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딸과 손녀 사이에서 우째야 할지
무임금 노동도 이만하면 상노동이건만, 이마저도 일주일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날 판이다. 나에게 씌워진 죄목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딸아이의 엄명을 어긴 '배부른 죄'다. 제 엄마는 애들 건강이며 몸매를 생각해서 밥그릇을 엄격히 단속하는데, 할미 마음이 어디 그런가. 딸의 당부는 헌신짝처럼 던져두고 "더 먹어라, 많이 먹어라" 하며 평소의 두 배를 먹여댔다. 돌보미 임기가 끝날 때쯤이면 손녀들 얼굴이 보름달 같은 찐빵이 될 게 불 보듯 뻔하니 딸의 눈총이 무섭긴 하다. 그래도 복스럽게 오물거리는 그 입을 보고 있자면 숟가락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이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두 번째 죄목은 좀 더 묵직하다. 공부 잘하던 큰손녀 다은이가 난데없이 대학 대신 할배의 ‘청풍명월 꿀이장네 농장’을 물려받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딸은 분명 내가 손녀 귀에 대고 농장 자랑을 얼마나 늘어놓았기에 애가 영농후계자가 되겠다고 나섰느냐며 화살을 내게 돌릴 게 분명하다. 정작 나도 손녀의 야무진 계획을 듣고 입이 떡 벌어졌는데 말이다.
다은이의 설계는 치밀했다. 할아버지의 농장을 주말농장으로 탈바꿈하고, 집을 더 지어 도시 사람들이 쉬어가는 쉼터를 만들겠단다. 직접 농산물을 수확해 식사하게 하고 개울에서 다슬기도 잡아서 대접하겠단다. 나중에 유명해져서 방송 인터뷰라도 하면 "할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젊은 나이에 산골로 왔다"고 멋지게 말하겠다며 눈을 반짝이는데, 그 기특하고 당돌한 포부를 듣고 있자니 속이 복잡해진다.
실컷 도와주고도 딸에게 대역죄인이 될 판이라 난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추위에 학원을 다섯 개씩 도는 손녀가 안쓰럽기 그지없다. 어차피 산골 아가씨가 될 거라면 저 고생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가도, 아이의 앞날을 생각하면 "제발 그 꿈 다시 생각해 보면 안 되겠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2. 딸(엄마)의 일기: "친정엄마는 대체 왜 그러실까?"
오늘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한숨부터 나왔다. 다은이 얼굴이 일주일 사이에 정말 찐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애들 건강 생각해서 그렇게 당부했건만, 엄마는 오늘도 "애가 복스럽게 먹는데 어떻게 굶기냐"며 내 속을 뒤집어 놓으신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밥이 아니었다. 다은이가 갑자기 대학을 안 가고 아빠 농장을 물려받아 '영농후계자'가 되겠단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공부도 곧잘 하던 애가 갑자기 웬 산골 농장주?
보나 마나 엄마가 다은이 옆에서 농장 자랑을 늘어놓으신 게 분명하다. 학원 다섯 개를 보내며 애 앞날을 설계하고 있는 내 노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엄마한테 화를 좀 냈더니 서운해하시는 눈치라 마음은 안 좋지만, 이번 주말에는 정말 진지하게 담판을 지어야겠다. 이대로 가다간 애 인생도, 내 계획도 다 엉망이 될 것 같다.
3. 손녀 다은이의 일기: "나의 완벽한 '꿀이장네' 프로젝트"
오늘 할머니가 주시는 밥은 유난히 더 맛있었다. 엄마 눈치가 살짝 보였지만, 할머니의 "많이 먹어야 힘내서 공부하지"라는 속삭임에 세 그릇이나 비웠다.
드디어 오늘 나의 원대한 계획을 공표했다. 바로 할아버지의 '청풍명월 꿀이장네 농장'을 물려받는 것! 삭막한 도시에서 덜덜 떨며 학원을 다섯 개씩 다니는 건 이제 정말 지긋지긋하다. 할아버지 농장을 멋진 팜스테이로 만들어서, 도시 사람들이 힐링하러 오는 핫플레이스로 키울 거다.
방송국에서 인터뷰 오면 할아버지 성함을 따서 "할아버지의 전통을 잇는 젊은 농부"라고 소개해야지. 할머니는 걱정스러운 눈치고 엄마는 뒷목을 잡으셨지만, 내 결심은 확고하다. 찐빵 같은 내 볼살이 건강한 농촌 생활의 상징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일단 내일 학원 가기 싫은 마음부터 할아버지한테 슬쩍 말씀드려 봐야겠다.
(이미지 사진은 댓글에)
첫댓글 삼모녀.
손녀 얼굴이 찐빵이 되었네요.ㅎ
영농 후계자 손녀 다은이.ㅎ
3모녀의 완벽한 동상이몽
우짜면 좋아유~~♡
너무 완벽해서 눈물이 나요.
오늘 취재기자 한테 문자만 보냈어요.
그냥 책만 내겠다고.
별 걱정을 다하시네...
요즘 애들이 얼마나 야무지고 똑똑하며
꿈은 또 변할 수 있을테니 편하게 생각하슈~
손주도 조금 커서 사춘기 들어서면 할머니가
떠먹여도 안먹고 알아서 다이어트 할테고...ㅎ~
명답 이네요
그르네요.
적토마님처럼 날씬하게 되겠지요.ㅎ
요 위 적토마님 말씀이 옳습니다.
아이의 꿈은 여러번 바뀌기 마련입니다.
요즘 울베리꽃님 그리고 울모카님 글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
댓글 컨닝하시는 수피님.
관심, 감사감사요.
손녀를 생각하는 할머니 맘
쫌 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맘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베리꽃님
꿀 맛사지용
구입할 수있을까요~:
전번이 사라졌어요^^
꿀, 누룽지를 긁은 지
오래 됐네요.
갈수록 흉작이라 걱정입니다.
와우 여성농민 후게자 탄생 ㅎ호ㅎㅎ
축하드려요 할아부지 사업을 손녀가 이어가게 되니 ㅎㅎㅎ
지존이님보다 지수니가 낫는디.
난로에 장작은 잘 타고 있지요?ㅎ
셋이 동상이몽이네요
꿈이야 자라면서 수시로 변하니 가불걱정은 마셔유
얼마전 EBS이웃집 백만장자에서
스테비아토마토 개발하고 팜스테이로 농사짓는분 완전기업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스테비아토마토는 그 회사기 거의다 시장점유더군요
이제 농사보다 사업으로 발전하는 모습이었어요
설령 그 꿈 계속 꾼다해도
우리세대 농사가 아니거든요
걱정 뚝입니다 ㅎ
고등학교만 졸업할 거면 이 추운 날 학원을 안 가도 되는데 뭔 심산지요.
일단은 감기 뚝! 이 아니라 걱정 뚝! 할게요.
난 어려서 베개를 머리에 이고 다니며 떡 파는 흉내를 냈어요.
떡 장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
다은이는 어릴 때 꿈은 금방 잊고 약사 엄마 아빠의 영향을 받아 의사나 약사가 될 것이다에 한 표! ^^
우리 다은이가 이 댓글을 덕댓글로 볼까요.ㅎ
저는 감사드립니다에 한 표지만.ㅎ
꿈이 청순하고 야무진 아가씨들이네
좋겠다요 어쩜 요즘 애들같지 않게 시골을
좋게 봐 주다니 참 내
몇 년 전까지 손주 통통히 먹여 살찌워 놓으면
애 데리러 와서는 "아유 외할미가 아기를 밤벌레처럼 통통하게 해놨네 하며
좋아 하더니 이젠 살찌는 거 싫어 하는 티가 역력해서 먹이는 거 신경 안 쓰기로
했어요 그리고 게임에 빠져서 뭘 앞에다 갖다 놨는지도 모르고 주워ㅠ 먹는데
뭘 해주고 싶겠어요 ㅎㅎ 손녀 둔 할미들이 참 좋지요 어린 친구가 되어줘서
주위에 손자를 둔 할머니들은 애교면에선 다들 아쉬워하더군요.
그래도 듬직함이 있으니 머잖아 돈많이 벌면 할머니께 용돈은 두둑히.ㅎ
할머니 , 엄마의 동상이몽( 同床異夢)인 가운데
손녀 다은이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지략(智略)으로
자신의 이상을 설계계획하는 손녀 깜찍함이 단연
돋보이는 듯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참으로
다정다감(多情多感)한게 보기 좋네요.
언제나 가족 모든 분들~~
행복건강(幸福健康)하시라고 힘차게 추천(推薦) 꾸욱~!!,하하., ^&^
역시 한자가 섞이니 헐 실감나는 글이 되는군요.
삼족오님은 최소한 삼
개국 이상의 언어사용.ㅎ
손녀 ᆢ
다은이 ᆢ
정말 귀여워요 ᆢ
산님 손주도 마니 마니 귀여우시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한 지붕 세 가족.
밥은 한 솥밥.ㅎ
세 모녀의 삶의 목표가 뚜렸하군요
벌써부터 손녀가 할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아
농촌으로 귀농을 야침차게 하군요 하였튼 대단하십니다
각자 다른 평행선을 달리네요.
합쳐질 날이 올라나요.
다은이의 꿈이 야무지고 깜찍 하네요
든든하시겠어요
한참 꿈에 부풀어 있을 시기지요
할머니의 넘쳐나는 손주 사랑이 가득 하네요 ^^
♡♡♡
손녀덕분에 다시 도시도 못 나가보고 시골에서 여생을 마쳐야 할 듯요.ㅎ
다은이의 야무진 꿈
영농 후계자
아주 든든하시겠어요 ㅎ
산골을 벗어날 길이 없네요.ㅎ
귀엽고 야무지고
똑똑한 손녀네요.
오늘은 길랭바레 증후군이 재발 된
둘째언니 병문안 가요.
중환자실 면회가
4시라 큰언니 만나
점심 같이하고 가기로
했어요.
재발이라 더 위험하다고
하니 마음이 무겁네요.^^
많이 걱정되시겠어요.
건강이 젤인데.
큰언니, 속히 쾌차되시길 바랄게요.
@베리꽃
둘째언니가 아파서
큰언니랑 같이
병문안가요.
큰언니네서 점심 먹고
스벅에서 커피 마시고
있어요.^^
삼 모녀의 일기!
다은이가 어떤 꿈을 꾸던
꿈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다은이의 명석함을 알기에,
또 한 지금의 꿈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요~
베리꽃님은 노후가 보장 되셨어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이래저래 산골을 벗어나기는 글렀는 거 같아요.ㅎ
손녀가 양봉농사 한다고 할까봐 겁나요.
다은이는 워낙 영특해서
장래가 기대됩니다요. ㅎ
여튼 야무지고 똑소리나는 아이에요.
베리꽃님의 우수한 유전자가
손녀까지 대물림하는듯요~
과자도 안 사드렸는데
이렇게 과한?
풍경님도 자손만대 부귀영화를 기원할게요.
똑소리나는 손녀
착하기까지
영농후계자가 되든ᆢ꿈이 바뀌어
다른일을 하더라도
걱정 뚝 하셔도 될것같아요
손녀 넘 사랑스럽고이뻐요
땅을 팔아 노후대책 하기는 글렀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