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역에도 이름난 복어요리집이 몇 군데 있는데요.
그 집에 가면 차림표에 “대구지리”, “복지리” 따위로 써 붙인 것을 흔히 봅니다.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생선국을 “매운탕”이라 하는 데 비하여,
고춧가루를 쓰지 않은 생선국을 그렇게 일컫습니다.
그러나 “지리(ちり)”는 일제강점기 이후 아직도 우리말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일본어 낱말이지요.
몇몇 책에서는 “지리”를 대신할 우리 낱말로 “백숙”을 들어 놓았는데요.
양념하지 않은 채로, 곧 하얀 채로 익혔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대구지리”나 “복지리”를 “대구백숙, 복백숙”이라 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달걀 백숙과 같은 음식이 아니라 국이기 때문이지요.
이 음식들은 매운탕과 상대되는 것이므로 “지리”란 말을 “맑은탕”이나 “싱건탕”으로 대신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미 “맑은탕”으로 순화해 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복지리”는 “복맑은탕”이나 “맑은복탕”으로,
“대구지리”는 “대구맑은탕”이나 “맑은대구탕”으로 바꾸어 쓰도록 했습니다.
한글학회 직원들이 자주 찾는 근처 음식점에서는 “맑은순두부”를 팔고 있답니다.
주문할 때에는 그저 “맑순 주세요.” 한다는군요.
그리고 보면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국물 음식에는 두루 ‘맑은’을 붙일 만하며,
빛깔에 관계없이 맵지 않은 국물 음식은 “싱건찌개”, “싱건탕”처럼 ‘싱건’을 붙여 써도 괜찮지 않을까요?
아무튼 이제부터는 음식점 차림표에서
“복지리”나 “대구지리”와 같은 국적 불명의 음식 이름들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