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탄길이라는 책으로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신 이철환 씨의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하루는 몸이 아파서 학교를 가지 못했습니다. 낮잠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가 허기가 밀려 왔습니다. 당시에 유행하던 '애플 빵'이 그렇게 먹고 싶었습니다. 혹시 엄마가 빵을 사 주실까 해서 4시간 동안 반복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애플 빵" 노래하다가 엄마에게 무지하게 얻어맞았습니다. 방구석에 가서 실컷 울었습니다.
서운해서 울고, 울다 보니 허기진 배가 더 허기져서 울었습니다. 그렇게 며칠 지났습니다. 어머니는 얼굴에 피멍이 든 채 들어오셨습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하신지 잘 걷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글쎄 엄마의 손에 그 '애플빵'하고 돼지고기 한 근이 들려 있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돈이 어디서 났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아! 나중에 알았습니다. 엄마가 버스를 타고 오는데 자리가 없었습니다. 손잡이를 겨우 잡고 있는데 버스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말았습니다. 그 바람에 엄마는 버스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운전기사가 깜짝 놀라서 병원에 모셔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괜찮다고 하시면서 대신 돈 조금만 달라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버스 기사는 할 수 없이 돈 몇 푼을 쥐어 드렸습니다.
엄마는 그 돈으로 '애플빵' 한 봉지하고 돼지고기 한 근을 사들고 오신 것입니다. 아들 먹이려고. 그 와중에도 아들 생각이 떠올랐던 것입니다. 지금도 그 때 피멍 든 엄마의 얼굴과 다리도 가누지 못하던 모습이 칼로 새기듯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지울 수가 없는 모습입니다. '왜 가난할까?' 그러나 이제 알았습니다.
자신의 가슴속에 흐르고 있는 사랑이 엄마의 가난하고도 아픈 사랑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울컥 하늘나라간 엄마가 보고 싶어집니다.
<2>어느 교도소에서 죄를 짓고 감옥에서 벌을 받고 있는 재소자들을 위한 체육 대회를 열었습니다. 특히 20년 된 죄수들 가족까지 초청된 특별행사였습니다. 재소자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설레이는 일이었지만 운동회를 주관한 책임자들에게는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는 행사였습니다.
드디어 운동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분위기는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모두들 얼마나 열심을 내는지 후끈후끈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응원하는 소리가 메아리쳤습니다. "잘한다. 내 아들. 이겨라! 이겨라!" 달리고 있는 자식을 향해서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가족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열광적이었습니다.
줄다리기를 할 때 영차 영차, 천지를 진동시키는 듯 했습니다. 이런 응원소리도 들렸습니다. "여보, 힘내요. 힘내요." 마지막 경기 종목은 재소자들이 부모님을 등에 엎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효도관광 달리기였습니다. 달리기에 참가할 재소자들이 출발선에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열광하던 모습은 싹 사라져 버렸습니다. 드디어 푸른 죄수복을 입은 선수들이 부모님에게 등을 내밀었습니다. 그 쓸쓸한 아들들의 등에 부모님들이 주춤주춤 올랐습니다. 마침내 출발 신호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경기에 열을 내던 모습과는 달리 이기겠다고 달리는 선수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들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훔쳐 주느라 당신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지 못하는 어머니, 아들의 휘어진 등이 안쓰러워 힘겨워 하는 아버지의 모습, 교도소 운동장은 당장 울음바다가 되어 버렸습니다. 누구도 골인 지점에 빨리 들어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할 수만 있으면 늦게 들어가려고 애쓰는 이상한 경주였습니다. 눈물 겨운 현장이었습니다. 그들이 원한 것은 1등이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의 체온을 단 1초라도 연장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그 운동회의 목적이었습니다. 왜 힘을 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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