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심상치 않다. 아침부터 눈발이 조금씩 날리더니 돌풍급의 바람이 불지를 않나 햇볕이 뜨고 비가 오고 그러다 눈이 오고. 반나절 안에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다 만날수 있는 날씨였다. 다행히 뛸 때 쯤에 눈이 올 것 같았다. 계란을 받고자 약속을 하고 여성부장님을 만나러 가는 네거리 좁은 좌회전 골목길에서 차 두대가 연속으로 달려 오길래 잠시 비켜주고 난 후 후진으로 다시 좌회전으로 들어가려고 직진 골목길에 사선으로 엉거주춤 정차. 저런 네방향에서 차들은 밀려들고 받치고 있는 자동차 보다 앉아있는 내가 더 엉거주춤한 심적 불안을 뒤로한 채 다시 후진에 좌회전에 어찌저찌하여 계란을 전달받았다. 카이스트로 가려고 큰 길로 접어드는데 엉덩이 양옆에 붉은색 눈들만 들어온 차들이 빼곡하다. 퇴근시간 그리고 눈. 대란을 피하기 어려운 환경인가 보다.
주차장에서 경희님과 주애님과 반가운 인사 끝에 어찌저찌 계란을 경희님에게 부탁을 하고 적당히 무거운 물박스를 들고 적당히 높은 본부석 계단을 올라 자리를 잡았다. 광욱형님은 벌써 몇 바퀴를 뛴 후 였다고 한다. 우리는 잠시 걷거나 뛰거나 했다. 경숙님이 오고 다섯명이 몸을 풀때 쯤 시은님이 왔다. 자 이제 슬슬 출발하려고 할 무렵 은근슬쩍 매력을 지닌 민호님 까지 합류. 오늘 수채화를 그릴 7명의 화가가 완성되었다.
물이 고인 부분을 피해가며 천천히 본부석 맞은편을 향해 코너를 뛰고 있었다. 텅빈 운동장, 라이트 불빛. 하얀 물감이 빠져 허전함이 들 무렵 뒤에서 '눈이다' 하고 소리친다. 자세히 보아야 하나 둘 정도 보일만큼의 숫자가 무한대로 불어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테니스 장을 끼고 돌 무렵에는 벌써 조명속의 눈은 쏟아지고 있었다. 시은님은 유행가 가사처럼 고독과 악수하며 눈을 만끽하며 걷고, 우리는 뛰고, 은근슬쩍 매력의 민호님은 핸폰을 들고 우리들을 찍고 있었다. 본부석 앞을 지나 대략 230m~280m 지점의 하늘이 압권이었다. 고개를 거의 90도 쯤 꺽어 사위에 인위적 어둠을 만들고 나면 눈이 눈이 눈이 눈이 눈이 쏟아져 내렸다. 눈이 내려오는 건지 눈을 타고 우리가 올라가는 건지 하늘과 우리가 맞닿아 있거나 우주로 빨려 들어가는 게 이런건가 싶을 정도다. 환호성, 고성, 끝내 괴성. 자동탄성이었다. 난리났다. 몇 바퀴째 우리는 환호성, 고성, 괴성을 쏟아내고 난 후에야 눈도 머쓱했는지 조금 싱겁게 내리기로 했는가 보다. 패,경,옥! 별을 헤다가 부른 동주를 느껴본다. 욱,숙,은,희,애,호!!! 마무리 세바퀴를 더 뛰고 우리의 발끝에 눈오는 날의 수채화가 완성되었다.
어디선가 노래가 들리는 듯 하다.
** 눈방울 떨어지는 그 트랙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며
깨끗한 붓 하나를 숨기 듯 지니고 나와
트랙에 투명하게 색칠을 하지~~~**
본부석에 만찬 자리를 정리하는 중에 법동에서 부터 정성스레 공수해온 행여 식을까 차에 보관해 놓은 순대를 은근슬쩍 내놓는다. 하여튼 민호님은 은근슬쩍 매력의 소유자다. 아마 E와 I의 중간. 쓰다만 E 정도 되는 것 같다. 가게 이름도 정성순대란다. 어디에 내놔도 맛으로는 앞장설 순대, 허파, 머리고기였다. 순대를 좋아하지 않는 주애님 덕분에 더 많이 먹은 것 같다. 눈에 굴리고 난뒤 둘을 쌓으면 눈 사람이 될 것 같은 어찌저찌 계란과 양싸다구 커피와 따뜻한 옥수수 차는 몸과 마음의 온도를 높였다. 황홀했던 눈 만큼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카스테라도 커피와 어울렸다. 이상하게 양싸다구 커피는 정성순대와도 찰떡 궁합이었다. 모든게 첫눈 때문인가? 이래저래 다음 수채화가 벌써 기다려진다.
참석자 : 박광욱, 이경숙, 박시은, 김경희, 백주애, 송민호, 강성구(7명, 호칭 생략)
수요주는 다음주도 계속됩니다 쭈~~욱.
每水土不走走 足中生荊棘~~~~
To be continued~~~~
대마클 히~~~임!!!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눈 오는날 특별한 달리기 하셨네요
추운날씨속에 10년 추억거리
남기시고~~
함께하지못해서 뭇내 아쉽네요.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