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가격 형성의 딜레마
수산물 가격 형성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일단 그 차이점이 벌어진 이유 중에 하나는 수산물을 현장에서 즉시 입찰이 이루어진다는 점이고 농산물은 현장을 떠나 다른 곳에서 즉시가 아닌 차후에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습니다.
어선이 들어오면, 수협에서 나온 중매인이 방울을 딸랑이고 상인과 화주들이 모여듭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고기를 잡아 온 어민, 중매인, 화주, 상인 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겁니다.
심지어 아들과 아버지와 같은 가족관계인 경우도 있고 한 동네에서 수십년 살아오기도 하고 그래서 매일 만나 이야기 하고 술을 마시는 사이라는 겁니다.
바로 그 점이 즉시 현장 입찰을 통한 가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서로를 안다는 것은, 상품(생선)에 대한 정보를 서로가 정확하게 공유한다는 점입니다.
그 뿐 아니라 고기를 잡기 위한 생산비, 어부의 성격, 고기를 잡는 수심, 생선을 다루는 방법, 심지어 개인적인 친밀도 까지도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면 오징어 배가 육지에서 몇 시간 동안 바다로 나가서 몇 명의 선원으로 며칠만에 돌아오면서 오징어를 어떤 상태로 잡아 왔느냐에 따라서 생산비가 결정이 되는 겁니다.
그런 점을 수협 중매인과 상인들과 화주들이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민이 절대로 손해가 안나는 지점에서 가격을 호가합니다. 그렇다고 중매인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호가 할 수도 없습니다.
화주와 상인들이 지켜보고 있거든요. 어민도 손해를 안보고 화주와 상인들도 손해를 보지 않는 절묘한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 지점에 오기까지는 서로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고 고기를 잡는 방법 뿐만아니라 그것이 유통되는 방법까지 정확히 안다는 점입니다.
혹시나 중매인이 실수를 하게되면 어민들은 화가 나서 유찰을 시키고 그 생선은 다른 방법에 의해 팔려나갑니다.
화주와의 직거래가 이루어지는 거죠. 그럼 수협 측에서는 손해입니다.
수수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매매하는 것은 사실 불법입니다.
수협에서 가끔 항의도 하지만 어민들은 그럴 때 불같이 화를 내고 따지고 들면 수협에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민들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수협의 직원들이 거의 대부분 어민들의 가족입니다.
서로 싸울 수도 없는 처지이고 부정을 저지를 수도 없는 강력한 시스템이 갖추어진 겁니다.
그래서 수산물의 가격 형성은 합리적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상품에 대한 정직하고 정확한 정보의 공유와 생산자 판매자 중매인 간의 인간적인 신뢰도와 친밀도는 서로가 생선을 통해 얼마나 이익을 보는지 조차 알게됩니다.
그래서 어느 한 사람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게 하고 일방적으로 폭리를 취하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이 형성되는 겁니다.
또 한가지 수산물 가격 형성의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농산물 공산품과 달리 수산물은 우연성이 절대적이라는 겁니다. 고기를 잡는 어민 조차도 자신이 오늘 얼마나 잡아 올 줄은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물론, 어구의 현대화로 요즘은 우연성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보이지 않는 바닷속에 그물을 넣어 잡는 방법은 변하지 않은 관계로 여전히 유효합니다.
어떤 날은 무지막지하게 잡혀오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고기가 말도 안되게 잡혀 주문을 많이 받아놓은 화주와 상인들 실망시키기도 합니다.
무지막지하게 많이 잡혀 온 날과 지독히도 못 잡은 날의 수산물 가격 역시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정보 공유와 인적 시스템에 의해 합리적으로 형성이 됩니다.
많이 잡았다고 해서 폭락을 하거나 조금 잡았다고 해서 폭등은 하지 않습니다.
오징어의 경우는 세 배 정도까지 변화가 있는데, 그것은 어민들의 생산비를 기준으로 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만약 생산비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 계속해서 형성이 된다면 어민은 출어를 포기하게 됩니다.
고기의 생산량을 정확히 예측 못하는 관계로 중매인들과 어민들의 교감이 형성되지 않아 가끔은 어민들이 손해를 보거나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도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내, 그들의 시스템에 의해 바로 잡히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