며 당대 최고 바이올리니스트의 한사람이던 요셉 요아힘을 알게된다. 브람스는 리스트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체질적으로 리스트와 어울릴 수 없었다. 하지만 요아힘과는 평생동안 우정을 나누게 된다.

1853년 9월 30일, 브람스는 요아힘의 편지를 들고 뒤셀도르트 슈만을 방문한다. 브람스가 선보인 피아노 소나타1번을 슈만 부부는 '베일을 쓴 교향곡'이라고 일기장에 적어놓는다 (훗날 음악학자들은 슈만의 이 메모에 대하여 '단 한번의 연주로 작품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어본 것'이라고 찬탄을 금치 못한다). 이어서 슈만은 10년 동안 꺾었던 붓을 다시 들어 '신음악잡지'에 '새로운 길'(Neue Bahn)이라는 제목으로 브람스를 소개한다. 역대 음악가들이 작성한 글 중에서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낭만적 수사로 가득찬 이 글에서 무명의 작곡가 브람스는 '그의 요람을 신인(神人)들과 미(美)의 세 여신이 서서 지켜보았다'는 찬사를 받으며 악단에 소개된다.

슈만에게 비추어진 청년 브람스는 "차근차근 대가의 경지에 도달한 인물이 아니라, 미네르바처럼 크로니온의 우두머리로 철저히 중무장하여 갑자기 튀어나온 인물"이었다. 슈만에게 브람스는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 동시대의 음악계를 구원할, 하늘이 보내준 사도로 여겨졌다. 슈만은 라이프찌히의 '브라이트코프 & 해르텔' 출판사에 브람스의 초기 피아노 작품을 추천하고, 이의 출판을 계기로 브람스는 새로운 찬미자 그룹을 얻게된다.

하지만 막상 찬양의 대상이었던 브람스 자신은 이 엄청난 찬사에 충격에 가까운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브람스는 슈만에게 쓴 감사의 편지에서도 토로하고 있듯이 그는 "발표할 작품의 선정에 있어서 굉장히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브람스는 함부르크 시절부터 이 무렵까지 두 궤짝을 채울 만한 수많은 작품을 작·편곡했었는데, 극소수의 작품을 제외하곤 모두 불태워 없애버린다. 슈만의 열광적 찬사가 그의 자신감을 북돋우는 대신 부담감을 안겨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채찍질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은 물론이다.

https://youtu.be/oPM8Vq8A42Y?si=TwPzumWeWHjbGz3q

Brahms: Intermezzo Op. 117 - Sokolov / 브람스: 간주곡 작품 117 - 소콜로프

1854년 2월 27일, 슈만이 환각에 시달려 라인강에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브람스는 뒤셀도르프로 옮겨 병원에서 요양중인 슈만을 극진히 간호하였다. 당시 클라라는 6남매를 둔 어머니로서 또 다시 임신 8개월의 상태에 있었다. 그 와중에 브람스는 14살 연상이었던 클라라를 거의 신격화하다시피 하면서 사랑하게 된다. 클라라에 대한 브람스의 사랑은 한때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각하고 열정적인 것이었으며, 이 기간은 청년 브람스의 '베르테르 시기'에 해당한다. 슈만에 대한 존경과 클라라에 대한 사랑으로 브람스는 '감정의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번민의 나날을 보내다가, 슈만이 1856년 7월에 사망하자 관계를 청산하고브람스는 어느 날 갑자기 뒤셀도르프를 떠나버린다. 그 후 브람스는 클라라와 우정의 관계를 견지하고, 도중에 다른 여성과 서너 차례 결혼을 생각하지만 결국 평생을 독신으로 보내게 된다.

브람스는 1857년부터 59년까지 매년 하반기 데트몰트 공국의 합창단 지휘자 및 공주의 피아노 선생으로 초청을 받는다. 브람스는 모차르트의 존경자였던 영주의 취향에 따라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18세기에 사랑 받던 음악장르인 세레나데를 두편(Op. 11, Op. 16) 작곡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브람스는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시험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1858년 브람스는 괴팅엔 대학의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던 율리우스 오토 그림을 방문하고, 그 기회에 괴팅엔 대학의 역사교수의 딸, 아카테 폰 지볼트를 알게된다.

그녀와는 약혼까지 하는 사이로 발전하였지만, 내성적 성격이던 브람스는 그녀를 포기한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계기가 되어 가곡 (Op. 14, Op. 19)과 현악6중주 제2번 (Op. 36)이 작곡되었다. 브람스는 1863년에 빈의 '징아카데미'(Singakademie)의 합창지휘자로 초청되지만, 그 이듬해 초에 그 자리를 그만두고 지휘자·피아니스트로서의 연주 및 작곡에 전념하게 된다. 1867년에는 다시 함부르크의 지휘자 자리를 희망했으나 실패하고, 1868년부터는 아예 빈에 정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 해에 브레멘에서 공연된 그의 '독일진혼곡 (Op. 45)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그는 비로소 피아니스트나 지휘자가 아닌 작곡가로서 확고한 명성을 획득하게 된다.

브람스는 당시의 이른바 '신독일악파'들과는 다르게 전통적 장르(교향곡, 현악사중주 등)의 곡을 작곡했으며, 그의 진가는 특히 교향곡과 실내악, 리트와 합창곡에서 발휘되었다. 그는 전통적인 모든 기악형식을 수용하였다. 그는 과거로부터 면면히 흘러오는 거대한 역사의 물결을 겸허하게 수용하게 그 와중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고유한 음악언어의 창출을 목표로 하였다. 사람들은 그를 리스트와 바그너를 중심으로 하는 '신독일악파'에 대항하는 구심점으로 생각하였다. 물론 브람스 자신은 주위의 이러한 시선을 꺼려했지만, 음악사상 처음으로 당파적 파벌이 형성되던 이 시절에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바그너는 특유의 냉소적이고 선동적 필치로 브람스를 공격해댔지만, 브람스는 결코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훗날 바그너의 음악극,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들'에 호의적 반응을 보이면서, 주위사람들에게 "나도 바그너주의자"라고 말하는 여유를 보였다.

브람스의 예술적 발전과정은 한마디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하여 완벽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브람스는 여러 장르를 다루면서 작은 형식에서 큰 형식으로 차근차근 옮아가는 모습을 취했다. 즉, 1853년 이전에는 피아노 작품, 실내악 및 리트, 50년대 후반에는 관현악곡(세레나데)과 협주곡, 1858년 이후에는 합창곡, 1860년 이후에는 오라토리오, 1873년 이후에는 현악사중주 그리고 70년대 후반기부터는 교향곡을 작곡한 것이다. 1887년부터는 다시 피아노 작품과 실내악 그리고 리트 작곡으로 회귀한다. 이 시기의 작품은 보다 단순하고 소박하며, 격동의 시기를 초월한 老대가의 관조가 작품의 저변에 흐르고 있다.

https://youtu.be/-B9nERqEmUA?si=Br40A5sX1d5LPH0L

Brahms - Symphony No.1 (Karajan, 베를린필)

교향곡

브람스는 네 편의 교향곡을 남겼다. 그의 첫 번째 교향곡(Op. 68, 다단조)은 15년 (1862-1876)동안의 고뇌의 세월을 거쳐 브람스가 43살 되던 해(1877년)에 발표되었다. 브람스가 이처럼 산고의 고통을 겪은 이유는 베토벤이 이룬 교향곡의 업적을 어떻게 하면 돌파할 수 있는가에 있었다. "베토벤이 항상 그의 뒤에 거인처럼 버티고 서있는 듯한 느낌을 가진다"는 브람스의 말은 베토벤이 자신의 배후에 있으며 반드시 극복해야 했던 전통의 부담을 잘 알고 있음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고민은 비단 브람스만이 겪은 것이 아니고 그 시대 작곡가들에게 공통된 것이었다. 실제로 음악사에서는 1850년부터 1870년까지는 정상급 교향곡이 작곡되지 못하는 휴지기의 상태였으며, 이러한 상황은 바그너를 비롯한 '신독일악파'들에게 '교향곡은 장르로서의 수명을 다했다'는 오해를 주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다. 하지만 브람스의 교향곡 탄생과 함께 이 장르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 독일의 저명 음악학자, 칼 달하우스의 표현대로 "제2의 교향곡세대"가 시작된 것이다. 브람스는 이후 3편의 교향곡을 각각 비교적 매우 짧은 시기에 완성하게 된다. 교향곡은 브람스에게 매우 드라마틱한 장르였으며, 그는 이 장르를 통해서 상반된 아이디어들을 대치시키고 이들의 갈등을 해결시켰다.

이에 반해 브람스의 아주 비밀스러운 느낌은 평생에 걸쳐 리트를 통해 표현되었다. 브람스는 리트라는 장르에서 자신의 고통, 기쁨, 희망, 체념, 자연과 인류애로의 도피와 같은 정신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브람스가 말년에 작곡한 피아노 작품 Op, 116(7개의 환상곡), Op. 117(3개의 간주곡), Op. 118(6개의 소곡) 그리고 리트 Op. 105, 106, 107은 이러한 관점에서 관찰될 수 있다. 그의 실내악 작품은 리트와 교향곡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내적으로 긴장감이 팽배했던 시절에 작곡된 실내악 작품(Op. 34 혹은 Op. 51의 1번)은 드라마틱하고 매우 개인적 성격을 지닌 반면, 훗날의 작품(Op. 108, 111, 114, 115)은 매우 서정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브람스는 어느 날 친구에게,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의 교유에서 행복한 듯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결코 혼자서 웃을 수 없었노라'고 토로한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생활에 동참하고자하는 그의 희망은 브람스로 하여금 많은 가정음악을 작곡하게 하였다. 18곡으로 구성된 피아노 연탄(聯彈)곡 '사랑의 리트'(Op. 52a)과 가곡집 '찌고이너 리트'(Op. 103)가 여기에 속한다.

브람스가 본래 계획했던 최초의 교향곡은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도중에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변경되었다가 결국 피아노 협주곡(Op. 15, 라단조)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19세기 전반기의 작곡가들과는 달리 두 개의 제시부를 지닌 '고전적 형식'으로 작곡된 이 곡은 청년 브람스의 '질풍과 노도의 시기' 혹은 '베르테르 시기'가 깊게 반영되어 있다. 작품의 전개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을 짜 맞추어 만들어가듯이 매우 유기적이면서 '교향악적 협주곡'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스케르조를 삽입하여 4악장으로 구성된 제2번 피아노 협주곡(Op. 83), 그의 평생의 동료 요셉 요아힘을 위해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Op. 77) 그리고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Op. 102)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여진다. 이들 작품은 19세기의 '교향악적 협주곡'의 최절정을 이루게 된다. 독일에서 탄생하였고 독일의 작곡가를 중심으로 가장 번성했던 기악 협주곡은 브람스 이후 쇠퇴의 길을 걷게 되며, 20세기에 들어서서 독일 이외의 지역에서 다시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다.

https://youtu.be/9nlsnMS4eM8?si=HtxyvrlgVbCZFi4b

Brahms - Violin sonata n°3 - Oistrakh / Yampolsky

피아노 작품

브람스의 초기 피아노 작품 (소나타)이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면, 그가 말년에 작곡한 일련의 피아노 소품들은 '인터메초', '카프리치오', '랩소디'의 제목을 가지면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의 연속으로 채색되어 있다. 곡에 따라 브람스 특유의 멜랑코리가 연출되기도 한다. 그의 피아노 작품 중에서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은 1879년에 작곡된 2개의 랩소디 (Op. 79)이다.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과 함께 역대 3대 피아노 변주곡으로 꼽히는 '헨델 변주곡'(Op. 24)도 피아니스트들의 주요 레퍼토리로 손꼽이는 작품이다.

실내악

브람스 작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실내악이다. 실내악이라는 장르가 지니는 내향적 성격은 그의 천성에 일치하며 브람스가 평생에 걸쳐 작곡한 음악장르이다. 1873년에 현악사중주 Op. 51이 출간될 때, 브람스는 이미 20여 곡에 이르는 현악사중주를 작곡했노라고 실토한 적이 있었다. 다만 완벽을 지향하는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아 이 작품들은 모두 폐기 처분되었고, 단지 3편의 매우 낭만적인 현악사중주만이 출간되게 된다. 그의 피아노 사중주 제1번(Op. 25)은 훗날 쇤베르크가 오케스트라 작품으로 편곡하여 193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연주하기도 하였다. 쇤베르크는 농담으로 '이 곡은 브람스의 제5번 교향곡'이라고 하였다. 브람스의 장르를 넘나드는 기법적 특징을 쇤베르크가 본능적으로 알아챘던 것이다. 그의 피아노 오중주(Op. 34)는 최고의 예술적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클라리넷 오중주(Op. 115) 역시 아주 매력적이다.

브람스가 실내악 작품에 구사한 작곡기법은 음악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 기법은 그의 전 작품에 확대되어 구사되면서 브람스 고유의 음악언어를 특징짓고 있는데, 그 핵심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브람스는 한 악장 (내지는 작품)에 출현하는 여러 테마들을 처음부터 단 하나의 <주제적 동기>에서 유래시킨다. 그럼으로써 작품의 집중력을 배가시키고 각 단락들을 불가분의 유기체로 결합시키기 위해서이다. 각 단락이나 악장에서 나타나는 테마들은 이러한 '기본 모티브'를 변화시킨 모습(Variante)을 가지기고 하고 혹은 기본 모티브에서 파생된 다양한 '실잣기'(Fortspinnung)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한다.

즉, 브람스에게 있어서 하나의 모티브 혹은 테마는 하늘이 준 '영감'이며 문자 그대로 씨앗의 세포 같은 것으로서, 그 세포의 다양하게 성장된 모습은 작품 내에서 일견 전혀 다르게 보이는 동기나 주제, 연결구 등과 같은 악절 등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브람스는 의식적으로 나중에 출현하는 형식적 요소들을 '동기'(모티브)적으로 사전에 선취(先取)함으로써 뒤에 출현하는 테마들과 결합하고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각 부분들을 상호간에 긴밀하게 연관되도록 한 것이다.

브람스에 의해 활용되는 이러한 기본 모티브는 학자들에 따라 '원초모티브'(Urmotiv) 혹은 '모토모티브'(Mottomotiv)라고 일컬어지며, 이러한 브람스의 작곡기법적 특징은 훗날 쇤베르크에 의해 "발전적 변주"(entwickelnde Variation)로 명명된다. 이 용어는 쇤베르크가 '브람스는 진보주의자'(Brahms, the progressive)라는 제목으로 행한 연설에서 표현된 말이며, 이 기법이 자신을 비롯하여 베베른, 베르크의 소위 '제2빈악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그밖에 브람스는 피아노 편곡 작품인, '헝가리 무곡'을 통해서 폭발적인 대중의 인기를 누렸다.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은 브람스에게 두 차례에 걸쳐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려 했지만 브람스는 뱃멀미에 대한 공포로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나 후에 브레스라우 대학의 명예박사학위는 승낙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바그너는 매우 비통한 마음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브람스는 이에 대한 답례로 당시 대학생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 등을 짜 맞추어 '포프리'(잡속곡) 형식으로 '대학축전서곡'을 작곡하였다.

https://youtu.be/rExIDlfxg0U?si=lgttW69V0Y8ZuFK7

Brahms - 6 Pieces, op.118 Brahms - 4 Pieces, op.119. 소콜로프 피아노 

브람스와 민요

브람스는 평생동안 민요수집과 편찬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러한 사실은 브람스 사후 그의 유물에서 22권의 민요모음집이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증명될 수 있다. 브람스는 생전에 세 차례에 걸쳐 민요집을 발간하였는데, 그중 첫 번째 것이 1858년에 슈만 부부의 아이들에게 헌정한 '피아노 반주를 붙인 14편의 어린이 민요'이다. 그 후 1864년에 '4부합창을 위한 28편의 민요' 그리고 1894년에 브람스 민요집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피아노 반주를 붙인 49편의 독일 민요'가 총 7권으로 묶여져 출간되었다. 그 외에 브람스 사후 1926년에 '독일 브람스 협회'는 브람스가 생전에 수집한 민요 중에서 28곡의 민요를 발췌하여 출간하였다.

브람스가 민요편찬 작업을 하면서 원본으로 삼았던 것은 크레취메르가 수집을 시작하고 추칼마리오(Florentin von Zuccalmaglio)가 마무리지어 1840년에 편찬한 민요모음집 ({독일민속가곡})이었다. 여기에 수록된 곡들은 주로 독일의 '라인-부퍼'(Rhein-Wupper)지역에서 유래된 민요들이다. 물론 이 민요 중에는 진짜로 옛날부터 전래된 것인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곡들이 상당 수 있지만 브람스에게 중요했던 것은 곡의 진위보다는 각 곡이 지니는 질적 가치였다. 그러니까 브람스는 당시 19세기 중반부터 융성한 실증주의 학문의 영향으로 곡의 미적 가치보다는 곡의 진위여부를 중요시했던 에르크(Ludwig Erk)의 '민요집'(1856년) 또는 뵈메(Franz Magnus B hme)의 '민요모음집'(1877년)과는 상반된 입장을 취한 것이다.

브람스가 라인-부퍼 지역의 민요에 특히 끌렸던 이유는 그 민요에 장·단조가 혼합된 조성 또는 병행 화현이 사용되어 강한 표현력을 가진 점에 있었던 듯 싶다. 브람스는 민요를 편곡하는 과정에서 이 특징을 그대로 살리면서 거기에 자기 특유의 화성을 덧붙였다. 그리고 추칼마리오의 민요집에 수록된 곡 중에서 장조로 된 곡의 상당수를 교회선법과 단조를 혼용한 조성으로 편곡하였다. 교회선법과 단조가 혼용된 조성이 추칼마리오에 의해 수집된 곡의 1/4에 해당한다면 브람스에 의해 재 편곡된 곡은 이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밖에 브람스는 원본의 곡에 쉼표 및 페르마타를 삽입하고 추칼마리오가 '아마추어적"이라고 회피하였던 부점 리듬을 사용하여 리듬의 변화를 꾀하였다. 템포 설정에 있어서도 이태리와 독일어로 자세한 지시어를 기입하여 놓고 있다.

브람스가 민요를 편곡하고 편찬하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것은 "옛날의 좋은 시절"을 부흥시키는 것이었다. 때문에 분위기가 음산하거나 거친 표현의 곡은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라인 지역의 서정적 리트 전통에 부합되는 것이기도 하였다. 브람스는 자신의 리트에서와 마찬가지로 민요 편곡에 있어서도 시대를 초월하여 항구적으로 지속되는 '고전성'을 지향하였다. 브람스는 추칼마리오처럼 곡의 구성에 反하는 색깔을 추구하지 않았고, 그 대신에 주제가 함축하는 아이디어에 걸맞은 형식미를 추구하였다.

그는 주제의 긴장도를 높이기 위하여 원본의 텍스트를 수정하였으며 전주(前奏), 간주(間奏) 및 후주(後奏)를 보충하였다. 이러한 작업은 각 곡의 주제 내용이 분위기에 의해 강조되는 기능을 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브람스는 산발적인 싱코페이션과 반음계 음정의 사용을 통하여 표현의 긴밀함을 드높였다. 한 마디로 말해서 브람스가 민요 편곡에 있어서 고수했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음악을 통하여 텍스트의 내용을 느끼게 하고 가사와 소리가 심리적으로도 일치하도록 한 것이다.

성실하고 정직한 19세기의 시민계급의 전형적 인물인 브람스는 "아침시간은 황금과 같다"는 독일의 격언에 걸맞게 정오 이전에 작곡 작업에 몰두하고 오후에는 휴식을 취하고 친우들과 교유하는 성실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였다. 한 여름에는 언제나 별장을 찾아 작곡을 하였다. 그는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여러 달 또는 수년동안 -자연 속에서 산책하며- 간직한 후 작곡에 임했다. 이 점에 있어서 그는 '착상'(Inventio)을 중시하는 낭만주의 작곡가들과 다르게 '다듬기'(Elaboratio)에 심혈을 기울인 작곡가였다. 그는 "나쁜 착상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나쁜 다듬기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브람스의 멜로디는 영감에 가득 차 있지만 그는 이 영감을 그대로 내보이지 않고 세공작업을 위한 소재로 사용하였다. 때문에 브람스의 멜로디는 바그너나 차이콥스키의 그것보다 덜 두드러져 보인다.

브람스는 드보르작(1841-1904)에게 장학금을 알선하고 그의 작품출판을 도왔으며, 말러가 경제적으로 안정되도록 도움을 주었다. 많은 자식을 거느린 클라라에게 거액의 돈을 수줍듯이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후고 볼프는 적대시했으며, 브루크너를 조소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브루크너의 장례식 때는 참석하여 성당의 기둥 뒤에서 남몰래 애도의 눈물을 흘렸다.

글출처: 참마음 참이웃

https://youtu.be/zQh4EitXVcs?si=WKudUwewj0POj6ny

Evgeny Kissin - Brahms 6 Piano Pieces, Op.118 - Live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