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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비 갠 빛을 드는 칼로 말라내어
금침(金針) 오색(五色)실로 수(繡)놓아 옷을 지어
님 계신 구중궁궐(九重宮闕)에 드리오려 하노라.
雨霽秋天一色同
裁成錦幅剪刀中
銀針色線添紋繡
願作衣裳獻紫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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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불던 바람 滿庭桃花 다지것다
아희는 비를 들고 쓸려 하는구나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엇 하리요
昨夜桃花風盡吹 어제 밤 복사꽃 바람에 다 지고
山童縛帚凝何思 아이는 비를 엮어들고 무슨 생각하는 듯
落花顔色亦花也 얼굴에 꽃잎 떨어져도 또한 꽃이니
何必苔庭勤掃之 어찌하여 반드시 이끼 낀 뜰에서 쓸어내려하는가.
昨夜三更吹到風
桃花落盡滿庭紅
花雖落兮亦花也
擁帚家偅休掃空
昨夜風風花滿庭
山童欲掃袖先馨
花之餘韻猶堪聞
開落無關玩性靈
昨夜桃花風盡吹
山童縛箒凝何思
落花顔色亦花也
何必苔庭勤掃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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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불던 바람 눈서리 치단말가
낙락장송이 다 기울어 가노매라
하물며 못다핀 꽃이야 일러 무엇 하리오
昨夜風驅霜雪來
長松落落亦應摧
未開花木知多少
寧復形言可及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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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上 푸른 풀은 어젯밤 細雨요
산중의 새로 핀 꽃은 사흘 동풍이라
아마도 春光이 正當其時하니 술 걸러 실어라
細雨前宵江草綠
東風三日又山花
料知此際春光好
敎得新篘戴小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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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湖에 기약을 두고 십년을 분주하니
그 모른 白鷗는 더디 온다 하려니와
聖恩이 至重하시매 갚고 가려 하노라
十載江湖約
沙禽怨不歸
君恩一何重
不敢著荷衣
江湖孤負舊魚磯
十載奔忙與志違
爲報白鷗休笑我
君恩答盡始言歸
曾在江湖留後約
十年奔走在朱門
白鷗休愧歸來晩
且待一分答聖恩
宿約江湖閱幾春
十年奔走軟紅塵
無情鷗鳥休相笑
擬報君恩未暇身
有約江湖早退來
十年奔走踏紅埃
白鷗休怪吾行晩
報了君恩始放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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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湖에 봄이 드니 미친 興이 절로 난다
濯醪 溪邊에 錦鱗魚 안주로다
이몸이 한가하옴도 亦君恩이샷다
江湖春到興蹲蹲
緩步溪邊荷一樽
盈尺錦鱗烹下酒
此身閒暇亦君恩
江湖에 여름이 드니 草堂에 일이 없다
有信한 江波는 보내느니 바람이로다
이몸이 서늘하옴도 亦君恩이샷다
江湖夏日正如燔
草閣深深竹樹園
有信江波時送颱
此身淸爽亦君恩
江湖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小艇에 그물 실어 실어 흘러 띄워 던져두고
이몸이 消日하옴도 亦君恩이샷다
江湖秋晩穰田園
況復溪魚肥可餐
網載小船隨水下
此身消遺亦君恩
江湖에 겨울이 드니 눈 깊이 자히 남다
삿갓 비끼 쓰고 누역을 옷을 삼아
이몸이 춥지아니하옴도 亦君恩이샷다
江湖冬盡掩柴門
白雪深深鎖一村
蓑笠爲衣盤膝坐
此身溫煖亦君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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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얼굴 내 보기에 꽃 같거든
하물며 단장하고 님의 앞에 뵐 적이랴
이 단장 님을 못 뵈니 그를 슬퍼하노라
鏡中顔色照無瑕
我自看來艶似花
何況凝粧待君到
思君不見又堪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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功名도 잊었노라 富貴도 잊었노라
世上 번우한 일 다 주어 잊었노라
내몸을 나마저 잊으니 남이 아니 잊으랴
功名富貴兩俱忘
世上煩憂徹底忘
塊坐吾今忘我矣
他人安得不吾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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功名 즐거마라 榮辱이 반이로다
富貴를 탐치마라 위기를 밟느니라
우리는 일신이 한가하니 두려운 일 없어라
莫愛功名多辱境
毋貪富貴總危機
一生無事身閒暇
何物於吾作福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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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이 적막한데 슬피 우는 저 두견아
蜀國興亡이 어제 오늘 아니여든
지금에 피어나 울어 남의 애를 끊나니
空山寂寞五更天
凄切聲聲彼杜鵑
蜀國興亡非昨日
緣何啼血惱人眠
空山寂寞夜蒼蒼
哀哀杜鵑聲何傷
蜀國興亡非昨日
奈何至今斷人腸
寂寞空山夜已深
悲鳴不道爾無心
蜀國興亡非昨日
云何啼血到如今
空山寂寞月聲怨
蒼凉杜鵑聲恨長
蜀國興亡幾血斷
千古恁般啼人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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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가건마는 나는 어이 못가는고
비는 오건마는 님은 어이 못오는고
우리도 구름 비 같이 오락가락 하리라
浮雲去也儂不去
細雨來兮君不來
安得化爲雲與雨
來來去去日千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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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먹은 소경이 도여 산촌에 들어서니
들은 일 없거든 봄 일이 있을소냐
입이야 살았노라마는 말 못해 하노라
便爲耳食盲
入處暮山村
無聞寧有見
口活未能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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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겉 희고 속 검은 것은 너뿐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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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난 까마귀 흰 빛을 새오나니
청강에 고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鬪鴉相雜互紛紜
白鷺休令混入群
黑質元猜純潔色
滄波生長詎非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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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밤비에 피고 빚은술 다 익었다
거문고 가진 벗이 달과 함께 온댔으니
아희야 茅檐에 달올랐다 손 오는가 보아라
夜雨花開新釀熟
琴朋謂我月俱來
茅檐月上娟娟浮
分付園童掃逕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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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項羽를 만나 승패를 의논하니
重瞳에 눈물지고 큰 칼 짚고 이르기를
지금에 不渡烏江을 못내 슬퍼하노라
夢中逢項王
提刀更太息
至今不渡江
我亦不自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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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비 되고 자네는 꽃이 되어
삼촌이 지나도록 떠나가지 말자더니
어디 가 뉘 거짓말 듣고 이제 잊자 하는가
汝死爲花我爲蝶
果是當初金石約
奈何未過一周年
視我如同弊棄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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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태평(太平)이라 무신(武臣)을 버리시니
나 같은 영웅(英雄)은 북새(北塞)에 다 늙거다.
아마도 爲國精忠은 나뿐인가 하노라
生逢聖世太平期
偃武休兵四海治
如我英雄邊塞老
秉忠爲國在斯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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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호접청산거(胡蝶靑山去) 신위
白胡蝶汝靑山去 흰나비야 청산 가자
黑蝶團飛共入山 범나비야 너도 가자
行行日暮花堪宿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花薄情時葉宿還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蛺蝶靑山去
相隨虎蛺蝶
日暮花間宿
花嗔宿於葉
黃蝶悠揚白蝶翩
靑山日暮向花邊
此去若遭花冷淡
葉間何處不宜眠
白蝶團團黑蝶飛
偸香同逐靑山歸
今日花間宿未了
葉間一宿亦芳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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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탄 말은 청총마요 임 탄 말은 오추마라
내 앞에 쳥삽살개오 임의 팔에 보라매라.
저 개야 공산에 깊이 든 꿩을 뒤져라 매 띄워 보게.
我馬靑驄爾馬烏
爾前鷹鳥我前盧
空山伏雉追而搏
鷹犬同功無智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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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落葉)이 말발에 지니 잎잎이 추성(秋聲)이라.
풍백(風伯)이 비 되어 다 쓸어버리도다.
두어라 기구산로(崎嶇山路)를 덮어둔들 어떠리.
落葉響馬啼
秋聲箇箇俱
風吹掃山徑
何似覆崎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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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陽에 누운 龍이 운수도 그지없다
박망(博望)에 소둔(燒屯)하고 적벽(赤壁)에 행(行)한 모략(謀略) 대적(對敵)할 이 뉘이시리
지금(至今)에 오장원(五丈原) 충혼(忠魂)을 못내 슬허하노라.
臥龍滿腹好經綸
感激劉皇三顧恩
未酬魚水君臣契
星隕秋風五丈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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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제 無信하여 님을 언제 속였관대
月沈三更(월침삼경)에 온 뜻이 전혀 업네,
秋風(추풍)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我來豈無信
月沉夜三更
秋風自落葉
非我惱君情
不知君似妾宵長
秋月滿庭空斷腸
葉有聲兮眠不得
情人來否更商量
寡信何曾瞞著麽 내 언제 믿음이 적었으며 님을 언제 속였던가
月沈無意夜經過 달도 없는 밤 오실 뜻 없고 밤만 깊어가네
颯然響地吾何與 가벼이 땅에 끌리는 소리 나와 무슨 관계랴
原是秋風落葉多 가을바람에 낙엽 쓸리는 소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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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수청산 깊은 골에 靑藜緩步 들어가니
千峰에 白雲이요 萬壑에 煙霧로다
이곳이 景槩(경개) 좋으니 예와 늙자 하노라
綠水靑山深深處
靑藜緩步任去來
萬壑千峰雲霧裏
此中景槩世慮灰
靑山綠水深深處
緩步靑鞋行且休
萬壑千峰雲霧合
此中景槪好來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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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라서 나 자는 창밖에 벽오동을 심었던고
月明庭畔에 影婆娑는 좋거니와
밤중만 굵은 빗소리에 애끊는 듯하여라
誰種碧梧樹
婆娑月滿庭
只怕三更雨
令人睡不成
誰把碧梧桐一樹
我眠窓外底心栽
婆娑月影雖堪好
不合中宵雨滴來
誰把碧梧桐一樹
我眠窓外底心栽
婆娑月影雖堪愛
叵耐中宵雨滴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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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라샤 정좋다 하던고 이별의도 인정인가
평생의 처음이요 다시 못 볼 님이로다
아마도 정주고 병 얻기는 나뿐인가 하노라
誰謂人間有情好
萬種情消一別時
縱緣初見難重見
情去病來自不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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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밝고 서리친 밤의 울고가는 기러기야
소상동정 어데두고 여관한등 잠든 나를 깨우느냐
밤중만 네 우름 한소리에 잠 못 이뤄 하노라
此夜月明落玉霜
洞庭何處隔瀟湘
寒燈旅館忽驚起
隻雁聲哀憶故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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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뜨자 배 떠나니 인제 가면 언제오리
만경창파(萬頃滄波)에 가는 듯 돌아옴세.
밤중(中)만 지국총(至菊葱) 소리에 애끊는 듯하여라.
碇纔擧時船已離
問君何日是歸期
咿咿半夜鳴橈響
斷盡柔腸人不知
月上之時舟泛泛
去來無定惱人情
滄波萬斛儂愁貯
半夜橈歌夢不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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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밝고 서리친 밤에 울고가는 기러기야
소상으로 가느냐 동정으로 향하느냐
저근듯 내말 잠간 들어다가 님계신듸 드려라.
曉霜風急月橫天
獨鴈啼歸阿那邊
欲向瀟湘洞庭否
平安數字爲吾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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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이화 행화방초들아 일년춘광 한치마라
너희는 그래도 與天地 무궁이라
우리는 백세 뿐이니 그를 슬퍼 하노라
寄語名花芳草界
一年春色且休誇
雖然爾壽同天地
百歲吾生若夢華
李杏桃花百草芳
春光莫恨一年忙
爾猶天地無窮在
奈此人生百歲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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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둘에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정든 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굽이굽이 펴리라
冬之永夜 신위
截取冬之夜半强 동짓달 긴긴 밤을 반나마 잘라 내어
春風被裏屈蟠藏 봄바람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燈明酒煖郞來夕 임 오신 밤, 등 밝히고 술 데워
曲曲鋪成折折長 굽이굽이 펼쳐내어 조곤조곤 보내리라.
長長冬至五更遙
分作儂身兩截腰
擁待春衾蟠屈臥
伸張曲曲對郞宵
冬至永夜折其腰
春風暗藏枕席下
相思美人來宿日
慇懃解出繼短夜
仲冬之月長長夜
折了中腰兩夜餘
春風衾下盤旋置
之子口霄曲曲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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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窓에 돋은 달이 西窓으로 되지도록
올 님 못 오면 잠조차 아니 온다
잠조차 가져간 님을 그려 무엇 하리오
皎皎東窓月一輪
於焉西沒夜將晨
睡魔已逐阿郞去
何故想思苦惱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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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이 놈은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東窓曉旭滿天明
百丈高高雲雀鳴
懶睡牧童猶不起
嶺頭長畝那時耕
東窓欲白野禽鳴
牧豎尙高鼾鼻聲
嶺外有田長且茂
失時何日更耘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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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류산 양단수를 녜 듣고 이제보니
도화뜬 말근 물에 산영조차 잠겨세라
아희야 무릉이 어디매뇨 나는 옌가 하노라
頭流之下兩端水
昔日曾聞來此新
波淨桃花山影蘸
人間此地武陵春
頭流山下兩湍水
昔日曾聞今始看
泛泛桃花山影倒
武陵疑是在斯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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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화(蓼花)에 잠든 白鷗 선잠 깨어 날지마라
나도 일없어 江湖客이 되었노라
이후는 찾을 이 없으니 너를 좇아 놀리라
蘆花深處白鷗眠
見我休驚飛去翩
我亦江湖無事在
閒情爾與我同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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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지척이면 천리라도 지척이요
마음이 천리라면 지척도 천리로다
우리는 各在千里지만 지척인가 하노라
有信天涯同咫尺
無情對面卽千里
遠近元來只在心
兩鄕雖隔心相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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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는 靑山이요 態없는 유수로다
값 없는 靑風이요 임자 없는 明月이로다
이중에 병 없는 이 몸이 分別없이 늙으리라
無語靑山汗漫水
靑風明月不論錢
閒中身世渾無事
無是無非便是仙
無語靑山無態水
淸風無價月無主
心無分別身無病
判老只歡無衆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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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가자 울고 님은 잡고 울고
석양은 재를 넘고 갈 길은 천리로다
저 님아 가는 날 잡지 말고 지는 해를 잡아라
征馬蕭蕭頓碧蹄
人情揮淚手重携
請君莫挽吾行住
挽住峰頭白日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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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옛 등걸에 춘절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一樹窓梅古古楂
可憐春色入山家
向陽應着前開處
白雲紛紛花未花
一樹槎枒鐵幹梅
犯寒年例東風回
舊開花想又開着
春雪紛紛開未開
春風回到老楂梅
端合舊枝花發來
卽看春雪紛紛下
難料如今開不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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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랑이 최경창에게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
자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가 여기소서
翻方曲 최경창
折楊柳寄與千里 산버들 가지 꺾어 천리 길 떠나는 님에게 보내니
人爲試向庭前種 주무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須知一夜生新葉 밤비에 새잎이 돋아나거든
憔悴愁眉是妾身 초췌해진 나인 줄 아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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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노라 저 禪師야 關東風景 어떻더냐
명사십리에 해당화 붉었는데
遠浦에 兩兩白鷗는 飛踈雨를 하더라
關東風景問如何
山僧向我說依俙
明沙十里棠花外
夕陽踈雨鷺雙飛
問爾禪師暫語余
關東風景近何如
明沙十里海棠發
遠浦白鷗飛雨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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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서거라 너 가는 데 물어보자
손으로 흰 구름 가리키고 말 아니코 간다
杲峴
橋邊絺納影過徐
借問禪師何所去
錫杖悠然終不語
踏苔笑指雲生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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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쉬어 넘는 고개 구름도 쉬어 넘는 고개
山진이 水진이 海東靑 보라매 쉬어 넘는 高峰長城岑 고개
그 너머 님이 왔다 하면 나는 아니 한번도 쉬어 넘어 가리라
風停雲歇海靑休
天半高峰嶺上頭
若道情人那邊在
我行應不少遲留
風憩雲留嶺上頭
蒼鷹欲度亦應愁
如聞嶺外君來住
判不吾行一刻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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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불지를 마라 휘어진 정자나무 잎 다 떨어진다
세월아 가지 마라 장안 호걸이 다 늙는다.
백발이 네 짐작하여 더디 늙게 하여라
風兮莫吹木葉落
日月莫逝父母老
葉落猶可明春生
父母一老不復少
凉風淅淅且休吹
落盡亭皐綠葉枝
流光冉冉且休去
老盡長安年少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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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켜 있는 촛불, 누구와 이별하였기에
겉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속이 타들어 가는 줄을 모르는가?
저 촛불도 나와 같아서 속이 타는 줄 모르는구나.
空閨一點彼紅燭
誰與相離訴恨緣
零淚不知心自燃
可憐恰似我情曲
房中紅燭爲誰別
風淚汍瀾不自禁
畢竟怪伊全似我
任情灰盡寸來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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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이 잦아진 곳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디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白雪萬壑雪盈堆
有信梅花何處鬨
消息茫然無處問
斜陽佇立獨徘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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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九十春光에 짜내나니 나의 시름
누가 綠陰芳草를 勝花時라 하던가
鸎作金梭柳作梭
三春織出我愁思
誰謂芳草綠陰節
勝似東風花發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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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이 貴타한들 이내 몸에 비길소냐
蹇驢를 바삐 몰아 고산으로 돌아오니
어디서 급한 비 한줄기에 出塵行裝 싯괘라
功名富貴此身微
策蹇怱怱故里歸
一陣何來江上雨
無情濕盡出塵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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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렸더니
내 심은 탓인가 기다려도 아니온다
무심한 일편명월이 빈 가지에 걸렸어라
早從窓外碧梧栽
留待他時鳳鳥來
鳳鳥不來梧已老
至今片月影徘徊
庭畔植此碧梧樹
欲見鳳凰來過遊
長待鳳凰終不至
一片明月掛枝頭
窓前種得碧梧柯
愛看秋宵月影多
獨奈愁人無夢處
踈踈滴滴雨聲何
手種碧梧桐一樹
意中要見鳳凰遊
緣吾苦待不來到
明月空懸枝上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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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살랑이고 달도 지는 어스름 밤
끝내 아니 올 줄 번연히 알건마는
오히려 문 닫아걸진 차마 못하는 이 마음
待情人 경성녀
春風忽駘蕩 봄바람 문득 불고
山日又黃昏 산 너머로 해는 또 지네
亦知終不芝 못 오실 님인 줄 알지만
猶自惜關門 문 닫아걸기 안타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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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소리 들리는 절이 멀다한들 그 얼마리
靑山之上이요 白雲之下이건만은
그곳에 白雲이 잦았으니 아무 덴 줄 몰라라
一杵霜鐘寺近遠
聞聲忖寺去無深
靑山之上白雲下
認且茫然何處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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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에 섰는 백로 벽파에 씻어 흰가
네 몸이 저리 흰들 마음조차 흴소냐
만일에 마음이 몸 같으면 너를 좇아 놀리라
江上虛舟佇立鷺
問渠日浴碧波無
如令心地如身白
與爾相從日夜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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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映樓 비 개인 후에 白雲峰이 새로워라
桃花 뜬 맑은 물이 골골이 솟아난다
아희야 武陵이 어디메뇨 나는 옌가 하노라
山映樓頭春雨歇
白雲峰色不勝新
欲問武陵何處是
桃花流水卽如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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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물 아니로다
주야로 흐르거든 옛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아 가고 아니 오는구나
太古靑山水不然
晝宵奔汨百千年
幾多人傑如流水
一去無回堪可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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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山村)에 눈이오니 돌길이 묻체세라
시비(柴扉)를 열지마라 날찾으리 뉘이시리
밤중(中)만 일편명월(一片明月) 긔벗인가 하노라
雪積山村石逕埋
柴扉自掩少人來
中天一片玲瓏月
爲我親朋夜夜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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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에 밤이 드니 먼데 개가 짖는구나
柴扉를 열고 보니 하늘 차고 달이로다
저 개야 공산 잠든 달을 짖어 무엇 하리오
山村夜入聞尨吠
開了柴扉遙望時
知是寒天只有月
空山宿月吠何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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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巖穴)에 눈비 맞아
구름 낀 볕 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진다 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三冬衣葛棲岩穴
曾未向陽晒雨雪
聞說西山日已昏
不禁涕淚空鳴咽
處士平生一褐衣
惟將巖壑樂烟霏
自由陽春寡和曲
希音長伴短筇揮
梅萼非關凍雪肥
寒松那復借春輝
貞姿尙有傾葵志
日落西山淚滿衣
飮水茹蔬道不饑
誰知山玉自生輝
百年梅壑眞同調
愛把幽貞爲發揮
謫來僑得舊墟遊
處事淸風歲幾周
巖上矮松今尙在
高歌一曲自生愁
三冬無褐且無衣
巖穴多沾雨雪霏
雲掩寒暉雖未見
西山日落淚堪揮
凍臥寒巖雪砭肥
平生不識翳雲暉
西山日落猶含痛
長樂何人咤紫衣
窮廬黃馘凍兼饑
巖穴平生不見暉
葵藿物性猶未奪
悲歌激烈淚堪揮
葵藿微誠猶向日
何心膚敏祼將周
懈菴徵士哀歌響
千古箕邦志士愁
巖穴三冬一布衣
寒天雨雪亂霏霏
漏雲殘照雖未曝
日落西山淚堪揮
愛君素性同葵藿
持服行喪歲幾舟
日落泣墳歌兩闋
使人鳴咽使人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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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 지저귀니 날 밝은 줄 알고
一壺酒 곁에 놓고 三尺玄琴 戱弄하니
이윽고 한가한 벗님네는 나를 찾아 오더라
山鳥無端處處啼
困眠方覺更依迷
弄琴一闋傾壺酒
時有閒朋自水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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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醉興에 겨워 나귀 등에 실었더니
십리 溪山이 夢裡에 지났었다
어디서 數聲漁笛이 잠든 나를 깨우는가
夕陽醉興不勝盃
身載靑驢半是頹
十里溪山和夢過
一聲漁笛嗄醒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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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에 눈이 오니 가지마다 꽃이로다
한 가지 꺾어 내어 님 계신 데 보내고저
님께서 보신 후에 녹아진들 어떠리
松樹枝枝出六花
擬將一朶送君家
如今得入吾君手
然後消融且奈何
雪積松林樹樹花
貞姿聖質與誰賞
折寄伊人倘一看
這時消化了無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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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산 바라보며 夷齊를 한하노라
주겨 죽을진들 採薇도 하는것가
비록 푸새엣 것인들 긔 뉘 땅에 났나니
擡頭一望首陽山
却憶李齊恨萬般
寧死何心薇採採
那曾寸草漏周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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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醉하거늘 松根을 베고 누워
저근덧 잠들어 꿈 깨어 돌아보니
明月이 遠近芳草에 아니 비친 데 없더라
醉枕松根臥
覺來仍忘返
忽然望江村
明月不遠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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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을 경영하여 草廬 한 칸 지어내니
半間은 청풍이요 半間은 명월이라
江山을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十年經營一間廬
半間淸風半間月
獨有江山無入處
四圍置之眼前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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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 분 곧 아니시면 이몸이 살았을까
하늘같이 높고 큰 은덕을 어디대어 갚사오리
父兮生我母兮育
不有雙親孰止慈
鳴呼罔極如天德
其奈無緣報答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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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살아실 때 섬길 일을 다하여라
돌아가신 후에 애통한들 무엇하리
평생에 다시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親在當然事盡誠
異時追悔恨難平
悠悠風樹無窮感
一失平生難再更
親年脩短有誰知
先事生前是謂孝
也識世人難再事
春暉報得寸心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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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비온 후에 석류꽃이 다 피었다
芙蓉塘畔에 水晶簾을 걷어두고
눌 향한 기픈 시름을 못내 풀려 하느뇨
前宵臥聽雨聲流
開盡堦邊安石榴
簾掛芙蓉堂上月
與誰今夕作淸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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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約이 늦어가니 碧桃花도 다 지겠다
아침에 우는 까치 유신(有信)타 하랴마는
그러나 경중아미(鏡中蛾眉)를 다스려 볼까 하노라.
佳期晼晩春將暮
看看桃花已盡飛
朝鵲俄鳴雖未信
聊爲鸞鏡理蛾眉
與君言約晩違時
庭畔梅花盡落枝
朝日鵲鳴知有信
試將寶鏡理蛾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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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불던 바람 江湖에도 불었던가
만강강자(滿江舡子)들이 어이구러 지내연고
山林에 누운 지 오래라 소식 몰라 하노라
昨夜江湖風定多
滿汀舟子竟如何
山林獨處無人到
消息而今莫揣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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力拔山 氣蓋世는 초패왕의 버금이요
秋露絶 烈日忠은 오자서의 우희로다
千古에 늠름장부는 壽亭侯인가 하노라
覇王氣力難爲伍
子胥貞忠不堪儔
凜凜丈夫誰是最
千秋唯有壽亭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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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싸움터 푸른 풀은 봄마다 새롭건만
비바람에 내맡겨진 이끼 푸른 저 해골은
밤마다 아내 꿈속을 드나드는 임이어라
過㺚川有感 (㺚川을 지나며 느낌이 있어) 윤계선
古場芳草幾回新 옛터에 푸른 풀이 몇 番이나 돋았던가
無限香閨夢裏人 別堂에서 끝없이 꿈속의 님을 그리네.
風雨過來寒食節 비바람 부는 寒食날에
髑髏苔碧又殘春 骸骨에 이끼 파랗게 끼는 또 한 番의 봄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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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에 듣는 빗발 무심히 듣건마는
내 시름 하니 잎잎이 수성(愁聲)이로다
이후야 잎 넓은 나무를 심을 줄이 있으랴.
塞北江南音信斷
思君幾月獨登樓
如今悔種梧桐樹
風雨中宵葉葉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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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다
아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五百年來都邑地 오백년 도읍지를
蕭蕭匹馬夕陽還 쓸쓸히 필마로 석양에 돌아오니
山川依舊人何在 산천은 의구한데 사람들은 어디에 있느냐
一夢泰平烟月間 아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五百年來都邑地
蕭蕭匹馬夕陽還
山川依舊人何在
煙月依俙夢裏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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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원 추야월에 어여쁠손 제갈무후
갈충보국(竭忠報國)다가 장성이 떨어지니
지금에 양표충언(兩表忠言)을 못내 슬퍼하노라
五丈原頭秋月昏
可憐千載臥龍魂
竭忠報國身先死
忍讀如今兩表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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瑤池에 봄이 드니 가지마다 꽃이로다
三千年 맺힌 열매 玉盒에 다마시니
진실로 이것만 받으시면 萬壽無疆 하오리라
瑤池春入碧桃花
三過千年結實嘉
玉盤滿盛雙擎獻
萬壽無疆萬歲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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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리리라
此如何也是如何
萬壽山中葛藟多
我亦同分繁盛色
長緩福履百年過
此如何又彼如何
萬壽山深纏薜蘿
但願吾生亦若此
相扶相結百年過
萬壽山中葛藟生
相縈交結復縱橫
縱敎白骨爲塵土
一片丹心肯變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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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死了此身還死了
縱令死子百餘番
靈魂白骨無耶有
向君一寸丹心存
此身死死百番死
白骨爲塵魂有無
一片丹心只向主
豈將身死可心誣
此身死復死
一百回復死
白骨魂有無
丹心寧改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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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야이셔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百歲此身應有靈
未知來世作何形
蓬萊山頂長松節
白雲乾坤獨也靑
若使吾身死有成
長松可作抱孤貞
蓬萊第一峰頭立
風雪乾坤獨也靑
吾身若變問何從
上上崑崙落落松
雪滿群山天地白
衆芳搖落獨高聳
此身若化物
將化爲何物
崑崙第一峯
落落參天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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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한 병이 되니 술도 약도 쓸데없다
이불 속 혼자 눈물 얼음 밑의 냇물인가
밤낮을 길이 흘러도 아는 이는 없더라
閨情 이옥봉
平生離恨成身病 평생 이별의 한이 병이 되어
酒不能療藥不治 술로도 못 고치고 약으로도 다스리지 못하네
衾裏泣如氷下水 이불 속 눈물이야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과 같아
日夜長流人不知 밤낮을 흘려도 그 뉘가 알아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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梨花에 月白하고 銀漢이 三更인 제
一枝春心을 子規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 못 이뤄 하노라
子規啼 신위
梨花月白五更天 배꽃 피고 달은 밝은 오경의 하늘
啼血聲聲怨杜鵑 피 토하며 우는 두견을 원망하네
儘覺多情原是病 다정도 병이 됨을 비로소 깨달으니
不關人事不成眠 세상 일 무심한데 잠 이루지 못하네
月白梨花銀漢傾
春心惱然子規聲
多情自是無何症
轉輾深更眠不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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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노매
春思 이매창
東風三月時 봄바람 불어오는 삼월 어느 때
處處落花飛 곳곳에 흩날리는 떨어진 꽃잎
綠綺相思曲 거문고로 상사곡을 타보나
江南人未歸 강남 간 내 님은 오지를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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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돌아와 윤선도
인간 세상에는 참된 벗이 적다마는
속세를 떠난 곳엔 동지도 많을시고
어즈버, 산새, 산꽃이 다 내 벗인가 하노라
人寰知己少
象外友于多
友于亦何物
山鳥與山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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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둘가 셋가 이몸이 네다섯가
빌려온 인생에 꾸어온 몸 가지고서
평생에 살을 일만 하고 언제 놀려 하나니
非二非三生
無四無五身
生借身是夢
遊戱在何辰
人生不二又不三
此身非四亦非五
借來人世夢中身
何以不樂長憂苦
一度人生還再否
此身能有幾多身
借來若夢浮生世
可作區區做活人
人生非二身非四
借寄人間夢裡身
役役平生爲産業
何時欲作勝遊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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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이 人이라 한들 人마다 人이랴
人이 人이라사 人이 人이니라
진실로 人노릇 하랴 하면 反求諸己하여스라
人世人多豈盡人
人能人道乃爲人
求諸己也備人道
不必勞勞遠訪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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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刻이 三秋라 하니 열흘이면 몇 三秋요
제 마음 즐겁나니 남의 시름 생각하랴
가뜩에 다 썩은 肝腸이 봄눈 스듯 하여라
思君一刻抵三秋
若到一旬秋幾周
肝腸銷盡如春雪
渠自樂心忘我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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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얄미울 손 거미 외에 또 있는가
제 배알 풀어내어 魍魎(망량) 그물 널어두고
꽃 보고 춤추는 나비를 다 잡으려 하더라
蜘蛛網 윤증
蜘蛛結網罟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있네
橫截下與上 옆으로 아래위로 치고 있네
戒爾蜻蜓子 잠자리 너에게 경고하노니
信勿簷前向 절대로 처마 끝엔 다가서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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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백 년 산들 그 아니 초초한가
초초한 부생(浮生)이 무슨 일을 하려 하여
내 잡아 권하는 잔을 덜 먹으려 하는가
定使百年住
豈非草草過
草草百年內
君今不飮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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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그리워하는 상사몽이 귀뚜라미의 넋이 되어
기나긴 가을 깊은 밤에 임의 방에 들었다가
나를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 볼까 하노라
阿郞不見相思夢
化作寒窓蟋蟀魂
秋夜長長君枕上
啼醒忘我睡昏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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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規야 우지 마라 울어도 俗節없다
울거든 너만 울지 나는 어이 울리는가?
아마도 네 소리 들을 제면 가슴 아파하노라
杜鵑啼(두견제) 崔昌大
春去山花落 봄 가자 꽃도 지는데
子規勸人歸 두견은 사람보고 돌아가라네
天涯幾多客 떠다니는 나그네 몇 사람이나
空望白雲飛 공연히 흰 구름만 바라보는고
子規休哭哭何爲
况復叫聲睡熟時
爾聲觸動儂心事
空使胸懷不勝悲
寄語子規休且哭
哭之無益到如今
云何只管渠心事
我淚翩敎又不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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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집 술 익거든 부디 나를 부르시소
초당(草黨)에 꽃피거든 나도 자네 청(請)하옴세
백년(百年)덧 시름 없을 일을 의논(議論)코자 하노라
春日君家新酒熟
請君須莫忘吾速
草堂花發亦招君
百世無愁相日逐
君家酒熟我須招
花發草堂我亦邀
只把無憂百年事
與君隨處議相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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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건너 일편석은 강태공의 조대로다
문왕은 어데 가고 빈 배 홀로 매였는고
석양에 물찬 제비 오락가락 하노라
瞻彼前山片石嵬
太公昔日釣魚臺
聖人已矣水空在
燕掠斜陽去復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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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雪이 다 녹도록 봄소식을 모르더니
歸鴻은 得意天空豁이요 臥柳는 生心水動搖로다
아이야 새술 걸러라 새 봄맞이 하리라.
積雪已消暖律遲
男兒到此感年時
臥柳動心歸鴈喜
醉餘欲唱迎春詞
雪盡不知春消息
雪鴻得意柳生心
呼兒申囑開蒭甕
滿眼韶光次第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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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앉으랴
솔불 켜지마라 어제 진 달 돌아온다
아해야 탁주산채를 없다말고 내오거라
休煩款待黃茅薦 짚방석 내지마라 대접이 번거롭다
且坐何妨紅葉堆 단풍 위에 앉은들 무엇이 해로우리
豈必松明燃照室 어찌 관솔불 밝혀 방울 비출 건가
前宵落月又浮來 어제 진 달 다시 돌아온다네
呼兒莫須設草筵
滿庭黃葉不妨塵
前宵明月來如約
薄酒山肴詎論貧
落葉堆庭休設筵
明月松火不須燃
山蔬村酒皆眞率
吩咐家偅進客前
落葉眞堪隨處坐
松燈亦復不須燃
分明前夜下山月
又向東山高處圓
---------------
책 덮고 창을 여니 강호에 白鷗 떴다
往來하면서 무슨 뜻 먹었는고
앗구려 공명(功名)도 말고 너를 쫓아 놀리라
讀書窓爲倦書拓
滿地江湖雙白鷗
摒却浮名身外事
一生堪與汝同遊
---------------
靑山도 절노 절노 綠水라도 절노 절노
山 절노 졸노 水 절노 절노 山水間에 나도 절노 절노
그 중에 절노 자란 몸이 늙기도 절노 절노 늙으리라
山是自然水自然
山水之間我自然
自然生長此身世
老了昇平亦自然
靑山終古自然然
綠水如今亦自然
山水中間吾自在
此生老亦自然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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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靑山影裡碧溪水
容易東流爾莫誇
一致滄海難再見
且留明月暎娑娑
靑山影裡碧溪水
日夜莫誇容易流
一到蒼波難復再
且留明月放笻遊
靑山影裡碧溪水
容易休詫去不休
一到滄溟回不得
滿山明月且逗遊
碧溪流水響潺潺
一到東溟不復還
寄語浮生須盡樂
夜深明月滿空山
靑山寫出碧溪水
影入流雲去莫止
一到滄溟難復回
滿空明月古今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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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山아 말 물어보자 古今 일을 네 알리라
萬古 英雄이 몇몇이나 지내었노
이 後에 묻는 이 있거든 나도 함께 일러라
靑山應識古今事
我慾言之爾莫秘
今古英雄幾劫過
後人問我我無異
靑天一片月
我今問一言
萬古幾英雄
吾輩亦何人
知爾靑山閱歷多
英雄從古幾人過
後來有客如相問
並數儂家說與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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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웠난다
홍안을 어데두고 백골만 묻혔는가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퍼하노라
靑草深深眠臥長
埋城白骨換紅粧
而今無復持盃勤
到此如何不永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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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春少年들아 白髮老人 웃지마라
공변된 하늘 아래 넨들 每양 젊었으랴
우리도 少年行樂이 어제런 듯하여라
靑春莫笑白頭翁
公道人間貴賤同
少年那得靑春駐
今白頭翁伊昔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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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 보던 거울 백발에 곳쳐 보니,
청춘은 간데 없고 백발만 뵈는고나.
백발아 청춘이 제 갓으랴 네 쫓은가 하노라
靑春鏡裡舊紅粧
今忽相看白髮長
詎是靑春任自去
知應白髮送春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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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春은 언제 가며 白髮은 언제 오는고
오고 가는 길을 알았던들 막을 것을
알고도 못 막는 길이니 그를 슬퍼하노라
我靑春去與何誰
誰白髮來令我欺
雖欲遮當來去路
知之難禁正堪悲
問誰持我靑春去
何處搜將白髮來
去去來來知未防
祗應此路太公恢
我把靑春去贈誰
誰將白髮送來之
其去其來應有路
此路難遮堪一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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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배 저어 오노라
秋江寂寞夜闌天
波浪風微靜似眠
孤釣垂垂魚不食
無心月色戴空船
浪足秋江夜
投竿魚不來
無心一片月
空載釣船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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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月이 만정한데 슬피 우는 저 기러기
霜風이 일도하면 돌아가기 어려우리
밤중만 중천에 떠 있어 잠든 나를 깨우네
五更秋月滿庭明
悽絶聲聲一雁鳴
何事霜風歸不得
中天使我夢魂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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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산에 눈 녹이는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잠시만 빌렸다가 머리 위에 불게 하여
귀밑에 해묵은 서리를 녹여볼까 하노라
忽然春風過今朝
山頭積雪一時消
安得借爾吹我頂
消盡鬢邊雪白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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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風이 건듯 불어 積雪을 다 녹이니
四面靑山이 옛 얼굴 나는구나
귀밑의 해묵은 서리야 녹을 줄이 이시랴
春風一夜忽吹來
融盡溪庭積雪堆
四面靑山呈舊態
鬢邊霜染倘消哉
忽見東風吹雪消
靑山四面舊顔嬌
怪我髮霜經歲在
看看日益不曾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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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남이건만 어찌 그리 有情한가
만나면 情談이요 못만나면 그리도다
아마도 有情無情키는 사귈 탓인가 하노라
知舊本非我黨親
如何情誼日相新
逢焉欣滿離焉悵
祗是難忘是故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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泰山에 올라앉아 四海를 굽어보니
天地四方이 훤출도 한저이고
丈夫의 浩然之氣를 오늘에야 알괴라
泰嶽高登望四海
東西南北總恢恢
丈夫自有浩然氣
今日方知善養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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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泰山萬丈雖高也
視彼蒼天猶在下
不息登登理不難
今人何多抛棄者
泰岳雖高是亦山
登登不已有何難
世人不肯勞身力
只道山高不可攀
泰岳雖高天低在
登登未有未登山
世人渠自不努力
謾道崔嵬莫可攀
巖巖泰嶽縱云高
只在人間天下高
登必登處應皆到
人自不登只謂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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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沙에 落雁하고 江村에 日暮로다
漁舡도 돌아들고 白鷗 다 잠든 적의
빈 배에 달 실어 가지고 江亭으로 오노라
汀樹冥冥起暮烟
漁船回泊白鷗眠
誰家載酒風流客
尋我蘆洲月午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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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때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閑山島月夜悠悠
獨坐悄然古戌樓
斜倚大刀長嘯發
一聲胡笛使人愁
閑山孤島月滄茫
獨倚樓船夜正長
眠看寶刀愁不寐
一聲羌笛斷吾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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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막대 들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擬將兩手持笻棘
勿使老侵須防塞
白髮何由早夙知
却從捷徑來相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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寒松亭 달밤의 경포대에 물결 잔잔하고
有信한 백구는 오락가락 하건마는
어이타 우리 님은 가고 아니 오는고
閑松亭外月初明
鏡浦臺前波始穩
生憎白鳥雙雙飛
何事王孫去不返
한송정곡(寒松亭曲) - 장연우(張延祐)
月白寒松夜 한송정 밤에 달은 희고
波安鏡浦秋 경포의 가을 물결은 잔잔
哀鳴來又去 갈매기 슬피 울며 오가는데
有信一沙鷗 소식 가져왔나, 모래사장 깃드는 한마리 갈매기여
---------------
한숨은 바람이 되고 눈물은 細雨 되어
님 계신 窓 밖에 불면서 뿌리고자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볼까 하노라
嘆成一陳風凄凄
淚作千行雨惻惻
風吹雨洒綺窓前
半夜敎君眠不得
珠淚漣漣要作雨
且將歎息化爲風
夜到窓前吹且灑
驚他忘我熟眠中
淚成細雨喟生風
취灑君邊窓外桐
應爾無情能穩夢
攪來要使我懷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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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바람에 곡우 비 흐뭇 내리더니
뺨을 비비며 물고기 떼 여울에 갓올랐다
아이야 그물 성기게 떠라 작은 고기 걸릴라
歸田結網 신익성
寒食風前穀雨餘 한식 바람 앞세워 곡우 비 풍족하니
磨腮魚隊上灘初 물고기 떼 뺨을 비비며 여울을 막 오르는구나.
乘時盡物非吾意 기회를 타서 고기를 모두 잡는 것 내 뜻은 아니니
故使兒童結綱疎 아이를 시켜 일부러 성긴 그물을 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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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곡(黃山谷) 돌아들어 이백화(李白花)를 것거쥐고
도연명(陶淵明) 찾으리라 오류촌(五柳村)에 들어가니
갈건(葛巾)에 술듣는 소리는 세우성(細雨聲)인가 하노라
黃山谷裏去尋芳
李白花枝入手香
五柳先生巾漉酒
聽來還似雨䨦䨦
䨦䨦 pangoang11, (눈이) 펑펑 내리는 모양
滂沱 pangtuo12,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모양
黃山谷裏蕩春光
李白花枝手折將
五柳村尋陶令宅
葛巾漉酒雨浪浪
黃山谷裏入逶迤
李白花枝手堪持
五柳村尋陶令宅
葛巾漉酒雨聲疑
騎得浩然驢子行
柴門五柳訪淵明
葛巾漉酒眞堪聽
恰似前村細雨聲
三春澹蕩黃山谷
一朶嬋姸李白花
漉酒聲聲春雨滴
門前五柳先生家
澹 dan4, 편안하다, 조용하다
黃山谷裡好春時
李白花枝手折持
五柳村前訪陶令
葛巾漉酒兩聲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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興亡이 有數하니 滿月臺도 秋草로다
오백년 都業이 牧笛에 부쳤으니
夕陽에 지나는 客이 눈물겨워 하노라
興亡有數古猶今
滿月荒臺秋草深
五百年空聽牧笛
夕陽過客淚盈襟
興亡有數半千年
滿月臺空秋草芊
王業如今寄牧笛
斜陽歸客淚沾巾
芊 qian1, 초목이 무성하다 = 芊芊
興亡有數水流行
滿月臺空秋草荒
五百年來王業事
夕陽牧笛客心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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