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한 나의 도시] 09
S#1. 은수 집/ 저녁
은수 들어서면, 소파에 앉아있는 태오가 보인다.
앉은 채 은수를 가만히 보는 태오.
은수,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선채 태오를 보고만 있다..
태오 ... 왔어요...?
은수, 서서 보다가 어쩔 줄 모르겠는지,
그냥 안쪽으로 들어와 가방 내려놓고 마치 태오가 없는 듯.
태오 (최선을 다한 담담한 농담?) ..... 모른 척할 거예요?
훽 돌아보는 은수. 왈칵 서러운 표정...
그러다 다시 고개 돌리면,
태오 (진심으로 담담하게) 미안해요...
마주보는 두 사람,
은수, 그러다 더는 버티지 못하고, 붉어진 눈에서 눈물 한 줄기.
태오, 은수에게 다가가 눈물을 닦아주고 가만히 안고는 등을
쓸어준다. 태오 품에 묻힌 채 흐느끼는 은수. 어깨가 들썩인다..
S#2. 레스토랑 / 저녁.
직원 안내에 따라 자리로 걸어오는 유희와 찬석.
찬석, 유희 의자를 빼주고 자기도 앉는다. (약간 오버하는 느낌)
직원 메뉴판 나눠주면,
찬석 와인리스트 있죠? (유희에게) 맛있는 거 먹자?
S#3. 은수 원룸 /저녁.
꾸려진 태오의 배낭과 기타.
나란히 소파에 앉아있는 두 사람.
태오 (담담하게) 나, 다시 출근해요. 9월에 영화 들어간대.
은수 응.
태오 잘 됐죠?
은수 응.
태오 헌팅 쪽 맡구 싶었는데, 캐스팅 맡았는데... 잘 됐죠..?
은수 응.
태오 자기.... 괜찮은 거죠?... 다... 괜찮은 거죠?
은수 ...... (한참 후 작게 끄덕임)
태오 자기, 부탁이 있어요. (은수가 보면) ...
나에 대해 생각해줘요..
자기가 생각할 수 있는 나에 대한 모든 거..
우리에 대한 모든 거....
은수 ....
태오 해 줄 거죠?
은수 ..... (끄덕)
S#4. 레스토랑 /저녁.
떠들어대고 있는 찬석. 실은 아까 상황(봄이를 만난 일)이
불편해서 더 떠들게 되는 것.
찬석 ... 가만 듣다보니깐 반은 알아 듣겠드라구, 로베르토가
단장한테 묻는데, 그냥 말이 나와버렸네? 통역이 벙찌지.
난데없이 가만있던애가 갑자기 이탈리아 말을 하니까,
단장두 (흐엉? 놀란 표정 짓고)..
‘너, 이제 이탈리아어두 하냐?’
일방적으로 떠드는 찬석 소리 작아지며,
유희의 얼굴 점점 쓸쓸해진다.
<인서트> / 8부.
멀리, 찬석 손을 잡고 다가오고 있는 봄이. /
봄이, 유희의 어흥! 소리에 아빠 품으로 파고들다..
배시시 웃는다./
유희, 창밖으로 찬석이 봄이를 차에 태우는 모습을 본다..
아직도 떠들고 있는 찬석. 유희 반응이 신통찮을수록 찬석은
더 화이팅해서 허세부리는 느낌.
찬석 ... 그러니까, 내가 내 무덤을 판 거지. 알잖아. 조직의 생리.
‘하면 할수록 일은 더 온다.’ ...(웃고는)... 전번엔 또 그룹
사장단 회의를..
유희 (말 끊는다. 조금은 싹수없어 보여도 됨) 재미없다, 회사 얘기. (찬석이 보면 양반다리로 고쳐앉고) 딴 거 없어?
나, 백수잖아.
찬석 (약간 머쓱. 약간 비굴한 미소로 답하고. 음식 두고)
먹을 만해?
원래 여기가 음식은 갠잖은데.. (유희의 앉은 자세 의식)
유희 응. 뭐. (괜찮네)
찬석, 다시 눈치 보듯 슬쩍 유희의 앉은 자세 의식.
유희 그런 찬석을 보면, 찬석 다시 미소로 무마.
유희 (나이프 놓고, 도전적으로) 내려?
찬석 (무슨 소리냐는 뜻) 어?
유희 다리 내리냐고.
찬석 (알아듣고, 유희 다리 두고) 아니이, 좋은 데 뭐~. 편해 보여.
유희 그래? 근데 왜 선밴 불편해보여?
찬석 내가? (아니라는 웃음. 들킨 웃음) 아냐~, (나두) 편해~.
유희 (또렷이 본다) 아니, 선배 지금 불편해.
찬석 (억지로 미소.) 그래?
유희 아까부터 (나 앉은 거)거슬렸잖아. 그냥 ‘다리 좀 내려!’ 그래!
그래두 난 안 내릴 거니까.
찬석 (묵묵히 보다가 쓸쓸해지는 얼굴.. 쓸쓸한 미소..)
유희 .... 흘끔대기나하구... (본론은 여기부터) 딴 소리만 하구.....
우리 오늘 봄이 만났잖아. 그럼 봄이 얘기해야지...
(혼잣말처럼)
왜 그래 진짜... 도망치는 사람처럼....
찬석 ...... (보면)
유희 ..... 왜 그래.. 사람 쓸쓸하게.....
찬석 (담담히 보다가 미소) 나한텐 모든 게 다 어렵다...
S#5. 은수 원룸 / 밤.
태오, 일어나 가방을 든다.
은수, 가만히 보고만 있다.
태오 갈게요.
은수 (끄덕.. 천천히 일어선다)
태오, 문 쪽으로 간다...
태오 보다 느리게 문 쪽으로 향하던 은수,
돌연 뒤에서 태오를 안는다.
은수 ... 가지마.... (뜸) 괜찮지 않아... 하나두 괜찮지 않아..
태오 (한참 그러고 있다가, 겨우겨우 이어가는 말)....
내가, 지금.. 얼마나 가고 싶지 않은지... 자기는.. 몰라요.....
내가 여기..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자기..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지금.. 자길.. 얼마나..
(말을 잇지 못하다).. 안고.. 싶은지..
(돌아선다, 은수를 가만히 보다가 두 손을 쥐고)
그치만, 안돼요... 왜냐면..
은수 (고개 숙이고 듣는다)....
태오 왜냐면... 머리 속에 생각이 그치질 않아.....
혹시라두 내가, 자기 안구, 딴 생각하면 어떡해...
나는.. 그런 거 싫어요....
그런 거, 견딜 수가 없어요...
은수 ..... (고개 숙인 채 더 숙이는 식으로 끄덕인다. 알겠다고..)
태오 ..... (다독이듯) 전화할게?
(은수가 여전히 고갤 들지 않자) 나 봐요..
은수 (겨우 고개 들면)
태오 (꾹 참고 밝게) 괜찮죠? 인제 안 무섭죠?
나, 여기, 자기 무서운 거가라앉을 때까지만 이었잖아.
은수 (끄덕인다)
태오와 이제 잡은 손을 놓아야 하는 시간.. 한 손을 놓는다..
그러다가,
은수 태오야.
한 손 잡은 채 잠시, 그렇게 마주하는 두 사람...
은수, 태오 얼굴을 본다...
그렇게 한 없이 바라보는 두 사람의 얼굴 위로,
은수E ... 그때.... 봤어... 그애의 눈........
S#6. 술 집 / 며칠 경과 후 밤.
유희와 앉아있는 은수. 몹시 가라앉은 은수..
은수 ..... 그 눈을... 보고 있는데....
<인서트 / 전날 상황>
한 손을 잡은 채 마주하고 있는 은수와 태오..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그 위로,
은수E .... 아.., 이제는 내 모자란 마음을.. 이 애가 아는구나....
다 아는구나.... 다 들켜버렸구나..... (그러니까)..
더는... 잡을 수가 없드라구...
은수, 드디어 잡은 손을 놓고만다. /.
듣고 있는 유희.
은수 왜 난, 한번두 그 애랑 같이하는 미래를 믿지 못했을까..
사랑하면서두..., 영영 헤어지지 못할까봐.. 마음 졸이구...
유희 음.. 그래서 전화는 왔구?
은수 응. 겉보긴 똑같애.. 만나서 걷구.. 차마시구..
근데 인제 태오.. 내 방엔 안와..
유희 서운해..?
은수 (.... 끄덕끄덕. 뜸. 유희를 보고) 웃기지... 내가 싫다..
정말.... (유희가 보면) 고등어부다 더 비려.
유희 (진지하게 듣다가) 반성중?
은수 응... 근데 (반성)하면 모해. (풋)
난 언제쯤 24케이루 거듭 날 수 있는 거니.
유희 24케이?
은수 응. 순금.
유희 지금은 뭔데. 18케이? (은수, 고개 저으면) 14케이?
은수 구리도금. (유희, 풋! 웃으면) 웃지마, 넌 순금이라 몰라.
유희 (풋! 다시 하하!) 순그음? (풋!) 몰랐구나아~?
나두 구리도금이야~! 온수, 나 봄이 만났잖아.
은수 봄이?
유희 허찬석 딸래미.
은수 ...
유희 봄이 만나구 밥 먹는데, 선배, 딴소리만 하는 게 꼴배기 싫어
서, 내가 그랬잖아! ‘봄이 얘기해!’ (뜸) 근데 있잖아...
생각해보니까, 나두 글케 큰소리 칠 마음은 아니었던 거야...
너, 봄이, 되게 이쁘다? 딱 보는데... 정말 있지.. 마음이 쿵,
내려앉드라구...
은수 .....
유희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구... 허찬석.. 밉구...
(은수 보고, 웃으며) 히~,구리도금 맞지? (잔 들고) 건배.
(건배하며) 세상 모든 구리도금들을 위하여!
S#7. 은수 회사 / 다음날 오전.
은수, 벽을 보고 있다. 황당 + 억울 + 열 폭폭!
벽에 붙은 공고.
‘회사의 이미지와 신뢰도, 업무에 중대한 손실을 입힌 바,
다음과 같이 징계한다. 오은수 대리, 감봉 2개월. 황중구
부장, 김명진, 감봉 1개월....’
(*공고 내용은 서식에 맞게 고쳐주세요)
은수 회사는 구리도금에게 감봉 2개월을 통고했다!
(경과)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은수.
폰트 32 정도로 쳐놓은 세 글자, ‘사직서’를 노려보며,
은수 도~오오저히, 인정할, 수가 없다! 도~오오오오저히!
은수 (딜리트 키 탁탁탁 눌러 글자들 지우고, 눈에 힘주며)
전쟁이다!!!
폰트 조정(112정도)하고, 볼트체로 설정하면서
은수 (중얼중얼) 전쟁이라구! 전재앵!!
(어마어마한 크기로 씌어지는 세 글자 ‘고발장’)
전쟁(이이야!!. 하는데)
장미경off 모해?
은수, 냉큼 딜리트!
장미경 밥 먹으러 가자!
은수, 묻는 말에 대답은 안하고, 장미경을 물끄러미 보다,
시선을 과거 안이사 방으로 옮긴다..
<인서트 / 6부 S#47>
뭐가 뭔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은수.
장미경 - (은수가 보면) 안이사.. 아냐? /(점프) 소문 짜하잖아,
안이사 나간다구~. 지가 뚫은 거래선 다 빼들구 독립한다구~.
은수 - 정말요?
장미경 - 진짜 몰랐나보네. 어떻게 자기가 모르냐?
오은수만 델구 간다구.. 얼마나 말들이 많은데.. //
S#8. 찻집 (혹은 밥집) / 점심시간
은수, 결의에 찬 눈으로 앞을 보고 있다.
은수 앞에 앉은 건, 안이사..
은수가 눈에 힘을 꽁, 주자,
안이사 (왠지 쫄아서 부드럽게 ‘왜 그러냐고’) 오대리이~
은수 (도전적으로 똑 부러지게) 이사님.
안이사 (냉큼) 그래.
은수 정말 독립하신 거예요?
안이사 독립?... 글쎄에.., 독립이라아... 그치!
그러구보면 뭐 그럴 수도 있겠구만.
은수 그럼, 전요.
안이사 (엥?) 전,요? 아니.. 오대리.. 그게 지금...(무슨 소린가)
은수 이사님 회사엔 사람 필요없으세요?
안이사 우리 회..애사? (회사는 아니므로 더듬은 것)
은수 (굳건) 네.
안이사 자네가..?! (미심쩍게 다시 은수를 보며) 자네... 혹... 내 원~
대한 포부에 대해 쪼끔이라두.. 알고나 온 건가?
은수 (단호. 주저없이 또박또박) 물론이예요. 그간 이사님께서 신뢰
를 바탕으로 확보해두신 거래처만 해두 상당하구,...
충분히 승산 있다고 봅니다.
안이사 (보다가.. 돌연 매우 흡족해서) 헛! (새나오는 웃음) 허엇!
(다시 호탕하게) 흐어허허허허! 흐어어어어어!! 아! 오대리가
와준다면야, 우리야 좋지! 천군만마는 아니래두 우리 오대리
가 일당백은 하잖아!!! 아하하하, 콘?셕? 기획의 귀재!
은수 (냉큼 자신있게) 네.
안이사 (흥분했다) 자~ 좋아, 그럼 이거 일을 빨리 진행시키자구.
이거 이거, 어디서부터 얘길 시작해야나? 아하하하.
은수 사무실은 어디 내셨어요?
안이사 (엥?) 사무실? 어. 이게 일단 사무실은 필요가 없고...
몫 좋~은 자린 봐뒀는데.
은수 (엥?) 몫. 좋..은 자리요?
안이사 그치! 건 아주 틀림이없으니까 날 믿으라구. 하하.
내가 사람보는 눈이 있어, 내 이럴 줄 알았지.
우거지 좋아하는 사람치구 나쁜 사람 없다구!
은수 (엥?) 우. 우거지요?
안이사 (이미 발동 걸렸다) 이 우거지가 말이야, 기본은 일단 맛이니
깐, 일단은 식당이 잘되고 봐야 되는 건데 말이야아~,
은수 (흐억! 뜨악하게 보는데..)
안이사 (은수의 표정을 보고 걱정 말라고) 하하. 아하하하. 걱정마
오대리, 내가 설마 우리 유~능한 오대리한테 식당 카운터나
맡길라구 이러겠어?
은수 (허걱) 시.식당 카운터.
안아시 (좔좔좔) 우거지는 나, 안홍천이가 소년시절부터 품어온 필!생
의, 꿈이야! 그 원~대한 포부가 요식업에 그칠 순 없지! 암!
내가 공익적 차원에서도 생각해둔 게 많다구. 들어봐, 일단,
‘우리 우거지 알리기 운동본부’를 만드는 거야. 사단법인으로
등록두 하구, 어때! 사단법인, 폼 나지 않나? 장기적으론 우거
지의 세계를 심도 있게 파헤치는, 전문지를 창간하는 거야!
월간은 좀 벅차구 격월간 어떤가? 이름두 지었는데, ‘우거지
월드’!! (은수의 뜨악한 얼굴에 무안했는지) 촌스럽나? 하하.
이름이야 뭐면 어때? 오대리가 맘대루 고쳐! 하하. 자네가 와
주기만 한다면, 이 격월간 우거지 월드는 내 전적으로 자네한
테 일임할 생각이니깐!
은수 (숨이 찬다) 자..자.. 잠깐만요, 이사님.
안이사 응. 그래그래.
은수 그.그러니까, 이사님이 하시려는 게, 그러니까, 우..거지?
안이사 기렇치이! 하하. 어떤가. 격월간, 우거지 월드, 편집장 오은수!
(자기 혼자 흡족!) 캬~ 어때, 그냥 느낌, 빡 오지?
은수 (흐억... 빡 죽고 싶다.. )
S#9. 회사 앞 / 점심시간.
은수, (약간 만화적으로, 아님 주성치 풍으로) 기운 쭉 빠져서
양 팔을 아래로 쭉 내리고 걸어온다... 회사 건물을 한번 올려다
보고는 열배는 더 기운이 빠지는지.. 아까보다 두배는 더 팔을
아래로 쭉....
은수 (이 모든 상황에 대해) 너무해애...
장미경off 자기!
은수, 장미경 소리에, 아무렇지 않게 허리 쓱 펴고 돌아보면,
김명진과 함께 서 있는 장미경이 보인다.
장미경 밥은 먹었어? 같이 먹자니까, (하다가 은수 얼굴 보더니)
근데, 자기, ?羔? 우거지상이야?
은수 (우거지 소리에 피가 확!) 우거지이? (쌩하게) 난테,
우거지 소리하지 마세욧!
장미경, 멍~ 하게 김명진을 돌아본다..
S#10. 지하철 역 근처 거리 / 초저녁.
태오와 걷는 은수.
은수, 무심히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려하면,
태오 저. 자기. (은수, 멍하게 돌아보면 몹시 미안해하며)
나, 다시 들어가 봐야되는데,
은수 어? (황급히 다시 밖으로 나오며) 아, 그래, 맞다, 그치?
태오 (은수, 무안할까봐 더 밝게) 우리, 차 마셔요, 맛있게!
은수 어! 그래, 그게 좋겠다. 차 마시자.
S#11. 찻집 / 저녁
차를 두고 앉은 두 사람. 좀 어색. 그래서 더 밝은 척.
아무치 않은 척.
은수 일은.. 재밌어?
태오 응. 낼 부턴 공개 오디션해요.
은수 오디션함, 연예인도 막 보고 그러겠네?
태오 (웃음) 응.. 근데, 연출부가 보는 건 그렇게 유명한 배우들은
아니구.. 주연은 감독님이 직접 보시니까..
은수 으응.. (다시 힘내본다) 주인공은 누군데?
(태오에게 전화온다)
태오 (전화 들고 벌떡 일어선다) 네. 감독님. (고개 돌리며)
네, 성진이 형한테 맡겼어요. 네. 저두 금방 들어가구요.
네. (전화 끊는다)
은수와 태오 잠시 마주보고 미소.. 조금 어색한..
은수 바쁘네.. (미소) 바쁜 게 좋지! 가봐야는 거 아냐?
태오 아니예요, 쪼끔 더 있어(두돼요.. 하려는데 다시 전화 온다) 네,
성진이형. 감독님 통화했는데.. 어? 벌써 오셨어요? 네, 죄송
해요, 아뇨, 가까운데 있어요. 네, 네, 금방 가요.
태오, 통화하는 동안 가방을 챙기는 은수.. 태오가 전화 끊으면,
은수 (냉큼 일어나며, 밝게) 가자! (태오, 너무 곤란하고 미안한 얼
굴로 보면) 괜찮아~, 얼른 들어가~.
S#12. 가로수 길 (영화사 근처다) / 저녁
길을 걷는 은수와 태오. (태오가 바쁘니 느린 걸음은 아니고,
은수를 배려해서 그리 빠른 걸음도 아니고 적당히)
은수 눈에, 태오와 갔던 모텔(성지)이 보인다.
<인서트 / 3부 24씬>
태오 - (손으로 모텔간판을 가리키며 뿌지직 웃음) 성.지.
은수 - 성지이?
태오 - 음. 우리들의 성지.. 크흐!
나중에 우리 저기 꼭 다시 가요!
은수, 잠깐 멈춰 서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열 걸음 넘게
저만치 앞서 가고 있는 태오가 보인다.
(태오는 마음이 급한 것이다)
멀어지는 태오의 등을 보며.. 먹먹해 지는 은수...
<인서트> 3부 / 분당 벚꽃길
뒷꼭지를 보여주려 앞으로 쪼로록 걸어가는 태오의 뒷모습.
그 밝고 화창했던 날.//
은수... 여전히 멀어지는 태오의 등을 보고 선채..
은수 ..... 눈부시던 그 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태오, 드디어 은수가 없는 걸 알고, 돌아본다.
멀찍이 서서 마주보는 두 사람.
은수, 밝게 웃으며 태오 쪽으로 뛰어간다.
S#13. 은수 분당집 / 같은 날 늦저녁.
(* 엄마가 말하는 동안, 은수 아버지는 네모난 하얀 종이를
열 개쯤 늘어놓고, 숯가루 (혹은 죽염이나 암튼 몸에 좋다는 거)
를 한 스푼씩 덜어 옛날 약국에서 조제약 싸듯이 싸는 일을 하
고 있다. 아주 쫌스러운 느낌으로. 엄마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엄마 당신, 열심히 일한 거 알어. 그래, 나, 당신 덕에 먹구
살았어. 근데, 나두 논 거 아냐, 하루 종일 밥하구 빨래하구,
애들 키우구, 당신 비위 맞추구.. 당신은 모르지만,
나 열심히 산 거 나는 알어.
아버지 (엄마에겐 전혀 반응 안한다.
마지막 종이에 가루 조심스럽게 던다)
엄마 근데두, 나는, 내가 평생 버러지 같았어. 왜. 당신이 날 버러
지 취급했으니까. 당신, 나 학대했어. 당신은 떳떳하지?
아버지 (종이 밖으로 가루가 떨어지자) 이크.
(쓸어 담으며) 이거이거..
엄마 평생 바람한 번 안 피구, 손찌검 한번 안 하구.. 밥 한 번 안
굶기구.. 해마다 피서가구.. 당신, 떳떳해. 너무 떳떳해서, 떳
떳하게 학대했어. 언제 추석에 쌀 빠러 방앗간 간다니까, 당
신 나한테 얼마줬어. 오백원 줬어. 걸루 안 될 거라구 그렇게
말하는데두..... 방앗간 가니까, 이백원 더 내래지... 집에 와,
거 보라구. 오백원으루 안 된다구 그랬잖냐구... 그러니까, 당
신, 어떻게 했어? 내 손바닥에 이백원 더 올려노면서 꼬소해
했어... (뜸) 이혼해요.
아빠, 종이에 덜어놓은 숯가루 하나를 입에 털어 넣고,
물을 마셔 넘기고는 “캬~” 입소리.
엄마 돈 아까워서 못 하겠지? 그래두 난 할 거야. 이혼해요.
아빠, 여전히 엄마는 본 둥 만 둥, 전화를 건다.
아빠 (상대가 전화 받았는지) 야, 느 엄마 지금 뭐래냐.
(전화기 엄마한테 휙)
S#14. 은수 원룸 골목 / 같은 시각.
은수 (전화기 들고) 네?
(엄마) 여보세요.
은수 엄마.
(엄마) (화내는 거 아니다. 지금 통화할 상황이 아니니까)
은수니. 끊자. (철컥)
은수, 멍하게 끊긴 전화를 본다.. 얼굴에 드리우는 심란함..
S#15. 은수 원룸 / 그날 밤.
은수, 연필을 꺼내 샤파로 깎으려다, 커터칼로 깎는다..
정성스럽게.. /
정좌하고 앉아, 하얀 종이를 들여다보다가 쓴다.
‘엄마. (줄 바꿔) 회사. (줄 바꿔) 그리고.. 태오.’
종이 위 글자들을 보다가,
은수 나를 무겁게 하는 것들...
은수 (중얼중얼) 에.... 겨우 세 개잖아.....?
은수 세 개쯤은 괜찮아... 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S#16. 유아복 매장 / 오후
은수, 유아복 매장으로 들어선다. 마침 나서는 엄마와 꼬맹이.
오빠 안녕히 가세요. (꼬마에게) 이쁘게 입어. (은수에게 시선주고) 왔냐.
은수 언닌?
오빠 놀이방. 지호 델러.
은수 대체 무슨 일인데?
오빠 이혼하겠대.
은수 뭐?! 뭘... 해?
오빠 이호온.
은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S#17. 정동길 / 같은 날 오후.
걷고 있는 은수, 멍하다.... 그러다 돌연, 멈춰서는 은수.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핸드폰 열고, 타다다다, 문자 써 보내고
폴더 탁 덮는다..
S#18. 김포아저씨 김치공장 / 오후.
김포아저씨, 직원 아줌마에게 뭔가를 말하고는,
돌아서 핸드폰 연다. 문자 확인하면,
은수E 부끄러운 줄 아세요.
아저씨의 복잡한 얼굴..
S#19. 정동길 / 같은 오후.
더 복잡해진 얼굴로 걷고 있는 은수... 하늘을 올려다본다...
은수 (한숨처럼 그냥 새나온 말...) 태오야... 괜찮지 않다..
은수 (이어서 태오에게 말하듯) ... 아무것도 괜찮지가 않다..
S#20. 영화사 / 같은 오후.
조감독 앞에 오디션 보러온 배우가 앉아있고, 태오 뒤 쪽에서
비디오를 잡고 있다. 진동하는 전화기. 태오 전화기를 꺼내 은
수 이름이 찍힌 액정을 보고, (받아야 하는데, 상황이 아니니까)
잠시 주저.. 받고는,
태오 (급히, 작고 빠르게) 내가 다시 하께요. (끊고는) 죄송합니다
아~.
얼른, 다시 캠 방향을 조정하고 일로 진입..
S#21. 정동길 / 같은 오후.
은수, 멍하게 전화기 덮고... 가만히 있다가,
심하게 우울한 얼굴.. 그러다 돌연, 하하. 작게 웃어본다.
다시 하하하! 웃어본다.
그러나 더 이상 우울을 감출 수가 없는 얼굴로..
은수 (혼잣말) 웃고 싶은데...
S#22. 뮤지컬 아카데미 건물 앞 - 복도 - 내부/ 같은 오후
유희, 아카데미 건물 앞에서 엄마 전화를 받고 있다.
(엄마) 이게 뭐냐.. 멀쩡하게 회사 잘 다니는 애한테, 실업수당을
왜 받아가래냐..
유희 이따 말할게..
(엄마) 너... (혹시.. 정말..)
유희 ... 엄마, 집에, 집에 가서 말할게요. /
심란한 얼굴로 아카데미 복도를 걸어들어 오는 유희 위로,
은수 우리는 모두 웃고 싶다..
유희 보다 열 걸음 앞쯤에 있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지욱이
보인다.
(지욱은 유희 못 봤다. 가는 방향이 같으니까.)
유희 김지욱.
지욱 (돌아보고 꾸벅) 남여사님.
유희 (걸음 빨리하며) 같이 가.
지욱 (유희가 걸음을 빨리하자 돌연 쪼로록 도망치듯 더 빨리 걸어
아카데미 안으로 쏙! 톰과 제리같이.)
유희 (황당. 보다가) 허. 허허. /
유희, 아카데미에 도착하면, 유리 문 안에서 몸을 푸는 지욱이
보인다.
유희 문을 열면, 천연덕스럽게 돌아보는 지욱.
유희 너 웃기는 애구나.
지욱 (살인적인 백치미소 씨익. 진짜 바보같다)
유희 하. 하하. 하하하.
은수 뭔가를 붙들고... 웃고싶다..
S#23. 작은 악세서리 공예샵 / 같은 오후.
재인, 악세서리들을 보다가 푸른 돌로 만든 귀걸이에 시선을
준다. 눈이 반짝!
재인 이야~ 이뿌다아~. 뭐예요? 터키석인가?
주인 아뇨. 도봉석이예요.
재인 도봉석?
주인 도봉산에서 줏었으니깐...? (미소지으며 다시) 그냥 돌이예요.
재인 하. (이상한 감동)하아~. 니가 돌이구나아~ (유쾌한 기쁨)
하하하하.
은수 .... 웃고 싶다....
S#24. 정동길, 라디오 벤치 - 거리 / 오후
라디에 벤치(노래가 나오고 있다)에 앉아있는 은수.
그 앞으로 다가와 멈춰 서는 단화 위로,
은수 ... 뭔가를 붙들고..
은수, 올려다 보면, 등 뒤로 햇살을 받고 서 있은 영수의
실루엣.
영수, 은수 곁에 앉는다.
조금 어색하지만.. 그러나 반갑다..
영수 (그냥 가만히 앉아있다.. 풋풋한 표정)...
은수 라디오가 나오는데... (벤치 가리켜) 요기..
영수 어. 정말이네... 이렇게 좋은 데 앉아서..,
(장난스럽게 툭 던지듯 농담) 울었어요?
은수 네?
영수 (핸드폰 두고) 문자요. 웃고 싶다 그랬잖아요.
(다시 농담. 놀리듯) 울었어요?
은수 (무안) 아. 아. 아니예요.
영수 아니예요?
라디오 디제이, “다음 들으실 곡은 시인과 촌장의 <때>”라는
멘트에 이어, 전주 나오기 시작
은수 아니예요.. 운..거는...
영수 (반갑다) 어. 시인과 촌장이다.
영수, 음악을 감상하듯 눈을 감으면, 은수도 눈을 감는다.
눈을 감은 은수와 영수 위로, 밝은 햇살을 받은 나무 그림자
어른대고, 그 위로 노랫말 들린다.
노래 당신이 쌓은 벽과 내가 쌓은 벽 사이에 꽃 한 송이 피어나
고, 당신의 지난 날과 내가 지나온 날들이 그 꽃 위에 바람
되어 불고..
영수, 가만히 눈을 뜨고, 눈 감은 은수의 얼굴을 본다..
노래 당신의 고운 눈가에 이슬처럼 눈물이.. 내 파리한 이마 위에도
굵은 땀방울이.... (노래 계속 이어지며)
영수 .... 은수씨(를), 웃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은수 (눈뜨면)
영수 (장난기) 눈뜨면 안 되는데.. (손을 내민다. 은수, 보다가
영수의 손위에 자기 손을 가만히 올려놓는다. 영수, 눈 다시
감으라고 자기 눈 질끈 감았다 뜨면, 은수 눈을 감는다)...
뜨면.. 안돼요..
은수 (끄덕)
영수, 일어선다. 눈을 감은 은수도 따라 일어선다.
영수 (빠르게) 앞에는 작은 턱이 있어요. 한 5센치쯤?
높지는 않아요.
은수, 눈 감은 채 가볍게 턱을 내려서면,
노래 이어지며, 둘이 함께 걷는 몽타쥬. /
걷는 둘 곁으로 어린 여자애가, (솜사탕이나 풍선 같은 걸 사달
라고) 떼를 쓰며 운다. 은수,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 돌리면,
영수 (낮고 빠르게) 풍선을 사달라구 우나 봐요. 엄마는 화가 났어
요. 안 사줄 거 같애요. (오토바이 지나가면) 아, 오토바이가
지나갔어요. (대로변 횡단보도 진입하며) 이제 길을 건너요...
은수는 평화로운 표정.. 영수, 은수를 보다가 장난기.
횡단보도 거의 다 건널 즈음, 가로수 쪽으로 씩씩하게 은수를
이끈다.
이대로라면, 나무에 박치기! 그러나 그 직전에
영수 우향~ 우!
은수, 씩씩하게 우향우! 해서 위기모면.. 영수,
얼굴에 즐거운 웃음 퍼진다.
S#25. 남산 케이블 카 / 같은 오후.
노래 당신이 만든 창과 내가 만든 창문 사이 그 꽃이 가득 피어
아름다운 꽃밭 될 때.. 그 꽃이 가득 피어 아름다운 꽃밭 될 때... 그때..
노래가 끝난다. 이제 은수 눈을 뜨면, 보이는 건, 남산.
두 사람, 케이블 카에 타 있다.
은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영수 (작지만 화한 목소리!) 웃었다!
은수, 웃는다. 영수도 웃는다..
S#26. 영화사 / 해질녘.
태오가 전화를 건다.
전화기 안쪽 연결음, 전화 들어가는데, 안 받는 듯..
조연출 (테입들 들고 지나가며)
감독님 작업실루 (‘나’) 먼저 넘어간다.
태오 (전화 든 채로) 네. 금방 갈게요.
(조연출 가고 여전히 받지 않은 채 전화기 안쪽 연결음 계속)
S#27. 남산 타워 앞 벤치 / 해질녘 - 저녁.
은수, 가방에서 들리는 진동음.. 은수는 전화가 온 줄 모른 채,
영수와 서울을 내려다보고 있다... /
(경과)
나란히 서서 어두워지는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는
은수와 영수.
영수 기다렸어요.
은수 .....
영수 은수씨, 전화.
은수 .....(은수가 보면)
영수 (딴소리) 좋네... 서울....
은수 .... (같이 야경을 보다가.. 어둡지는 않은 톤으로) 어릴 때요..
여기 온 적이 있어요.... (미소) 그땐, 여기 오는 게 유행이었
는데... 저희 아빤, 모범 가장이었으니까, 남들이 가는 덴 우
리두 꼭 갔거든요... 근데,
영수 ....
은수 택시를 타구 오면서... 오빠랑 저랑 손을 꼭 잡았어요.. 왜냐
면,.. 말이예요..
영수 ....
은수 .... 왜 내가 지금 이런 얘길 하고 있는 진 모르겠지만.... 왜냐
면요, 그 전날 밤에 엄마랑 아빠가 싸웠거든요.. 많이.. (뜸)
오빠랑 난.. 엄마랑 아빠가 우릴 버리러 가는 걸지도 모른다
고 생각했어요.... 웃기죠.
영수 ....
은수 그 얘기가 웃기단 게 아니구요, 내가 왜 지금 이런 얘길 하냐
구요.. 영수씨가요... 이상한 사람 같아요, 난...
영수 (음미하듯..) 이상한 사람.....?
은수 네. 어떤 걸.... 말하게 하는.. 이상한 사람.
영수 벽이니까..
은수 (본다)...?
영수 저는.. 벽..이예요.
은수 벽,이요?
영수 네. (뜸.) 근데, 벽이 다른 벽한테 뭐라 그랬게요?
은수 ....
영수 (웃음) 수수께낀데.
은수 ..... (모르겠다고 고개 저으면)
영수 (시원하게) 모퉁이에서 만나자!
은수 (잠시 생각) 벽이.. 벽(‘한테’.. 웃음기 피어나며) 모퉁이에서 만
나자...?(하고는 화~한 웃음..)
S#28. 은수 원룸 앞 골목/ 같은 밤.
은수와 영수 걸어오며,
은수 ... 고마워요..
영수 뭐가요?
은수 오늘... (뜸) 다... (하고 고개를 드는데)
원룸 앞에 태오가 서 있다. 은수, 뚝.
태오,왠지 모른 척 해야 할 것 같았는지 은수가 주저하는 사이,
되도록 자연스럽게 지나쳐간다.
은수, 어쩔 줄을 모르고 머뭇댄다.. 망설이는 듯... 그러다가..
돌연,
은수 태오야!
태오, 돌아보지 않는 채 선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본다.
영수, 태오를 본다.
은수 (영수에게) 어.. 저기...
영수 (선선히, 먼저) 그럼, 쉬세요.
은수 ... 네... (목례..)..
영수, 골목을 걸어 나가고,
조금 떨어져 선채 영수의 뒷모습을 잠시 보던 은수와 태오,
서로를 본다.
S#29. 은수 동네 공원 / 같은 밤
은수와 태오, 말없이 앉아 있다.
은수, 태오의 눈치가 보이겠지?
은수 ... 말... 안할 거야?
태오 .... (생각에 잠겼다가 깨듯) 응? 응. 아니이..
은수 들어가 있지.. 왜 밖에서 그래....
태오 그냥요..
은수 태오야, 저기.. (뭔가를 말하려는데)
태오 (최선을 다해 밝게) 자기, 괜찮아.. 말 안해두 돼요... 근데,
나, (뜸) 가야겠어요.. (은수가 보면) 그래두 되지?
은수 (보다가..) ...그러구 싶어?
태오 응. 지금은..
은수 .... 그래...
은수, 잠시 생각한다.
태오, 벤치에서 일어선다.
은수 (좀 밝고 씩씩하게) 태오야..
태오 (보면)
은수 근데, 우리 내일 꼭 만나. (보면) 응?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아무리 바빠도, 내일 꼭 만나.
태오 (이유는 모르지만.. 보다가.. 최선을 다해 밝게) 응. 그래요.
S#30. 영수의 아파트 / 같은 밤.
영수, 들어서면서 고양이 빠오를 안는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그러다,
영수 빠오야, 괜찮아.. 그치? (고양이 마구 쓸어주며 웃는다.)
S#31. 버스 안/ 같은 밤.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긴 태오..
S#32. 은수 원룸 / 같은 밤.
은수, 깨끗한 A4지 두 장을 내려다 보고 있다.]
정성스럽게 접어, 분홍색 봉투에 넣는다.
잘 깎은 연필도 (심이 부러지지 않게) 뚜껑을 씌워 챙겨둔다..
S#33. 찻집 (혹은 거리) / 밤.
유희 으아... 이럴 줄 알았음, 관뒀을 때 그냥 말할 걸..
찬석 그래서, 뭐라시는데.. 다시 취직하라군 안하셔?
유희 엄마가 날 몰라? 말 안 들을 거 아니까...(그런 말은 안하는
데) 근데, 미리 말 안한 게 그르케 서운했나봐... (찬석 같이
심란해지자 털 듯) 잘됐어. 어떻게든 터질 거..
시원하기도 해.
찬석 그래. 그렇게 생각해..
유희 이왕 터진 거 마저 다 터뜨릴까?
찬석 (응? 하는 얼굴로 쳐다보면)
유희 선배, 울 엄마, 함 안 만나볼래?
찬석 어? ........ (얼굴 애매하게 굳어진다.. 조금 당황한 듯..)
유희 ...... (한참 후).... 한번두.. (그런) 생각.. 안 해봤구나...?
찬석 .......
유희 (알겠다... 서운하고.. 맥 빠진다..)
S#34. 은수 원룸 / 같은 밤.
벨소리 딩동! /
은수, 문 열면, 유희, 밀고 들어오듯 들어서며,
유희 (다짜고짜) 너두 그러지 마.
은수 (웬 날벼락!) .. 어? 내가 뭐.
유희 진짜, 도망치는 것들... 맨날 꽁무니 빼구 도망치는 것들,
세상에서 젤 치사해!
은수 (괜히 뜨끔. 그치만) 자다가 웬 날벼락이여?...
무슨 일 있구나?
유희 (주방에서 물병 들어 마시며) 일은 무슨. 아, 그냥, 글타고오..
(방 쪽으로 다가 오다, 은수 책상에 분홍 봉투를 보고)
뭐야? 러브레터?
은수 결.심.
유희 (... 오잉? 하듯) 결심?
은수 응. 내 결심. 도망치는 게 젤루 치사하다며어~
S#35. 찻집 / 다음날 오후.
영수와 마주 앉은 은수.
은수 영수씨.
영수 (부드러운 얼굴로 말하라고 쳐다본다. 네? 하듯.)
은수, 막상 말을 하려니.. 아쉬움이.. 입만 달짝달짝.. 망설인다.
여전히, 은수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영수...
은수 그러니까 저는... (영수와의 일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젖어드
는 듯... 미안하고.. 아쉽다... 그러다 다시 영수를 보고)
영수씨, 마음을.. 받을 수가 없어요..
영수 ....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 그래도 순간 철렁하는 마음...)
은수 왜냐면... 저는.. (영수의 얼굴을 본다... 다시 망설임...) 저는..
(힘들다...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영수 ....
은수 미안해요. 그러니까..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미안해요.
(영수가 뭔가를 말하려고 하면) 알아요, 어쩌면 영수씬, 미안
해하지 않아두 된다구 그러실지도 몰라요.. 그치만.. 저는, 사
과하고 싶어요.. 말하지 못한 거.. 미안해요..
영수 .....(잠시후 천천히) 미안해하셔두 돼요.
은수 .....?
영수 미안해하셔두 된다구요..
은수 ...
영수 그치만...... 미안해하지 않았음 좋겠어요...
은수 ...?
영수 (부드럽게) 고맙습니다. (은수의 어쩔 줄 모르겠는 얼굴을
보고) 은수씬, 뭐가 고맙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그치만, 말하
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뜸) 저에게 생겨났던 마음이.. 저에
게 무엇인지.. 은수씨는 모르시니까..
은수 ....
영수 말씀드렸잖아요.. 저.. 벽이라구..
은수 .....
영수 은수씨,
은수 (보면)
영수 제 마음이.. 은수씨나.. 다른 어떤.. 분을 고통스럽게
한다면,... 잊을게요... 은수씨(를)..
은수 ....
영수 (밝게 정리) 그럼, 갈까요?
은수 (여전히 어쩔 줄 모르겠다)
영수 아직도 미안해요? (은수가 보면).. 여길 나가면서부터는,
고마운 마음도 잊을게요.. 은수씨도 미안한 마음, 잊으세요..
(미소. ‘그럼’) 나가볼까요?
S#36. 찻집 앞 / 같은 오후.
은수, 영수에게 인사를 한다.
반대 방향으로 헤어지는 두 사람.
은수 걷다가.. 뒤를 돌아본다. 멀어지는 영수가 보인다.
은수 참 좋은 사람.... 그래도 나는...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은수, 돌아선다.
이제 모든 아쉬움을 접고, 눈에 힘을 모으고 앞으로 걷기 시작.
S#37. 공원 / 같은 저녁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태오가 보인다.
은수 이제.. 나는... 너에게로..
은수, 태오가 보이자 태오를 향해 뛴다. 마구 마구 달린다.
은수 .... 오직!.. 너에게로!
문득 고개를 들었다 달려오는 은수를 본 태오,
주춤주춤 일어선다.
은수, 달려와, 그대로 태오에게 몸을 던지듯 안긴다.
태오 (안고서.. 영문은 모르겠지만 마음은 전해지니.. 다정..
웃으며)왜요!
은수 좋아서 그래! 다! 다! 좋아서 그래!
S#38. 뮤지컬 아카데미 / 같은 시각.
벽에 붙은 뮤지컬 오디션 공고를 보고 있는 유희.
슬슬 몸 풀며 거울 앞으로 가면,
연습을 하고 있는 지욱이 보인다.
유희, 다섯 발자국 쯤 떨어진 데 서서 연습 시작하다가,
유희 (툭 던지듯) 야, 까만콩.
지욱 (순순히 돌아보며) 네?
유희 (너무 순순하니까, 허! 하고 웃듯) 니가 까만콩이냐?
지욱 (맹~) 남여사님, 저 부른 거 아니예요?
유희 맞어. (보다가) 근데, 그 남여사 소리 안함,
나두 까만콩 안 할 건데.
지욱 (맹~ 잠시 생각하곤) 어울리는데, 까만콩?
유희 (할 말이 없다..) 허...
지욱 근데, 왜 불렀는데.
유희 너두 오디션 나갈거야?
지욱 당연하죠오~
유희 (경쟁자 보듯 괜히 야리며) 그래? (동작하나 제대로 땡기고는,
다시 불쑥) 야.
지욱 네?
유희 웃어봐.
지욱 (두말도 않고 씨익 웃는다. 백치미 백푸로!)
유희 푸하하하 (웃음 터지고) 너, 진짜.. 백치미 끝내준다!
지욱 (맹~ 갸웃) 내가 그르케 이쁜가?
(기분 괜찮은지, 다시 백치미 가득한 미소 작렬!)
유희 (보다 다시 크게 웃으면)
지욱 나 사실 쫌.. (유희가 보면) 옹닌데. (아랫턱을 내민다)
유희 뭐? (하다가) 아하하하하!
S#39. 공원 / 같은 저녁.
태오도 어제를 잊고 초여름 밤 공기가 시원한지 오랜만에
편안한 표정..
은수 좋다. 그치?
태오 응.
은수 (괜히) 히~.
태오 (따라서) 히~.
은수 (보다가, 가방 열며) 나, 이거.
가방에서 책갈피에 곱게 넣어 둔, 분홍색 봉투를 꺼내 내민다.
은수 히~.
태오 (받으며) 뭔데?
은수 숙제.
태오 (설레는 표정으로 편지 봉투 열어 종이 꺼내며) 숙제?
(아무 것도 없는 종이 보고 엥?)
은수 (연필 내밀며) 이거두. (태오가 보면)
여기다, 계획을 적어보는 거야. 인생 계획.
태오 계획?
은수 응. (니가) 생각해보랬잖아. 나, 생각 많이 했어. (좔좔)
나, 인제 자기 영화 하는 거 반대 안 해. 그치만 이대룬
넘 막연하잖아? 그쪽두 쟁쟁한 사람들 천질 거구..
또 요즘 그쪽이 어렵다기도 하니깐..
태오 .... (열심히 얘기하는 은수를 보다 가만히 종이를 내려다
본다)
은수 그러니깐, 계획을 세워보는 거야. 요번 영화 끝나면 뭘 할지,
복학은 언제 할지, 무슨무슨 공모전에 내 볼지..
입봉은 언제할지..
은수, 신나게 말하고 올려다 봤으나 마주친 건,
굳은 태오의 얼굴
태오 자기가.. 생각한 게.. 이거예요..?
은수 (분위기가 생각같지 않으니까 얼른) 아, 그러니까, 꼭 여기에
써야 되는 건 아니야. 말루 해두 돼, 아니아니, 그냥 속으루
만 해두 돼. 자기 마음 속으로 생각만 해두 돼..
태오 나, 학교 관뒀어요.
은수 (반사적으로) 어? (다시 탓하듯) 뭐?
태오 .... 그만 뒀어.
은수 언제. (하다가 다시) 어떻게 학교를! 학교를 왜 관둬.
대학은 나와야지.
태오 .....
은수 아니, 사람일 어떻게 될지 어떻게 알아.. 정말 만의 하나...
졸업장은 있어야지이!
태오 자기... 내가 그렇게 못미더워요?
은수 그런 뜻 아니잖아.
태오 (종이 내려다 보고) .. 자기가 보험설계사예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은수 왜 그렇게 삐딱하게만 그래. 내가 얼마나, 많이 생각하구.
태오 자긴, 내가 뭔가가 되고 나서야 믿어줄 거예죠? 한 번이라두
그냥 나를, 지금의 나를 믿어줄 순 없는 거냐구요?
은수 (억울. 욱한다) 너는! 내가 어떤 맘으루..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내 생각은 해봤어?
내가 지금 몇 살인지, 너랑 만나는 게 나한테 어떤 의민지!
태오 아니! 자긴, 자기에 대해 생각한 거야, 내가 아니구!
어떻게 해야, 나를 자기 인생에 맞출 수 있는지! 아니예요?
은수 ......(할 말은 없는데, 좀 전에 자기 마음을 생각하니
서운하고 화가 난다)...
태오 내가 바라는 건요! 내가 바라는 건, 이쁨 받는 게 아니예요!
사랑받는 거예요, 남자루! 귀여운 어린애가 아니라 남자요!
온전한 남자요! (절망감..) 남자..
은수 ....
태오 .... 너무 오래 기다렸어... 너무 오래.. 외로웠어...
은수 ......
태오 ...... (고개든다..) 헤어져요..
은수 (가슴이 내려 앉는다).... (겨우 아주 겨우..) 태오야..
태오 (똑바로 보고) 헤어져요.
태오, 잠시 후 일어난다. 그리고 걸어간다.
은수, 멍하게 멀어지는 태오를 보기만..
그리고 휑하게 남겨진다.
S#40. 은수 원룸 & 거리 / 밤.
은수, 멍하게 들어선다. /
거리를 걷는 태오..
목적도 없이 어디론가 그냥 막 걸어가는 느낌../
은수, 서럽게 울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수가 없다.
어깨가 들썩이고, 정신없이 서럽게 서럽게 운다.
S#41. 은수 회사 / 점심시간.
일하는 은수의 말간 얼굴... 휑한 느낌..
장미경 자기, 밥 안먹어?
은수 먼저 드세요...
장미경 그래, 그럼. (바로 김명진에게) 명진아! (밥 먹자는 시늉)
은수, 모른 척 일만 열심히..
S#42. 프레시 캣 / 오후
은수, 영수와 홍이사 순영에게 제주도 녹차 페스티벌 포함,
시안을 보여주고 있다. (웹하드를 열고, 모니터로에 제주도 사진
들 보며, 종이로 출력한 시안과 비교하며)
은수 (페스티벌 꼭지 오프닝 사진을 두 가지로 넣은 걸 보여주며)
이 사진이 인상적이긴 한데, 오프닝으론 좀 답답한 거두 같아
서 (나머지 한 개를 짚으며) 일단은 이걸로 생각하고 있어요.
영수 (끄덕끄덕) 그럼, 이걸루 하구,
오프닝을 두 쪽으로 펴면 좋을 거 같아요.
은수 네. 디자이너한테 전달할게요.
순영 (분위기 파악 못하고, 모니터 사진들 중 은수와 영수가
찍힌 사진, 은수가 녹찻잎을 따먹다가 영수와 마주쳤던 즈음
의 사진,을 가리키며 농담) 이것두 좋은데~
(순영, 장난스럽게 웃는데)
영수 (순영에게 바로) 유럽 녹차 붐, 텍스트는..
순영 (어? 이 분위기 아닌가?) 아, 쫌 전에 웹하드에 올렸어요.
은수 그럼, 전 (정리한다) 가볼게요.
영수 네. 들어가세요.
순영, 분위기 보고, 홍이사를 슬쩍 본다.
‘무슨 일이래요..?’ 하듯이.
홍이사, ‘나두 모르겠는데?’ 하듯, 작게 절래절래.
은수, 일어서 나오는데, 여전히 벽에 붙은 자기 사진(딸기밭에서
졸던)이 보인다. 멈춰 보는 건 아니고, 나오다 그냥 보게 된 것.
은수 가고 홍이사, 은수 뒷꼭지 보고, 영수를 한번..
S#43. 은수 원룸 / 다른 날 새벽
은수, 잠들어 있는데, 울리는 현관 벨소리.. 딩동.
은수, 못듣고 자다가 연거푸 딩동! 딩동! 울리면 눈뜨며
은수 (잠꼬대하듯) 누구세요. 누구세요. (하다가 몸 일으킨다.
다시 벨소리 딩동하자, 현과 문을 본다) /
은수, 문을 열면 서 있는 재인. 아주아주 심각한 표정.
은수 (놀라서) 재인아.
재인 ...
은수 무슨 일(이야..)
재인 (심각하게) 나랑 같이 좀 가줘야겠어.
은수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