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서 그런지
갈수록 더위를 견디기가 어렵다.
3일전 까지만 해도 낮에는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더위가 심하더니
태풍 [우쿵]이 올라오며 더위를 밀어낸 거 같다.
어제, 토요일 모처럼 집에서 쉬는 날인데
아침에 마당에 나가니 태풍 바람이
마치 에어컨 바람처럼 시원하게 느껴진다.
며칠전까지 날이 더워
김장밭을 어케 갈고 심나...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마침 주말 쉬는 날, 태풍이 불어 일하기가 딱 좋은 날이다.
그래, 또 바람 잦아들어 더워지기전에
오늘 김장 밭 다 갈고 끝을 봐야겠다.
평소 일하기 싫어하는 농땡이 꾼이 날 시원한 김에
모처럼 의기탱천하여 달려들었다.
아침 먹기전에 마당 밑에 밭에 내려가
고추대와 오이대 철거하고,
예초기 들고 긴 잡풀좀 제거해서 밭갈기 좋게
정리를 한다.
식전부터 예초기 소리로 식구들 다 깨우고
아침 부지런히 먹고 또 밭으로 달려간다.
" 태풍 바람있을때 잽싸게 밭갈아야지,
바람 잦아지면 더워서 일 못해 "
오랜만에 경운기 잡아돌려 밭을 간다.
밭을 다 갈고 괭이로 고랑을 만든다.
농사를 15년간 지었어도 소꿉장난 수준이라
실력이 늘질 않는다..ㅎㅎ
앞집 총각은 경운기로 이리치고 저리쳐서
큰 고랑을 쉽게 만드는데
나는 갈아엎은 밭을 괭이로 고랑을 만들려니
힘들수 밖에...
그래서 머리가 나쁘면 수족이 괴롭다더니...ㅋㅋ
점심으로 콩국수 만들어달래서 한그릇 마시고(?)
다시 달려붙는다.
배추 모종을 사온 집사람이 같이 달려 붙어
고랑에 비닐을 씌우고 물을 붓고 같이 모종을 심는다.
배추 모종 250개, 4고랑+반고랑 에 모두 심고
나머지 한 고랑 반에는 무우,
반 고랑에는 열무씨를 뿌렸다.
딴 해보다 1~2주 빨리심어
금년엔 배추가 제법 튼실할 거 같다.
물까지 다 뿌리고 완료.
모처럼 부지런을 떨어 하루만에 다 끝내니
마음이 뿌듯하다..ㅎㅎ
이번 가을 농사는 태풍 우쿵이 절반 이상을
도와주었다.
날 더웠으면 또 게으름 병이 도져
밭가는데 한 주말, 고랑만드는데 한 주말...
적어도 3 주말은 끌었을텐데...ㅋㅋ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밭에 나가보니
배추 모들이 뽀둥뽀둥 일어서 있다.
이쁜 것들...ㅋㅋ
기분이 좋아서 아침먹고 그동안 밀린
집안 일을 시작했다.
뒷마당 풀깎고 이거저거 난리를 치는 걸
아들 넘이 보더니.... 학원가면서 한마디 하네?
" 또 휠(feel) 받으셨네.. ㅋㅋ "
평소에 일 안하고 뺀질대다
몰아쳐서 할땐 죽기살기로 하는 무대뽀 아빠를
밉지않게 꼬집고 나간다. ㅎㅎ
일 다끝내고 맞는 고즈넉한 주말 저녁,
다 편안하다...
오늘 저녁은 뭐해서 한 잔할까...ㅎㅎ
* 우리 집, 문전옥답.
어설픈 농사 흉내내며, 김장만큼은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낸다..ㅋㅋ
우리 동네서 유명하다. 배추 잘 만들고 김장 김치 기가 막히다고..
200포기 정도 담가서 50포기 친지들 나눠주고,
네 식구가 일년 내내 150포기 먹는다.
지금도 작년 김장 김치, 하나도 안시고 맛있게 먹는다
어케 그럴수 잇냐고? ㅎㅎ
버섯농장하는 동네 학부형, 집에 버섯 냉장고에 넣어놓고
일년 내내 꺼내다 먹는다... 원래 버섯 냉장고는 항상 1도에 맞춰 놓걸랑? ㅋㅋ
일년이 지나도 뚜껑만 안열면 맛이 안변한다..
우리 집사람, 돼지고기 삶는 솜씨와 김치가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거기다 칠레산 잘 삭은 홍어까지 곁들여서...
난 여태 전국 어디를 다녀봐도 우리 집 [삼합]만큼 맛있는 걸
먹어본 적이 없다. 물론 김치 맛이 크게 작용하지..ㅋㅋ
이상, 사족으로 마눌님 자랑좀 사알짝 해봤슴다~ 용서..ㅋㅋㅋ
첫댓글 농사의 재미(귀찮을때도 있겠지만) 웰빙의 느낌을 실천하고 있네... 힘들고 보람찬 하루를 만끽했겠네...
정말 멋있게 사는구나. 친구야, 부럽다. 삼합 먹으때 한번 부르렴.
호윤아! 한번 산행하고 가능하다면 삼합에 특히 김장김치(땅에 묻은거지)에 초대좀하렴 돼지재료는 제공하마.ㅎㅎㅎ
ㅋㅋ 가을 산행 함 우리동네로 와라~ ^^*
야! 호윤아! 나 아직 저녁식사 못했는데.. 군침돌아 죽겄다. 김치+돼지고기+홍어!!! ...나중 한번 쳐들어 갈끼다?
그놈의 김치갖고 시간이 되면은 산에와라 시식해보게......대단하네 여지껏 모내기 한번 않해봤는데........내가 촌놈이군....창피하군.....
김치 좀 보내라...
호윤아! 가을이 깊어 가기전에 너의 보금자리 open 함 안 할려~ ~홍어랑, 삽겹살은 내가 책임 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