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문학상 수상작>
새벽기도
이상진
오늘을 내게 주신
일용할 말씀 앞에
어둡고 긴 터널도
한 걸음씩 나아가면
세미한
주님의 음성
동행하여 주십니다
눈이 먼 양 떼의 길
평탄으로 돌보시고
가야 할 긴 여정을
영안靈眼으로 밝히시니
만유를 섭리하시는
주님만이 하십니다
손 모아 무릎 꿇고
간구하며 하루를 열 때
잔잔히 뜨거움으로
내 가슴에 오시어서
이 하루
지혜롭게 쓸
선한 길을 주옵소서
올해의 발표작
겨울, 고택에서
—경주 양동마을
‘바람 좀 불면 어때’ 눈비도 맞으면서
삶이란 이런 것을 왜 항상 불평했나
무심결 내뱉은 말들 반향 되어 울린다
북풍은 차갑지만 골목은 따뜻하다
담장이 몸을 틀어 뒤꼍으로 이어지듯
고택은 마음이 절로 순해지는 길이다
세월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고아함과
사랑채 대청마루 적요가 내려앉고
수백 년 간직해 왔을 기품들이 머문다
신작
삶, 여유
탄생의 숨소리는 봄과 함께 들려온다
생명만큼 중요한 게 그 어디 있을까요
연초록 작은 잎새에 날개 하나 돋는다
푸른 잎 나래 위로 자유가 꿈틀댄다
하늘 위 가지 끝에 구름이 걸려있네
바람도 막히면 그저 돌아가는 수밖에
아! 여유, 비움에서 나온다는 이치를
바람이 스쳐 갔던 대숲에는 소리가 없듯
인생을 흘려보낸다 여유롭게 유연히
상선약수上善若水
강물은 막힐 때면 돌아서 흘러가고
웅덩이가 깊을 때면 채워서 길을 내듯
“물처럼 산다는 것이 가장 멋진 삶이다”
물은 늘 구분 없이 유연하게 적응한다
둥근 그릇 모난 그릇 어디에나 찾아가서
기꺼이 낮은 곳으로 귀천 없이 담긴다
실개천 작은 물이 대양으로 흘러가듯
봄·여름 가을·겨울 사계절을 가림 없이
바다는 포용력으로 이 모두를 품는다
<대구시조> 2023. 제27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