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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2016년 대종상 영화제에서 편집상을 '대리수상' 중인 배우 김환희. ⓒ ALL THE K-POP 공식 유튜브 |
이처럼 "대충상"이라는 오명을 받는 대종상 영화제의 최근 3년간 이슈를 체크해봤다. 2016년에는 지상파 생중계가 사라지고, 대신 케이블과 인터넷으로 생중계될 정도로 대종상 영화제는 위기에 처했었다.
역시 시상식에는 불참자로 가득했고, 덕분에 <곡성>이 수상할 때면, 신인여우상을 받은 김환희 배우가 대리수상자로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반복됐다. 김환희 배우에게는 생방송 시간끌기용 질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나마 자리를 찾으며, 당시 남우주연상을 받기 위해 시상대에 올라선 이병헌은 "대종상은 그동안 말도 많고 문제도 많았다. 53년 명예를 찾는 일은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명예로웠던 시상식이 불명예스럽게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땐 태어나지 않아서 모르지만 50~60년 전 대선배들이 큰 뜻을 갖고 대종상 영화제를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후배들이 더 고민하고 노력해서 지켜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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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7년 대종상 영화제는 '리부트'라는 이름과 함께 새로 태어날 것을 다짐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오던 예심 출품제도를 없애고, 해당 기간 상영된 한국영화 전체를 대상으로 후보를 선정했다"라고 밝혔고, 본심 과정에서는 심사위원의 허락을 얻어 심사 과정 전체 및 결과를 매스컴에 완전 공개하기로 했다. 그래서 수상 소감 전후로 수상자나 수상작이 얼마나 많은 득표를 얻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2016년보다는 더 많은 영화인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이 진행됐다. 문제는 당시 방송을 진행한 스태프에게 있었다. <박열>로 최희서 배우가 수상 소감을 할 무렵이었다.
수상소감이 길어지자 "그만해라, 좀. 아 진짜 돌겠다. 얘 누구냐" 등 상상할 수 없는 발언이 함께 들려왔고, <박열>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을 같이 잡아야 할 때는 "빡빡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방송 스태프들이 사용하는 "원커트"라는 말이 반복해서 들려왔음에도, 당시 생중계를 맡은 TV조선 측의 '공식 입장'은 없었다.
출처 : 2018년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을 대리수상한 가수 한사랑. ⓒ TV조선 |
대종상 영화제는 2018년에도 '내부와 외부의 불통'으로 치명타를 맞았다. 영화제 조직위 측이 임의로 지정한 제삼자가 대리수상을 진행하면서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남한산성>이었다. 조규영 조명감독이 받은 조명상은 "조규영 감독과 관계없는 인물이 받았으며, 조명상이 없어졌다"라는 논란이 있었고, 시상식 다음 날 정성면 한국영화조명감독협회 수석 부이사장이 보관했다는 소식이 등장했다.
그리고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이 받은 음악상은 <남한산성>을 제작한 싸이런픽쳐스 김지연 대표가 직접 상을 받기 위해 무대로 오르려다, 역시 제삼자인 트로트가수 한사랑이 등장하는 덕에 멈칫하며 다시 돌아가는 것이 고스란히 방송됐다. 이에 김지연 대표는 촬영상 대리수상 중 등장해 "제가 대리수상을 위해 참석했는데 상관없는 분들이 수상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영화제 조직위 측과 <남한산성> 제작사 측의 '진실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조직위 측은 "음악상의 한사랑, 촬영상의 라아리의 대리수상은 각 협회(한국영화음악협회, 한국촬영감독협회)의 추천을 받아 선별한 것"이라며, "김지연 대표의 행동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공방은 제삼자가 보기에, '대리수상'은 해당 영화와 '직접' 관련 있는 영화사 관계자가 받는 것이 더 '알맞은 그림'처럼 보이며, 이는 상식의 문제였다.
다행히 수상 결과 자체로만 놓고 보면, 이번 대종상 영화제는 '큰 잡음'이 없었다. 최우수 작품상으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 <버닝>이 받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파행 운영'으로 다시 한번 상처를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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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상을 받기 위해 참석한 <1987> 장준환 감독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조금은 쓸쓸함이 느껴진다. 오랜 명성, 역사만큼이나 대종상 영화제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과연, 대종상 영화제는 언제쯤 '대충상'이라는 오명을 벗겨낼 수 있을까? '축제'라는 개념에 걸맞도록, 스스로 그 권위를 내려 놓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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