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그림은 프랑스 화가 피에르-나르시스 궤랭(Pierre-Narcisse Guerin, 1774~1833)의 1815년작 〈트로야(트로이)를 엄습한 위난을 디도에게 설명해주는 아이네야스(Enee racontant a Didon les malheurs de la ville de Troie)〉이다.
☞ 랑사쾌론 사랑 원리 내막 원력 결핍 대가(댓가) 보답 보상 조건 욕구 구심력 중력 감정 착각
☞ 사랑의 중력(Gravity Of Love) 이니그마; 엘로이즈와 아벨라르의 애련과 전설
당장에는 얼마나 많은 이족보행포유류(이보포류 ☞ 참조)개체에게 인지되었을지 추산될 수 없겠지만, 하여튼, 사랑의 성질은 중력(인력; 구심력)의 성질과 흡사하다.
그래서 사랑도 중력처럼 극심해지면 사랑의 수렁, 늪, 항성(별), 초신성(超新星; 스스로 붕괴하여, 자괴하여, 자폭하는 별; 자폭성; 自爆星), 갈색왜성, 백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 따위를 태동시킨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나 전설에 나오는 디도(Dido; 엘리사; Elissa)도 사랑의 수렁에, 무저한 늪에, 구렁텅이에 빠져들어, 그러니까, 사랑의 블랙홀에 흡인되어, 헤어나지 못하고 자멸해버렸다.
디도는, 현재 서아시아 레바논(Lebanon)의 서해안 도시 타이어(Tyre; 수르; Sur)에 해당하는, 고대 페니키아의 도시국가 튀로스(Tyros)를 다스린 왕 마탄 1세(Mattan I)의 딸이었다.
그녀의 오빠(오라비) 퓌그말리온(Pygmalion; 피그말리온)은 마탄 1세의 왕위를 물려받았다.
그녀의 남편 아케르바스(Acerbas)는 튀로스에서 신봉된 남신 헤라클레스(Heracles)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제(司祭)였고 굉장한 재산을 은밀히 숨겨둔 갑부였다.
그러나 아케르바스의 재산을 탐하던 퓌그말리온은 결국 아케르바스를 살해했고, 그때 임신 중이던 디도는 남편의 모든 재산을 챙겨서 북아프리카의 현재 튀니지아(Tunisia) 북부해안지역에 해당하는 곳으로 이주하여 고대 도시 카르타고(Carthago)를 건설했다고 전설된다.
그런데 고대 로마 문법학자 세르비우스 호노라투스(Servius Honoratus, 4세기후반~5세기초반)가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 해설(In tria Virgilii Opera Expositio)》에 기록했듯이,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Vergilius; Vergil, 서기전70~서기전19)의 서사시 《아이네이스(Aeneis; Aeneid)》에서는 아케르바스가 카르타고 원주민들의 추장 쉬카유스(쉬카에우스; Sychaeus; 쉬카르바스Sycharbas)와 동일시된다.
튀로스를 떠나 북아프리카 해안에 상륙한 디도는 그곳을 다스리던 추장 아케르바스(쉬카르바)의 땅을 매입하여 카르타고를 건설했다.
카르타고가 빠르게 번영하자 아케르바스는 디도에게 청혼하면서 집요하게 지분거렸다.
그의 청혼을 확실히 거절하려던 그녀는 공터에 쌓은 장작더미에 올라서서 자신의 복부를 검(劍)으로 찔러 살기(殺己)했다.
그런데 그녀의 살기에 사용된 검은 원래 《아이네이스》의 주인공 겸 트로야(Troia; 트로이; Troy) 영웅 아이네야스(Aineias; 아이네이아스; Aeneas; 아에네아스)의 무기였다.
아케르바스의 청혼을 받기 전부터 디도는 카르타고를 방문한 아이네야스와 이미 사랑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에 제우스(Zeus; 유피테르; Jupiter)의 귀향명령을 받은 아이네야스는 자신의 애검(愛劍)을 그녀에게 남겨두고 카르타고를 떠났다. 그 검은 디도를 사랑한 아이네야스의 진심을 상징한 정표(情標)였다.
그렇지만 아이네야스를 떠나보낸 디도는 헤어날 수 없는 절망에, 사랑의 수렁에, 애정의 늪에, 블랙홀에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여동생 안나(Anna)를 시켜서 준비한 장작더미에 올라선 디도는 거꾸로 세운 아이네야스의 검을 향해 자신의 상체를 던져서 끝내 살기했다.
그런데 안나의 관점에서는 살기하려고 준비하던 디도의 언동이 마치 자신의 떠나간 애인을 파멸시킬 주술의례를 집전하는 언동처럼 보였다.
《아이네이스》에서 “디도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달라고 신들에게 기도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한쪽 샌들을 벗고 옷고름과 허리띠마저 풀었다.”
그녀가 그렇게 행동한 까닭은, 세르비우스 호노라티우스가 생각했듯이, 그리하면 “그녀는 자유로워지고 아이네야스는 속박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 참조: 미국 고전학자·종교비교학자 엘리 에드워드 베리스(Eli Edward Burriss)의 《터부, 주술, 정령들: 모든 종교에서 발견되는 원시적인 요소들》(우물이있는집: 2022, 134쪽)
아랫그림은 이탈리아 화가 궤르치노(Guercino, 1591~1666)의 1631년작 〈디도의 죽음(La morte di Didone; Death of Dido)〉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