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집에서 살다가(군대 제외) 이번에 처음으로 외지에 나와 살게 되었습니다. 딱 6개월 정도 되었네요.
1. 화장실도 청소를 해야 되더라.
- 전 화장실은 제가 깨끗이 쓰고, 물만 한번씩 뿌려주면 괜찮은 장소인줄로만 알았습니다. 학교때나 각종 아르바이트, 군대에 있으면서 화장실 청소 적지 않게 했었지만 "좀 깨끗이 쓰면 될껀데" 라고만 생각했지 어떻게 쓰건 해야하는 곳인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고 습한 시기에는 화장실 청소 1주일 좀 넘게 안하면 곰팡이가 피고, 벽에는 물때로 타일이 얼룩덜룩해 지는걸 보고서야 비로서 깨달았습니다. 화장실은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줘야 하는 곳이더군요.
2. 빨래 은근히 귀찮다.
- 어차피 빨래 제가 안합니다. 세탁기가 하죠.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음 1시간 쯤 있다 빼서 널면 그만입니다. 근데 이게 은근히 신경 많이 쓰이고, 시간 잡아먹고, 귀찮습니다. 제일 신경 쓰이는건 마지막 헹굼할때 피존 넣기... 이거 자동으로 되는 세탁기도 있는가 모르겠는데 저희집에 있는건 안되더군요. 40분쯤 되었을때 가서 피존 넣던가, 아님 그냥 탈수까지 다 하도록 내버려둔다음 마지막 헹굼만 한번 더 합니다. (지금 있는게 드럼 세탁기인데, 드럼이 좋은점이 뭐죠? 일반 세탁기보다 불편한점은 많이 느끼는데 좋은점은 하나도 못느끼겠네요)
그리고 제일 난감한건 이번주 처럼 비가 계속 올때. 빨래를 할까.. 하다가 조금 양이 어정쩡 하길래 조금 더 모아서 "내일은 해야되겠다" 라는 시점부터 비가 오기 시작. 1주일 넘게 오니깐 굉장히 난감해지더군요. 막판엔 결국 속옷이 엥꼬. 3일간 같은 속옷을 입었는데도 비가 그치질 않아, 급히 새 속옷을 구입해야만 했습니다.
3. 청소는 대놓고 많이 귀찮다.
- 제 몸에 털이 이렇게 많고 이렇게나 많이 빠지는줄 처음 알았습니다. 그냥 신경 안쓰고 살면 잘 보이지도 않는 잡털(?)들 신경도 안쓰입니다. 그런데 한번씩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아무 생각 없이 방바닥 봤는데 털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면 못참겠더군요. 눈에 보이는것만 주워야지.. 하다가보면 어느새 청소기 들고 방 전체를 청소해야하는 상황을 때마다 겪습니다.
그리고 진공청소기라는 축복받은 물건은 참으로 감사하긴 한데, 걸레로도 닦아줘야지만 깨끗해지더군요.
4. 우리 인간적으로 선두는 개발하자.
- 체력 회복은 필요없지만 허기 충족은 정말 간절히 필요할때가 있습니다. 전 식사를 밖에서 전부 해결하는 편인데 (아침은 원래 안먹고, 점심은 회사서, 저녁은 회사에서 먹을때도 있고 혼자 사먹을때도 있고) 가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상황에 빠지면 미치겠습니다.
배는 점점 고파와서 견디기 힘들어지는데 절대 밖에 나가서 사먹긴 싫고, 집안에 먹을꺼라곤 라면 밖에 없는데 라면은 때려죽여도 먹기 싫고..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싫고.
이럴때면 선두가 너무너무 필요합니다. 선두 한알 먹고 배를 채울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5. 외롭다.
- 처음 자취 생활 시작했을땐 정말 미칠것 같았습니다. 주위에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는 저녁시간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더군요. 사람이 그립다는걸 살면서 이렇게 절실히 느껴본 기간은 여태껏 없었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건 곧 해결이 되더군요. 저녁 시간에 운동을 한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컴퓨터를 사고, 오디오를 사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새로운 생활 환경에 맞춰서 넣으니 어떤면에선 집 보다 더 좋을때도 있습니다. (음악 감상 같은 경우, 저희집은 대도시라서 볼륨의 제약이 심한데 여긴 시골이라서 마음껏 틀수 있어서 너무 좋더군요)
6. 잠은 푹잔다.
- 제가 잠귀가 좀 밝은 편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자는게 마음은 더 편안한데 아무래도 집에는 같이 생활 하는 사람들(가족)이 있고 제가 자는 시간 동안 반드시 가족들도 자는게 아니기때문에, 제가 자는 동안 마루를 오가고 거실에서 tv 를 보고 하는게 은근히 신경이 쓰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완전히 저 혼자 살고 시골이기때문에 제가 잠자리에 눕는 순간, 저의 숙면을 방해할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잠은 정말 푹 자서 좋네요.
7. 음식의 양.
- 이게 참 애매합니다. 예를들어 닭이 먹고 싶어서 치킨을 한마리 시킵니다. 맛나게 잘 먹는데, 다 못먹습니다. 그럼 반쯤 남겨두고 다음날 먹으면 맛이 없습니다. 못먹을 정도는 아닌데 전날 천상의 맛이 100점 이라면 다음날 차갑게 식고 딱딱하게 굳은 치킨의 맛은 한 20점? 웬지 1만원의 값어치를 다 활용하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잘 안먹게 됩니다.
또, 옥션이나 그런데 보면 엄청난 가격의 과자들이 많습니다. 바나나 튀김 1kg 3000원, 파래맛과자 1kg 2800, 반건조 오징어 20마리 12000원.. 그런 군것질 꺼리들 좋아하는 편이라서 좀 사놓고 먹고 싶은데. 도대체 혼자서 바나나 튀김 1kg을 언제 다 먹을까요. 트럭에 파는 생과자 5000원치 사서(5000이 최소단위로 팔더군요) 한달보름을 먹다가 결국은 다 못먹고 버린 이후로, 좀 양많다 싶으면 살수가 없습니다.
같이 사는 사람이 있으면 꼭 제가 다 안먹어도 다른 식구들도 먹기 때문에 그런 걱정이 별로 없는데, 혼자 살고 먹을수 있는 양은 정해져있다보니 먹는거 사는 제약이 생깁니다.
8. 쓰레기 처리.
- 제가 세상에서 고양이를 제일 싫어하고, 꽤나 무서워합니다. 물론 고양이도 자기 체중의 10배는 될듯한 거대한 인간이란 동물을 무서워 하고 싸우자면 내가 이기겠지만, 그런거랑은 상관없이 무섭습니다. 특히나 눈 마주쳤는데 도망안가고 꼬라보고 있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면 화도 나고 소름도 돋고 재수도 없고... 아뭏든 싫습니다.
그런데 가끔 치킨을 시켜먹고 (치킨뼈는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바깥의 쓰레기 봉투에 넣어두면 고양이들이 어택을 가합니다. 아무리 잘 봉하고 여러겹싸서 내놔도 귀신같이 알아내고 달려들어선 쓰레기 봉지를 다 헤집어 놓더군요.
게다가 혼자 살고 음식을 안해먹는 생활 특성상 쓰레기가 거의 나오질 않습니다. 제일 큰거 한봉지면 한달넘게 쓰는것 같은데 꼭 고양이가 어택을 안하더라도 상하고 냄새나는 종류의 쓰레기를 한달 넘게 쓰레기봉지에 방치하긴 좀 그렇더군요. (작은거 쓰면 되잖아!? 회사에서 쓰레기 봉투 한묶음을 아무생각없이 들고 왔는데 제일 큰거였고, 6개월 되었는데도 3장인가 밖에 안 썼습니다)
9. 이것저것 은근히 돈 들어가는데 많다.
- 그러니깐 그런겁니다. 치약, 비누, 모기약 같은것들. 일용품이고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지만 그런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니깐 적지 않은 돈이 되더군요. 게다가 이제 막 자취를 시작했고 이제 생활에 적응해가는 중이다 보니, 컵사고, 행거사고, 침대시트사고, 화장실에 수건걸이사고, 이런식으로 있으면 좋고 한번 사면 오래 쓰는 물건도 사다보니 이것도 무시 못하겠습니다.
왜이리 욕심이 끝이 없을까요. 요즘은 극세사 침구를 사고 싶어서 좀 싼거 없나.. 열심히 노리고 있습니다.
자취오래하신분들은 항상 그런말씀 하시더라고요. 근데 아침은 원래 안먹고(잠>>>>>>>>>아침밥이라서...) 점심은 당연히 회사에서, 저녁도 회사에서 먹을때가 제법 되다 보니깐, 밥을 해먹는다 치더라도 일주일에 2~3끼 밖에 못먹거든요. 귀찮은것도 귀찮은건데 일주일에 두세끼 먹자고 밥을 해먹긴 좀 그렇더군요. 나중되면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는데 일단 지금은 밥 해먹긴 좀 애매한것 같더라고요.
제가 자취시작하면서 다짐(씩이나?)을 했던 부분이기도하고 지금도 신경 많이 쓰는 부분입니다. 가끔 주위에 보면 퀴퀴한 냄새가 체취로 배여버린 녀석들이 있는데 좀 그렇더라고요. 생각날때마다 섬유탈취제 뿌려주고, 청소 꼼꼼히 하고, 침구 같은거 일광 소독 해주고, 자주 씻고 등등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고 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주위 사람들은 "theo는 홀애비 냄새난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면...OTL)
ㅋㅋㅋㅋ 제가 다 경험했던 것들이네요. 혼자 살다 보면 완전히 살림꾼 되죠. 헌데 제 경우엔 3년동안 밖에 나가 살다 집에 다시 들어와 사는데 어머니가 사람됐다고 좋아하시며 온갖 집안일은 다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혼자 살때보다 더 많은 양의빨래와 설겆이와 청소...;;;// 참 혼자 살다보면 이상하게 탐나는 물건들이 많이 생깁니다. 전에는 관심도 없던 그릇, 수건, 주방용품 따위...절제가 필요해요 ㅠㅠ
첫댓글 저랑 같은신세라 죄다 공감가네요...
집에서 조달안하고 전부다 사서 쓰려고하면 돈 많이 들죠. 음식은 집에서 안해먹으면, 돈많이나가는데 별로 잘 먹었다는 느낌이 없죠.
자취오래하신분들은 항상 그런말씀 하시더라고요. 근데 아침은 원래 안먹고(잠>>>>>>>>>아침밥이라서...) 점심은 당연히 회사에서, 저녁도 회사에서 먹을때가 제법 되다 보니깐, 밥을 해먹는다 치더라도 일주일에 2~3끼 밖에 못먹거든요. 귀찮은것도 귀찮은건데 일주일에 두세끼 먹자고 밥을 해먹긴 좀 그렇더군요. 나중되면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는데 일단 지금은 밥 해먹긴 좀 애매한것 같더라고요.
드럼 세탁기면 세제를 구분해서 넣을 수 있을텐데요....예를 들어 가루 세제는 맨 왼쪽,피x같은 유연제는 가운데 이런식으로요..세제통 자세히 분석해 보세요..
드럼세탁기라 그러면 웬지 신형이고 좋을것 같은 느낌인데, 정작 제가 쓰고 있는 드럼세탁기는 드럼세탁기 극 초기에 나온 골동품스러운 거다보니깐 그런게 안되어있더라고요 ㅜㅜ
저도 비슷한 상황인데 하나하나 공감이 가네요 ㅠㅠ
남자자취는 방에서 홀애비 냄새만 안나도 성공이라고 하더군요 ㅎㅎ
제가 자취시작하면서 다짐(씩이나?)을 했던 부분이기도하고 지금도 신경 많이 쓰는 부분입니다. 가끔 주위에 보면 퀴퀴한 냄새가 체취로 배여버린 녀석들이 있는데 좀 그렇더라고요. 생각날때마다 섬유탈취제 뿌려주고, 청소 꼼꼼히 하고, 침구 같은거 일광 소독 해주고, 자주 씻고 등등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고 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주위 사람들은 "theo는 홀애비 냄새난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면...OTL)
혼자 사는것중 정말 젤 힘든건 외로운 거죠 ㅠㅠ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어머니가 해주시는 따스한 밥한끼의 감사함을 알게되죠.....
ㅋㅋㅋㅋ 제가 다 경험했던 것들이네요. 혼자 살다 보면 완전히 살림꾼 되죠. 헌데 제 경우엔 3년동안 밖에 나가 살다 집에 다시 들어와 사는데 어머니가 사람됐다고 좋아하시며 온갖 집안일은 다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혼자 살때보다 더 많은 양의빨래와 설겆이와 청소...;;;// 참 혼자 살다보면 이상하게 탐나는 물건들이 많이 생깁니다. 전에는 관심도 없던 그릇, 수건, 주방용품 따위...절제가 필요해요 ㅠㅠ
저도 제가 침구 살려고 다원몰 뒤지고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정말 절제가 필요합니다. ㅜㅜ
이케아 가보세요. 견물생심이 불끈불끈 솟아 오를 거에요. 그릇과 작은 가구들이 너무 이뻐요. ㅋ
ㅋㅋㅋㅋ 탐나는 물건들에서 절대 공감.. 그런데 다시 어머니와 같이 살게 되니까 예전으로 돌아가는 느낌..ㅎㅎ
초공감이네요 자취가 역시 가장힘든거는 화장실청소가 제일이죠 하수구쪽에 머리카락 처리하는거 귀찮더라고요 ㅎㅎ
하수구 大 공감 ㅋㅋㅋ
공감 ㅋㅋㅋ 근데 전 양념치킨은 다음날에 먹어도 맛있던데..후라이드는 ㅡㅜ;;
그럼 후라이드반 양념반 시켜서 다음날 양념을 드세요..^^
고양이들은.. 귤 오렌지 같은 신냄새를 싫어하죠.
ㅋㅋㅋ 대공감입니다. 저두 인제 딱 6개월 됐는데요 아울러 바퀴 개미 돈벌레 거미 날파리와의 사투도 포함 ㅎㅎㅎ 전 개미땜에 고생했는데 레이드 사다가 설치하니까 확실히 줄었습니다. 이런 지출이 너무 많아요 ㅎㅎ
1,2,3번 캐공감 저도 제몸이 털이 그렇게 많을줄 은 몰랐습니다. ㅎ
9. 이것저것 은근히 돈 들어가는데 많다. 진짜 공감
오,,귀여운 고양이~
현재 타지 생활을 하는 한 사람으로써 청소 공감합니다.ㅡㅡ; 청소기는 돌리겠는데 걸레질 한지가 한 몇 개월정도 된거 갔군요... 화장실 청소는 대략 난감...사실 제가 깔끔을 쫌 떠는 편인데 이렇게 드러운 넘인지 놀라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융화(?)가 되더군요..
완전 공감 ㅜ.ㅜ
대학교3,4학년때가 구구절절 생각나네요... 확실히 집이 편하긴 합니다. 근데 내년부터 또 자취를 한 2년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ㅜㅜ
혼자살때 가장 필요한게 "음식쓰레기 건조압축기" ..--;;.. 혼자산지 5년째되는 베테랑입니다만..경지에 이르면 빨래는 재미있고 비와도 냄새안나는 실내건조세제사용하며, 청소로봇으로 머리키락은 처리하며..자신있는 음식도 몇개생기고, 냉치킨도 적응이 되는데..혼자 살다보니 음식쓰레기 양이 늘 얼마안됩니다. 집에서 밥해먹을 때가 아주 드물기 때문에..--;;..이게 뫄서 머리자니 참 냄새가 심하고..조금씩 버리자니 너무 적고..
다른거도 다 동감이지만 음식물 쓰레기 이거 진짜 신경쓰이더군요 혼자사니깐 양은적고 오래두자니 냄새나고 조금씩이라도 버릴려니 봉투 아깝고 완전 동감이네요
저두 대학입학해서 자취생활을 ㅎㅏ는데 모두다 캐공감입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공감합니다 ㅠㅠ
이런글을 보니 새삼 어머니께 참 감사하네요, ,
재밌게 잘봤습니다. 어쩐지 전 경험이 없어도 공감이 되네요 ㅎㅎ
전 자취9년째인데...아직도 쓰레기처리가 귀찮다는..ㅎㅎㅎ 그리고...이블빨래도 자주해줘야 하는거 참으로 귀찮습니다
공감 백배 .재미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