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고등학교 창의융합팀 학생들이 주제발표물을 모아 발간한 책이다.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을 '이렇게도 분석할 수도 있겠구나' 놀라운 정도로 고등학생들이 분석해 놓았다. 조선후기 실학자 박지원과 그가 살았던 시대의 경제적, 문화적, 과학적, 정치적, 외교적 상황까지도 폭넓게 파악해 놓았다. 더 나아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허생전이 주는 의미까지도 제시해 놓고 있다. 21세기 우리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진정한 수업은 단순한 지식 체계의 전달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는 것이다." (45)
공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지식을 주입시키는 역할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사실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어야 한다. 한민고등학교 창의융합팀 학생들은 허생전의 이면을 다양한 관점에서 주체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이상적인 사회 모습을 문학 작품으로 담아낸 허생전을 융합적인 사고로 바라보고 있다. 문학이 단순히 하나의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에서 자연 과학에 이르는 방대한 분야와 연결하여 공부할 수 있는 보물 창고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다른 문학 작품들도 융합적인 사고 방식으로 접근해 본다면 재미있는 내용이 많이 나올 것이다.
"핫도그 위에 어떤 소스를 바르느냐에 따라 핫도그의 풍미는 달라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전 소설을 읽을 때 어떠한 관점에서 읽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천차만별이 된다. 우리는 허생전이라는 핫도그 위에 사상, 물리(수학), 지리, 가족 복지학의 소스를 발라 맛있는 허생전을 만들어 보았다."(112)
한민고등학교 창의융합팀에서 밝혀낸 역사적 인식 또한 깜짝 놀랄 정도로 깊이가 있었다.
"박지원이 살았던 시대에는 서인 노론의 일당 전제화로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많은 폐단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서인 노론들이 이렇게 권력을 독점할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북벌 운동이었다. 그들은 전쟁을 핑계로 국가의 권력을 손쉽게 통제할 수 있었고, 자신의 권력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져 나갔다."(142)
위와 같은 역사적 분석을 보며 과연 누가 고등학생의 수준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융합적인 사고를 훈련한 결과라고 본다. 대한민국 공교육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지식을 암기하는 시대는 한물 갔다.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것을 창출해야 할 시대이다. 혼자 공부하는 시대도 한물 갔다. 이제 함께 협력하여 탐구해야 하는 시대이다. 창의융합적 사고의 결과물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