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을 잃어버린 말
- 북극성을 따라가면 소망은 이루어진다
초원을 잃어버린 말/샬럿 매닝/푸른숲주니어/2023.02.24.
화요일은 따끈따끈한 신간을 만날 수 있는 날이다. 이번 주에 출간된 동화책, 그림책이 여러 권 왔는데 그중 <초원을 잃어버린 말>이 눈에 들어왔다.
음~~ 초원을 잃어버렸다고? ‘초원’은 말에게 있어서 일상을 누리는 전부일 텐데, 그런 초원을 잃어버렸다니 뭔가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았다.
<초원을 잃어버린 말> 그림책에는 주인공인 머스탱이 나온다. 머스탱은 아메리카 서남부의 초원에 사는 야생마를 말하는데 머스탱은 넓고 따스한 초원에서 태어나 동료들과 풀을 뜯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엄청나게 큰 빨간 회오리 새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빨간 회오리 새가 나타난 후에 초원은 메마른 땅으로 변해갔다. 빨간 회오리 새가 나타나자 머스탱의 엄마는
“최대한 빨리 도망가! 북극성을 따라가. 내가 꼭 널 찾아갈게!
해가 지면 네가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부를 거야.”
하고는 빨간 회오리 새를 피해서 달리기 시작한다. 머스탱은 야생마이니 달리기엔 자신 있었지만, 계곡으로 굴러떨어지기도 하고, 늑대에게 쫓기기도 하고, 밤에는 북극성을 보면서 달리고, 아침에는 따가운 선인장 사이로 몸을 숨기기도 했다.
마침내 초록빛 들판에 이르러 먼저 와 있던 동료들을 만났는데, 엄마는 어디에 있는지 안 보였다. 그때 또 갑자기 빨간 회오리 새가 낮고 빠르게 날아오자 말들은 모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머리를 높이 들어!“라고 말하는 대장의 말에 따라 머리를 들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눈을 감아버렸다. 엄마가 말한 북극성을 떠올렸지만, 눈을 떴을 때는 물살에 휩쓸려 어느 해안가에 도착했다. 어디선가 "히잉 히잉 히잉~~" 엄마의 소리가 들리자 머스탱은 엄마 소리가 나는 곳으로 힘차게 달렸갔다. 거기에는 엄마가 있었고, 둘은 이제 새로운 희망의 땅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초원을 잃어버린 말>을 읽으면서 '북극성'에 마음이 간다. 북극성은 머스탱이 엄마를 찾아가는 목적지가 되었듯이 늘 그 자리에서 여행자의 길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머스탱이 엄마를 찾아가는 길에서 절벽에서 떨어지고, 늑대에게 쫒기고, 물에 떠내려가는 등 험난한 여정을 이겨내고 드디어 새로운 땅에서 엄마를 만나게 되었다. 북극성이라는 목표점을 세우고 시련을 이겨낸 후에 이룬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빨간 회오리 새에게 쫓기는 머스탱을 보면서 딸이 생각났다. 요즘 딸이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다. 며칠 전 허들을 넘는 운동을 하다가 착지를 잘못하는 바람에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서 수술을 했다. 딸은 너무도 어이없게 다쳤다고 그 순간이 찍힌 비디오까지 구해서 봤다. 내가 봐도 정말 어이없는 순간이었다. 딸은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수영, 축구, 체조, 그리고 공부를 병행하며 식단 조절까지 하고 있었는데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세웠던 계획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스트레스 해소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 아이인데 운동을 할 수 없으니 그 스트레스는 어디에서 풀 것이며, 앞으로의 계획들을 어찌 해결해 갈까 걱정이 되었다.
병원에 입원하러 가는 날도 가방 하나 가득 공부할 책을 넣고, 노트북과 태블릿을 챙겨서 갔다. 수술 후 이틀 동안은 통증이 심할 텐데 그 와중에도 강의 하나를 들었다고 하니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수술 후 재활하는 긴 시간을 이겨내야 하는데 지금 딸아이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머스탱이 북극성이라는 목표점을 갖고 달려가는 중에도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고, 늑대에게 쫓기고, 물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다가 결국은 북극성을 따라가서 엄마를 만나는 소망을 이루듯이 딸도 재활을 이겨내고 바라는 체육선생님이 될 거라 믿는다.
딸아~
북극성을 향해 천천히 달려가 보자~
-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김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