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주신글]
시골 아가씨
충남 예산에서 사는 방년 17세 꽃다운 처녀가, 연지 곤지 찍고 시집을 갔드레요.
서방은 첫날밤에 저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청상과부가 되었으니 이제 어쩐다? 서글퍼서 많이 울었답니다.
서방도 없으니 시댁에 더 이상 머무를 필요가 없어, 댕기머리를 쌍둑 잘랐습니다.
이것은 심경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암시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헤쳐 나갈 방도를 찾아, 무작정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답니다.
낯 설은 타향 생활은 그리 만만치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가진 직업이라야 식모자리였습니다.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했습니다. 허드렛일도 마다 안고,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어느 대갓집 가정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주인 어르신께서, 나이도 젊은데,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조심스럽게,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어르신은 기특한 생각이라며, 숙명여학교 야간부에 보내주었답니다.
학교생활에 어른신의 후광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학문에 정열을 쏟았습니다.
주일에는 교회에 나갔습니다. 그래서 인맥도 쌓았습니다.
주인어른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죽기 살기로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장학생이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고맙게도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주었답니다.
학부 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드디어 조선총독부 장학사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돈도 많이 모았습니다.
해방이 되자 꿈에 그리던 학교를 세웠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입니다.
초대학장 임숙제 선생(1891-1961) 이야기입니다.
KBS 아침마당에 송가인이 출연해서, 서울의 강을 불렀습니다.
서울의 달은,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해서, 고생 끝에 꿈을 이룬다는 내용입니다.
시골 아가씨 행적과 꼭 닮았습니다.
송가인은 자신을 키워준 것이 진도라고 했습니다.
흥선대원군이 호남지방을 ‘팔불여(八不如)’, 진도에 가서 소리 자랑하지 마라는 말로,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 아리랑과 진도 아리랑을 불렀습니다.
같은 아리랑이지만 기쁘게 들으면 기뻐지고, 슬프게 들으면 슬퍼집니다. 이게 아리랑의 매력입니다.
허주
==============================
https://youtu.be/mhKv8cylfs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