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게 묻는다. [설악 울산바위~비룡폭포]
2015. 5. 31 [일]
평택 종주산악회 50명 [특별산행]
설악소공원 - [권금성] - 흔들바위 - [울산바위] - 신흥사 - 육담폭포 - [비룡폭포] - 소공원 [동행 8명 - 7시간]
높게 솟아오른 5월 끝의 빛은 천공 속에 낮게 깔리기 시작했다. 그 빛줄기 속에 장난감 박스처럼
줄 따라 허공을 저어대는 두 대의 케이블카가 권금성과 어우러져 심오하게 생겨나는 위압감을
스러지게 한다. 55분 기다림 끝에 허공을 난다. 초록 잎 새들의 숙숙함에 저절로 마음이 녹아든다.
겹치고 겹치며 펼쳐지는 장쾌한 경치로 인해 5월의 설악은 한 편의 설익은 녹색길이 되어버렸다.
봉화봉.
잊었던 돌길의 형상이 아련히 떠오른다. 아주 먼 밖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 외주의 울림이
강해 가까이 오지 않으려 하였던 것이다. 그는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조용히
발을 들여 놓는다. 그는 그렇게 강한 것이다.
봄빛에 반사된 돌빛깔이 가슴에 올라가는 시간을 전유한다. 깊을 대로 깊었으니 5월을 사랑했던
산울림이 물러가려는 듯 잊지 못할 사연을 붉은빛 바람 속에 전해준다. 가는 봄이다.
새파란 물결이 넘실대며 다정한 빛으로 변해간다. 그 순간 그 주변의 공기가 연한 핑크빛으로
물들며 6월의 시간으로 녹아가는 듯 수수해진다. 넘어가는 5월의 공기가 그 속에 깊이 박혀 담담한
숨결을 돋고 있다. 소소했던 시간이 저물어간다.
[줄무늬처럼 응축된 돌기둥들을 보면서 살포시 마음이 설레어지는 묘한 감성이 솟네요. 5월에게
그 이유를 물을까요? 기억 한편에 남겨두라는 메시지 같아요. 마음이 화사해지는 풍경이야말로
진정 5월의 모습입니다.]
붉은 벽속처럼 5월의 담장을 쳐놓은 장대한 돌탑은 창대한 아우성을 잠재우고 서 있다.
푸른 오월의 깃발처럼 연둣빛 산원을 향하여 나부꼈던 그 아우성은 바람 되어 먼 길이
되고 말았다. 아, 누구였던가?
대양과 울산릉과 공룡릉, 노적, 황철과 철마… 공중에 매달아 놓은 슬픈 시간… 어느덧 순정 같던
물결을 고이 접어 애수 끝에 매달아 놓았다. 황망히 구는 빛 속의 저 산타나의 풍경은
이루어질 수 없을 정도로 한 방울의 촉이 되어 깊게 박혀 있다. 그렇게도 가고 싶단 말인가.
그럼 가거라!
빛이 들어차지 않는, 구름과 바람도 쉬 거치지 못하는 등뼈의 위엄 앞에 시간은 냉냉해 있다.
선연함을 버리고 막막함을 생각하였는지 시기를 가로막고 서 있는 저 위엄은 깊은
완강함을 주재하고 있다. 그 순간, 빛의 유연함이 감싸기 시작한다. 5월의 그 유희에
기억해야 할 끝의 시작을 어렴풋이 느낀다.
성큼 다가온 여름의 길목이 발길이 뜸한 웅장한 길을 내놓고 있다. 감히 넘볼 수 없는 고난의
길이지만 그것은 계절의 여백이요, 시간의 탄력으로 생각할 수 있다. 5월의 노을빛에 아득한
지평을 걷고 있는 것처럼 그 빛은 휘파람을 불게 하는 감흥을 일으키고 있다.
대청, 화채, 공룡, 세존, 노적, 철마여, 담담한 신비로움을 정제해주는 정체성을 묻고 싶다.
침묵을 깬 1년여의 세월, 남겨진 시간 속에 기다림은 더한 것. 너를 보며 강한 마음을 빼앗긴다.
흐르는 푸르름을 튀기며 세월은 멍한 울림을 디뎌 놓았다. 보면 볼수록 기다림은 치명적인
슬픔으로 변해가는 법. 그렇게 세월은 많은 고통을 주어가며 찬 숨결을 이루어 놓았다.
5월이 가는 즈음, 바람 불지마라.
북녘의 쪽빛은 과식에 찬 순간을 찬란히도 드러낸다. 검은 띠에 둘러친 동해의 하얀 서리는
누구에게도 묻지 않는다. 소슬한 안개가 두터운 5월의 터울을 그리며 넓적하게 퍼져버린다.
내 위로 그 풍경만이 도습할 뿐 아래로는 굽이친 산길만이 무거운 지층을 덮고 있다. 대지의
마른 숨결이 옹색한 시간 속에 헐 구르고 있다.
구릿빛과 연둣빛이 혼합되어 그리움을 그리던 5월의 사랑을 비로소 가슴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삼아 허허롭게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5월을 사랑하고 싶다. 5월을 사랑한다.
[마음 내키는 대로 젖어들던 5월의 시간이 그저 행하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무심한
세월만이 알 것입니다. 기다리는 것도 아니요, 어디서 오기만을 고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발길
닿는 대로 가서 발길 닿는 대로 오겠지요.]
산들바람 앞에 푸른 색감이 바다처럼 물결을 이루고 있다. 바라보는 순간이 동이며 서, 남이며 북이다.
차분히 내려앉은 시간 속 돌기둥과 초록 계곡은 심화된 시기를 생생하게 흡수하고 있다. 스스로를
느끼게 한다. 묵상의 시간으로.
비룡은 세월을 품은 채 억겁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있다. 하얀 물줄기는 水虛의 상념을 저어가며
통탄의 눈물을 내뱉고 있다. 뚜렷한 길속만을 고집한 물 폭의 울음은 통곡소리에 가깝다. 검은
환상의 빛이 물위로 맴돈다. 고전적인 야누스의 얼굴을 뒤로하고 완벽한 시간여행을 꿈꾸는 듯하다.
맑은 물소리와 그 무게의 청아함을 느낀다. 비룡의 풍경은 자꾸 사람들을 이끄는 시간 속의
푸른 길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흠뻑 뒤집어쓰고픈 충동이 일지만 선경의 실례로 생각하여
마음 만으로만 생각한다. 언제 내 가슴 속으로 초대하면 된다는 것을 각인한 채.
맑고 투명한 물빛이 순결한 시심을 얹혀준다. 5월의 여운은 천공의 깊은 흐름을 타고 우리 속에
와 있다. 물의 꽃이 되어 기쁨을 나누는 파스텔톤의 잎 새에는 기다림이 배여 있다. 절벽 속으로
직강 하는 따가운 빛이 철철 넘쳐댄다.
계곡수의 한적한 물소리를 들으며 저 산벽 틀에 갇힌 제한적 시간을 생각한다. 바람처럼 머뭄과
순간 속에 다다른 그런 시간이지만은 한편 자연시세에 감응할 시간을 새로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묻지 않는다. 변화의 기로는 일상속의 시간이 되어버렸으니까.
구름은 저물어간다. 산빛도 함께 이 시간을 벗어나 훨훨 자유롭게 내다보이는 앞산으로 허공을
감싸며 이동 중이다.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다가선다. 하얀 시선이 두 눈을 움직이게 한다. 따뜻한
시선과 맑은 마음으로 되돌아서며 하늘 한 번 쳐다본다.
[묵비처럼 다가오는 그와의 이별.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분명한 순간을 나타내지 않을 것입니다.
가끔 생각 날 때면 고이 설악의 물결을 부를 것입니다. 바람도 부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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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님, 회장님, 부회장님, 산악대장님을 비롯한 회원님과 산우님들과 함께한
5월 끝의 특별산행, 그 여운을 생각하며 그 특별함의 여정을 간직하고 싶다.
수고 하셨습니다.
◎ 특별산행 뒷풀이 부대찌개 성찬이었습니다.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신 회장님과 사모님을 비롯한 여성회원님들께 감사하단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2015. 6. 1 오후//
첫댓글 권금성의 멋있는 모습 잘 보고 갑니다
멋진 산행기와 설악의 아름다운
영상잘보고 갑니다
수고많으셨읍니다