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시, 누구나 쓸 수 있다>
오봉옥 (시인)
제7강 표현력, 어떻게 키울 것인가
▲ 표현력을 키우는 방법
가. 표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친밀감을 형성하라.
ㄱ. 책을 많이 읽어라.
ㄴ. 일기를 써라.
ㄷ. 말을 가지고 놀아라. 간단한 문장을 길게 늘이는 연습을 하라.
예> 꽃이 피었다
진달래꽃이 피었다/ 산에 진달래꽃이 피었다/ 산기슭에 진달래꽃이 피었다/ 산기슭에 홀로 진달래꽃이 피었다/ 산기슭에 홀로 피먹은 진달래꽃이 피었다/ 산기슭에 홀로 핀 진달래꽃이 하늘을 치어다보고 있다/ 산기슭에 홀로 핀 진달래꽃이 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산기슭에 홀로 핀 진달래꽃이 막 뜨고 있는 별을 쳐다본다/ 산기슭에 홀로 핀 진달래꽃이 뜨지도 않는 별 쳐다본다/ 산기슭에 홀로 핀 진달래꽃이 뜨지도 않는 별 쳐다보며 울고 있다 등
ㄹ. 아무런 단어라도 강제로 결합하여 문장을 만들어봐라.
※ ‘무제한 연상’, ‘낱말 제시 연상’, ‘상황 제시 연상’, ‘단어 정의 연상’ 등도 모두 표현력을 기르는 방법.
나. 의미를 알고 표현할 수 있게 유창(流暢)성을 길러라.
ㄱ. 관련어를 이용해 문장을 만드는 훈련을 해라.
예> 토끼
“나도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가 볼까”
“겁이 많아서 눈이 큰 토끼, 궁금한 게 많아서 귀가 큰 토끼, 나약한 짐승이라서 발이 빠른 토끼”
ㄴ. 낱말을 안 뒤 반드시 그 사물에 대해 경험토록 하라.
예> 자운영
그러면 반드시 그 꽃을 식물도감 같은 데에서 찾아보아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찾아보자.
다. 습관처럼 써라.
: 독서감상문 쓰기, 등장인물에게 편지쓰기, 온갖 사물에게 편지쓰기
- 중요한 것은 ‘글을 쓴다는 것’.
라. 비유에 능해야 한다.
: 무엇인가 경험을 할 때 버릇처럼 비유하여 읊조려봐라.
예> 고은 - 매 순간 절묘한 비유를 토해낸다.
야, 좋다. 턱이 두툼해서 성깔은 잠들었겠다./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 만나서, ‘오랜만에 우리 이빨이 쪼르르 빛나는구나’
ㆍ비유의 기법 : 직유, 은유, 환유, 상징 등.
ㄱ. 직유법 : 연결어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이므로 비유의 밀도는 약함. (하위의
수사)
‘처럼’, ‘같이’, ‘인 양’, ‘보다’, ‘듯’ 등의 말이 매개체로 쓰인다.
예) 샛별 같은 눈동자/ 앵두 같은 입술/ 보름달 같은 얼굴/ 쟁반 같은 둥근 달/ 떡두꺼비 같은 아기/ 물찬 제비 같은 여자/ 내 누님 같이 생긴 꽃/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 먹어치운다/ 섣달 큰애기 미나리 다듬 듯/ 그린 듯이 푸른 하늘 등
ㄴ. 은유법 : 두 개의 단어나 이미지가 결합되어 또 다른 의미나 이미지를 나타내
는 모든 형식으로 시에서 중요.
ㆍ여러 형태의 은유(유종호 선생의 견해)
① 우리말은 그 자체가 은유인 경우가 많다.
예>
ㆍ세월 : 해(歲)와 달(月)이 결합하여 ‘오랜 시간을 뜻하는’ 세월이 되었다.
ㆍ태두 : 태산북두의 준말이다. 산으로 치면 태산과 같이 큰 산, 별로 치면 북두
칠성처럼 뚜렷한 존재라는 점에서 ‘권위자’의 뜻이 되었다.
ㆍ책상다리 : 책상이라는 물질에 인체의 다리가 합쳐진 것
ㆍ병목 : ‘병’이라는 물질 + 인체의 ‘목’(병목 현상-병의 모가지처럼 좁아진 길에
서 사고가 많이 난다.)
ㆍ입시 전쟁 : 입시의 가열 경쟁 상태와 살육이 벌어지는 전쟁과 비교하는 것.
ㆍ교통 지옥 : 견디기 힘든 교통난과 지옥의 광경과의 관계 비례한 것.
ㆍ바늘귀/ 길목 등등 너무 많다.
② 은유법은 사물의 본뜻을 숨기고 다만 겉으로 비유하는 수사법.
예> 소라껍질 같은 나의 귀가 바닷소리를 듣는다.(직유)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닷소리에 귀를 기울인다.(은유)
바다와 같이 펼쳐진 구름(직유)
구름바다(은유)
갈대처럼 생각하는 사람(직유)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이다(은유)
③ 은유(은밀한 비유)는 격한 감정에 의해 토로된 직설적 표현을 품위 있게 만들어준다.
: 거센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폭발하게 되면 품위를 잃게 되고 야해지게 된다. 걸핏하면 ‘아아!’, ‘오오!’, ‘아이고!’, ‘어머나!’하고 함부로 호들갑을 떠는 영탄의 소리를 쓰게 된다.
예1>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아, 미치도록 사랑합니다! 죽도록 사랑합니다!
예2> 나는 오늘 그대의 입술을 스치고 가는 바람을 부러운 듯이 쳐다보았습니다
(은밀한 비유)
④ 죽은 비유, 특히 죽은 은유가 너무도 많다.
예)
네가 가던 그날은
김춘수
네가 가던 그날은
나의 가슴이
가녀린 풀잎처럼 설레이었다(평범한 직유)
하늘은 그린 듯이 더욱 푸르고(평범한 직유)
네가 가던 그날은
가을이 가지 끝에 울고 있었다(창의적 은유)
구름이 졸고 있는(구름이 존다-평범한 은유)
산마루에
단풍잎 발갛게 타며 있었다(단풍잎이 탄다-평범한 은유)
⑤ 구상화의 은유
- 구상(具象) = 구체(↔추상)
추상적인 것에 구체성을 부여하며 신체적 특성을 부여하는 경우(문명의 횃불, 별리의 고통, 전근대의 땅거미 등)
예>
마음
김광섭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해설) 보이지 않는 ‘마음’이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수단을 통해 구상화됨.
예>
황진이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해설) 물질이 아닌 시간을 잘라내어 저장해 두었다가 님이 오면 길게 길게 펼치겠다고 한다. 겨울밤의 고독을 구상화 은유를 통해 봄밤의 환희로 전이시키고 있는 것이다.
⑥ 애니미즘 성향 은유
-무생물에 대해서 생명 있는 것의 특징을 부여하는 은유(노한 바다, 울부짖는 파도, 산허리, 대포의 포효 등등)
예>
안개
칼 센드버그
안개는 걸어온다
작은 고양이 발로.
말없이 쪼그리고 앉아
항구와 도시를
바라보다간
또다시 간다.
해설) 안개라는 물질이 생명이 있는 고양이로 되어 있다.
⑦ 인간화 은유 I
ㆍ의인법 - 인간 아닌 것에 인간의 특징을 부여하는 은유
(정다운 고향산천/ 황소 웃음/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모래알이 숨을 쉰다/ 시간의 발은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 조국이여 깨어나라/ 산천초목이여 울어다오 등등)
예>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해설) <향수>의 1연. ‘실개천’이 ‘옛이야기’를 지줄대고 있다.
‘황소’가 ‘게으른 울음’을 운다.
⑧ 인간화 은유 II
ㆍ반의인법 - 생명 있는 것을 무생물로 전이시키는 은유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 돌멩이처럼 어느 산야에 굴러/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물에 쳐진 한 장의 가랑잎이 되어 돌아온 밤에는 등)
예>
목숨
김남조
누구 가랑잎 아닌 사람이 없고
누구 살고 싶지 않은 사람 없고
불붙은 서울에서
금방 오무려 연꽃처럼 죽어갈 지구를 붙잡고
살면서 배운
가장 욕심없는 기도를 올립니다.
해설) 삶의 상실을 마른 낙엽인 ‘가랑잎’으로 전이시키고 있다. 금방 오am려 연꽃처럼 죽어갈 것 같다는 표현 역시 반의인법의 한 양상.
◎ 좋은 은유란?
ㆍ두 단어 사이에 역동적인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ㆍ내포적 이미지는 같지만 외연적 이미지는 서로 이질적이어야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은유의 역동성도 생긴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는 쓸모가 없다는 점에서 낙엽과 내포적 이미지가 같으나, 외연적으로는 이질적.)
예>
지하철 정류장에서
파운드
군중 속에 낀 이 얼굴들의 환영
비에 젖은 검은 나뭇가지에 걸린 꽃잎들
해설) 첫 행이 본의, 둘째 행이 유의.
화자가 환영으로 떠올린 ‘얼굴들’이 ‘비에 젖은 검은 나뭇가지에 걸린 꽃잎들’처럼 느껴짐.
예>
나의 하나님
김춘수
사랑하는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해설) 이질적인 이미지를 쓰는 현대시의 예이다.
시적 긴장은 강화되지만 자칫 해체시로 치달을 수가 있다.
⑨ 공감각적 은유
- 청각적 의미를 시각적인 의미로 옮겨 쓰는 것처럼 감각영역의 의미 전이를 꾀하는 은유(요란한 색깔, 요란한 향수 등등)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푸른’의 시각적 이미지와 ‘종소리’의 청각적 이미지가 독특한 새로운 이미지로 결합.
이 공감각적 이미지에 ‘분수처럼 흩어지는’이라는 또 다른 은유가 얹혀져 복합적인 은유의 구조를 이룸.
ㄷ. 환유법
: 흔히 대유법이라고도 한다. 환유는 ‘변경’을 의미.
즉 사물의 한 부분이나 그 속성을 들어서 전체나 자체를 나타내는 비유법.
(백의천사-착한 사람에게 하는 말/ 요람에서 무덤까지-생 전체를 표현한 말/ 김소월을 읽었다- 김소월 작품을 읽었다는 말/ 청와대-한국의 대통령이나 한국정부를 가리키는 말)
예> 1층, 안녕하세요
2층, 안녕하세요
-TV 사회자의 말
해설) ‘1층’은 1층에 와서 앉아있는 방청객 전부를 대신 가리키는 명칭.
ㄹ. 상징법
: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추상적인 사물, 개념 따위를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것.
(평화의 상징-비둘기/ 절개의 상징-소나무/ 태극기의 상징- 한국 등등)
* 상징과 은유의 차이점 : 은유는 본의와 유의가 드러나지만,
상징은 유의만 드러나고 본의는 드러나지 않는다.
예>
밀어
서정주
한 없는 누에실의 올과 날로 짜느린
차일을 두른 듯 아늑한 하늘가에
뺨 부비며 열려 있는 꽃봉오리 보아라
해설) 해방 이듬해의 봄을 맞이한 감격을 노래한 시.
‘꽃’은 새로 도래한 아름다운 세계. 즉, 서정주의 개인적인 상징.
마. <낯설게하기> 수법
: 습관적인 지각, 인식으로 당연시하는 것을 낯설게 함으로써 사물들을 더욱 더 정확히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
예>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해설) 바닷가에서 휘날리고 있는 깃발 -> ‘소리없는 아우성’(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상투)
->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깃대 ->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 톨스토이 : 모든 사물을 처음보는 것처럼, 처음 생기는 일처럼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
예> 톨스토이, 태형을 묘사하는 부분
“왜 어깨 또는 신체의 다른 부분을 바늘로 찌르거나 집게로 손이나 발을 조이거나 하는 등속의 일 대신에 고통을 주는 이렇듯 미련하고 야만적인 수단을 사용한단 말인가. 맨살 궁둥이를 내동댕이쳐서 채찍으로 갈겨대다니-”
해설) 사실 이것은 반어, 풍자로 이루어진 대목. 이런 생소화는 주로 통렬한 사회비판을 할 때 쓰는 수법.
* 반어적 표현
-문장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쓰는 수사법
( 오살놈아 이 놈아?(손자 엉댕이를 때리며)/ 야이, 씹새끼야!(십년만에 만난 친구에게)/ 싫어 싫어!(좋다는 뜻)/ 얄미워 죽겠어!(좋을 때) 등등)
바. 수사법을 잘 활용해야 한다.
ㆍ단, 작품 전체에 효과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는 수사적 장치는 별 의미가 없다.
ㆍ한 구절의 은유보다는 한 행의 은유, 한 행의 은유보다는 한 연의 은유, 한 연의 은유보다는 시 한 편 전체의 은유가 더 낫다.
★ 이번 주 과제
‘낯설게하기’ 수법으로 <외로운 섬>에 대해 표현해 보세요.
(단, 외로움이라는 단어는 쓰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