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RZUFmoTYl6g?si=r0goozyfA9FHOUwa
Brahms - Haydn Variations - NDR / Furtwängler 1951
베토벤의 뒤를 이은 변주곡의 대가인 브람스는 소년시절부터 납으로 만든 장난감 병정을 여러 가지로 고쳐 늘어 놓으며 공상의 날개를 펼치면서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러한 것에서도 변주곡을 좋아하는 성격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 변주곡은 브람스가 작곡한 관현악용의 단 하나의 변주곡으로, 교향곡을 쓰기전 작곡한 가장 뛰어난 관현악곡일 뿐 아니라 고금의 관현악용 변주곡 중에서도 가 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종류의 관현악을 위한 단독 변주곡에 명작이 거의 없기도 하지만, 변주곡 자체의 처리로서만 보더라도 낭만파에 드문 변주곡의 명작이다.
이 곡은 곡 자체의 조형성이란 점에서만이 아니고, 친근하기 쉬운 악상과 풍부한 상상력 또한 돋보여 브람스의 순수 관현악곡 3곡 중 인기로는 '대학 축전 서곡' 다음으로 꼽힌다. 물론 예술성으로는 가장 정성들여 쓴 이 곡이 최고이며 성격변주곡의 교과서로 쓸 수 있을만큼 훌륭하다.
브람스는 1857년에 데트몰트에서 관현악 세레나데 제2번을 완성하고 나서 약 15년 뒤에 그의 세 번째 관현악곡인 이 곡을 완성했다. 당시에는 빈에서 지휘자로서도 활약하여, 첫 교향곡도 구상 중이었던 관계로 관현악에 매우 깊은 관심을 품었던것 같다. 더구나 이 곡에는 두 대의 피아노용(작품번호 56b)과 관현악용(56a)의 두가지가 있고, 어느 것이 먼저 착수되고 먼저 완성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템포 지정만 빼놓고는 구조나 악상면에서 거의 같으므로, 어느 하나가 다른 것의 원곡이었음은 분명하다. 칼베크를 비롯한 브람스 연구가들에 의하면, 관현악용이 뒤에 완성되었지만 본래 관현악용으로 착상하고 도중에 피아노 듀엣 판으로 정리한것이라고 하며 이는 작품번호에 붙인 a와 b의 순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곡은 주제와 9개의 변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의 앞 8개의 변주에는 번호가 붙어있고, 전체적으로는 19세기 이후에 많이 쓰인 성격변주 기법으로 작곡되었다. 그리고 제9변주는 'Finale'라 명기되고 자체로서 주제와 19개의 변주를 이룬다. 이끝곡의 주제는 처음에 저음에서 나오는 선율을 파사칼리아 풍으로 사용하여 이 고집저음 위에서 전체를 매우 훌륭하게 조형하고 있다. 또한 피날레 악장의 끝부분에서 처음의 주제가 다시 나타나는 것도 주목할 만한 구성이다. 이 곡에서는 브람스가 피아노 변주곡을 작곡하면서 터득했던 경험들이 관현악으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에서 쓰인 기술은 브람스가 고전파 이전의 음악을 면밀하게 연구했음을 알려주면서 동시에 브람스 당시의 의미에서 근대성도 지닌다. 주제는 하이든 (Joseph Haydn, 1732∼1809)이 낡은 찬송가에서 얻은 가락이며, 끝곡의 파사칼리아와 같은 17세기풍의 작법을 보임과 함께, 성격변주라는 면에서는 완전히 19세기 중반 이후의 양식이다. 즉 17∼19세기의 양식이 섞여있다. 관현악은 결코 규모가 크지 않으나 주제에서 보듯 하이든 풍의 밝은 색채로부터 끝곡처럼 19세기의 복잡한 낭만적인 효과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브람스의 관현악 기교가 피아노 협주곡 1번, 2곡의 세레나데를 거쳐 불과 3곡의 경험만으로도 벌써 원숙기를 앞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징이라면, 현악기와 관악기를 따로 분리하여 사용하지 않고, 제8변주와 끝곡의 첫머리를 제외하면 관악기 없이 현악기만을 사용하는 일이 없는 것인데 이는 관악기와 현악기군의 짝짓기라는 점에서 특히 주의를 기울인 것이다.
브람스는 이 곡의 주제를 1870년 권위있는 하이든 연구가이며 하이든의 두꺼운 전기를 작성했던 빈 악우협회의 도서관장 친구 폴(C. Ferdinand Pohl)의 집에서 1870년에 보았다. 브람스는 당시 미발표 작품이었던 이 곡의 주제에 끌려서 1873년 7월에 바이얀의 산 속에 있는 슈타른베르크 호반의 투칭에서 피서하던 중 피아노용의 판을 완성했다. 관현악용의 것은 완성이 이보다는 조금 늦은데, 이 피서 중 8월경에 완성한 것 같다.
관현악용은 1873년 11월 2일 (1일이라는 사람도 있다), 빈 악우협회 홀에서 있었던 빈 필하모니 관현악단의 정기연주회 때 초연되었다. 지휘는 브람스가 맡았다고 하는데, 일부에서는 빈 필의 지휘자 오토 데소프였다는 설도 있다.
악기 편성은 피콜로 1,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파곳 2, 콘트라파곳 1, 호른 4 (B♭조 2, E♭조 2), 트럼펫 2, 팀파니 2, 트라이앵글 1, 현 5부로 되어 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그다지 간단하지 않다. 브람스가 변주를 아무렇게나 늘어놓는일은 없다. 이곡 역시 크게 '주제-2변주', '3-4변주', '5-6변주', 7변주, 8변주, 피날레의 여섯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 부분은 1악장, 3-4변주는 느린악장, 5-6변주는 첫 스케르초, 7변주는 일종의 메뉴엣, 8변주는 둘째 스케르초, 피날레는 끝악장으로 간주하면 세레나데나 디베르티멘토의 구성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곡의 악상으로 보아 소나타 형식의 전통적인 4개의 악장 식으로 분류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세레나데식으로 보는 것이 더욱 좋을 듯하다.
https://youtu.be/RtwEzm_HFww?si=ZbfX8Wt4jzK-1XEe
Brahms - Haydn Variations - Cleveland / Szell 1955
주제 Andante, B♭장조, 2/4박자
가이링거에 의하면 이 주제는 하이든이 18세기 말 경 에스테르하지 공의 군악대를 위해 작곡한 6곡의 <야외 음악을 위한 펠트파르티파(Feldpartifa)> 제6곡의 제2악장 B♭장조에서 취한 것이라고 한다. 이 곡은 5개의 관악기, 즉 2개의 오보에, 호른, 파곳, 세르팡(사벤트라고도 하며, 베이스 호른의 한 갈래)의 편성으로 만들어진 가장 무도곡이다. 그러나 이 주제가 하이든 자신의 창작인지는 의심스러우며 아마도 하이든 시대에도 불리고 있었음직한 낡은 찬송가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하이든 자신이 이 주제에 '합창; 성 안토니(Chorale; St. Antoni)'라고 적어 놓았고, 확실히 이 주제는 찬송가풍이며 아르트만이 말하는 '순례의 노래'처럼 행진곡풍이기도 하다.
브람스는 이 주제에 역시 하이든과 같은 이름을 적고 주제를 거의 그대로 채택하였으며, 하이든의 원곡에 될 수 있는 대로 가깝게 하여 악기 편성을 했다 - 오보에와 바순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세르팡의 대용으로 콘트라파곳을 사용했다 - 원래 브람스는 관악기용의 원곡을 최초에 현을 위한 것으로 고치려 했지만 - 빈 국립도서관의 원고에 의함 - 원곡의 느낌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바꾸었다. 낮은 현악기를 피치카토로 쓴 것은 원곡이 의도하는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한 것이다.
주제는 두도막형식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반복되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첫부분은 5+5마디, 둘째 부분은 8+8+4마디의 구성으로 불규칙하다. 오보에와 파곳으로 제시되고 호른과 콘트라파곳, 그리고 낮은 현악기의 피치카토가 이에 가담한다. 둘째 부분의 끝에는 이어지는 변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B♭음이 끎음 (오르간포인트) 처럼 반복된다. 병행 6도를 주체로 하여 부드럽게 화성이 붙여져 있으며, 변주곡의 주제답게 단순평이한 느낌을 주면서도 어딘가 매우 친근한 생각을 주고 사람들을 단번에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전체는 세도막 가요형식으로 구성되었지만 주제의 악절인 페리오데(periode)가 5마디를 끊는 것이 주목된다.
제1변주 Poco piu animato (Andante con moto), B♭장조, 2/4박자
주제보다 약간 빠르며 셋잇단음표의 연속적인 사용으로 6/8박자의 느낌을 준다. 바순, 호른, 팀파니에 의해 주제의 끝으로부터 받은 B♭음부터 시작되고,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가 주로 셋잇단음이 많은 가락을 복식 대위법의 수법으로 둘로 나누어 교대로 연주한다. 둘째 부분에 들어가면 입체감이 강하고 모방풍인 현의 움직임속에 관과 팀파니의 B♭음이 울려 퍼지며 끝난다.
제2변주 Piu vivace, B♭단조, 2/4박자
지금까지는 밝다가, 어둡고 쓸쓸하며 약간 정열적이기도 한 한층 빠른 템포의 곡으로 바뀐다. 주제의 점음표 동기를 전 합주로 세게 내면서 시작하며 곧 여리게 되고, 클라리넷과 바순이 현의 반주를 거느리고 주제의 점음표 동기를 연주한다. 이 f와 p의 이동이 반복되어 최후에 B♭음이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하며 끝난다.
제3변주 Con moto, B♭장조, 2/4박자
이 변주에서 제5변주까지는 반복되는 2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지 않고, 되풀이되는 부분이 없이 점음표의 리듬이 보이지 않고 주제의 다른 면을 보이는 새로운 변주가 연달아 나타난다.
제3변주는 유창하고 아름답다. 처음에 오보에와 바순이 비올라, 첼로, 베이스의 반주를 달고 주제에 바탕이 있지만 아주 새롭게 들리는 가락을 분다. 곧 현으로 반복되고, 이 때는 플루트와 바순이 16분음표의 분산화음으로 예쁘게 장식해 준다. 이 부분에서도 B♭음이 계속된다. 둘째 부분에서는 호른과 클라리넷, 오보에 등이 대화하다가 이 변주 첫 부분의 가락이 다시 등장한다. 이것이 반복될 때는 16분음표의 장식이 다시 들림은 물론이다. 화성적인 방법을 중요시하고 있으나 대위법적인 수법도 두드러진다.
https://youtu.be/QmQLb5SZb4E?si=8u4TQThzhpItrxJG
Brahms - Variations on a Theme by Haydn - Op.56 | The University of Melbourne Symphony Orchestra
제4변주 Andante con moto, B♭단조, 3/8박자
박자가 여기에서 처음으로 3박자로 바뀐다. 앞 변주와 함께 느린 악장에 해당한다. 오보에와 호른의 느릿한 주선율이 나타나고 비올라의 16분음표가 여기에 수식을 한다. 반복될 때는 플루트와 클라리넷이 16분음표를 잡고 현이 느릿한 가락을 연주한다. 다음 부분에서도 이런 식으로 대위법적인 수법으로 교대하여 연주된다. 중간 부분에서는 앞의 동기가 전개풍으로 다루어진다.
제5변주 Vivace, B♭장조, 6/8박자
매우 빠르고 쾌활하며 리듬은 스케르초풍으로 춤추는 듯 경쾌한 맛이 있다. 복식 대위법에 의해, 현의 B♭음의 풍부한 반복 스타카토에 대해 관이 주제의 처음에 유래하는 경쾌한 스타카토를 연주한다. 다음에는 현과 관이 역할을 바꾼다. 박자는 3/4와 겹박자처럼 되기도 하는 것이 재미있다.
6변주 Vivace, B♭장조, 2/4박자
앞곡에 비하면 산뜻하고 정열적인 기분이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호른과 트럼펫의 흥겨운 패턴이 주제를 밝고 산뜻하게 지배하고 있다. 템포는 전과 같이 빠르고 스케르초식인데, 2박자로 운동이 경쾌하고 확실하다. 현은 주제의 리듬을 간략하게 한 피치카토 리듬을 연주하고, 관악기 - 처음엔 호른, 다음에는 목관 - 가 원래 주제의 높낮이를 뒤집어 추진적인 음형을 연주한다. 조바꿈의 방법이 원래 주제와 달라져 있는 것에 주의를 요한다. 다음 부분에서는 전 합주로 나가는데, 같은 리듬이지만 새로운 분산화음의 동기가 등장하며 이것은 다음 변주 에서도 중요한 구실을 한다. 역시 조바꿈 방법이 주제와 달라져 있다.
제7변주 Gracioso, B♭장조, 6/8박자
기분이 바뀌어서, 전아하고 목가적으로 된다. 느린 성격을 지닌 우아한 변주인데 앞 변주에서 둥장한 시칠리아노 풍의 분산화음의 동기를 주로 사용한다. 고음과 저음 현은 거울 모양으로 서로를 모방한다. 둘째 부분에서는 6/8과 3/4의 리듬이 겹쳐지고, 바이올린이 상승하는 온화한 가락을 새로 선보이며 마지막에 호른이 나와 바이올린과 대립한다.
제8변주 Presto non troppo, B♭단조, 3/4박자
전체의 변주곡 중에서 가장 성격적인 것으로, 가장 독립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음침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음색은 현이 약음기를 쓰고 음량이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그다지 밝거나 약동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먼저 비올라와 첼로가 주제의 첫 세 음을 거울 모양으로 자리바꿈한 꼴로 새로운 가락을 연주한다. 조금 뒤에 목관이 붙는데, 이것은 좀 전의 비올라의 가락을 다시 자리바꿈한 것이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끝에서 다시 B♭음이 피콜로, 호른, 제1바이올린에 당김음으로 나타나고 마친다.
Finale Andante, B♭장조, 2/2박자
이 끝곡은 자체로서 파사칼리아로, '변주곡 안의 변주곡'을 이루며 이것을 파사칼라아 형식으로 작곡한 브람스에게서 변주곡의 대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파사칼리아의 주제는 처음의 첼로와 베이스에 나타나는 5마디이며 - 5마디인 것은 원래 주제가 5+5마디임을 볼 때 우연이 아니다 - 원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 3마디는 멜로디를, 1, 4, 5마디는 베이스 라인을 빌어온 것이다. 전체는 이 주제를 18번이나 반복한 위에 구축되어 있다. 이것을 전혀 모르고 듣는다 하더라도, 이 피날레는 훌륭히 감상자의 주의를 집중할 만큼 매력적인 곡이다. 끝에서는 원래의 주제를 전 관현악이 ff로 합창하고 힘을 떨어뜨렸다가 음계로 찬란하게 상승하며 트라이앵글의 소리와 함께 끝맺는다.
글출처: 슈만과 클라라
https://youtu.be/JOfWeYtsrj8?si=raGl4vLDckn2dmwh
Brahms - Haydn Variations - Philharmonia 오케스트라, 런던, Klemperer 지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