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를 며칠 앞두고 주요 의제를 둘러싼 참가국들의 막판 기싸움이 치열하다. 정상회의 후에 나올 서울 선언문 문안(文案)을 놓고 이슈별로 '내 편' '네 편'이 팽팽하게 갈려 있다.
핵심 쟁점은 환율이다. 미국이 지난주 6000억달러를 시중에 풀겠다고 밝힌 후 논란이 더 달궈졌다. 중국·독일·브라질·러시아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들이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환율 조작과 다를 게 없다"며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미국도 "미국의 경기부양 조치는 세계경제와 신흥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통해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인도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경상수지 가이드 라인을 놓고도 편이 갈린다. 미국은 당초 경상수지 흑자·적자 규모를 GDP의 4% 이내에서 관리한다는 수치 목표를 제안했으나, 지나친 흑자와 적자에 대한 '조기 경보 체제'를 마련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중국은 미국 입장을 받아들이는 쪽이지만 독일은 "무역 흑자는 수출과 기술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증명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브라질·러시아·사우디 같은 자원 보유국들은 독일을 편들고 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도상국 지원 방안도 큰 틀의 합의는 이뤄졌지만 세부사항에서는 견해가 갈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지(紙)는 G20이 '무역 흑자국 대 적자국' '서구 대 비(非)서구' 등 7개의 대결축으로 나뉘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G20 정상회담은 다수결이 아니라 참가국 전체의 합의로 의사를 결정한다. 아무리 중요한 안건이라도 어느 한 나라가 끝까지 반대하면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그래서 국가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한목소리로 조정하지 못하면 G20은 무기력한 기구로 굴러떨어지기 쉽다.
서울 정상회의는 G20 모임이 세계 경제의 최상위 협의체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 고비가 될 역사적인 행사다. 지나치게 큰 그림을 그리려고 욕심만 키우다가는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 환율 분쟁도 단번에 풀려고 하기보다는 '경주 합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내딛기만 해도 소득(所得)이다. 의장국인 한국은 국제적 '편가르기' 속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어느 나라의 대변인이라는 욕을 먹게 되고, 회의마저 그르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