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는 무려 사흘이나 태균이 병원예약이 되어있어서 이번 주말 용인으로 가야합니다. 좀 편한 여행이 되려면 이번주 금요일 출발하면 좋겠는데, 이번주 금요일부터 한달살이 부부가 온다하니 아무래도 토요일까지는 제주도에서 대기모드로 있어야 합니다.
영흥도집에 지하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집에 가있는 일주일 시간동안 꽤 분주할 듯 합니다. 해결이 쉽지않을 듯 해서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외곽이나 시골, 전원에 산다는 것은 신경써야 할 일들이 수시로 발생하니 집수리 교육이란 게 있다면 받아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주간보호센터에서 하원차량 서비스를 못해준다고 해서 시간맞춰 데리러 갔습니다. 이참에 준이도 수산한못 산책을 시키니 이 점은 좋습니다. 3바퀴돌겠다고 표시하며 두 녀석이 열심히 걷는 풍경 위로 아득히 한라산의 모습이 잡힙니다.
센터에서 오는 길에 들렀으니 집까지 차타고 갈 것 같아 조금이라도 더 걸으라고 두바퀴반 정도 돌았을 때 먼저 차몰고 집으로 와버렸는데... 녀석들 대략 돌아올 시간인데 안와서 나가보니 태균이 혼자 집근처까지 와서도 남의 집 담벼락에 기대 마냥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아마 준이가 안오니 기다리는 것인지...
걱정되서 수산한못으로 달려갔더니 준이 한없이 돌고 또 돌고있습니다. 세번째 돌다가 태균이를 놓친 것인지, 태균이는 예정대로 세 바퀴 후에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준이는 그저 앞만 보고 걷고 또 걷고 있습니다. 직진만 하게되는 좁은 시야의 오랜 고착이 참으로 융통성이란 것을 크게 방해합니다. 누군가 '그만! 이제 집에가자'라고 행동지침을 주지 않는 한 스스로의 판단은 봉쇄되어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 지...
뭐든지 하라고 지시하지 않는 한 어떤 판단도, 해결법도, 자율의지도, 모두 보류시키는 지독한 시각처리의 한계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준이를 볼 때마다 답답하면서도 마음이 심란합니다. 좋은 학습기능을 가졌으면서도 실생활 자조능력은 2-3세 수준이니 참으로 지독한 덫입니다.
이미 준이 내부에 판단력, 해결노력, 자조 등에 대한 개념이 거의 생기지 않으니 요즘들어 준이의 지독한 자조기능 상실이 자꾸자꾸 걱정이 됩니다. 감정다스림, 행동문제는 경기약과 보충제 덕분에 참으로 편안해 졌거만, 그 이상을 뛰어넘는 자조나 독립적 판단에 따른 행동은 가르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오늘과 같이 무작정 걷고있는 것도 판단력의 부재, 오랜 시각처리문제의 여러움으로 인한 수동적 자세는 이제 일상생활 어디든 의존이 상습화됩니다. 준이에 대한 돌봄방식을 이제는 바꿔야할 때입니다. 길거리 훈련부터 다시 해야 되겠습니다.
첫댓글 아, 준이는 많은걸 생각하게 합니다.
글자는 읽을 수 있어도, 형아가 다 돌고 가는건 인지하지 못하네요.
아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분명 자스에겐 퇴행이 적용되는 케이스도 있지 싶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