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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어리석은 소년의이상을 애기해주지.
소년은 모두가 죽은 허허벌판에서 한사내에게 구해졌다.
소년은 사내를 동경하며,사내의이상을 자신의이상으로 삼았다.
하지만,그이상을 자신의이상으로 삼은 그때부터가 소년의삶은 바뀌게됐다.
그것은..........성배전쟁이 시작됐기때문이다.지금부터 하는 애기는 소년이 이상을위해서 거쳐나간 이야기다.
그것은, 번개 같은 칼날이었다.
심장을 꿰뚫기 위해 세게 내찔러 오는 창끝.
피하려고 하는 시도는 무의미하겠지.
그것이 번개인 이상, 사람의 눈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몸을 뚫으려 하는 번개는,
이 몸을 구하려고 하는 월광에 튕겨나갔다.
샤랑, 하는 화려한 소리.
아니. 눈 앞에 내려선 소리는, 실제로는 철보다도 무겁다.
일반적으로 화려함과는 연이 없고, 몸에 걸친 거친 철은 얼어붙은 밤공기 바로 그것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울림 따위 있을 리가 없다.
본래 울린 소리는 강철.
단지, 그것을 방울 소리로 바꿀 정도 아름다움을, 그 기사가 가지고 있을 뿐.
「묻겠다.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
어둠을 튕겨내는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다.
「소환에 따라 찾아왔다.
이제부터 나의 검은 그대와 함께 하며, 그대의 운명은 나와 함께 한다.여기에, 계약은 완료되었다」
그렇다, 계약은 완료되었다.
그녀가 이 몸을 주인으로 선택한 것 같이.
분명히 자신도, 그녀의 도움이 되겠다고 맹세한 것이다.
달빛은 더욱 맑디 맑게 어둠을 비추고.
창고는 기사의 모습을 본뜬 듯, 일찍이 가졌던 고요함을 되찾는다.
시간은 멈춰있었다.
아마도 1초에조차 미치지 않았던 광경.
허나.
그 모습이라면, 설령 지옥에 떨어진다 해도, 선명하게 다시 떠올릴 수 있겠지.
살짝 돌아본 옆얼굴.
끝없이 온화한 성스러운 녹색 눈동자.
시간은 이 순간만 영원이 되어,
그녀를 상징하는 푸른 옷이 바람에 흔들린다.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 창광(蒼光).
사금과 같은 머리카락이, 달빛에 젖어 있었다.
그것은, 지금부터 10년 전의 이야기.
……그리운 사람을 보고 있다.
키가 크고, 윤곽이 뚜렷한 얼굴 생김새에, 내가 아는 한 한번도 농담 같은 건 하지 않았던 사람이,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아니, 조금 다른가.
힘을 얼마나 줘야 할지 잘 모르는 것인지, 쓰다듬고 있다기보다는 머리를 손으로 콱 쥐고 빙글빙글 돌리고 있다, 라는 표현 쪽이 옳다.
그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이 사람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으니까.
「그럼 간다. 뒷일은 잘 알고 있겠지」
무거운 목소리로, 예의 바르게 예, 하고 대답했다.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던 사람은 딱 한 번 끄덕이고는, 손을 떼고 일어섰다.
……그래서, 그것뿐.
그 때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알고 있었다면, 준비해 둔 최고의 농담으로 웃겨줬을 텐데.
언젠가 이 사람의 무표정한 얼굴을 무너뜨려줘야지 하고, 혼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우스운 이야기를 하는 걸 연습하고 있었다.
그것이 결국, 한번도 공개되지 못한 것이, 슬프다고 말하면 슬펐다.
「성인이 될 때까지 협회에 빚을 만들어 둬라. 그 이후의 판단은 너에게 맡기겠다. 너라면, 혼자서도 잘 할 수 있겠지」
라고 말하면서도, 일단은 걱정이 되는 거겠지.
가보인 보석이라던가, 대사부가 남겨놓은 보석이라던가, 지하실을 관리하는 방법이라던가.
지금까지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들을 잇따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어린 마음에도 깨달았던 것이다.
아마도.
이 사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겠구나 라고.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나라와 나라가 싸우는 전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싸우는 전쟁.
그렇다고는 해도, 반목하고 있는 것은 겨우 7명뿐이다.
그러면 전쟁 같은 타이틀은 안 어울리겠지만, 그 싸우는 사람들이 마술사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파벌이 다른 7명의 마술사들은 잘 알 수 없는 이유로 경쟁하기 시작해, 잘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서로 죽고 죽였다.
그 중 한 사람이,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도 죽이고, 언젠가는 죽임을 당하는 입장에 있다.
그 때가 가깝다는 것은, 당연히 나보다도 이 사람 쪽이 확실히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린, 얼마 안 있어 성배는 나타난다. 그것을 손에 넣는 것은 토오사카의 의무이기도 하며, 무엇보다마술사로 존재하려 한다면, 지나갈 수 밖에 없는 길이다」
다시 한 번.
슥슥, 하고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 사람은 떠나갔다.
그것이 마지막.
마스터 중 한 사람으로서 성배전쟁에 참가하고는,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된, 스승이며 아버지였던 사람의 마지막 모습.
「다녀오세요, 아버님」
예의 바르게 배웅했다.
자신이 울어버릴 것 같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눈물은 결코 흘리지 않았다.
저 사람이 좋았다.
아버지로서도 뛰어났고, 마술사로서도 뛰어났던 인물.
마술사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편벽한 자들밖에 없다.
그 세계에서, 저 사람만큼 뛰어난 인격자는 없었겠지.
그는 스승으로서 나를 가르치고, 아버지로서 사랑해주었다.
그래서, 정했던 것이다.
저 사람이 마지막에 무엇을 남기는가를 가지고, 나는 자신의 길을 정해야지 라고.
린, 얼마 안 있어 성배는 나타난다.
그것을 손에 넣는 것은 토오사카의 의무이기도 하며, 마술사로 존재하려 한다면 지나갈 수 밖에 없는 길이다
그는 최후의 최후에,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마술사로서 말을 남겼다.
그래서, 그 순간에 내가 갈 길은 결정되었다.
「좋아. 그럼 집중해서 어엿한 마술사가 되도록 노력해볼까」
제자가 스승의 분부에 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
그로부터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나 즉 토오사카 린(遠坂 ?)은 성장했다.
아버지가 싸움에 나선 겨울날로부터, 벌써 10년.
이 때를 고대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기분은 모르는 새에 들떠있다.
그것도 당연하다.
10년간 한시도 잊지 않았던 그 이벤트는, 조금만 있으면 시작하려고 하고 있기에
「………………으응」
무언가가 울고 있다.
따르릉. 따르릉.
「…………시끄러워. 멈춰」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따르릉 따르릉 하고, 마치 내가 부모의 원수라고 멱살 잡기라도 듯한 시끄러운 소리.
「……뭐야, 정말……어제는 늦게까지 깨어있었으니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자게 해 줘도 괜찮을 텐데.
아니, 오히려 자게 해 줘야 한다.
여하튼 새벽까지 아버지의 유언을 해독하고 있었고, 마력도 호기 있게 펑펑 써 버렸다.
즉 피로, 곤비(困憊), 몸도 마음도 녹초입니다.
「……아아, 정말융통성 없는 녀석」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자명종에 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따르릉 따르릉 하는 소리가『지각한다구 지각한다구』라고 들리는 건 대체 어떤 장치로 돼 있는 걸까.
「……지각……지각은, 곤란해……」
그러나 그것도 시간과 장소에 따르는 것.
아무리 우등생이라고 해도, 오늘 정도는 아슬아슬하게 등교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 그래……미리 30분 시간을 앞당겨서 알람을 맞춰놨으니까, 앞으로 30분은 잘 수 있을 터……」
응?
어쩐지, 그거 이상하지 않아?
「……30분, 앞당겨서……」
졸린 눈으로 시계를 본다.
시계는 정확히 7시를 가리키고 있다.
평소의 습관이 된 기상시각은 6시 반이니까, 30분 예금은 깨끗하고 말끔하게 다 써버렸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막 일어났을 때는 사고능력이 저하되는 걸까 나는.
「………………음」
시계와 눈싸움 하기를 몇 초.
알람을 끄고, 마지못해 침대에서 나오기로 했다.
아주 차가워진 복도를 건너서, 아주 차가운 거실로 이동했다.
1월의 마지막 아침 7시.
후유키(冬木) 시는 겨울이라도 나름대로 따뜻한 기후인데, 오늘 아침 따라 다른 곳 겨울만큼이나 추웠다.
집 안에 있어도 입김은 하얗고, 무엇보다 집에는 사람이 없으니까 더더욱 못 견디게 춥다.
「……난방, 난방……」
히터를 켜고, 세면장으로 향한다.
이럴 때,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은 불편하다.
자신보다 먼저 일어난 사람이 있다면, 거실은 이미 난방이 잘 되어 있을 텐데.
세면장에서 얼굴을 씻는다.
긴 머리에 빗질을 하고, 몸단장을 한다.
추운 아침, 싸늘한 세면장.
유일한 이점이라고 한다면, 차가운 물이 다짜고짜 잠 기운을 날려보내준 것 정도.
꾹, 하고 옷깃의 리본을 묶고 준비 완료.
남은 건 아침을 먹고 등교하는 것뿐.
시계를 보니 아직 7시가 막 지났을 뿐이라서, 적이 김빠졌다.
「뭐야, 이러면 달려갈 필요도 없잖아」
물론, 달려서 학교에 간다, 같은 추태를 부릴 생각은 결코 없다.
어떤 때라도 여유를 가지고 우아하게, 가 토오사카 가의 가훈인 것이다.
그런 가훈을 진지하게 계속 지키고 있는 걸 보면, 우리 선조는 정말로 고귀한 출신이었겠지.
이런 고풍스런 서양식 저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증거고, 덤으로, 토오사카 가는 “마술” 을 전하는 마법사 혈통인 것이다.
오래된 걸로 따지면, 정말 할 말 없을 정도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뭐 그렇게, 자랑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아니 그렇다기보단, 넉살 좋게 선전하고 다닐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실은 토오사카 린, 마법사예요
라고, 대체 누구에게 자랑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마술이라고 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 마술이다.
이미지가 치칭뿌이뿌이라도 아브라카다브라라도 상관없다.
요컨대, 주문을 외워서 신기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 그렇다곤 해도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도 아니고, 지팡이를 흔들면 별이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다.
……비슷한 건 할 수 있지만, 그다지 의미가 없기에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우리들은 세상에 숨어 지내는 이단자다.
눈에 띄는 일은 금지돼 있고, 그런 일을 할 여유가 있다면 집에 틀어박혀서 마술을 연구하고 있다.
덧붙이자면, 마법사라고 하는 것도 어폐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세계에 마법사는 5명 밖에 없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 현대의 과학으로도 도달할 수 없는 것, 그러한 “기적”을 일으키는 게 가능한 존재를, 우리들은 마법사라고 부른다.
아무리 시간과 기술을 들이더라도 실현할 수 없는 신비가 마법이며,
아무리 신기해도 시간과 기술을 들이면 누구라도 실현할 수 있는 것이 마술.
그래서 내가 사용하는 “신비”도 마법이 아니라 마술에 지나지 않는다.
복잡하지만,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 그런 걸로 해 뒀으면 한다.
뭐 진지한 이야기를 하자면, 마술사라고 하는 존재는 현대에서는 용인되지 않는다.
계측할 수 없는 것을 믿고, 다루고, 배우는 우리들은, 현대사회와 서로 용인할 수 없는 존재다.
여하튼, 별로 의미가 없다.
마술 같은 걸 배우느니, 정상적인 학교에 가서 정상적인 어른이 되는 쪽이 몇 배나 행복해질 수 있다.
인간의 기술은 위대하다.
이 수백 년간, 마술은 늘 문명사회의 뒤를 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어졌다.
과거 마술로밖에 해낼 수 없었던 기적은, 먼 옛날에 기적도 뭣도 아닌「별 것 아닌 도구」로 격하되어버렸다.
뭐 그래도, 마술에는 마술의 이점이 있다.
과학으로밖에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이 있는 것처럼,
신비를 통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이 있는 것이다.
과학이 미래를 향해서 질주하고 있다면, 마술사는 과거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라는 것은 토오사카 가의 대사부의 말이었었지.
과거도 미래도 종착점은 결국 같다. 제로를 향해서 계속 달려라, 랄까.
그런 어려운 이야기는 내버려 두자. 철학은 노후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둬야 되고.
아침 식사를 끝내고, 가방을 손에 든다.
「맞다. 펜던트, 가져가야지」
학교에 그런 걸 가지고 가는 건 별로 내키지 않지만, 놔 두고 가는 것도 아깝다.
「뭐니뭐니해도 100년이나 된 돌이고 말이지. 집에 있는 보석 중에선 단독최강이고」
아니, 차원이 다르다, 라고 해도 될 거다.
어젯밤 아버지의 유언을 해독해서 손에 넣은 이것은, 지금 내 마력 10년 분을 가지고 있다.
토오사카 가에는 예로부터 전해지는 가보가 있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게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변환, 힘의 유동을 잘 다루는 토오사카의 마술사는, 틈만 나면 보석에 자신의 마력을 옮겨놓는다.
간결하게 말하자면 권총이 자신이고, 보석이 탄환이라고 비유하면 적당하다.
그 이외에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고 하면, 왼팔에 새겨진 토오사카의 마술각인 정도다.
마술각인은 간단하게 말해서 후계자의 증표로, 토오사카 가가 전해온 마술을 응축한 문신 같은 것이다.
「……아직 시작된 건 아니지만, 주의해서 나쁠 건 없나」
지금에 와선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할 수 있는 펜던트를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비장의 카드니. 여기에 담긴 마력이라면, 불가능한 건 없을 정도고」
시간은 7시 반.
슬슬 나서지 않으면 시간 안에 학교에 도착할 수 없다.
짧게, 마력을 담아서 말을 자아낸다.
마술사 된 자, 자신의 본거지를 비울 때는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설령, 지금까지 한 번도 도둑이라던가 미아라던가 도둑고양이던가 그런 류의 침입자가 없었다고 해도.
……아니, 그것뿐이 아니라 옆집 사는 사람이 인사하러 온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흥, 뭐 별 상관없지만. 도둑고양이조차 들어오지 않는 건 대체 어찌된 영문이지」
10여 년 살아온저택을 올려다본다.
후유키 시는 이상한 도시로, 교차점 저편 주택가에는 일본 풍 무가 저택이 많고, 이쪽 주택가에는 우리 집 같은 서양 저택이 많다.
먼 옛날, 외국에서 이주해 온 가족이 많았던 것이 이유라지만, 그런 것치고는 외국인은 거의 안 보인다.
강 건너편인 신토(新都)에는 외국인묘지마저 있지만, 거기에 있는 묘도 이주해 온 세대의 사람들 것뿐이다.
「일본의 풍토가 안 맞았던 걸까」
응, 다음에 교회에 가서 신부한테 물어보자.
그 신부라면 별 것 아닌 것도 이것저것 알고 있을 게 틀림없다.
「어라」
밖에 나와서, 어떤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생각보다 조용한데……」
밖은 고요하고, 아침에 떠도는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7시 반쯤 되면, 통학하는 학생이나 통근하는 사람들로 북적댈 터인데.
「……뭐, 이런 날도 있겠지」
다들 오늘 아침은 늦잠인 걸까.
오늘은 드물게도 춥고, 누구나 침대에서 움츠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
「응?……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학생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건 이상하다.
7시 반이면, 이제 여기저기 교복이 보이는 시간대다.
그런데도 교문에 있는 건 나 뿐이고, 부활동 아침 연습은 막 시작한 참인 듯.
즉 이 경우, 도출되는 결론은
「어라, 토오사카?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훨씬 일찍 왔네」
「……역시 그런 건가」
하아, 하고 가볍게 한숨을 쉬고, 말을 걸어 온 여학생을 돌아본다.
「안녕. 오늘도 춥잖아, 이거」
싹싹한 말투로 말을 하는 그녀는 미츠즈리 아야코(美綴 綾子).
같은 2학년 A반 클래스메이트로,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인물이다.
「안녕 미츠즈리. 갑작스럽지만, 지금 몇 시인지 알아?」
「응? 몇 시라니 7시 전이잖아. 토오사카 잠 덜 깼어?」
괜찮냐? 하고 손바닥을 팔랑팔랑 흔드는 아야코.
그녀는 내가 아침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친구이다.
……요컨대, 내가 아직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헤아리고 있는 것이겠지.
「우리 집 시계, 1시간 빨랐던 모양이야. 그것도 전부 다.
자명종은 물론이고, 괘종시계까지 다 빨라져 있었어」
정말, 대체 어쩐 영문일까.
아버지, 그 펜던트를 지하실에서 꺼내면 시계가 안 맞게 해 놓았던 걸까.
「토오사카?」
「신경 쓰지 마. 별 일 아니니까. 그것보다, 미츠즈리는 오늘도 아침 훈련?」
「으응. 궁도부는 문제아도 많고, 실력자가 하나 줄어서 말이지. 4월에 신입생 획득을 위해서, 조금 정도는 겉치레라도 해 두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래. 마음 고생이 끊이질 않는구나, 여전히」
「다른 사람 일이라고 막말하네. 아, 마침 잘 됐는데 보고 갈래? 토오사카가 견학하면 남자부원들도 좋아할 텐데」
「궁도부, 라」
궁도부에는 적당히 지인이라고 할만한 사람이 3명 있다.
그 중 한 명이 눈앞에 있는 아야코이고, 다른 두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는 지인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 두 사람 중 하나는 지인이라는 한 마디로 나타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내가 궁도부 주장인 아야코와 친구가 된 것도, 전적으로 궁도장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것도 그러네, 잠깐 보고 가는 정도라면 들렀다 갈까. 너무 빨리 와서 할 일도 없고」
「좋아. 그럼 좋은 일은 서둘러야지, 빨리 가자」
우리 학교 특징 중 하나에, 이 호화로운 궁도장이 있다.
이사장이 궁도에 관심이 있는 건지, 궁도장은 학생 부 활동만으로 쓰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훌륭하다.
「자자. 아직 시작할 때까지 시간도 있고, 안에서 차나 마시자구, 토오사카」
뭐가 좋은지, 아야코는 억지로 손을 끌고 간다.
본마음이 들어가면 남자 같은 말투가 되는 것이 그녀의 나쁜 버릇이다.
아야코 말대로, 도장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우리들은 오늘 수업 예습 등을 하면서, 혀가 저릴 정도로 뜨거운 일본차를 마시고 있다.
한창 겨울인 한산한 도장에서는, 이 뜨거운 차가 정말 맛있다.
「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건데, 그 쪽은 어때 토오사카. 슬슬,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는 찾았어?」
그런데.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틈타서, 아야코는 엄청난 걸 이쪽에 물어봤다.
「…………후우. 정말, 갑자기 핵심을 찌르는구나 너는.
그 말투로 봐선, 그 쪽은 벌써 찾은 거야?」
「노 코멘트. 토오사카가 패를 밝힐 때까지는 이쪽도 비밀이야. 그래서, 어떤 거야. 그 피곤한 얼굴을 보면 가망이 있는 것 같은데?」
「이쪽도 노 코멘트……지만, 너한테는 숨겨도 어차피 들키려나. 유감이지만 이쪽은 아직이야.
아야코 쪽은? 우리 둘 다, 태평하게 있을 여유는 없을 텐데?」
「렇긴 한데, 나도 형세가 별로 안 좋아. 부랴부랴 꾸미는 건 가능하겠지만, 일이 일이잖아? 앞으로의 운명이 걸려있으니까, 타협할 수도 없고」
「흐응. 간단히 결정해서, 나한테 지는 건 싫은 거야?」
「물론이지. 나에게 중요한 건 너를 이기는 거니까. 무엇이 손에 들어온다던가, 무엇을 손에 넣는다 같은 건 그 다음 문제야」
흐흥, 하고 건방지게 웃는다.
「하아. 정말 서로 비슷하구나, 우리들」
「그래. 처음 만났을 때 말했잖아. 너랑은 그런 관계라고」
아아, 그랬지 그랬어.
『너랑은 틀림없이, 죽이네 마네 하는 관계까지 갈 거 같아』
라고, 초면에 들었을 때는 나도 진짜로 놀랐다.
요컨대, 아야코는
『갈 데까지 다 가도록 치고 받지 않으면 너랑은 우정이 싹트지 않을걸』
이라고 한 거다.
그건 나도 같은 의견으로, 그로부터 2년, 이렇게 친구인지 천적인지 알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근데 말야. 우리들, 왜 이런 얘기를 하게 된 거지?」
「왜라니, 말을 꺼낸 건 토오사카잖아.
네가 언제까지고 남자가 없는 건 여자로서 생각해 볼 문제야, 라고 투덜거려서, 그럼 3학년이 되기 전에 어느 쪽이 먼저 남자 만드는가 승부하기로 했었잖아」
「……아―, 그랬었지. 폭언에는 폭언. 그래서, 진 쪽이 하룻동안 말한 대로 따르기로 했었지」
「어어. 요즘 애들도 안 하는 약속이지만, 나랑 너에 한해서 진 쪽이 패배를 인정 안 하지는 않겠지.
어떤 결과가 되던지, 진 쪽은 얌전히 승자에게 따른다. 그걸 생각하면, 난 지금부터 그게 낙이라고」
큭큭 하고 즐겁게 웃는 아야코.
정말.
이런 데에 아주 진심인 부분을 봐도, 미츠즈리 아야코라고 하는 여자는 다루기가 어렵다.
……뭐, 나도 아야코를 이겼을 때가 견딜 수 없이 기대되기에, 애먹이는 건 서로 마찬가지인 셈이지만.
「그래. 하지만 미츠즈리? 낙으로 삼는 건 상관없지만, 목적을 착각하지 않도록 조심해. 승부 내용은 선착순만은 아니잖아?」
「알아. 토오사카보다 빨리, 토오사카가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그런 관계가 되지 않으면 완전승리라고 말 못하니까.
……뭐, 우리들에게는 그게 제일 해결하기 힘든 문젠데. 아무리 좋은 남자라고 해도, 좋아하게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하아, 하고 무겁게 한숨을 쉬는 아야코.
내가 아는 한, 미츠즈리 아야코는 남자를 싫어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내는 소문 같은 것은 믿을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승부를 걸어오는 걸 보면, 남자를 싫어한다기보다는, 단지 지금까지 흥미가 없었던 것뿐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건 접어두고.
「잠깐만. 우리들이라니 무슨 소리야, 우리들이라니.
미리 말해두는데, 나는 그쪽과는 다르게 냉혈한이 아니에요.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정도, 문제도 아니야」
「아아, 그거 거짓말. 그렇지 않으면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이지. 토오사카가 남자애를 마음에 두다니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걸.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고백 받았으면서, 한 번도 호의적으로 대답하지 않았잖아.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다면 사귀어볼까 하고 생각하지. 그런데 계속 거절하고 있다는 건, 넌 남자한테 흥미가 없다는 말이라고」
「발상이 빈곤하네. 그 경우, 이미 좋아하는 상대가 있어서 거절하고 있다는 것도 가능하잖아?」
「우와, 굉장한 미담. 좋은데. 그런 거, 로망인걸」
놀리지도 않고, 진지하게 아야코는 끄덕인다.
정말 그렇다면 멋지구나, 라고 한숨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어이 없다.
정말 이 녀석한테는 비밀로 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뭐, 아야코의 말이 맞다.
나도, 자신이 얼마나 지독하고 박정한 인간인지 알고 있다.
「인정할게. 나, 연애에 관해서는 초심자인 모양이야」
「그렇다니까. 서로 닮았다고 말한 건 토오사카잖아.
……이런, 이제 곧 7시인가. 비밀 이야기는 이쯤 해 두자. 언제 사람이 찾아올지 모르기도 하고, 아침이 되었으니 학생답게 처신해야지」
「어머. 미츠즈리한테도 그런 체면치레를 하는 면이 있었다니 의외야. 응, 이거 하나만으로도 일찍 일어난 보람이 있었던 것 같네」
「흥, 너 정도로 굳건하진 않지만 말야. 내 체면치레 정도, 토오사카 린에 비하면 당랑거철이라구. 네 내숭은 양의 탈을 넘어서서 이중인격 레벨이야, 이중인격」
과장되게 한숨을 쉬는 아야코.
타 놓은 뜨거운 차는 서로 텅 비어서, 이번엔 내가 차를 따를 차례가 됐다.
「근데, 토오사카는 왜 부활동 안 하는 거야. 운동신경이 안 좋다, 같은 헛소리는 하지 마. 난 말이지, 작년 체력장에서 전부 너한테 진 걸 아직도 가슴에 품고 있어」
「어머나. 폐활량에서는 미츠즈리한테 졌어, 나. 그리고 체중도 미츠즈리가 위였잖아」
「아하하하하! 만세―, 몸무게로 3kg 웃돌았다―!
……체중에서 이겨도 안 기뻐 이 너구리야!」
타―앙, 하고 상을 강타하는 아야코.
「이런. 차가 넘치잖아, 미츠즈리. 주장이니까 도장은 소중히 하세요」
「시끄러, 난 주장이기 전에 토오사카의 라이벌이야.
부원이 없으면 너한테 덤벼드는 건 당연해」
흥, 하고 반쯤 뜬 눈으로 곁눈질을 하는 아야코.
……얘는 독특한 미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미인은 무도를 익히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라고 항상 말하고 있다.
그러는 본인도 무도백반, 대개의 무도에 정통한 호걸이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소양이 없는 궁도부에 자진해서 적을 두고, 지금에 와서는 당연한 듯이 주장 자리에 앉아있다.
남녀 불문, 우리 학교 안에서 거역해서는 안 되는 리스트 Top 3에 들어가는 게 않을까.
「어머. 부원이 없으면 주장이 아니라니, 문제발언 아냐, 그거?」
「문제발언일 리가 있나. 나는 허울뿐인 주장이니까, 하는 일은 불량부원을 다잡는 것뿐이야.
나 이상으로 잘 쏘는 녀석이 있으니, 주장으로서 면목이 없잖아」
「그래? 후지무라 선생님, 미츠즈리는 다른 부원들보다 뛰어나게 잘 쏜다고 했었는데」
「으……그 사람이 그렇다고 하면, 조금은 자신이 생기지만. 뭐, 없어진 녀석 생각하고 있어봐야 어쩔 수 없지. 그래, 후지무라 선생님이 그렇게 말해준다면, 진지하게 주장 역할 하지 않으면 곤란한가」
「그래 그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슬슬 부원들이 올 때쯤 됐지. 나는 슬슬 물러갈 테니까, 미츠즈리는 주장 제대로 해」
「왜, 안 보고 가, 사(射)?」
「봐도 모르는 걸. 멀리서 바라보는 건 괜찮지만, 소양 없는 사람이 도장에 있을 수는 없잖아」
그렇게 내가 자리를 뜨는 것과, 도장에 부원이 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안녕하세요, 주장」
「아아, 안녕 마토(間桐). 오늘 아침도 혼자?」
「……네. 힘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아, 괜찮아 괜찮아. 본인이 궁도를 그만 한다고 하는 거니까, 무리하게 시켜서 될 게 아니지」
아야코는 찾아온 부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 실례할게. 나중에 봐, 미츠즈리」
「으응. 나중에 보자, 토오사카」
「……수고하셨어요, 토오사카 선배」
「고마워. 사쿠라도 열심히 해」
방해되지 않도록 도장을 뒤로 한다.
「야아, 토오사카. 안녕, 아침부터 너와 만나다니 운이 좋은데」
운이 없다.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과 딱 만나버렸다.
「안녕 마토군. 오늘은 빨리 왔네」
「당연하잖아. 주장이니까, 좀 빨리 오지 않으면 1학년한테 본보기가 되지 못하잖아」
싱긋 하고 웃는 남학생은 2학년 C반의 마토 신지(間桐 ?二).
궁도부 부주장으로, 교내에서는 여학생들의 인기를 이분하는 잘 생긴 남학생이다.
그 외모도 상당하거니와, 성적 우수, 붙임성 좋고 여자에게는 상냥한, 그야말로 아이돌이라던가.
나는 그런지 잘 모르겠기에, 전부 클래스메이트의 말을 그대로 받아 옮긴 것뿐이지만.
「그래. 기분 좋은데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한 글자 빠졌어 마토군. 중요한 글자니까 잊지 않는 쪽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 한 글자 빠졌다니, 뭐가 말야?」
「공부의 부. 글자는 달라도 음은 똑같잖아, 부주장 씨. 조심해. 별로 주장이든 부주장이든 다를 건 없지만, 이상하게 의식하면 거기에 구애되는 것처럼 들리잖아?」
「그렇구나, 앞으로는 조심할게. 고마워, 토오사카」
「감사를 받을만한 일은 하지 않았는걸. 뭐, 마토군이 그렇게 생각한 거니까 나랑은 관계 없나」
그럼 안녕, 하고 궁도장을 떠난다.
「잠깐 기다려봐. 견학하러 온 거잖아? 그럼 보고 가면 되잖아. 토오사카라면 대환영이야」
「사양할게. 아침 연습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걸」
「그런 거 상관 없잖아. 다른 녀석들이 거슬린다면 쫓아버릴 테니까, 잠깐 들렀다 가」
「……그러니까 방해할 생각은 없다고 하잖아.
거기다 나, 딱히 궁도에 흥미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야.
모르는 사람이 활 쏘는 거 봐도 즐겁지 않아」
「? 뭐야 토오사카, 궁도에 흥미는 없었던 거야.
……헤에. 그런데도 학교 끝나면 멀리서 보고 있었던 건 그런 이유인 걸까」
…….
어떤 생각인지는 몰라도, 그가 다대한 착각을 하고 있는 건 틀림없네, 이거.
「뭐야. 알고 있었어, 마토군?」
「어, 곧잘 눈이 맞았잖아, 나랑 토오사카. 다 쏘고서, 잔심(?心) 때만 되면 토오사카는 날 보고 있었잖아.
말을 걸어주고 싶었지만, 일단 규칙이라서 말야. 사장(射場)에서는 소리를 지르면 안 되거든」
뭐가 기쁜 건지, 신지는 쓱, 하고 다가왔다.
붙임성 있는 웃음은, 동시에 우위에 선 듯한 속뜻이 있다.
「착각하고 있었어. 토오사카는 궁도를 좋아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궁도에는 흥미가 없잖아? 그럼, 왜 토오사카는 도장을 보고 있었던 걸까」
아아, 그런 얘기였군.
과연, 확실히 그런 식으로 들릴 수 있는 이야기였구나, 지금 그건.
「떨어져 주지 않을래, 마토군. 나, 그다지 다른 사람이 가까이 오는 거 좋아하지 않아」
「응? 뭐라고, 토오사카?」
「어이없네, 이렇게까지 말해도 못 알아듣다니.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어쩔 수 없나. 간단히, 너도 이해할 수 있게 말해줄게.
잘 들어 마토군. 나는 궁도에 흥미가 없는 이상으로, 너에게 흥미는 없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사실, 네가 사장에 있었다는 건 지금 처음 알았을 정도고, 분명 이후로도 눈에 안 들어올 거야」
「뭐, 뭐라고……!」
부아를 건드렸는지, 난폭하게 손이 뻗어온다.
그것을 휙, 하고 가볍게 피하고는 등을 돌렸다.
「그럼 안녕 마토군. 자의식과잉인 건 상관없지만, 적당히 해 두는 편이 좋아」
「토오사카, 너……!」
여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한 말투로, 신지는 화내지도 않거니와 뒤따라오지도 않는다.
……정말이지, 겉멋만 들었다니까.
저 녀석도 좀 더 내실 있는 성격이면, 주위가 고생하지도 않을 텐데.
궁도장이 있는 교사 뒤에서 교내로 들어간다.
아침 7시를 지나도, 아직 복도에는 학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라, 토오사카다―」
「. 안녕하세요, 후지무라(藤村)선생님」
「응, 안녕 토오사카. 제대로 인사해 줘서 선생님은 기뻐요오」
엉엉엉, 하고 기쁜 듯이 펑펑 우는 제스처를 하는 수수께끼의 여성.
……믿기 힘든 일이지만, 이 보통 사람을 아득히 능가하는 친근감과 무사태평함을 함께 갖춘 인물은, 우리 학교 교사다.
「……저, 선생님. 제대로 인사를 하는, 이외에 하는 인사가 있는 건가요」
「응, 있어. 1학년은 제대로 인사해 주는데 말야, 상급생이 되면 내 성으로 인사해주지 않아. 토오사카는 그런 녀석들 흉내내면 안 돼」
「하아.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에게 실례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만」
「좋아 좋아. 아―아, 모두들 토오사카만 같으면 좋을 텐데―」
안녕―, 하고 손을 흔들고는 후지무라 선생님은 떠나갔다.
다행히, 우리 반 담임은 후지무라 선생님이 아니다.
후지무라 선생님의 교과는 영어.
저런 명랑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검도는 유단자고, 학생 시절에는 「후유키의 호랑이」라고 불리며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도대체, 그 부분부터가 수수께끼다.
보통, 호랑이라고 별명이 붙는 사람은 인기가 많은 게 아니라 두려움을 받는 것 아닐까?
기분이 좋은 건지, 후지무라 선생님은 즐거운 듯이 궁도장으로 향했다.
후지무라 선생님은 검도부가 아니라, 왜인지 궁도부의 고문인 것이다.
시각은 7시 반 되기 전.
교정에는 부 활동에 힘쓰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지만, 교내에는 전혀 인기척이 없다.
그런데도,
「게엑, 토오사카」
사람 얼굴을 보자마자, 실례되는 말을 무심코 입 밖에 내는 도배와 조우했다.
「어머 학생회장님. 이런 이른 아침부터 교사 순찰? 그렇지 않으면 각 부실 정비인가요.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여전히 부지런하네, 그런 데에는」
「흥그러는 너야말로 무슨 꿍꿍이냐. 부활동도 안 하는 네가,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인가」
「그저 변덕이야. 류도(柳洞)군네처럼 일찍 일어나지 않아, 나」
「………………」
음, 하고 단정한 얼굴을 흐리는 학생회장.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나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것 같다.
이유는 정말로 모르겠다.
……어쩌면. 수학여행 회의 때 『절은 따분하니까 패스』라고 말참견한 것이 원인일까.
「…………하나 물어보자. 최근, 밤 늦게까지 교사에 있었던 적은 있나, 토오사카」
「없는데. 내가 바로 바로 집에 돌아가는 건 알고 있잖아, 류도군은」
「당연하지. 학생회장을 맡은 이상, 전교 학생의 정보는 파악하고 있다」
「그래. 그럼 나한테 물어볼 것도 없잖아. 왜 그런 걸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생회 일을 바깥 사람한테 강요하는 건 좋지 않은 거 아냐?
정보수집은 혼자서 해. 나 같은 외부인에게 의지하지 말고」
「천치, 네가 어디가 외부인이냣!
우리 회계 약점을 잡고 악행을 저지른 걸 모른다고 생각한 거냐, 이 암여우!」
「어머, 다른 사람이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건 미츠즈리에게 부탁 받아서, 부비의 비율을 명확히 했을 뿐이잖아?
모두의 것인 예산이 어디에 쓰여지고 있는지 조사하는 건 학생으로서 당연한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뭣이. 우리 회계를 1주일간 쉬게 만든 정신적 대미지가 당연한 행위인 겐가. 어처구니 없는 윤리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 여전히」
「너도. 부하들 고삐 정도는 제대로 잡고 있어.
문화계에만 역성 드는 건 공정하지 않아」
「안다. 그러기에, 내 손으로 부정을 바로잡고 싶었던 것인데」
「잇세, 수리 끝났다」
앗.
생각지도 않았던 녀석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아, 미안. 부탁한 건 이쪽인데, 에미야에게 전부 맡기고 말았군. 용서해라」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그래서, 다음은 어디야. 별로 시간 없다구」
「아아, 다음은 시청각실이다. 전부터 상태가 나빴었다는 듯 한데, 이번에 드디어 천수를 다하셨다」
「천수를 다했으면 못 고치잖아. 새로 사는 편이 빨라」
「……그건 그런데, 일단 봐 주면 고맙겠군. 내가 보기에는 임종인데, 네가 보면 꾀병일지도 모른다」
「그래. 그럼 일단 보지」
남학생에게 재촉 받아 떠나가는 학생회장.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사고가 정지해버렸다.
손에 스패너니 드라이버니 하는 걸 든 남학생은 생각났다는 듯이 돌아보고는,
「일찍 일어나는구나, 토오사카」
그러곤, 무뚝뚝하게 떠나갔다.
……방금 그건, 인사라고 한 걸까.
학생회장이 에미야라고 불렀던 학생은 종종걸음으로 떠나갔다.
에미야라고 했으니, 2학년 C반의 에미야 시로(衛宮 士郞)를 가리키는 거겠지.
「……그건 좋은데, 말야」
에, 뭐라고 할까.
저렇게나 스패너가 잘 어울리는 녀석은, 위험한 건지 편리한 건지 모르겠네, 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아침 7시 반, 2학년 A반 교실에는 아무도 없다.
「어쩔 수 없지. 예습이라도 하고 있자」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훌훌 수학 문제집을 펼쳐본다.
아침 HR까지 30분, 클래스메이트가 등교해 올 때까지 지겨운 예습이 될 것 같다.
4교시가 끝나고, 교실은 떠들썩한 점심 시간을 맞이한다.
우리 학교는 학교 식당도 있기에, 교실에 남는 학생은 절반 정도.
덧붙이자면, 남은 학생은 대부분 여자다.
우리 학교 식당은 맛이 조잡하기에 여자들에게 평판이 좋지 않고, 결과적으로,
「저, 저, 토오사카……! 괘, 괜찮다면 점심 같이 안 먹을래……!」
라며, 여자애들끼리 사이 좋게 도시락, 이런 상황이 된다.
「고마워 사에구사. 하지만 미안, 나 오늘은 식당이거든. 오늘 아침은 늦잠 자서, 도시락 만들 여유가 없었어」
「아, 아, 그랬어. ……미안, 그런 줄도 모르고 불러 세워서. 나, 괜한 짓 했네」
풀 죽어서 미안한 듯이 머리를 숙이는 사에구사.
품위 있고 얌전한 학생이 많은 A반 중에서도 한결 얌전한 학생으로, 왜인지 나에게 신경 써 주는 다정한 사람이다.
「괜한 짓이라니, 그렇지 않아. 오늘은 우연히 그렇게 된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내일도, 불러 줘」
생긋, 하고 진심이 담긴 웃음을 띄우며 대답한다.
「아, 응. 그런데, 토오사카도 늦잠 잘 때도 있구나」
내 웃음에 마음을 놓은 건지, 사에구사도 부드러운 웃음으로 되받아 친다.
그 웃음은 귀엽다.
사에구사 유키카(三枝 由紀香)는 굉장한 미인은 아니지만, 웃으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응, 사실은 그래. 그럭저럭 어물어물 넘기고 있지만, 사실 잠꾸러기야, 나. 부활동도, 아침에 못 일어나니까 안 들고 있는 거고」
어머, 하고 이거 참 우아하게 놀라주는 사에구사.
그 반응은 무척 평온하게 만들어주지만, 즐겁다고 이야기를 계속할 수는 없다.
이런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어느새 본 모습이 튀어나오는 게 나다.
「그럼 식당 갔다 올게. 사에구사도 점심 잘 먹어」
「응, 토오사카도」
부드러운 웃음으로 극상의 인사를 나누고는, 사에구사는 일단의 여자들 쪽으로 돌아갔다.
사에구사와 점심을 같이 먹는 건 마키데라(蒔寺)랑 히무로(氷室)인 건가.
맞다, 사에구사 육상부 매니저였지.
마키데라와 히무로는 육상부의 호프다.
마키데라 녀석이랑은 휴일에 아이 쇼핑 하러 가는 악우고, 히무로와는 그다지 면식이 없다.
「오, 차였구나 유킷치. 그러니까 말했잖아, 토오사카는 도시락 안 가지고 온다고. 낚고 싶으면 저 녀석 몫까지 밥을 준비해야 된다구―」
「……마키. 그건, 우리들도 식당으로 가면 되는 문제잖아?」
「안돼 안돼. 식당은 좁으니까, 도시락부대가 앉을 자리 같은 건 없다고. 거기다 토오사카랑 동석해 보라구, 남자들의 시선이 지긋지긋하다니까.
요전에 휴일에도 말야―, 둘이서 놀러 갔는데 저 녀석한테만 남자들 몰리고 말이지―. 진짜 싫지 않냐―, 미인이기까지 한 우등생은―」
사에구사의 책상을 둘러싸면서, 말하고 싶은 대로 말을 내뱉는 마키데라.
그 거친 말투와는 정반대로, 이 녀석은 기모노가 어울리는 일본 미인이다.
「……마키. 네 험담은, 토오사카 양 귀에 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한편, 히무로는 시끄러운 마키데라와는 대조적으로 쿨하고 딱딱한 느낌이다.
「아, 큰일이다, 토오사카가 들었어? 게겍, 무진장 노려보고 있잖아, 저 녀석……!」
「에……따, 딱히 토오사카, 마키쨩을 노려보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 하는데」
「노려보는 거야 저거. 저 녀석은 웃고 있을 때가 제일 무섭다니까. 뭐야―, 불평 정도는 해도 괜찮잖아. 좀 봐 줘―, 나랑 토오사카 사이잖아―. 붕어빵 사 줬잖아―」
볼을 부풀리곤 나무젓가락을 휘두르는 마키데라 카에데(蒔寺 楓).
저런데도 취미가 풍령(風鈴) 모으기라니, 아무래도 세상일 참 복잡하다.
……어찌되었든, 언제까지고 세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건 사에구사에게 미안하다.
끝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마키데라를 앞에 두고, 사에구사는 어쩔 줄 모르고 평정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사에구사.
그리고 마키데라? 사 준 건 나고, 거기다가 그건 붕어빵이 아니라 크레이프였어. 무의식적으로 사실을 바꿔버리는 나쁜 버릇, 다음 정도에 고치지 않았으면 나도 생각이 있어?」
「겍. 진짜 무서워 저 얼굴」
스슥 도시락 뚜껑으로 얼굴을 가리는 마키데라.
어느 면으로 보나 조화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는 삼인조에게 인사를 하고, 교실을 뒤로 한다.
드르륵, 하고 교실 문을 닫는다.
……그런데.
「부―. 뭐야―, 별 차이 없잖아 붕어빵이나 크레이프나―. 어느 쪽이나 단 걸 껍질로 싼 건 마찬가진데―」
마키데라에 의해 행해진 여자애에게 절대 있을 수 없는 폭언이 들려왔다.
「……부, 붕어빵이랑 크레이프가 마찬가지라고……!?」
저 녀석은 정말로 여자인 건가, 단 거라면 뭐든지 마찬가지인 건가.
500엔이나 하는 Fleur의 베리베리베리가, 에도마에야의 1개 80엔짜리 붕어빵과 같은 레벨이라니 어떤 의미로는 부러운 미각의 소유주라고 말할 수 없지도 않다고나 할까,
네놈 마키데라 카에데, 그럴 거면 처음부터 붕어빵으로 했으면 420엔이나 이득이었잖앗……!
「…………이런, 뭘 진심으로 분해 하고 있는 거지 나」
어젯밤에 쌓인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은 듯 하다.
식당도 귀찮고, 매점에서 빵이랑 마실 거 사서 옥상에서 해치우자.
매점에서 점심 식사를 조달해서, 사람이 없는 옥상으로 이동한다.
여름이라면 어쨌든, 겨울엔 옥상은 학생들이 다가오지 않는 편리한 장소다.
점심 시간을 투자하기에는 너무 춥지만, 주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자. 일단 밥부터 먹자, 밥부터」
매점에서 파는 토마토 샌드위치와 핫 레몬티를 입으로 가져간다.
간소한 식사지만,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옥상이라면 몇 할 정도 추가로 맛있게 느껴졌다.
「후우」
샌드위치를 다 먹고, 미지근한 핫 레몬티로 입술을 축인다.
……약간 지쳤다.
우등생이면서도 극력 교제를 피한다, 라는 건 밸런스를 잡기가 어렵다.
문무양도, 학원 최고의 우등생을 지키고 있는 것은 내 허영이라고 할까, 신념이다.
어차피 학생으로 있을 거라면 1등으로 있고 싶기도 하고, 토오사카란 이름을 폄하는 것은 당치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토오사카 린은 완벽한, 누가 봐도 틈이 없는 여학생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마술사 같은 불온한 생업을 가지고 있어서, 보통 사람과 관계를 가지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인에게 정체가 알려진 마술사는, 목격자를 없애는 것 외에는 자신을 지킬 방법이 없다.
……그런 건 사양하고 싶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내 교제는 간소하고 표면적인 것에 그치게 된다.
같이 노는 친구인 마키데라도 휴일밖에 만나지 않고, 사에구사 같은 붙임성 좋은 아이의 권유는 거절한다.
나는 학원 최고의 우등생이면서, 누군가의 첫 번째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아무 문제 없이 생활하고 있다.
그게, 뭐, 이렇게 피곤할 때는, 왜―앤지 모르게 따분하다아, 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다.
「이런, 벌써 시간 됐나」
핫 레몬티를 다 마시고 일어난다.
감상에 빠지는 건 이 정도로 해 두고, 계단을 내려가면 다시 평소의 토오사카 린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그럼 HR을 마치겠다. 주번은 일지와 문단속 확인을 해라.
부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은 신속히 귀가하도록」
상투적인 말을 남기고, 2학년 A반 담임이 퇴장한다.
내가 아는 한, 지금 그 말은 이 1년간 일언일구도 달랐던 적이 없다.
「토오사카, 오늘은 바로 돌아가?」
「으응. 아침에 마토군이랑 한바탕 했으니까, 일이 꼬이기 전에 갈래」
「하하, 역시 그랬었구나. 마토 녀석,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험악해서 말야. 토오사카한테 호되게 당했겠군 하고 예상하고 있었지」
「그랬었어. 폐 끼친 거 아냐, 미츠즈리?」
「별로. 마토군이 하급생을 들볶는 건 평소에도 마찬가지니까. 그런 것도 나름대로 좋은 정신단련이 돼」
「그래, 다행이네. 그럼 이 빚은 다음에 갚겠어」
「그래 그래. 마음에 두지 말고 다음에도 또 들렀다 가」
다른 곳에 들리지 않고 귀로에 오른다.
궁도부나 학생회실에 갈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며칠 전부터는 그럴 여유는 없다.
학교에서 나오면, 학생인 토오사카 린의 시간은 끝이다.
남은 반나절은 학생이 아닌 자신,
토오사카의 마술사인 자신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저택에 돌아온 나를 맞아준 것은, 점멸하는 자동응답기 램프였다.
「자동응답기라니 잘 없는 일인데. 상대는……역시 당신이지, 키레(綺?)」
무슨 말을 들을지 예상은 가지만, 일단 들어두지 않으면 뒷일이 어찌될지 무섭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귀에 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기한은 내일까지다, 린.
너무 느긋하게 있어도 곤란해. 남은 자리는 앞으로 2개다.
서둘러 마스터를 모으지 않으면 안 되지』
갑자기 본 내용을 말하는 걸 봐도, 이 신부는 용서가 없다.
『마스터의 권리를 포기할 거라면 오늘 중으로 연락을 해라. 예비 마술사를 파견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니』
거짓말은. 예비 마술사 정도, 당신이라면 금방 준비할 수 있는 주제에.
『너에게는 이미 령주(令呪)의 예조가 나타나 있다. 지체하지 말고 서번트를 소환해서 령주를 열어라.
물론, 성배전쟁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하면 이야기는 다르지. 목숨이 아깝다면 급히 교회에 도망쳐 들어오도록』
메시지는 거기서 끝났다.
……간결하게 줄이면 너무나도 간결한 말.
싸울 거면 오늘 중으로 준비해라, 싸우지 않을 거면 눈에 거슬리니까 빨리 기권해라, 인 건가.
「……흥. 그런 말 안 들어도 알고 있다구」
뭐,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미루는 것도 오늘이 한계다.
다행히, 어제는 아버지의 유언을 해독할 수 있었다.
싸울 준비는 이미 갖춰져 있다.
남은 건, 그래말 그대로, 이 싸움에 참가할 자격을 얻는 것만 남았는데
「성배전쟁……단 하나뿐인 성배를 얻기 위해 다투는 목숨을 건 싸움. 몇 백 년이나 전부터 전해져 온 성배의 의식, 이라……」
성배전쟁에 참가하는 마술사는 마스터라고 불린다.
이것은 계급을 나타내는 호칭이 아니라, 단순히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의미한다.
성배전쟁에 참가하는 조건.
그것은 서번트라 불리는 패밀리어를 소환하여, 계약하는 것뿐이다.
아무리 마술사로서 뛰어나다고 해도, 서번트를 거느리지 않고서는 마스터로 인정 받지 못한다.
서번트는 평범한 패밀리어와는 분명하게 구별되는 존재다.
그 소환, 사역방법도 평범한 패밀리어와는 다르다.
성배전쟁에 참가하는 마술사는 이 날에 대비해서 서번트 소환용으로 촉매를 준비하는 법이지만……
「……정말. 아버지도 세이버와 연이 있는 물건을 남겨주셨으면 했는데」
나에게는 “연(緣)”을 나타낼 물건이 없다.
서번트는 부를 수 있다.
그럴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에라도 불러내서 계약할 수 있다.
이 도시의 영지는 토오사카의 관할이다.
대대로 땅을 지켜온 토오사카의 후계자로서, 다른 곳에서 온 마술사 따위에게 뒤지지는 않는다.
뒤지지는 않는데……그렇다곤 해도 컴퍼스 없이 항해에 나설 수는 없다고나 할까, 무계획에도 정도가 있다고나 할까.
「……서번트는 심볼에 끌리어 소환된다.
강력한 서번트를 부르고 싶다면, 그 서번트와 연이 있는 물건이 필요불가결인 것이다, 라……」
즉, 그 서번트가 가지고 있었던 검이라던가 갑옷이라던가, 문장이라던가 뼈라던가, 그런 터무니없이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아버지의 유언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이지……아니, 이건 이거대로 굉장한 비장의 카드지만」
어젯밤 지하실에서 발견한 펜던트는, 고대유물로서 최상급인 물건이다.
이것도 이거대로 대단하다.
대단한데, 서번트 소환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흥. 좋아, 그런 거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되겠지. 애초에, 나 이외에 세이버를 다룰 수 있는 마스터 따위 있을 리가 없고」
좋아, 결심했다.
이 이상 미뤄서 키레에게 싫은 소리 듣는 것도 사양하고 싶고, 아슬아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성미에 안 맞는다.
이렇게 되면 준비 생략하고 곧바로 승부.
오늘밤 만전의 태세로 서번트 소환에 임해서, 억지로라도 세이버를 손에 넣어주겠어……!
심야.
시계 바늘은 곧 오전 2시를 가리키려고 한다.
나에게 있어 가장 파장이 좋은 시간대.
그 중에서도 피크에 달하는 때가 오전 2시 정시.
제한적이나마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찬스니, 약간이라도 실수를 할 수는 없다.
「소거(消去) 안에 퇴거(退去), 퇴거의 진을 4개 새기고 소환진으로 감싸고」
지하실 바닥에 진을 새긴다.
……사실, 서번트 소환에는 그다지 대규모의 강령은 필요하지 않다.
서번트는 성배에 의해 불리는 것.
마스터는 그들을 묶어두고, 실체화에 필요한 마력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사항이며, 소환은 저쪽이 멋대로 해 준다.
「원소에 은과 철. 기초에 돌과 계약의 대공. 조상으로는 나의 큰 스승 슈바인오그.
내려선 바람에는 벽을. 사방의 문은 닫히고, 왕관에서 나와, 왕국에 이르는 삼거리는 순환하라」
그래도,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원래는 혈액으로 그리는 마법진을, 이번에는 용해시킨 보석으로 그린다.
……내가 지금까지 모아 왔던 보석 중 절반을 쓰는 것이니, 재정적인 이유로도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닫아라.닫아라.닫아라.닫아라.닫아라.
되풀이 할 때마다 5번.
다만, 채워지는 때를 파각(破却)한다」
……곧 오전 2시.
토오사카 가에 전해지는 소환진을 다 그리고, 모든 정신력을 써서 대치한다.
내 안에 있는, 형체 없는 스위치를 on으로 놓는다.
찰칵, 하고 몸 안에 있는 것이 교체되는 듯한 감각.
통상 신경이 반전돼서, 마력을 전달하는 회로로 바뀐다.
이제부터 토오사카 린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한 신비를 이루기 위한 부품이 된다.
……손가락 끝부터 녹아 간다.
아니, 손가락 끝부터 채워져 간다.
거둬 들인 마나가 너무나도 농밀해서, 본래 있었던 육체의 감각이 빈틈없이 덧칠해져 간다.
그래서, 채워진다고 하는 것은, 동시에 파각한다는 것이다.
전신에 골고루 퍼진 힘은, 대기에 포함된 순연(純然)한 마력.
이것을 회로가 된 자신 안으로 거둬들여, 다른 마력으로 변환한다.
마술사의 몸은 회로에 지나지 않는다.
유체와 물질을 잇기 위한 회로.
그 결과, 이룰 수 있는 다양한 신비를, 우리들은 마술이라고 부른다.
……몸이 뜨겁다.
이마에 뿔이 돋는 듯한 착각.
등에 날개가 돋는 듯한 착각.
손에 비늘이 돋는 듯한 착각.
복사뼈에 물이 차는 듯한 감각.
……땀이 배어 나온다.
푸욱, 푸욱, 하고 온몸에 검이 꽂힌다.
그것은 사람인 나의 몸이, 마술회로가 되어 있는 내 몸을 거부하는 성흔(聖痕)이다.
아무리 뛰어난 마술사라고 해도 사람은 사람.
이 아픔은, 사람의 몸으로 마술을 사용하는 한 영구히 따라다닌다.
그래도 순환은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 아픔 끝에, 망아의 깊은 곳에 “연결되기” 위한 경지가 있다.
……왼팔에 꿈틀대는 아픔.
마술각인은 술사인 나를 보조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영창을 시작해, 더욱, 내 신경을 침식해 간다.
받아들인 바깥공기는 혈액으로.
그것이 뜨겁게 달궈진 납이라면,
작동하기 시작한 마술각인은 가시나무로 된 신경이다.
드득드득 하고, 이빨 달린 지네처럼 내 몸 안을 마구 기어 다닌다
그 아픔에 자신을 잊고.
동시에, 이르렀다는, 반응을 얻었다.
너무나도 과민해진 청각이, 거실의 시계 소리를 듣는다.
오전 2시까지 앞으로 10초.
온몸에 가득 찬 힘은, 이미 흠 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완전.
「고한다」
시작하자.
받아 들인 마나를 “고정화”하기 위한 마력으로 변환한다.
남은 건, 그저.
이 몸이 텅 빌 때까지 마력을 부어넣어, 소환진이라고 하는 엔진을 돌릴 뿐
「고한다.
그대의 몸은 나 있는 곳에, 나의 운명은 그대의 검에.
성배의 인도에 따라, 이 뜻, 이 이치에 따른다면 대답하라」
시각이 닫힌다.
눈앞에는 육안으로는 인식할 수 없다고 하는 제5요소.
따라서, 머는 것을 두려워하여, 시각은 스스로 정지한다.
「맹세를 여기에.
나는 상세(常世) 전부의 선이 되는 자,
나는 상세 전부의 악을 펴는 자.
그대 3대 언령을 두른 7천,
억지의 고리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완벽해……!
손에 오는 느낌 같은 건 정말, 낚싯대로 고래를 낚아 올렸다고 느낄 정도로 퍼펙트!
「완벽해……! 틀림없이 최강의 카드를 뽑았어……!」
아아 정말, 시각이 돌아오는 게 굼떠.
앞으로 몇 초만 있으면 눈이 회복되고, 그러면 이제 눈앞에는 소환된 서번트의 모습이
없다.
「에……?」
없는 건 없다.
변화 같은 건 손톱만큼도 없다.
그만큼이나 거창하게 에테르를 난무시켜 놓고, 실체화되어 있는 것이 단편도 없다.
덤으로.
왜인지, 거실 쪽에서 폭발음이 나고 있고.
「어째서?????!?」
달렸다.
정말 머리 속이 텅 빈 채 달렸다.
지하실 계단을 달려 올라가서 거실로 서둘러 간다.
「문, 부서져 있어!?」
거실 문은 우그러져 있었다.
손잡이를 돌려도 의미가 없다.
밀어도 당겨도 안 열리기에,
「아아 진짜, 방해된다니까 이게……!」
콰아?앙 하고, 발로 차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
그리고.
거실에 들어선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거실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무언가가 천장에서 떨어져 온 건지, 방은 와해투성이고, 잘난 듯이 몸을 뒤로 젖히고 앉아있는 남자가 한 명.
「……………」
저거, 틀림없이 꽝이다.
첫댓글 이뒷부분은 고기를먹고와서하겠습니다^^ 회식이있어서요.아,말안했었나?제가 얼마전에 회사에 취직했거든요^^
이제 ubw 시작이군요. 게임에서 제일 재밌었던 부분이라 기대가 되는군요 ㅇㅅㅇ
회사 취직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취직 당일날 친구들이랑 여자친구들대리고 술마시는자리였는데,차마대려올수없었습니다.남자들만의 비밀로간직하기위해서말이죠.드라마에서 자주나오죠?오빠 앤누구야? 이런식의질문 난감합니다.솔직히 루트가 정해져있지않은 현실이란것은 무한의루트를 품고있습니다.
으음... 역시나 앞부분은 바뀌지 않는군요.
네,저번의 fate루트는 제나름대로의 시로시점에서의 프롤로그고,이건 본편의프롤로그 대겠심다.
오오 올라왓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