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
저녁 상가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은 마당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들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신고
담장 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북천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
ㅡ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 (실천문학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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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입니다만, 십여년 전만 해도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워낙 많은 이들이 다녀가는 상가이다보니 신발 관리가 참 어려웠습니다
새로 사 신거나 맞춘 구두가 바뀌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으니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기 일쑤였지요
'문상'은 체면치레였을 뿐, 누구 하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상주의 지인들은 화투판을 벌였고, 무릎이 아프도록 오래 앉아있는 게 친분과시였습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그저 부의 봉투만 건네고 답례 챙기면 끝입니다만...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현실의 삶이 참 팍팍합니다^*^
첫댓글 ''문상은 체면치레 였을 뿐...''
절을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긴 하는 편이지만 그건 그때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뜨끔합니다.
상가에 모인 구두입니다 시인의 상상력을 별 부정없이 따르자면 팔도강산 그 어디든 삼가 예를
갖추어 예를 올립니다. 시인이 하고저 하는 말은 이 순간부터인 듯 합니다. 초상집에 들어올 적은 멀쩡하더니 거시기 한 두잔 혀더니 왜 그려 인듯 하네요 .이것이 시인의 진실은 아닐터
곁에 있던 망자를 잊는다는 것이 어찌 쉽겠나이까? 시인의 능청은 이별에 대한 구둣발의 무질서에 대한 시인만의 소신인 듯 합니다. 그게 결국 시인이 바라보는 세계관이기도 하겠습니다. 소설가 이청준의 축제가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상가의 풍경에서 시인이말하고저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너도 똑같은 인간이야 임마
그것이 이 시를 읽는 맛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