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일보 오피니언 2005-12-13 기사 )
연말연시를 맞았다. 벌써 올 한해도 한달 남짓 남았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불우이웃을 돕자는 운동이 각계에서 펼쳐지고 있다. 사회단체를 비롯해 공공기관마다 연례행사처럼 불우이웃 돕기에 총력전을 펼친다. 연탄을 배달해 주고 난방지원을 해주고 김장을 정성껏 담가 전달해 주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따뜻한 이웃사랑의 정이 살아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같은 사랑의 불길은 더욱 널리 확산되어야 한다.
경제불황의 그늘이 몇년 동안 지속되면서 생계에 곤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주름살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난방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가스요금, 교통요금 등 각종 생활․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되거나 인상대기 중이다. 세금부담도 지속적으로 늘어 서민들의 생활은 고달프기만 하다.
얼마 전 신사우동 2통 지역을 방문해 한 독거노인을 만났다. 이 할머니는 올 겨울을 날 걱정에 한숨만 내쉬었다.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에도 아직 어두컴컴한 단칸방에 냉기만 감돌았다. 난방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자녀들은 다 돈을 벌겠다며 집을 나가 연락이 끊긴지 오래됐다. 김장을 담그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 일도 하지 못하고,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사실 IMF 이후 서민들의 삶이 무척 힘들어졌다. 주위에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원도가 파악한 자료에는 독거노인의 수가 3만4,195명에 이르고 기초생활수급권자가 6만1,667명에 이른다. 이는 전년도보다 훨씬 더 늘어난 숫자다. 월드비전춘천종합사회복지관 무료급식소를 비롯해 도내 134개 무료급식소를 매일 전전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9,078명에 달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도내 아동복지시설 10개소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은 577명으로 이는 전년도보다 늘었다. 노인복지시설도 마찬가지다. 도내 20개 복지시설에 1,010명이 거주한다. 여기에 미신고복지시설까지 포함하면 복지시설에서 근근이 생활하는 노인들은 1,609명에 이를 것이다.
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들을 돕는 운동이 연말연시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는 일회성, 반짝 행사에 그칠 우려가 많다.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할 우려도 없지 않다. 연중행사로 마련해 놓은 예산을 집행하는 의례적인 행사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연중 이러한 사랑 나눔이 지속되어야 한다. 공동모금회의 모금운동도 마찬가지다. 이달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집중된다. 모금운동은 국민들 각계각층의 적극적인 성금모금 참여를 유도하여 건전한 기부문화를 정착시켜 이웃들을 돕자는 것이 그 근본취지이다. 그러나 모금운동시기가 편중되고 민간주도의 기부(모금)문화의 미성숙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적십자회비를 통한 모금도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다. 각 자치단체마다 자율과 타율에 따른 모금실적이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이 일정액을 통․리마다 할당해 모금을 하고 있는데 특히 농촌지역의 경우 쌀 수입 개방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생활에 모금액은 해마다 상향조정돼 통․리․반장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행정의 도움을 통한 성금모금의 모습이 민간기관과 관이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미덕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이웃을 돕는다는 미명하에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므로 결국 주민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모금 주체들은 다양한 모금방법의 개발 및 아이디어 공모, 사이버를 통한 모금, 각종 세제혜택 등의 유인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연말연시에만 반짝하는 생색내기용 나눔운동이 아니라 연중 지속되는 나눔운동이 펼쳐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 진정한 나눔운동이 확산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연말연시=나눔운동'이라는 고착화된 의식을 불식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나눔운동이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사랑을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고 사랑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부유한 자도 없다. 일회성 행사보다 연중 사랑 나눔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염규성․함께사는 강원세상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