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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평택 시내에 거리연등을 달고 있는 명법사 신도들. 매년 50여 명의 신도들이 참여해 평택 주요 도심에 연등을 달고 있다. |
“이 작업 정말 힘들어요. 기획사에서 천만원 줘도 안한다고 해요.” 지난 1일 만난 거리 연등을 다는 현장에서 만난 평택 명법사(회주 화정스님) 신도 강병모 씨의 첫마디다.
4월에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길거리 풍경이 있다. 녹색의 나뭇잎 사이로 거리를 수놓은 오색의 연등이다. 연등은 시민들에게 “곧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옵니다”라는 알림이면서 “바르게 살아야 합니다”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기표이기도 하다.
평택 도심에 위치한 명법사가 연등을 설치하는 구간은 총 8km. 연등만 2800여 개를 내건다. 명법사가 위치한 비전동을 비롯해 평택시청에서 평택역에 이르는 구간에 4m 높이로 나란히 연등을 건다.
신도들이 모여 직접 거리연등 설치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의 일이다. 회주 화정스님은 “거리연등이 곧 포교다. 연등을 다는데 800만 원 정도가 드는데, 이 돈을 신도들 이름으로 낙산사 화재에 보시하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당시 낙산사는 대형 산불로 인해 건물 대부분이 전소된 상황이었다.
스님의 뜻에 동의한 신도들이 거사회를 중심으로 등을 달기 시작했다. 건축공사 현장에서 전기기술자로 일하던 조경섭 거사를 선두로 팀을 구성했다. 매년 50여 명의 신도들이 이틀에 걸쳐 거리연등을 다는데, 보살들이 전선에 등을 하나하나 걸면, 뒤를 따르는 신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전선줄을 나무에 걸고, 그 뒤를 따라 사다리와 차량으로 고정하는 작업으로 진행된다.
“처음에 등의 높이가 삐뚤삐뚤 했다가 스님에게 혼났어요. 시민들이 연등을 보고 아름답다는 마음을 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불교와 ‘인연 씨앗’이 뿌려진다며 정성을 다해 등을 달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강병모 거사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거리 연등이 일정높이로, 오색의 등이 색깔별로 가지런히 교차되며 배열돼 있었다. 강 거사는 “색이 바라거나 찢어진 등을 교체하고, 소모품을 구입하는데만 매년 300만원이 소요된다.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기획사에 맡기면 2000만원 정도 예상한다. 이 금액을 매년 부처님오신날에 이웃을 위해 사용하다보니 자부심과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연등에 사용되는 전기는 한전과 단기 계약을 맺어 사용한다고 한다. 총 14군데서 전기를 따오는데, 과거 백열등을 사용할 때 100만원 정도 했던 전기료가, LED 등으로 교체한 후 15만원 내외 나온단다. 12년 전에는 곳곳에 스위치를 만들어 등을 켜고 껐는데, 지금은 타임제어 기계를 설치해 저녁 7시30분이면 불이 켜지고, 새벽 5시면 불이 꺼진다. 거리연등도 기술의 발전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계가 못하는 작업도 있다. 전등이 나가거나 등이 찢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 이를 매일 확인해 교체하는 것도 신도회의 역할이다. 부부가 함께 등 작업에 참여한 윤종우 거사는 “저녁에 불이 켜진 연등을 보면 뿌듯함을 넘어 감동이 느껴진다. 직접 등을 달아 평택의 중심지를 연등으로 밝힌다는 것이 행복하다”며 “퇴근 때 거리를 걸으면서 전등이 나간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일과가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거리에 단 등은 부처님오신날 한달 전부터 걸렸다가 부처님오신날이 지난 토요일에 철거작업을 한다. “등을 뗄 때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홍복화 보살은 “그래야 내년에 또 등을 달수 있죠. 봉사를 하기 전에 보던 거리연등과 봉사를 한 다음에 본 거리연등은 감동이 다르다”며 “저 연등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마음이 많은 시민들에게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후 3시, 간식시간이다. 상가 문이 닫힌 곳 앞에 50여 명의 신도들이 모여 앉았다. 피자와 콜라, 과일이 오늘의 간식 메뉴다. “오래 서 있다보니 다리가 아프다”, “장대를 계속 들어 팔이 아프다”, “하도 고개를 들고 있으니 목이 아프다”고 말을 하는데, 찌푸린 얼굴은 한명도 없고 웃음꽃이 만발했다.
잠깐의 휴식시간이 끝나고 신도들은 각자 정해진 자리에 섰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온 구간의 반대방향으로 등을 걸 차례다. “오늘 저녁이면 이 거리가 등불로 환해질 겁니다.”
신도들이 울력으로 내건 거리연등은 올해도 소중한 보시금으로 바뀌어 어느 어려운 곳에 희망의 빛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불교신문 3288호/2017년4월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