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선생님과의 인연은 눈높이문학회 때부터 시작되었어요. 제3회 눈높이문학상을 받고, 눈높이문학회 활동을 시작했을 때 조대현 선생님은 대한민국의 최고 동화작가로 왕성한 창작활동과 더불어 각종 심사를 도맡아 하셨지요.
꼿꼿하고 단단하신 선비 동화작가 -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어요.
만나면 늘 작품 얘기를 해주시고 다정하게 조언해 주시던 선생님께서 벌써 여든 다섯이시라니...
찾아뵈어야지 뵈어야지 하면서 이러저러 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오늘 드디어 찾아뵈었습니다.
어찌나 반가워하시는지요.
먼길 왔다고 또 어찌나 미안해 하시는지요.
전철 타고 한 시간 반이면 오는 거리가 무에 멀다고 그동안 실행 못한 건지 제 자신이 원망스럽고 부끄럽기까지...
만나면 늘 작품 얘기부터 물으시는 선생님.
김작가는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신다며 칭찬해 주시고.
저는 사실 선생님께 책을 안 보내드렸어요. 그랬더니 제가 영 글을 안 쓰는 줄 아시는 듯하네요.
소장하고 있던 책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다 기부하셨다는 소식에 혹시 책 보내는 게 민폐가 아닐까 하여 안 보냈는데
이제라도 보내드려야겠어요.
지팡이 짚고 새절역 근처까지 걸어오셔서
그 근처 음식점에 가서 불고기를 먹기로 했어요.
선생님께서 사주신 불고기...
근처 어디 가서 차를 마실까 했는데 저희들이 사갖고 간 선물 때문에(김작가는 쇠고기, 저는 홍삼스틱)
선생님 집 앞까지 들어다 드리기로 했어요. 제법 무게도 나가고 부피도 커서 선생님이 들고 가시기엔 무리였거든요.
어쩔 수 없이 선생님 댁까지 가게 됐네요.
오래된 이층 양옥집.
그 시절, 우리가 살고 싶어했던 집...
정갈한 뜰
들어가는 입구부터 어찌나 정갈한지요.
집안으로 들어선 순간!
사모님의 취향이 드러난 수집품들...
먼지 한 톨 없어요.
사모님은 복지관에 다니신다고 하네요.
조대현 선생님을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한 글귀가 있을까요?
섬세하시고
든든하시며
온화하시고
존경스러우신
우리 할아버지
이번에는 2층 서재로 가보았습니다.
선생님이 직접 구경시켜 주셨어요.
작가의 서재
아침이면 늘 신문부터 읽으신다고 하시네요.
주인 닮아 깔끔하고 정갈하게 정리된 책꽂이
선생님께서 자꾸 차를 주신다고 하셔서(사실은 대문 앞에서 물건만 전해 드리고 가려고 했는데 어떻게 집안까지 들어오게 되었어요)
얼른 셀카부터 찍었어요.
사모님이 계셨다면 부탁 드렸을 텐데...
피아노 의자 위에 휴대폰 놓고 찰칵!
집을 나서려는데 마침 사모님이 오셔서 인사 드리는데
나이보다 훨씬 멋지시고 젊으셨어요.
직접 운전하고 복지관 다니신다고 하시네요.
부랴부랴 집을 나서서 새절역으로 가고 있는데
그 뒤를 또 부랴부랴 선생님이 쫓아오셔서 깜짝 놀랐어요.
"선생님, 왜 오셨어요?" 하니
"인사를 제대로 못했어요. 먼데까지 왔는데..."
그리곤 우리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서서 지켜보시는데....마음이 울컥.
많이 외로우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튼, 오늘의 만남은 보람 있고 기쁘고, 잘한 일이었어요.
형편 되는 대로, 시간 되는 대로 원로작가 선생님들 찾아 뵙는 거 참 좋은 일 같아요.
첫댓글 집행부 시절의 회장님이신 조대현 선생님을 찾아뵙고 싶어도 혼자 가긴 왠지 어렵고 뻘쭘한데 선생님과 함께 동행하게 되어 너무 좋았어요. 해야 할 숙제를 이제 한 것 같아요. 오늘은 이 일 하나로 충만한 하루였네요.
예, 저도 뿌듯합니다^^
저도 혼자는 못가죠.ㅋ
曺. 저도 저 조예요. 그래서 조대현 샘이 드물다고 반갑다 하셨는데...
저랑 통화하는데 김경옥을 자꾸만 조경숙이라고...
@바람숲 엥? 아니 왜... 저는 책도 한 번 보내드린 적 없는데...
@산초 나도 모르겠어요.ㅋㅋ
잘 찾아뵈었네요ㅡ
예, 선생님도 엄청 반가워하셨어요^^
늘 마음에 계신 우리들의 회장님이세요.
저도 찾아뵙고 싶었는데 시간만 흘렀네요 ^^;;;
우리들의 회장님^^ 엄청 반가워하셨어요. 샘도 한번 찾아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