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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주문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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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열정의 시인, 아름다운 시편
초향 시인은 지난해 자유시집 "초설"을 출판하고, 다시 시조를 공부를 시작한지, 이제 만 일년, 그 간에 많은 작품을 창작하고 새롭게 시조로 "등단"이란 과정을 거치고 또 다시 시조집 "풀꽃 향기로 가는 길"을 상재함을 보면서 "시는 배워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길에 귀의하여 스스로 얻어지는 깨달음의 경지를 열어야" 한다는 말을 생각하면서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초향 시인은 인품은 아호와 같이 자신이 갖춘 향기 곧 건강한 삶의 향기를 가진 분이라 늘 여겨왔다. 신앙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맑고 고운 마음으로 향기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은,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 쉬운 일이 아닐 것인데 집안에서, 성당에서, 직장에서, 문단에서 그 주어진 소임을 최선을 다하며 생활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인생의 참모습을 보는 듯하다.
초향 시인은 시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도 뜨겁고. 창작의 열의가 왕성하며, 시를 손끝으로 쓰고, 시어의 짜깁기로 말재주나 부리려하지 않고, 인사와 사물들에 대하여 아름다운 눈길로 보고, 따사로운 가슴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 깎고 다듬어 새로운 의미로 재미있게 또 교육적 의미를 내포하도록 형상화하여 세상에 내놓으려고 애쓴 모습을 역력히 볼 수 있다.
초향 시인의 서시 "풀꽃 향기로 가는 길"을 통하여 시인의 길을 극명하게 노래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어두운 밤을 지새우며 창작에 임하는 열정의 자세, 오묘한 현 울림의 소리(詩)로 언젠가는 독자의 가슴에 꽃길을 만들어, 맑고 고운 향기를 풍기게 하고자 하는 갸륵한 마음, 자신이 누린 그 은총의 보답으로 여기는 정신을 갖고 쓴, 그 시편들이 아름답지 않겠는가.
초향 시인은 이순의 길목에서 자연의 오묘함과 세월의 서이를 통해 인생 길에 기쁨과 슬픔을 만나고, 환희와 오열을 통하여 넓고 깊은 사유를 얻어, 창작에 외롭고 고달픔이 있을 지라도, 사람이 살아가는 길이 대 장정이듯 시인의 길을 걸어가는 것도 대 장정이라 하니. 이내 포기하지 말고, 아름다운 시편, 진리가 담긴 시편을 창작하기 위하여 열정을 쏟으시길 바란다.
2008. 2. 10 일산고택에서
자경 전선구(시인)
初香,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를 지닌 시인
어안 최상호 (시조시인)
1.
初香 조평진 선생님이 두 번째 시집을 묶는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축하한다고 말은 했지만, 내게 작품 해설을 부탁한다는 말이 가슴을 너무 답답하게 하여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겨울방학을 부담 속에 보내야 했다. 자신의 모자람을 알기에 선뜻 승낙하지 못하고 메일을 열 때 마다 불안함을 맛보아야 했는데 방학을 다 보낼 즈음에 원고 뭉치를 메일로 받고 말았다.
교직을 함께 했던 지난날들과 같은 단체에서 문학 활동을 한다는 인연이 이토록 질긴 것인가 생각과 함께 내 부족한 점을 初香인들 왜 모르랴 하는 지레짐작으로 자위하며 일단 보내 온 시조를 읽어보기로 했다.
初香은 아동문학 지도를 하면서 자기 시를 쓰기 시작한 늦깎이 詩人이다. 오랜 교직 경험을 바탕으로 한 詩心으로 늦게 꽃을 피운다 싶었는데 금세 시집 한 권(제1시집 初雪)을 묶어서 출판기념회를 가져서 놀라움을 주었다. 다시금 時調를 공부한다며 화사한 미소를 건네 올 때, 어쩌면 민족 고유의 律調가 더 初香의 心想이나 思惟를 드러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졌었는데 또 시조집을 낸다고 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었으랴. 제1부 ‘풀꽃향기’ 13편의 시조와 또 다른 6부분으로 묶은 총93편의 작품들을 일독하고 보니 왜 그토록 서둘러 時調集을 묶으려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初香의 시조는 특출한 개성의 표현이나 세련된 이미지의 조형 능력을 완벽하게 갖춘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 진솔한 삶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지나온 삶이 그러했기에 작품들 모두가 향기롭고 맑다. 혹 설익은 가락으로 더러는 부족한 여운도 남지만 읽는 이에게 감동을 주는 삶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눈뜸을 보여주고 있어서 (결코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드러내는 용기와 열정만으로도) 첫 시조집은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일상의 풍요로움은 욕심 그릇을 비워서 채우고, 자신의 부족함은 차고 매운 가슴으로 다스리되 타인의 허물은 바람처럼 선들선들 흐르게 하라. 생각은 늘 희망으로 깨어있게 손질하고 어떤 경우도 환경을 탓하지 말며 결코 남과 비교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미움은 불과 같아 소중한 인연을 재로 만들고, 교만은 독과 같아 스스로 파멸케 하니 믿었던 사람이 배신했다면 조용히 침묵하라. 악한 일엔 눈과 귀와 입을 함부로 내몰지 말고, 선한 일엔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탕진하여 삶의 은혜로움을 깊고 깊은 사랑으로 완성하라... - 헬렌 니어링 의 글 중에서
2.
그저 初香보다 먼저 시조 쓰기를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해설할 수 있을까마는 시 감상을 즐기는 입장에서 몇 작품을 예로 들어 풀어보려고 한다. ‘풀꽃향기’에는 모두 13편의 시조가 실려 있다. 그 중에서 전문지 ‘시조문학’작품상으로 시조를 써도 좋다는 인증을 받은 “겨울나무”를 살펴본다.
한때는 싱싱하게 푸른 꿈을 가꾸더니
묵은 정을 훌훌 털고 고적을 노래하는
아, 너는 목마른 영혼 세한도를 그리누나.
긴 삼동 아픈 철을 말없이 받아 드려
가슴에 꿈을 묻고 기다리는 저녁나절
저, 삭풍 맨살 위에다 설화 한 폭 그린다.
묵은 옷 훌훌 벗어 던질 수 있는 자만
비로소 새 옷으로 갈아입는 그 영광을
아, 너는 자연의 섭리 가르치는 스승이다
-겨울나무 全文
시조의 가락을 맛깔스레 익힌 흔적이 역력하다. 기본 자수율에 충실하면서도 서정의 결을 잘 살려내었고 思惟의 깊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시는 “맑은 영혼에서 우러나는 언어로 그린 그림”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자연에서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배울 게 없다는 말은 시인의 영혼을 모욕하는 말이다.
사계를 견디고 세월을 이겨낸 겨울나무에게서 그녀는 간구와 인내와 섭리를 읽어내었다. 세한도를 보았다. 카톨릭 신도로서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어디 그 뿐이랴. 그녀는 ‘대나무’에서도 스승의 자취를 읽어내었다. 아니 스승에게서 대나무의 올곧음을 보고 읊었다.
늘 푸르른
울림으로
매듭 분명 짓고 산다
외고집
곧은길로
맘 비우고 살아간다
청정한
속살에 새길
혼을 안고 살아간다.
-대나무 全文
시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 가운데 하나가 소통의 즐거움이다. 대나무의 속살에 혼이 새겨져 있음을 인제 서야 알겠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듣고 신념에 따라 마음 비우고 살아가는 것이 스승의 자세임을 깨닫는다. 初香은 분명 청정한 대나무의 일생을 살아갈 것이다. 스승의 모습에서 자기를 조명하고 새겨왔기 때문이다. 문학기행 중 아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처음 향기’라고 수줍게 말을 꺼내던 모습이 ‘풀꽃 향기’와 겹쳐 떠오른다.
제2부 ‘모정의 울타리’에는 모두 14편의 작품을 올려두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스러운 기억을 바탕에 두었으면서도 아버지와 식구들에 대한 추억으로 시심을 드러내 보인다. 일체의 고장 된 진술이 없는 것이다. 어조가 차분하기 때문에 읽는 이를 숙연하게 이끄는 조용한 힘이 느껴진다.
진이야 아빠 왔다 우리공주 어디 있냐
목화솜 이불보다 포근했던 그 말씀이
긴 세월 지난 오늘도 지친 영혼 다독여요.
젊음만 남겨놓고 어이 바삐 가시었나
아내와 자식에게 유별했던 그 큰사랑
새벽길 떠나시려고 샘솟듯이 주셨던가.
이제는 당신 보다 긴 세월 살아가며
다정하게 일러주신 ‘백세청풍 그 숨결
진이의 가슴속에서 늘 푸르게 불어오네요.
-아버지와 가훈 全文
부군께서 늘 ‘진아!’하고 불러주는 게 고맙고도 고마워서 주름이 늘어난 지금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서슴치 않고 들려주던 낯간지러운 고백을 생각하니 미소가 핀다. ‘百世淸風’ 그게 가훈이었구나. 그래서 늘 환하게 웃을 수 있었고, 근면과 사랑을 실천하는 참스승으로 살아올 수 있었구나.
품안에 피붙이들 신열을 앓고 있다
가슴속 타는 갈증 그리움 깊어가고
노을은
침묵 속에서
단풍잎에 불 지핀다.
가녀려 어린 영혼 열병을 앓으면서
빛 바랜 잎새마다 마지막 지핀 불꽃
아련한
상념을 태우며
내일을 기약한다.
-가을산 全文
初香은 아직도 식구들을 마음에 품고 산다. 깊어 가는 그리움을 숨기려하지 않는다. 단풍잎에 불 지피며 내일을 기약하고 산다. 환갑에 이르렀으면서도 만년 소녀처럼 늙을 줄을 모르는 것이다. 이게 바로 初香의 진면목이다. 미세한 현상을 놓치지 않는 감각적인 시안이 있고, 그것을 깊이 있는 삶의 철학으로 끌고 가는 힘이 있다.
“병실의 봄”에서 볼 수 있듯이 가족의 병환을 그녀는 아파하면서도 다시 일어날 것을 믿는다. “복숭아꽃 보며 ” 새롭게 식구가 된 핏줄들을 꽃밭으로 가꾸어 가는 것이다.
제3부 ‘홍매화의 봄’에는 모두 14편의 시조를 묶어 두었다.
긴 밤을/ 지새우고 / 새롭게 태어나서//
마음 밭/ 투명하게/ 새 옷을 갈아 입혀//
거듭난/ 참모습으로 / 새날을 맞으리.
- 새해 全文
새해를 이런 마음으로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연 현상의 모든 것에 홍매화의 봄을 읽어내는 따순 눈길이 모든 작품에 녹아 있다. 살아가는 나날이 늘 새롭게 태어나는 다짐으로 다가온다면 죽을 고비를 남긴 다음부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그녀의 회상이 항상 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얗게
부서지며
쏟아지는 물소리가
깨달음
얻으라는
그분의 꾸중 같아
검붉은
속내 들킨 듯
오금이 저려 온다.
-폭포 全文
初香에게 있어서 ‘그분’은 하느님일 수도 있고, 글쓰기를 깨우쳐주신 분일 수도 있으며 반려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검붉은 속내’가 무엇일까 하는 의아함도 웃음으로 가져보다가 ‘파문’으로 드러낸 생명의 무늬를 읽으면서 그녀 자신을 ‘홍매화의 봄 ’으로 묘사한 가족애를 절감하게 된다.
눈물로 아롱지는 꿈길 같은 그리움이
봄눈을 쏟아 부어 녹여내는 서러움을
잎 먼저 피어오르려 이른 새벽 눈을 뜬다
곱게 여민 꽃망울 톡- 토옥 터지던 날
맑은 향기 가지마다 그윽이 피어날 때
선홍색 꽃망울 위에 봄빛 스며 따사롭다.
하얀 눈 휘- 날리면 더욱더 고운 자태
살바람 불어와도 숙명처럼 안고 살은
기나긴 지난 삼동에 모습 잃지 않았구나.
-홍매와의 봄 全文
제4부 ‘여정 그리고 그리움’에는 문학기행의 여정에서 빚어낸 14편의 감성들이 빛 부신다. 지난 가을에 영주문협 식구들이 강화도 기행을 떠났었다. 장마라 우산을 준비하고 떠난 길이었지만 첫 도착지 장화리 장곶돈대는 저녁놀을 펼친 채로 우리를 반겨 맞았다. 점점이 드러난 서해 갯벌과 고깃배들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즐거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바람에 마음 조여 찾아온 정성인가
타는 해 넋을 쏟아 벅차게 담아 놓고
붉은 놀
눈 시린 숨결
내 심장 타오른다.
참 사랑 태산 같아 마지막 생명 한줌
태워서 세상 밝히고 찬연히 사라지며
말 잃은
가슴을 달래
불씨하나 심어준다.
-장화리 낙조 全文
그녀는 마니산을 오르면서 바다 위를 걷는 듯 환상 속에 빠졌으며, 세상살이 힘겨운 갈증도 새하얗게 잊었다고 했다. 순천만 갈대 숲에서는 살 비비고 어르는 아득한 사랑놀이를 보았다고 했다. 미국 정신의학자 데이비드 사이먼은 저서 ‘나를 위한 행복한 구속, 다짐’에서 자신과의 약속으로 작심삼일(作心三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라며 5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외적인 조건에 굴복하지 말고 스스로 만들어 놓은 감옥의 문을 열고 나올 것, 둘째 과거는 놓아버리고 현재에 충실할 것, 셋째 마음의 빈 공간을 용서로 채울 것, 넷째 가능한 모든 것을 통해 사랑을 표현할 것, 다섯째 버리고 단순해짐으로써 마음의 풍요를 누릴 것 등인데,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만 初香은 집을 나섬으로써 영혼의 여유를 되찾고 있다고 보여진다.
제5부 ‘낙엽의 귀향’에서는 14편의 절창을 뽑아 묶었다. 앞에서 만년소녀 같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나이값을 속이지는 못 하겠나보다. 편편에 안쓰러움, 슬픔, 외로움, 그리움 따위의 약간은 감상적인 시어들이 나타난다.
사지가 멀쩡해도 허깨비 옷을 입고
세월은 흐르는데 온몸이 굳어있어
고향의 바람 소리만 침묵 속에 잠겨 운다.
-풍경화 둘째 수
그리움에 발 담그니 하얀 미소 보고파라/ 이름 모를 물떼새는 예같이 정겨운데/ 서편에 지고 있는 달 나 같이 서러울까.// 해무에 잠겨 우는 살아있는 갯벌아/ 언제나 멈춰 쉴까 밀려드는 그리움이/ 잔잔한 수면 위에서 아쉬움만 외롭구나.//
-바다, 둘째 셋째 수
인생사 한 소절은 서러운 노래 곡조/ 부르다 목이 메어 못다 부른 이야기/ 어느 뉘/ 그 노랫말을 / 풀어내고 떠나랴.
-임종 2 마지막 수
동공이 아리도록 온몸을 불태우고
서산마루 기대어 신열을 앓았었다
이제는
떠나야 하리
미련 훌훌 떨치고.
뼛속을 스며드는 서러움은 애달파도
말라버린 목소리 끝가지에 걸어두고
미련을
가슴에 안고
돌아가는 잎새 하나.
-낙엽의 귀향 全文
시조집 마지막 부분은 24절기에 맞추어 12편씩 나누어 실었는데, 앞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관찰자의 입장에서 옛적 생활모습을 비교적 담담하고 재치 있게 그려낸 것이 읽힌다. 소재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와 집중력이 없었다면 결코 생산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한층 시적 능력이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춘분(春分) 에서는 “...낮과 밤/ 뒤돌아 서서 / 승부 없는 키 재기한다.”고 밤낮의 길이가 같음을 노래했고, 곡우(穀雨)에서는 첫 수에서 “가뭄을 해갈하는 단비가 내리더니/ 산과 들 수목들의 물오름 한창이고 / 생명을/ 피워내려는/ 푸른 숨결 듬직하다.”고 읊었다. 하지(夏至) 에서는 마지막 수에 “모처럼 여유롭게 오순도순 모여 앉아/ 감자전 먹으면서 정담이 오가는데 /해님만 /믿고 있다가 / 늦어 버린 딸아이.”라고 긴긴해를 정겹게 그려내었다.
절기의 노래 후반부 한로(寒露)에서는 “...댓돌 위/ 귀뚜리들은/옥구슬을 톺는다”고 노래함으로써 잊혀져가는 우리말을 되살려 쓰려는 노력도 보여주더니, 상강(霜降) 에서는 둘째 수에서 “ 나날이 앙상하게 온몸이 야위어도/ 비워서 자유롭고 벗음으로 키운 꿈이/ 새봄에 / 봄비로 젖을/ 너의 삶이 부럽구나.” 시심을 꽃 피우기도 한다. 자연의 변화를 읽어내려는 初香의 노력은 대설(大雪) 이후에서 완연하게 드러난다.
따뜻한 겨울 되라 풍년을 기약하며/ 보리밭 덮어주어 포근히 다독일 때 /숨기고 /싶은 허물들 /새하얗게 묻고 싶다. //
-대설 일부분
켜켜이 채워놓은 어둠의 긴 그림자/한 폭씩 걷어내어 말끔히 닦아가며/ 새날을/ 기약하리라/어둠마다 등을 걸어.//
-동지 둘째 수
눈 덮인 들판위로 날가지 후려쳐도/해넘이 떠난 자리 봄기운 서성이며/애순들/귀잠 깨우려 /소소리바람 불어든다.//
-대한 둘째 수
3.
모자란 글로 初香의 시심을 헤아리겠다고 마음먹은 것부터가 잘못임을 새삼 느끼면서 기왕지사 시작을 했으니 마무리는 지어야한다는 생각으로 蛇足을 단다.
시를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글을 쓴다고 하여 이런저런 학교 행사 알림이나 감사장, 안부 인사 따위나 대필해야 하는 교단교사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대접받고자 글을 쓰는 것도 아니요, 돈을 벌고자 한도 아니다. 그저 남들보다 깊이 생각하고 많이 생각한 자취를 우리말 우리 글로 다듬어 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위안을 삼는 자기정화일 따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初香은 앞으로 새겨야 할 한 가지 과제가 남는다.
서산에
해는 지고
산 노을은 고운데
마음에
먹구름껴
양어깨 무거웁다
훨훨훨
벗어 던지고
깃털처럼 날고 싶다.
- 짐 全文
먼저 ‘잘 써야 한다, 남들과 다르게 써야 한다, 예쁘게 써야 한다’ 는 부담에서 벗어나야 하겠다. 교사라는 멍에로부터 벗어나고, 종교인이라는 굴레도 벗어 던지고, 아내요, 어머니요, 할머니로서의 구속에서도 자유롭기를 바란다. 그래야 언어감각이 참신해진다. 앞에서도 말한 바가 있지만 시인의 나이 값은 언어적 숙련도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기존의 가치와 의미를 넘어서려는 역동적인 생명력은 다소 약하더라도 개성의 깊이로 그것을 채울 수가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말과 글을 통해 심상을 걸러내는 치열한 고민으로 읽는 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어 고개를 끄덕이고 무릎이라도 몇 번 칠 수 있는 작품을 빚어내 주기를 비손 하면서 앞으로 더욱 용맹 정진하라는 부탁으로 부끄러움을 덮기로 한다.
첫댓글 외유내강 초향시인님, 풀꽃 같은 향기 풍기며 살아온 삶이 묻어나는 시조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축하의 자리를 마련해야 할텐데...
거향님 감사 드려요^^ 모두가 격려 해 주시고 동행 해 주신 덕분입니다. 축하 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초향님 시조집 상재 하심을 축하 드립니다.더욱 더 건필 하시면서 좋은 글 많이 쓰세요.
희망님 축하 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