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6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
이 자매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습니다. 세 자녀의 육아 대부분을 그녀 혼자 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리, 청소, 빨래, 아이들 숙제 도와주기, 아이들 등하교 운전 등 모조리 자기가 도맡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집 남편은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고, 요리나 청소도 해주던데 자기 남편은 전혀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자매의 불만은 정당할까요?
그런데 남편의 건강이 안 좋아졌고,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계속 누워있으며 투병하는 남편을 통해, 이 자매는 불공평한 역할 분담을 다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아프기 전까지 잔업을 많이 하면서 넉넉한 수입을 가져다준 남편이었습니다. 또 고장난 집 안 수리는 늘 남편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나 아프고 나서, 수입이 끊기고 청구서가 쌓여만 갔습니다. 여기에 고장난 가전제품에 막막해 하면서 남편이 이제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님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누가 더 일을 많이 하는지, 누가 더 힘든지, 또 옳은지 그른지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상대방은 내가 해야 할 몫을 대신 해주는 고마운 존재임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다른 남편은 안 그런데, 다른 아내는 안 그런데….’라며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아내, 내 남편, 내 친구, 내 자녀, 내 부모…. 이 모두가 자기의 큰 몫을 대신해 주는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 고마움을 갖지 않으면 불평의 크기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과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몫을 대신해 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보고 있습니까? 이런 사람만이 감사의 삶, 기쁨의 삶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백인대장이 예수님을 찾아갑니다. 자기 노예가 병들어 죽게 되었는데 살려 달라는 청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가려고 하자, 친구들을 보내어서 이렇게 아룁니다.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루카 7.6.7)
한 말씀만으로도 충분히 종이 나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자기 몫을 대신해 주실 수 있는 분은 주님뿐이라는 믿음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는 백인대장의 뜻대로 노예가 건강하게 되었습니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면서 자기 행복의 크기를 잽니다. 그러나 이렇게 주님께 맡길 수 있는 사람은 굳이 그 크기를 재지 않습니다. 주님 안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명언: 화가 나면 열까지 세고 상대를 죽이고 싶으면 백까지 세라(토머스 제퍼슨).
사진설명: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