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의 중앙루터교회...
그 교회가 처음 후암동에 세워졌을 때 인근에 집창촌이 형성되었다.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당시 통념으로는...
교회에 그런 일 하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걸 쉽게 용납하질 못했다.
그래서 교회가 소란스워졌고... 결국 그들은 교회를 떠났다.
교회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지난 주일...
그 교회는 51주년 기념일을 맞았다.
예배 후 은퇴한 장로님 한 분이 젊은 담임목사에게 그 때 그 일을 들려주었다.
이야기의 요지는...
'그 때 우리가 진짜 교회였는지...
이제야 가슴 시리게 참회하며 되돌아 보게 된다’는 말씀이었다.
우리교회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예배당을 매입하려 했을 때...
몇몇 분이 이 건물(골든시티)에 ‘모텔’이 있기에 예배당으론 적합하지 않다고...
우회적으로 반대의 의견을 보내왔다.
결국 그분들은 교회를 떠났다.
그 분들은 돌고 돌아...
떠나왔던 모교회로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돌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로, 권사까지 되었다.
우리교회는 역사가 일천하고...
교인 숫자도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시작되었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직간접적으로 들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아마도 다른 교회에도 이런 일들은 흔하리라...
교인들 중...
불경건한(?) 이들을 불편해하고 걱정하는 말들...
아니,
더 나가서 그들을 정죄하거나...
그들 때문에 교회생활이 힘들다는 말까지...
나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목사도...
그런 가슴앓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가슴앓이 뿐 아니라 언행으로도 수 없이...
그 불경건한 이들을 정죄하고 비난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완벽히 성화를 이뤄낸 이들의 모임이 아닐 뿐 아니라...
여전히 죄인들의 무리라는 사실에... 작은 위로를 얻는다.
무조건적인 용서의 은혜를 누렸으나...
여전히 죄를 멀리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며...
또 다시 반복되는 죄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는 무력감에...
다시금...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가련한 영혼들....
교회는 여전히 이런 죄인들의 무리이다.
먼저 용서받고...
거룩의 삶에 한 발짝 앞섰다 하여...
맘대로 교회의 문턱을 높여서도 안 될 것이고...
거룩한 삶 추구한다고 하나...
여전히 옛 죄의 습성을 여과없이 내 비치는 이들을 향해...
함부로 단죄하거 눈살을 찌푸리는 것도 쉽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왜냐하면...
남에 대한 비난과 정죄는...
'자기 의에 대한 확신과 자랑의 교묘한 표현'일 뿐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죄인이거늘...
아무런 조건 없이 용서까지 받았거늘...
고개 빳빳이 세운 채 자기 의를 과시하는 짓을...
어찌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우리에겐...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은 있어도... 정죄할 권한은 없다.
[마 18:21-22, 새번역]
그 때에 베드로가 예수께 다가와서 말하였다.
"주님, 내 형제가 나에게 자꾸 죄를 지으면,
내가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하여야 합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일곱 번만이 아니라, 일흔 번을 일곱 번이라도 하여야 한다."
더구나...
우리 주님은 일부러 죄인들을 찾아 다니셨고,
그들의 친구이길 자처하셨다(마 11:19, 눅 5:31-32).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에 있는 불경건한 이들을 향해...
정죄의 눈초리와 불편한 기색을 서슴없이 드러낸다면...
이는 필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까맣게 잊은 채 살아가는...
배은망덕한 죄인 중의 진짜 죄인이 아닐런지...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옥상에 세운 ‘예제교회’ 네온간판 위쪽으로...
‘모텔’ 네온까지 달려서...
거리를 오고가는 이들에게...
우리교회 이름은 ‘모텔 예제교회’가 되어 버렸다.
그 교회 간판을 보고는...
‘모텔 예제교회’를 불편하게 여길 이들은...
아마도...
비그리스도인들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이지 않을까...
우리교회는...
‘모텔 예제교회'로 불리며 불경건한(?) 교회로 비춰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중앙루터교회 은퇴 장로님의 고백처럼...
우리가 진짜 교회였는지...
훗날... 가슴 시리도록 참회해야 하는 일을 만들어선... 절대로 안된다.
(2018년 1월의 글 재 게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