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클리닉] 재결합 후 고통받는 아내
[출처:http://www.joins.com]
1남 1녀를 둔 52세의 주부입니다.
남편과는 중매로 만나 결혼했습니다.
2년 전에 이혼했지만 1년만에 재결합했습니다.
8년을 별거하다가 이혼 상태로 1년을 보낸 뒤
다시 결합하는 데는 많은 갈등이 있었지요.
남편과 이별했던 직접적 이유는 외도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그건 이유의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남편의 변덕스러운 성격은 참기 어려웠습니다.
사소한 일에 목소리를 높이고 화를 냈으며 사람들 많은 곳에서
면박을 주기 일쑤였죠. 남들은 이런 남편을 보고
"화낼 일도 아닌데 화를 낸다"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두 아이 미래위해 합쳤는데
결혼 전에도 남편이 화를 잘 내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내가 잘하면 그 사람도 잘 할거야"라고 가볍게 생각하며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변하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남편은 외도를 했습니다. 저는 자녀가
흠없이 올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며 남편의 외도를 용서했습니다.
하지만 걸핏하면 화를 내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나아가 결벽증에 의처증까지….
그래도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 이혼은 하지 않고
오래 별거를 했어요. 자식들에게 이혼보다는 낫다고
위안하며 열심히 제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남편은(자격지심일수도 있겠지만) 외도에 대한
자책과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못한 걸 괴로워하다
오히려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차일피일 서류내는 것을
미뤘으나 끝내 변하지 않는 남편을 보고 이혼을 감행했어요.
이혼 후 저는 가게를 열었고 경제적으로 오히려 더 넉넉해졌어요.
애들도 대학에 들어갔고 우리 세 식구는 나름대로 잘 살았어요.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애들은 아빠의 빈 자리를 찾았습니다.
친구들 자녀의 결혼식장에 가면 애들 아빠가 떠올랐습니다.
울다가 돌아온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죠.
남편 역시 별거와 이혼의 9년이란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직장도 잃고 재산도 잃고 무엇보다 가족을 잃었으니까 많이
변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한번 남편에게
기회를 주었고 우리는 재결합을 했습니다.
아이들도 초등학생 때 나가 대학생이 된 후 돌아온 아빠를
반갑게 맞이했어요. 처음엔 남편이 변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사람이 변한다는 게 불가능할까요?
*** 소리 지를 땐 가슴 떨려
다시 한번 악순환이 되고 있습니다. 조금도 변하지않는 남편 때문에
저는 요즘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고 있어요.
남편이 소리지를 때면 심장이 떨리고 어지러워
숨을 곳을 찾게 됩니다. 같이 가게 일을 하는데
"의자를 잘 놓아달라"고 하면 갑자기 의자를 발로 차고
밖으로 휑하니 나가 버립니다.
남편은 평소엔 일을 잘 도와주고 기본적으로 성실합니다.
술.담배.돈 낭비도 하지 않아요. 문제는 이런 좋은 점들을
단 한번 성을 냄으로써 모두 날려 버린다는 것이죠.
제 고통이 스트레스를 넘어서 병이 됐을 정도니까
어느 정도 심각한지는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정말 마음을 비우고 이렇게 생각할 때가 많아요.
'큰 아들이라고 생각하자'.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고
포기하면 마음이 더 편하고 받아들이기가 쉬워집니다.
하지만 저도 여자이고 아내이고 싶습니다.
제가 언제까지 참는 것이 최선인지 묻고 싶습니다.
서울 도봉구에서 52세 주부가
전문가의 눈
좋은 점 떠올리며 감싸 안아 보세요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정신과 서신영 교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과 희생을
아끼지 않은 부인께 먼저 경의를 표합니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맞는 말입니다.
타고난 천성과 후천적으로 유아기 때 형성된 인격은 좀처럼
변하지 않아요. 부인의 남편처럼 가족.직장.재산.체면 등
모든 것을 잃고 밑바닥 인생을 10년 이상 살아도
성격은 바뀌지 않습니다.
부인은 9년정도 별거하면서 여자 혼자서 겪는 어려움,
남편과 아버지의 빈자리, 경제적으로 성공했지만
뭔가 빠진 공허함 때문에 남편의 단점이 가리워지고
잊혀졌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고생을 했으니 무언가 달라졌으리라 기대하고
"그동안 수고했다"는 칭찬을 듣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헛된 기대가 부인을 더 좌절하고 분노하게 했을 거예요.
부인께 두가지를 부탁드립니다.
첫째 남편의 불 같은 성격으로 화가 날 때면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던 이유, 돌아왔을 때
행복했던 감정들, 남편의 성실성.부지런함 등
좋은 점들을 자꾸 떠올리세요.
둘째 현재의 남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세요.
성격은 바뀌지 않습니다. 지금 쯤이면 남편이 어떤 상황에서
화를 내고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 대강 파악하실 줄 압니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 즉 분노를 조절하기 힘들 때는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전문가와 상의하시고 두통.불면.
신체적 통증.우울감 등 분노로 인한 증상이 생길 때는
정신과 진료를 받으세요.
시대가 바뀜에 따라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고
이혼이 하나의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결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혼 당시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은 채 진행된 재결합은
또 다른 불행의 단초가 될 수 있으니까요.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정신과 서신영 교수
경험자의 말
남편과 함께하는 취미생활 가져봐요
38세인 제가 한참 손위인 부인께 조언을 한다는 게
가당찮고 미안하게 느껴집니다. 그냥 언니라고 부를께요.
저는 언니처럼 재결합을 했기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친근함이 느껴져요.
우리 부부는 결혼 9년째를 맞고 있어요.
2년 전에 이혼했다가 최근에 재결합했어요.
우리 부부는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 때문에 헤어졌었죠.
저는 장남인 남편을 만나 시부모님 등을 모시고 살았어요.
시댁 식구들은 "남편이 벌어다 준 돈이나 쓰고 살림은
신경도 안 쓴다"며 저를 심하게 몰아부쳤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결국 갈라서게 됐어요. 아이는 남편이 맡아 길렀고 이혼 후에도
저는 남편과 아이를 자주 만났어요. 자식과 떨어져 산다는 것은
제게 엄청난 고통이었어요. 마침 남편은 재결합하자며
저를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시댁 식구들도 다시 돌아와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결국 저는 용기를 내어 재결합에 동의했어요.
그러나 시댁 식구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저를 힘들게 했어요.
그래서 남편과 상의해 지금은 시댁과 따로 살고 있어요.
매일 얼굴을 보고 부딪히지 않아서인지 요즘은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도 차츰 개선되고 있어요.
저는 이혼한 친구에게 "재결합 생각이 있으면 먼저 이혼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주위의 도움을 구하고 시간을 충분히 갖고 결정하라"는 입장이지요.
언니. 지금까지 시댁과의 갈등만 말씀드렸지만 저도
'또 하나의 아들(남편)을 데리고 사는 것'은 별로 다를 바 없어요.
제 남편도 대화하는 기술이 부족해요. 완벽주의자이고
자존심과 고집이 세다는 것도 비슷하네요. 칭찬에는 극히 인색하죠.
그러니 먼저 남편을 칭찬해 주세요. 저도 남편을 추켜 세워주니까
제 고민과 어려움을 잘 들어 주던데요.
대화가 싫고 어려운 남편과 자꾸 말하려고 시도하기 보다는
대화 없이도 가능한 영화.등산.스포츠 댄스 등을 함께 하는 것도
효과적인 것 같아요. 또 언니 혼자 병원에 가지 말고
남편과 함께 가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 큰 자녀들을 적극 활용해
'아빠에게 적당한 압력을 넣는 것'도 효과가 있지 않겠어요.
대전에서 38세 주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