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문학회에서 주관하는 골굴사 템플스테이 문학 기행을 1박2일로 다녀왔다. 지난 토요일 3대의 차량에 분승하여 출발하였다. 봄바람에 휘날리는 깃발처럼 우리의 마음은 휘날렸다. 펄~럭, 펄르럭, 펄펄~ 펄르럭, 마음깃발이 세차게 휘날린다. 기대에 부푼 한켠의 마음은 풍선이 되어 둥실둥실 피어오른다.
우리는 읍천에 들린다. 그곳에서는 해녀와 아주머니들이 미역 채취와 말리기 작업에 분주하였다. 지나가다 귀다리 하나 얻어먹을 마음으로 "수고 합니다. 귀 다리 하나 얻어먹을 수 있을 까요?" 하니 아주머니 무표정한 얼굴로 침묵하다 미역줄기 하나 쭉 내민다. 하나 얻어먹고 귀찮으니 저리 가라는 것인지. 귀한 것 하나 먹어보라는 착한 마음인지 알 수가 없다. 하나 얻어 서 있으니 한 묶음의 미역 줄기를 듬성 잘라 옆 동료에게 덥석 준다. 그제야 진심어린 건네줌인 것을 알고 인심 좋은 어촌임을 느낀다. 넓은 바다를 벗 삼아 사는 사람들이 옹졸한 마음을 가질리가 없다. 도시 사는 깍쟁이 들이나 그렇지. 잠시 오해였다. 모두다 귀 다리나 미역줄기를 입에 베어 물고 우물거리면서 걸어간다. 어촌 아주머니, 할머니의 미역 말리기 작업 수고와 풍성함을 주는 바다에 감사한 마음 느끼면 주상절리가 있는 곳을 향한다.
해파랑 길을 따라 도란도란, 유머를 섞어 가면 경쾌하게 걷는다. 모두가 함박웃음이 터지고, 햇살만큼이나 화사한 웃음이다. 흔들흔들 구름다리를 지나고, 쪽빛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포토 존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인물 사진도 찍는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평온, 침묵, 고요, 아련함, 엄마의 젖가슴, 풍성, 등이 연상된다. 오늘 만큼은 고통을 몰아오는 바다가 아니었다. 파도는 새끼사자가 엄마사자에게 장난치듯 부드럽게 바위에 와 안기고 부딪혔다. 서로 아껴주는 듯 다정다감하고, 깊은 이해심으로 만나는 평화의 바다였다.
더 지나가니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가 나타난다. 눈에 들어온 순간 와~. 신의 걸작품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신이 빚어 놓은 거대한 설치 예술은 위대하였다. 손도, 도구도 없는 신은 ‘수리수리 마수리 사바하’ 마술로 걸작을 만드는 것일까. 정교한 사각형 긴 돌을 장작을 재어 놓듯 가지런히 부채꼴 모양을 만든 신의 작품을 보는 내내 감동이 가슴으로 밀려왔다. 보는 사람 모두 다 신비로운 모습에 감탄을 연발한다.
다시 주차한 해변 마을로 되돌아왔다. 해변 마을 벽에는 예쁜 색상으로 서정적 그림들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는 그림, 꽃을 수놓은 모습, 아동들의 천진난만, 평화로운 어촌의 픙경...등 수채화 같은 그림이 벽마다 그려져 있다. 회색 담벽이었다면 삭막함을 느낄 블록 벽들이 예술로 승화되어 생활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벽화를 보면서 작품을 만든 작가의 수고도 생각해 보았다. 그림이 있는 마을은 훨씬 다정하게 보였고, 낭만이 있는 해변 마을로 다가왔다. 창문이 그려진 벽화와 해 뜨는 풍경 그림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다. 다시 한 번 마을 전경에서 예술 향취를 느껴본다.
문무대왕 수능이 있는 대본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다. 점심으로 회와 소주가 나왔다. 소맥으로 시원히 넘기는 목은 상쾌했다. 상추에 초장을 바른 회와, 마늘, 된장으로 싼 쌈을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환상적 맛이다. 오물오물, 우물우물, 조물조물 씹어서 넘기는 맛은 일품이다. 영양소가 담뿍 들은 싱싱한 활어 회와 햇살을 머금은 상치는 입 안 가득 싱그럽다. 단백하고, 맛나고, 꿀맛이다.
그렇게 점심을 먹은 후 오후 햇살을 받으면 느긋한 드라이버로 기림사로 향한다. 기림사에 도착해 경내를 둘러본다. 금빛 찬란한 부처가 모셔져 있고, 초파일 준비를 위해 등줄이 쳐져있다. 머리를 삭발한 스님들이 보이고, 사찰 주변에는 큰 나무들이 버티고 서있다. 그 모습이 여는 절과 크게 다를 게 없다. 풍경소리 땡그랑 거리고, 화려한 단청으로 단장한 건물들, 석가모니 상.... 우리는 큰 감흥 없이 고요와 평화로움만 가슴에 담은 채 골굴사로 향했다.
골굴사에 2시30분경 도착하였다. 우리는 대적광전으로 향하였다. 그 앞에서는 3시부터 선무도 공연이 있다. 선무도는 신라 때 스님들이 화랑도에게 가르치던 무술이란다. 손을 내지르고, 발이 돌아가고, 옆차기가 오고 가고, 덤블링이 있고, 휙휙 바람처럼 하늘을 가른다. 유연한 요가자세를 하고, 무용, 탈춤, 창(唱)도 한다. 이 공연만큼은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무술을 배우는 사람 중에는 외국 수행자들도 많다. 우리나라보다 외국에 더 알려진 느낌이었다.
관람 후 절벽에 있는 마애석불로 향한다. 9세기경 조성된 석불로서 보물 581호이다. 저 높은 절벽에다가 저렇게 큰 석불을 어느 석공이 쪼아서 만들었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까? 어떤 안전장치를 하였을까? 왕명에 의해서 했을까? 스스로 불심에 감명 받아서 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우리는 난간 안전장치가 있는데도 다리가 후들거려 걸어가기도 힘든데 이 높은 곳에다 불상을 만들다니 놀랍다. 부처님의 위대함도 존경스럽지만 1200년 전 변변찮은 장비로 생명을 걸고 작품을 만들어 간 석공에 대해 무한한 존경심이 우러났다. 두려움과 힘든 수고의 땀이 석공의 이마에 송송 맺혀 환상으로 다가왔다. 석불의 온화한 미소는 그런 억겁 같은 수고가 있었기에 탄생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저녁 공양 후 우리는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결혼 제도, 사랑에 대해서, 시낭송, 고운 노래 부르기, 삶의 철학적 사유,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꿈나라로 들어가고, 새벽이 왔다. 게으른 사람은 아침 예불과 발우 공양을 하지 못했다. 새소리 들리고 햇살이 창문에 비쳐져서야 눈을 비비면 일어난다. 주지스님과의 차담을 나누기 위해 급하게 세면을 하고 그분이 게신 곳으로 향한다.
주지 스님은 차를 나누면서 곳곳에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절을 찾는 사람들이 아~~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도록 하였단다. 주지 스님 이야기에 의하면 20년 이상을 템플스테이를 해오고 있고, 선무도를 관광 자원화 하고 있었다. 절 뒷편 남근바위와 여궁 이야기에서는 음양의 조화와 우주(?)를 느낄 수 있었다. 남근 바위에 기도 후 득남을 많이 하였다는 이야기는 절 주변에 널리 회자되는 이야기란다. 동아(진돗개 이름)가 20년 살다가 죽어 보살로 승격시키고, 개 무덤을 만들고 제사를 지내준다는 이야기에서는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축생하나도 소중하게 여기는 생명 사상을 엿볼 수 있었다. 차담 후 경내를 산책하면서 발우공양 시 고춧가루나 건더기가 있으면 공양 후 모아둔 청수(밥그릇 씻은 후 모은 물)를 나눠마셔야 한다는 비위생적 이야기에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이제는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절을 떠나야 할 시간 점심을 감포에서 먹기로 하고 우리는 그곳을 떠나왔다, 절경에 위치한 00팬션에 들려 차를 마신 후 바다를 바라보았다. 언제 보아도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절경은 예술이다. 바다는 한없이 멀었고, 한척의 통동 배는 바다 가운데 외로이 떠 있었다. 평화롭게 다가오는 파도는 친근하다. 아름다운 절경을 침묵 속에서 감상해본다. 너무 아름다워서 아려오는 풍경이었다. 절경에 빠져 마음을 바다에 잠시 내려놓았다. 무아지경 나는 없었다. 마음을 다시 가슴에 담고 점심이 준비된 물 횟집으로 향하였다. 그 곳에서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각자 갈 곳으로 석별의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갔다. 끝
첫댓글 좋은 프로그램은 혼자 즐기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시원한 바다내음이 느껴지는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