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주말이면 어김없이 아버지가 반죽을 하시고, 엄마가 방망이 밀대로 종잇장처럼 얇게 밀어 만들어 주시는
칼국수가 생각이 나서 오늘 난생 처음으로 저도 한 번 해 봤습니다.
2주 연속으로 양동이로 때려 붓는 폭우가 쏟아져서인지 갑자기 겨울이 왔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기는 춥습니다.
아이들도 나갔다 돌아오면 뜨근한 국물이 마시고 싶지 않을까 해서 만들었는데 오늘 학원 다녀오면서 저녁 메뉴가 뭔지
제일 먼저 들렀다 가는 싱크대에 오더니 민영이가 한 마디 합니다.
안그래도 낮에 이모한테 텔레파시를 보냈었는데 받으셨나보네요. ㅎㅎ
어릴 때 기억으로 아버지는 반죽의 표면이 매끈매끈해지도록 손으로 문질렀지만 결혼해서 시어머니를 뵈니
위의 사진 처럼 대충 뭉쳐서는 랩을 씌워 냉장고에 2,30분을 두더군요.
냉장고의 냉기와 물기가 밀가루를 서로 뭉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설명을 해 주던 시 어머님 말씀이 생각나서
아버지의 진한 향기 어린 추억보다 게으른 제가 조금 편할 수 있는 시어머님 방법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오늘 이 손 칼국수를 결정적으로 하게 된 원인은 인터넷에 음식만들기 까페에 올려져 있던 레시피 때문이었는데요.
반죽 할 때 물 대신 우유를 넣는다고 하던데 여기 온 지가 벌써 3년이 넘었으니 물넣고 반죽한 손칼국수를
먹어 본 기억이 가물거려 차잇점은 솔직히 느낄 수 없었답니다.
뭐... 아이들이 쫀득거린다고 하니 그런가 해야지요. 아마도 제가 무지막지하게 두 손으로 열심히 치대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꼭 제 잘났다고 한 마디 해야하니.. ㅜ.ㅜ
식빵으로 만드는 핫도그를 자주 만들어서 세일 할 때 방망이를 샀더니 오늘 참 요긴하게 쓰게 되네요.
저 정말 잘하지 않나요? 처음인데...
반죽이 얼마나 잘 되었길래 밀가루를 그닥 바르지도 않고 밀었는데 달라 붙지가 않았습니다.
아마, 물이 아닌 단백질과 지방이 들어 있는 우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 ~ 썰어 놓은 칼국수의 면을 보고는 친정 엄마가 많이 생각났었습니다.
우리어머니 밀가루로 만든 면, 정말 좋아하시는데... 둘이서 자주 점심으로 칼국수를 사 먹으러 다니곤 했었는데...
지금은 저 대신 누가 모시고 다녀 주지도 않을 것이지만 많이 연로하셔서 소화가 잘 안되시는 바람에 드시지도 못하시겠지요.
엄마 생각이 간절해서 반죽 밀다가 전화를 걸기도 했답니다.
단호박이 잘 익도록 납닥 썰기를 하여 찬 물에서부터 같이 넣습니다.
버섯이랑 다시마도 같이 넣어야 합니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건우는 요즘 또 다시 살이 올라 붙는 것 같아서 그릇에 싹 ~ 깔아서...
새우는 아이들이 다 좋아하기에 서로 한 마리 덜 들어왔나 하며 그릇을 헤집길래 마지막에 꼭 세어서 넣는답니다. ㅎㅎ
일찍 먹어야 살이 덜 찔 것 같아 아이들 오기 전에 건우는 먼저 먹었답니다.
단호박을 푸욱 ~ 삶으면 문지르지 않아도 절로 으깨어지는데요. 국자로 조금 더 으깨어주면 국물이 저리 노르스름해지면서
호박 건더기는 줄어든답니다.
혁래가 먹는 양도 보여드릴 겸 사진을 찍어 봤는데 어째 혁래 사진이 흔들려 버렸어요.
이럴까봐 보통 두 장씩 찍는데.. 오늘은 왜 한 장만 찍어서리... 에효..
민영이는 국물을 한 숟가락 입에 넣더니 어흐 ~ 쉬원하다.. ㅋㅋ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다 먹었답니다.
냉동실 안에 들어 있는 것이 오징어와 새우 밖에 없어서 해물이라 해 놓고 두가지 밖에 없어서 새우를 조금 많이 넣어 줬더니
새우 킬러인 시아는 아주 좋아하더군요.
저는 요즘 눈사람처럼 불어 오르는 살 때문에 만들면서 간 보느라 먹어본 국물 두어 숟가락과 면이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건져 먹은 면 한가락.. 에구구.. 불쌍한 내 신세.. 갈 때도 없고 오라는 사람도 없이 집에만 있으니 먹는 것도 없는데
살만 뒤룩뒤룩... 아 ~ 한국 가고 싶습니다.
첫댓글 어짜겠노~~~ 맘 아프요... ^^; 첨 이라 하셨지만, 기본 솜씨가 있으신지 초짜인 제가 봐도 A+입니다. 단호박 저도 넣고 해 봐야겠습니다. 늘 좋은날 되세요. ^^*
와~ 점수를 이리 후히 주시다니.. 감사해요. 사실은 남의 집 아이 데리고 있다보니 어쩔수 없이 이것저것 만들다 쪼매 실력이 는 것 같기는 합니다.
한국에서는 밥솥에 밥 한 번 하면 삼,사일이 다가도 먹지 못할 만큼 돈 번다는 핑계로 외식을 자주 했었는데 여기와서 홈스테이 4년째를 하고 보니
이리 되네요. 힘되는 댓글, 감사합니다.
오늘은 칼국수 하는날 인가봅니다.
그러게요. 고수님이 납시는 줄 알았으면 조용히 있을걸 그랬습니다.
하기사 여기는 음식으로 모두 예술 하시는 분 같아서 아무리 갈고 닦아도 따라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아이들이랑 어묵도 맛나게해드시고,오늘은 단호박이라~~정성이 눈으로 가득 보입니다
한국오시면 제가 칼칼한 칼국시 해드리리다^^
진짜요 ~ 경산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먹으러 가겠습니다. ^^... 감사드려요.
먹고싶오요 ㅎㅎ
저는 살 빼느라 못 먹었는데 아이들이 국물까지 싹 ~ 비우는 것을 보니 맛있었나봅니다. 저도 먹고 싶었어요. 흑흑 ~
감사합니다.
아이들 모습을 올려주시니 더 보기 좋아요..
어묵 먹을때도 참으로 예쁘더니,,
아.. 그런가요? 저도 음식을 할 줄 안다고 자랑은 하고 싶은데 써 놓은 글 두고 다시 사진만 올리려니 조금 그래서.. 그냥 옮겨 올렸는데...
그렇죠? 아이들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불러오는데 다른 님들도 눈까지 즐거우시라고.. 변명이 참 궁색합니다. ㅎㅎ
감사해요. 다음에 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