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월(拜新月)> 초승달에 절하며
ㅡ 이단(李端, 당나라)
ㅡ화리 번역
개렴견신월(開簾見新月) 주렴을 걷어내니 초승달이 보이네
편즉불계배(便卽下階拜) 즉시 곧바로 계단을 내려가 달에게 절한다
세어인불문(細語人不聞) 속삭이듯 말하니 사람은 듣지 못하고
북풍취군대(北風吹裙帶) 북풍만이 치마끈을 부추기누나'
신월(新月) 즉, 초승달은
그믐달 어둠의 하늘이 되었다가
다시금 빛을 점점 크게 발하기 시작하는 초등달이기에
초승달을 새로 시작하는 달, 신월 (新月)이라 한다.
차가운 북풍이 불어대는 겨울철의 어둠이 깔려오려는 저녁 무렵
말 벗인 초승달을 일찍 보기 위해
하늘을 이리저리 올려 봐도 달은 안 보이고
하늘도 땅도 점점 어두워져간다.
방으로 들어와 달을 보고픈 마음에
책을 읽는둥 마는둥 하면서
이젠 달이 떴으려나? 달이 지기 전에 오래도록 봐야 하는데? 하다가
주렴을 걷어내니, 아! 신월, 초승달이 떠있다.
반가움에 계단을 두세칸씩 건너뛰어 마당으로 나가서
두 손 모아 합장 인사를 한다.
달을 바라보노라니 마음이 열려
내 깊은 사연을 속삭여 말해 본다.
분명 들을 사람 없는데
내 말이 화답받고 있는 것 마냥 내면에서 대화를 나눈다.
어찌된 일일까? 둘러보니,
초승달은 미소만 짓고 있고
차가운 북풍이 나와 대화해 주고 있다는 듯
내 치마끈을 부추기고 있구나.
속내를 감싸안고 살아가는 여인의 숙명을
감미롭고 처연하게 표현하면서도
한편으론 천리를 깨닫고 무위자연을 벗삼는 여인의 삶을 나타낸
이단(李端)의 멋진 시를
무재의 번역을 통해 관조해봤다.
2024년 5월 10일 저녁 7시 40분 서쪽 하늘에 뜬 초승달
ㅡ무재
두근두근 기다리는 가녀린 여인
행혀 오실까 애타는 심사
삭풍만 휑하니 치마끈 흔드는구나
그래, 오늘밤은 꿈이라도 안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