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서 옮긴글이라 좀 찜찜하지만, 오늘 할 찰흙놀이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는 것 같아서... 아이가 찰흙놀이할 때는 더럽힌다고
야단치면 안된다.
[미술교육]"손으로 느끼는 자연의 감성···맘껏 만들게 해줘라"
만들기 간섭말고 작업복 입혀 더러움 신경 안 쓰게
아이들 작품은 눈에 띄는 곳 두어야 자신감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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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흙놀이는 아이의 감수성을
길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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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니면서 찰흙놀이를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입체조형학습의 명목으로 미술수업으로 그칠 뿐, 찰흙놀이의 효과에 대해서는 간과된 부분이 적지 않다. 외국에서는 미술학습보다는 자연체험놀이로 중요시되고 있고, 일상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야외에서 많은 찰흙을 이용하여 벽돌과 화덕을 만들고, 진흙탕을 만들어
구르고 뒹굴고, 갖가지 작품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감동스러울 지경이다. ‘저렇게 자연 속에 흠뻑 빠져 마음껏 놀 수 있구나’하고.
찰흙놀이가 아이에게 주는 효과는 두뇌 개발, 창의성 신장, 미적 감각
개발 등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자연의 감성을 직접 손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소재 자체가 만물의 근본 요소이자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철학 관념이 내포되어 있는 흙이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매우 친근하게 느껴진다. 요즘처럼 자연을 쉽게 접하기 힘든 생활·문화 환경 속에서 찰흙이 주는 신선함은 다른
놀잇감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촉촉하고 말랑말랑하고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지는 속성(가소성)은 아이로 하여금 마음껏 자신의 감정을 발산하게 한다. 찰흙을 가지고 놀면서 분노나 스트레스 등 정서적으로 억압되어 있던 감정을 마음껏
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최근 찰흙이 신경정신과 심리치료나 자폐아
치료에 많이 이용되는 예에서도 알 수 있다.
작품의 모든 요소를 내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이는 자신이 ‘창조자’가 된 듯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아이가 찰흙으로 뭔가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온몸을 움직이며 찰흙에 완전히 몰두하여
그대로 찰흙과 하나가 된 듯이 보인다. 그래서 미국의 한 도예가는 ‘찰흙은 아이에게 마술과 같은 매력을 준다’고 했나보다.
최근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아이들 대상의 찰흙놀이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흙이 아이의 피부에 주는 효과도 효과지만, 우선 아이가 찰흙에 쉽게 몰두하여 놀면서 가려움을 잊을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약간의 주의도 필요하다. 우선 아이의 나이와 수준을 고려하여 너무
어려운 작품, 너무 큰 작품을 요구하면 안 된다. 유아의 경우에는 별
의미 없이 그냥 찰흙을 만지작만지작 주무르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만들어 놓고는 이름을 붙이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어른의 눈에는 장난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아이의 사고 발달과 성장 측면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을 만들라고 요구하지 말고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 보고 유도해야 한다.
아이가 찰흙놀이할 때는 더럽힌다고 야단치면 안 된다. 찰흙놀이를
하면 당연히 손과 옷, 때로는 온몸에 찰흙이 묻게 된다. 편안한 옷에
앞치마를 해주면 아이는 편안한 마음으로 놀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찰흙놀이는 ‘더럽히며 놀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큰 매력이다.
대신 만들어주는 것도 금물이다. 아이가 만드는 모습을 보고 답답하게 여겨 대신 만들어주는 엄마들이 많은데, 이런 행동은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잘 못 만들거나 할 때는 힌트를 주거나 사진을 보여 주거나, 대화를 하여 유도한다.
아이가 찰흙을 만지고, 누르고, 자르고, 파내고, 쌓고 하는 등 찰흙의
성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또한 아이가 만든 작품을 소중히 여겨 준다. 서툴게 만든 작품일지라도 엄마 아빠가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고, 거실 등 잘 보이는 곳에 아이의 작품을 놓아두면
아이의 자신감과 정서 안정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찰흙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 의아해 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찰흙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또 여러 가지 주변의
재료를 같이 활용할 수 있다.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뚝딱뚝딱 잘 만들어낸다. 멋진 장식이 붙은
미래형 휴대폰, 마늘짜는 도구로 찰흙을 짜서 갈기를 표현해 준 사자,
특성이 잘 드러난 공룡, 동화 ‘강아지 똥’을 읽고 난 뒤 만든 강아지 똥, 똥에 붙은 똥파리, 코끼리가 코로 들이마시고 있는 모양이 붙어 있는 우유 잔, 엄마에게 혼나고 화난 내 얼굴, 변비 걸렸던 경험을
투사한 ‘똥 두 덩어리 싼 강아지’ 등등 재미난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 감정이 담뿍 담겨있다.
어른은 도저히 못 따라가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을 보면서 그런 훌륭한 자질이 제대로 키워지지 못하는 교육 현실에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날씨가 추워져서 밖에서 놀기 힘든 계절, 거실에서 찰흙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앉아 서로의 얼굴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만드는 것도,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자연의 감성을 아이와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선현·‘흙동이와 찰흙놀이 해요’ 저자 lydiaksh@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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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3.10.13 15:58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