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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서 보물찾기
꾸준히 사랑받는 책들이 있다. 공전의 히트를 친 베스트셀러라도 한 때의 유행이 끝나면 한순간 사라지기 일쑤다. 게다가 그 흐름은 영상 시대를 맞아 더욱 짧아진다. 그런데 어린이 만화 시리즈 중에 <그리스 로마 신화>, <마법 천자문>, <... 보물찾기> 등은 아주 오래도록 사랑을 받았다. 처음 독자들은 이미 어른이 되었고, 그 시절 열혈 매니아였음을 자부할 것이다.
초장기 베스트셀러의 아성을 구축한 배경이 있다. 공통적인 특성은 모두 학습과 관련 있다는 점이다. 만화일지라도 부모의 권장 도서 목록에 오른 선택의 행운을 누리게 된 배경이다. 만화라도 공부에 도움만 된다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한국인 부모의 마음을 기획단계에서 부터 노렸을 것이다.
도서 시장에서 가장 큰 손은 학부모이고, 어린아이들이다. 지금도 <... 보물찾기> 시리즈는 열독율을 자랑한다. 적어도 색동교회에서는 그렇다. 점심을 먹은 후에 아이들은 너도나도 낡을 대로 낡아 고물이 된 <... 보물찾기> 시리즈를 들고 있다. 흘끔흘끔 지켜보면서 궁금해졌다. 대체 무엇이 고물이고, 무엇이 보물일까?
같은 책꽂이에는 100여 권이 넘는 세계적인 학습용 그림책 <비주얼 박물관>(Dorling Kindersley Book) 시리즈도 있지만, 아이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2003년 <이라크에서 보물찾기>를 시작으로 탐험 만화, 역사 상식이란 이름으로 호기심을 이어 오며 꾸준히 인기를 재생산 중인 보물 시리즈가 영상 시대의 성장 세대를 붙잡은 안목의 비방은 무엇일까?
그런 학습만화 덕분에 보물에 대한 눈높이를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단과 목회>(kmc)에 1년씩 연재한 적이 있는 ‘성물이 건넨 말씀’(2018년)과 ‘성물 이야기’(2025년)는 그런 작은 배움에서 나온 것이다. 너무 값싸 대수롭지 않게 여긴 평범한 물건인데 어느 날 거룩하게 다가왔다. 그것은 발견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촛대, 종, 성찬보를 보자. 비록 중세시대 위대한 마이스터가 그리거나 빚은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성물이란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동네 기독교백화점에서 구입한 낮은 수준의 물건일망정 현재 수준에서는 최상급인 셈이다. 더 훌륭한 성물을 원한다면 그만큼 무게있는 투자를 하면 될 일이다. 우리 시대에도 얼마든지 성스러운 작업에 참여할 예술가, 특히 공예작가들이 많다.
그런 눈으로 당장 내 교회 안에서부터 보물찾기를 시도하면 어떨까? 남다른 시선으로 살펴보니 보물은 어디든 존재한다. 색동교회 강단 위 촛대는 파독광부에서 피아노 수리기술자로 변신한 복흠한인교회 교우가 선물한 것이다. 아주 오래된 명품 피아노 해체과정에서 나온 조각을 초 받침용으로 가공한 것을 예배 때마다 사용하게 되었으니, 고물이 성물로 거듭난 셈이다.
절기의 문을 열 때마다 행하는 성찬 예식에서 사용하는 물품도 성물로 부족함이 없다. 흰색 보를 덮은 성찬상 위에 가로로 길게 까는 십자가 문양 수예품은 쿠바 여행 중 구한 것이다. 장터에 나온 여자들은 여행자를 호객했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살만한 기념품이 없었다. 눈에 띈 푸른 무늬가 십자가를 연상시켜 구한 것이 성찬상까지 오른 사연이다. 앞에 늘어뜨린 녹색 물고기 두 마리를 수 놓은 수건은 포르투갈 시장 제품이다. 모두 보물찾기의 결실들이다.
아일랜드에서 찾은 대표적인 성물은 ‘겔트 십자가’, ‘샴록 십자가’, ‘성 브리지드 십자가’ 그리고 아일랜드 영성이 담긴 축복기도문이다. 아일랜드 수호성인 성 패트릭은 주후 4세기, 아일랜드에 처음 복음을 전한 전도자였다. 당시 로마의 눈으로 보면 세상의 땅끝 아일랜드에는 토끼풀만 자랐다. 그런데 녹색의 땅을 뒤덮은 토끼풀을 통해 사람들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비를 배웠다. 그 흔한 토끼풀은 아일랜드 국화 ‘샴록’이 되었다. 가장 흔한 세잎 클로버는 아일랜드에서 찾은 보물 중의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