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절 한국은 섭리적인 종착국
15. 반만 년 유구한 역사를 이어 온 한민족
한민족은 어떠한 민족보다 많은 혜택을 받아 어떠한 민족도 갖지 못한 우월한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배경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은 멸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수하기는 한데 아직 자리를 못 잡았습니다.
우리 역사를 반만 년 역사라고 하지요? 반만 년 역사, 길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 길고 긴 반만 년 역사 동안 우리는 뭘했습니까? 뭘했느냐는 거예요. 요즈음에도 경부선을 타고 가면서 집들을 보면 아직도 초가삼간입니다. 뭐 초가삼간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이고, 정떨어지지요.
다른 나라의 돼지우리도 그보다는 낫다는 것입니다. 어떤 외국 여행자는 한국은 양돈이 참 발달했나 보더라고 했다는데 그것은 초가집들을 보고 한 소리입니다. 한국의 초가집을 보고는 그것이 모두 돈사(豚舍)인 줄 알고 그랬다는 것입니다. 이거 기분 나쁘기 짝이 없습니다.
5천 년 역사, 반만 년 역사를 가진 이 나라가 왜 그렇습니까? 자랑할 게 뭐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렇지만 자랑할 게 있습니다. 한국은 조그마한 나라입니다. 뭐라고 할까요? 면상(面上) 가운데에 조그맣게 붙은 사마귀 같다고나 할까요? 이 사마귀를 가진 미인은 화장할 적마다 기분이 좋겠어요, 나쁘겠어요? 나쁠 것입니다. 요것을 잡아떼어 버리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잠시의 아픔만 참아 내면 떼어 낼 수 있는 거예요.
아시아 지도에서 한국을 보십시오. 참 잘생겼습니다. 그런데 기분 나쁘게 너무나 작습니다. 이렇게 작은 우리 나라를 다른 나라가 면상에 붙은 사마귀를 떼듯 떼어 버리려고 했으면 벌써 수천 년 전에 없어졌을 텐데 5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씨알이 남아 있습니다. 골동품이 되어 박물관에 가 있지 않고 지금까지 역사적인 문화를 가지고 이러고 저러고 해 가지고 남아졌다 이겁니다.
왜 많은 나라가 이렇게 작은 우리 한국을 못 떼먹고 못 떼어 버렸느냐? 그것은 한국 민족이 머리가 좋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남아진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역사에 비참한 역사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외세에 몰렸던 그때마다 그것을 물리치기 위해서 별의별 놀음을 다해야 했습니다. 그러자니 팔방미인이 되어야 했습니다. 어떤 때는 남자가 여자도 되고, 여자가 남자도 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려니 자기에게 닥치는 일을 가려서 앞처리 뒤처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민족이 남아졌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북해도에는 아이누족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한민족보다 못합니다. 아이누족은 벌써 전부 다 일본화되어 버렸습니다. 중국도 수많은 민족이 합해 가지고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오직 한민족만이 남아진 것입니다.
그래도 머리가 좋으니까 이렇게 남아졌단 말입니다. 해석을 그렇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석해야 마음이 편안하지 않습니까? '우리 조상들, 이놈의 조상들' 하는 것보다도 '우리 조상 잘했소. 나라를 안 팔아먹고 남겼으니 고맙소' 해야 잠잘 때도 마음이 편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머리가 좋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남아진 것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남아 진 것은 무엇 때문이냐? 이 좋은 천연적 자연적 배경을 중심 삼고 멋지게 살기 위해 한판 크게 벌어지는 것입니다. 한민족은 그럴 수 있는 머리를 가진 민족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한국 민족이 지금까지 못살았느냐? 잘살았다가는 불한당에게 도적을 맞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알겠어요? 잘살았으면 불한당들에게 도적을 맞았을 것입니다. 불한당이 치지 않으면 하늘이 치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25-1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