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맘때, 우리가 열여덟이었던 그때가 생각나는 편지네요.후배님.
참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고시절...선생님들은 왜그리 하지말라는것도 많았는지, 또 우리는 왜그리 하지말라는게 하고싶었는지, 또 하지말라는 것은 또 왜그리 재미도 있던지...야자 띵구고 학교를 잰걸음으로 탈출하고 나선 그 승리감에 호호하하야고 웃어재끼던 친구들이 그리워 집니다.야자띵구고 학교를 탈출한 문제아(?)들을 잡으러 자취방으로 들이닥치셔선 "오이,그래,공부해라이'한마디 던지시고 돌아서시던 선생님도 그리워 집니다.
그 사이로 흐르던 사제간의 믿음과 사랑.
굳이 호통하지 않으셔도 느껴지던 선생님의 염려와,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전해졌던 우리 지지배들의 방황과 고민들...
...
그 때도 알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더 깊게 느낍니다.
'참된 사랑은 통하기 마련이라고'
......
그 때의 그 선생님은 지금도 나의 스승이십니다.
...
황수후배님의 아이들은 왠지 그 때의 우리같은 순수를 지니고 있을것 같네요..그 아이들 ,세월이 지나면 선생님에게서 받았던 사랑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것인지 느끼며,더불어 베푸는 사랑을 행하리라 믿어봅시다...
--------------------- [원본 메세지] ---------------------
내가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의 방에 올린 글입니다.결례가 되지 않을 지 모르겠습니다.읽어 보시고 선.후배님들의 은사님을 떠올려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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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아무리 나를 힘들게 해도 나는 지치지 않을란다.될 수만 있다면 감정의 기복도 보이지 않을란다.난 너희들이 그냥 좋다.담임이기에 가지는 마음보다 너희들에게 내마음을 뺐긴 것 같다.이번 일로 내 감정을 너무 드러낸 것 같아 미안하구나.아직은 많은 인내와 사랑이 나에게 필요한가 보구나.난 너희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고,너희들의 소중한 꿈을 존중하고 싶다.너희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싶고,너희들의 의견을 귀히 여기고 싶다.나의 경직된 사고로 너희들의 말과 행동을 내마음대로 판단하고 싶지 않다.
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했단다.그래 담임도 너희들과 똑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너희들 생각만 고집 안했으면 좋겠구나.사람인 이상 누구나 잘못은 다 저지를 수 있다.잘못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돌이키고 반성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말이 많으면 쓸데없는 말이 많을 수도 있다.나는 화려한 말로 변명하는 너희들을 바라지 않는다.서툰 표현이라도 진실되게 용서를 구하는,투박하지만 정감이 가는 표현을 기다리고 있다.
너희들이 없다면 내가 이 학교에 있을 필요가 없다.너희들이 있기에 나는 이 학교에 있어야한다.가슴 저미는 애틋한 사랑의 감정은 아니어도 너희들의 생활이 내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진성이와 철현이의 일은 나도 가슴이 아프다.하지만 같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냐?두 친구가 이번주 금요일 돌아오면 아무일 없었듯이 대해 주는 것이 친구를 도우는 것이다.
정선생님과의 일은 너희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정선생님도 잘할려고,열심히 할려고 하다가 그렇게 된 일을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지는 말았으면 좋겠구나.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너희들의 기억 속에 소중한 선생님으로,귀한 은사님으로 자리잡을 선생님이다.선생님에게도 더욱 예의를 갖추고 성실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해봐라.너희들을 좀 더 잘 지도하려고 하다 생긴 일이니 더 거론하지마라.사실 이번 일로 가장 마음 아프고 고민을 많이 하신 선생님이 정선생님이시다.
오죽했으면 최선생님이 너희들에게 그렇게 했겠니?애정이 없으면 그 일도 못한다.고마워서 점심시간에 같이 나가서 어탕 국수를 몇분 선생님들과 먹었다.너희들에 대한 애정은 모든 선생님들이 꼭 같단다.그런데 표현 방법이 다를 뿐이다.너희들 하고 싶은대로 놔두는 것이 너희들을 도우는 것이 아니다.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란다.관심이 있으니 다 그런 것 아니겠니?
열여덟이라는 나이는 적은 나이가 아니란다.깊이 생각하고 앞뒤를 헤아릴 수 있는 나이란다.생각없이 빈 머리로 살지 말자.생각없이 사는 사람은 골 빈 놈이다.나는 너희들이 그런 사람이 아닌 줄 잘 안다.머리 속이 꽉꽉 차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너희들의 머리 속을 건전한 것들로 가득 채우길 바란다.너희들은 나의 소망이요,기쁨이다.너희들로 인해서 나의 하루는 결정된단다.
나는 고향이 여기니 어디 다른 곳 안 갈란다.너희들 졸업하고 길가에서 만나면 손 붙들고 들어가서 막걸리나 소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란다.나도 인간이다.담임의 심정을 조금만 헤아려 주면 좋겠구나.담임이 신바람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교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좀 도와주지 않을래?담임이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은 너희들도 잘 알잖니?
긴 글 보느라고 고생 많았다.풀 죽어 있는 너희들 보니 내가 다 기운이 없더라.남자는 할 때는 하고,농띠 부릴 때는 농띠 부릴 줄 알고 그뭐냐.화끈해야한다.훌훌 털고 심기일전해서 더 멋있는 반으로 한 번 만들어 보자.나는 괜찮다.너희들의 웃는 모습 보면 내 마음도 편안하고 기분도 좋아진다.내일은 밝은 얼굴로 보자.이놈들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